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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16화 - 존재하지 않는 기억 - 본문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나는 마지막에 상이 있는 순간 의욕이 생기는 타입이였다
주말까지 한결같지 않은 일상을 보낸다거나 해서 낙담하진 않았다
잘 생각해보자, 나의 일상은 시즈쿠에 의해 보호되고 잇는 것임을
그러니까, 절대 가슴에 회유됐다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이것은 신뢰 관계의 확인 같은 것으로
별 다른 감정은 없으니까 말이다
"다녀오겠습니다"
행복도가 정점에 달한 지금의 나에게는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허연벽? 망상벽? 맘대로 하던가, 다 하찮을 지경이야
이렇게 행복한 나날들인데, 뭐가 대수란 말인가?
나는 돌아서서, 방 창문을 바라보니
시즈쿠가 커튼 틈으로, 살짝 얼굴을 내밀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른스러운 모습의 분위기와는 달리, 어린아이 같지 않은가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다
내가 틀렸다
시즈쿠와 유우코 중 어느 쪽을 믿어야 하느냐는
물음에 고민할 필요는 없다
오직 시즈쿠일 뿐
왜냐하면 그녀는 나를 신뢰하고 있다
그것은 그녀의 눈동자를 보면 잘 알 수 있었다
신뢰란 서로 믿을 수 있어야만 존재하는 것이기에 말이다
부모는 내 말을 믿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도 부모의 말을 믿지 않게 되었고
신뢰는 당연히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 무조건 나를 신뢰해주는 시주크를
내가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고보니, 데리러 온다던 것 치고는 안 오는군
아니, 오지 않으면 오히려 고맙지
수수께끼의 감각으로 시즈쿠가 있는 곳을 탐지당해도 곤란하고
그것으로 주먹 다짐이라도 하게 된다면, 금방 넉아웃 당하게 될거야
어떤 일을 처리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런지
아니면, 그 로봇 같은 말투에 내가 오케이를 하지 않아서
오지 않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읔"
시선을 발밑에 두고 잇는 탓에
나는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학교까지 불과 30m 사이에 까마귀 시체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추락하고 있었다
그 수는, 총 다섯 마리
이게 무슨...
까마귀 시체 자체는 간간이 볼 수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시체는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단순히 기분이 나빴을 뿐이지
이 정도로 등교를 거부할 만큼, 나의 멘탈은 약하지 않았다
나는 이 시체들을 뒤로하고, 전력으로 학교를 향해 달렸다
까마귀 시체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고
제대로 된 아이라면, 반에 누군가에게 이야기 했겠지만
나는 반 내에서 거짓말쟁이 포지션 이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를 했다간
또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게 될 것이 뻔했다
통학로의 시체니까, 나 말고도 누군가가 봤겠지
다른 사람이 얘기 할 생각을 떠오르니
왠지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교문을 빠져나와서, 반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달렸다
그리고 반으로 들어가니
"얘들아, 히어로 납셨어!"
왠지 반 친구들은 한결같이 박수를 치며, 나를 기리고 잇었다
내게 짐작가는 바는 하나도 없었다
"...에?"
남자들이라면, 유우코와 친한 사이인 것처럼 행동했기 때문에
그 일로 덤비면 뭐라고 할게 없었는데
오히려 남자들까지도 나를 칭찬하고 있었다
칭찬받는 것이 기쁘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겠지만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 채, 칭찬받는다면, 그건 또 다를 것이다
나는 있지도 않은 성과를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그런 사람은 아니였기에 말이다
"무카이자카! 도와줘서 고마워
그.. 무카이자카는 사실 좋은 사람이였구나, 나 오해했었어"
"...응? 어.... 응..."
"네가 유우코와 친했던 것이 그런 이유였구나~!
너라는 녀석은 정말... 빨리 말해주지 그랬어?"
"어? 어... 아... 알았어"
이놈들의 발언들은 도저히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 놈들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집단 환각이라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무카이자카 씨"
"으윽!"
어느 덧 등 뒤에 유우코가 서 있었다
그녀는 교복 위에 걸친 코트의 양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그녀 또한 나와 같은 환영을 받고 있었다
당황한 나머지 거동이 수상해져 가는 나와는 반대로
유우코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유..유우코 씨?
이게 도대체 무슨... 설명해줄 수 있나요?"
"네, 복도로 나오시죠"
그녀를 따라 복도로 걸어 나왔다
설명할 수 없다하더라도, 화낼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아야만 했다
그녀는 대답할 수 있다고 했으니
만족할 만한 설명을 요구하는 바였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어제 당신이 급우들을 덮친 남자들을
물리쳤었기 때문에 칭찬 받고 잇는 거에요"
"뭐? 거기서부터 이해가 안되는데, 내가 언제?"
"기억이 안나시는 가 보군요
학생을 주 타깃으로 삼은 치한이
발끈한 나머지 칼을 휘두르는 것을
당신과 내가 협력해서 제압했잖아요"
"몰라, 그게 뭐야"
유우코는 난처한 기색을 하더니
"아... 그렇게 된 거였군요"
"혼자서 납득하지 말고, 제대로 설명해 달라고"
"당신에게 기억이 없는 걸 보니
이건 분명 나나나기 시즈쿠의 짓입니다
그녀가 당신을 노리는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설명을 못하고 있었다
할거면 똑바로 해줘, 시즈쿠의 짓이란 건 뭐냐?
시즈쿠가 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조작만으로
기억의 개변 따위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대상이 내가 될리가 없다. 그녀는 나를 지키는...
아니, 지키고 있긴 한 건가?
"저 또한 반성해야 할 점은 있습니다"
"응? 반성해야 할 점?"
"아무래도 제가 보기엔, 당신은 이 반에서 형편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요
그래서 그냥 대충, 당신을 저의 동료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뭐?
반성이라고는 말하지만
얼굴에는 반성이란 건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형편이 좋아진 점도 사실
무카이자카 씨, 부디 저의 일을 도와 주지 않으시겠어요?
공공 기관의 보호를 받는다면
나나나기 시즈쿠도 당신에게 함부로 손대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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