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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26화 - 악마는 항상 성인을 속이는 법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26화 - 악마는 항상 성인을 속이는 법 -

개성공단 2021. 4. 1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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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몸집이 작은 사람이었을까

 

살레이니오의 종자 버나드는

라르그도 안을 시야에 넣으며 제일 먼저 그렇게 생각했다

 

라르그도 안이라는 여자는

그 명성과 영향력과는 달리 몸집이 정말 작았다

언뜻 보기에는 도시 통치를 관장하는 사람 같지 않았다

소녀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분명 한두 번은 버나드도 안의 모습을 본 적이 있을 텐데

멀리서 들려오는 그 행동이나 소문이

아무래도 상상속에서 그녀를 큰 모습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특히 지금은 장신의 투사 

테르살랏 르와나와 함께 있으니 더욱 그럴 것이다

 

 

지금 안은 테르살랏 외에는 몇몇 문관과 같이 있을 뿐

호위병을 대천막 안에 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이 곳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확실히 적지 그 자체

가령 호위가 있다고 해서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곳은 이상하게도 삼엄했다

살레이니오와 다른 원로들을 지키는 병사들이 천막 안에 죽치고 있었다

안에 대한 경계가 거기에 역력히 떠오르는 듯했다

 

버나드의 눈동자가, 둥글게 되어 색을 엷게 해 갔다

아무래도 위화감이 마음에 얼룩을 남기고 있던 것이였다

 

버나드에겐 이렇게 언뜻 보기에 소녀처럼 보이는 여자가

주변 사람들이 입술을 삐죽 내밀고 말하는

악랄한 속셈을 하고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뭔가 잘못되거나

그녀의 배후에 음모를 품는 자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만약 그러한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성녀나 대악의 누군가일 것이다

 

하지만 이때 버나드는 한가지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악마란 언제나 성자의 모습으로 남을 속이는 법이라는 것을...

 

 

 

 

"우선 전쟁에 관한 소식부터 들려드리겠습니다, 살레이니오 님

성녀 마티아와 영웅님께서 왕도 아르셰를 함락했다고 합니다

이로써 갈라이스트 왕국 동남부는 문장교의 세력권에 들어올 것입니다"

 

 

 

 

그 말에 살레이니오의 미간 주름이 깊어지고

원로들에게 한순간의 동요가 퍼졌다

그 말의 진위는 불분명하다, 여기에는 그런 보고가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전혀 무시할 수 있는 말도 아닌 것은 사실이었다

 

만약 사실이라면 더 빨리 도시 필로스를 탈환해야 한다

 

 

하지만 안은 더 이상 왕도의 화제는 언급하지 않고 입술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대천막 안에 준비된 원탁에 팔꿈치를 괴면서

작은 손가락으로 표면을 두드렸다

그러자 그가 데려온 문관이 양피지에 적힌 지도를 펼쳐놓고

알기 쉽게 표시를 해 나갔다

 

성벽도시 갈루아말리아, 용병도시 베르페인, 괴뢰도시 필로스.

 

그것들은 틀림없이 문장교가 영유권과 영향력을 가진 도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 주변 지역에까지

문장교는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문장교에는 그것을 이룰 만한

역사적 지위도, 그리고 병력도 없었다

만약 갈라이스트 왕국이 본능대로 턱을 열면

그대로 깨물어 버릴 수 존재에게

스스로의 몸을 맡기려고 생각하는 도시 촌락은 우선 없었다

 

그러므로 문장교가 영향력을 보인 것은

직접 통치하는 여러 도시와 아주 작은 촌락뿐이었으며

그것들은 말하자면 점과 점의 연결에 지나지 않았다

왕국이나 제후처럼 절대적 병력을

배경으로 한 영토가 있는 것이 아니였다

 

하지만 문장교가 갈라이스트 왕국의 왕도를 잘라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갈라이스토 왕국은 남쪽에 대한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북방세력으로 전락할 것이다

오거스 대하 동쪽 및 갈라이스트 왕국 남동부는

문장교의 세력하에 굴복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르티아 통일제국 붕괴 이후

처음으로 문장교는 자기 영토를 갖게 된다

주변 판도는 와해되버렸기에, 지도는 다시 써져야 할 것이다

 

그만한 그림을 혀로 말한 뒤

안은 볼을 느슨하게 하고 부드럽게 입술을 움직였다

그녀의 왜소한 체구가 지금 대천막 안에서 무엇보다 주목받고 있었다

 

안이 말하는 정보가

과연 사실일까 하는 의구심을 모두가 갖고 있는 것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말을 상대방에게 들려줄 만한 언변이

그녀에게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원로 살레이니오는 주름 잡힌 눈가를 찡그리며 턱을 당겼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냐?

그저 너의 거창한 꿈을 이야기하러 온 것은 아니겠지?"

 

 

 

 

안은 살레이니오의 말에 뭔가 넌지시 비추는 듯한 태도로 응수했다

그 눈동자 속에는 불손함이 어른거렸다

동시에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지도 위를 달려가기 시작했다

 

 

 

 

"제가 가져온 것은 제안일 뿐입니다

조직이 계속 비대해지면, 머리는 하나로는 부족할 것을 아실테죠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신 정도의 영역

우리는 모두 화합하여, 모든 역경을 헤쳐나가야 할 거에요"

 

 

 

 

안의 손가락이 지도상의 오거스 대하를 따라가며 꿈틀거렸다

그 국경선의 서쪽으로는 도시 필로스

그리고 동쪽으로는 갈루아말리아와 베르페인의 지명이 보였다

 

 

 

 

 

"그렇다면 성녀 마티아와 영웅님은 오거스 대하 서쪽을

동시에 살레이니오 님은, 오거스 대하 동쪽의 통치를 하시면 됩니다"

 

 

 

 

작은 입술이 마치 그것이 아주 쉬운 일이라는 것처럼 말했다

버나드는 순간 안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겨우 이해가 간 것은 살레이니오가 목쉰 소리를 냈을 때였다

 

 

 

 

 

"흐흐흐, 동쪽에 짱 박혀 있으라는 말을 하는 것이군, 안..."

 

 

 

 

물러나 있으라니 당치도 않다, 하고

안은 방울이 굴러가는 듯한 웃음소리를 내며 어깨를 움츠렸다

 

살레이니오야말로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주변의 원로들과 버나드도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뺨의 근육이 멈춰버리고 겁 먹은 표정 그대로 유지되었다

통상의 표정이라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 같았다

 

어쩌면 버나드는 이 여자가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말로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안은 오거스 동쪽을 살레이니오 휘하의 문장교 세력에게

넘기겠다고 하는 것이였다

 

 

 

물론 그것을 담보하는 것은 아직 나타나 있지 않았고

오히려 그저 말 뿐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럼에도 안이 문장교 세력,

성녀 마티아에 대한 배신에 가까운 말을 흘리는 데는

적지 않은 경악이 있었다

 

그녀는 성녀의 외팔이랄 수 있는 존재

그만한 능력과 신뢰가 그녀에게 있었다

게다가 안은 문장교보다 성녀에 대한 신앙을

더 강하게 보이는 모습마저 보였었기 때문이였다

 

그런 그녀가 조금이라도 배신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모종의 의심이라는 것을 사람의 마음에 품게 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은

어쩌면 거기에는 또 다른 진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할 정도였다

 

 

 

게다가 실제 안은 더 이상 쓸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도시 필로스의 병력과 물자식량의 상당수는

왕도전선으로 운반됬기 때문에

살레이니오의 군세에 맞설 저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병사들의 사기도 그리 오래 지탱되지 못할 것이다

자칫하면 통치조차 하기 어렵게 될지도

 

지금 그녀의 손발엔 녹슨 쇠사슬

짤랑짤랑 소리를 내며 얽혀 있는 것과 같았다

둘러싼 모든 것이 그녀를 앞으로 가게 하지 않으려고 매달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건 항복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고 버나드는 생각했다

 

아무튼 그녀는 지금 마지막 긍지를 가지고 여기에 있었다

어떻게든 문장교를 분단시키지 않고 세력으로 유지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본래 성녀에게 창을 겨누던 살레이니오에게 최후의 반격이란 것이였다

 

버나드는 자신도 모르게

손바닥에 땀이 맺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손가락을 꽉 쥐었다

 

 

 

 

 

"라르그도 안... 그래서 너는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무엇으로 내가 그 말을 믿게 할 수 있단 말이냐?"

 

 

 

 

 

살레이니오의 세월을 거쳐 간 눈동자가

그 빛깔을 강하게 하고 전방의 안을 바라보았다

말 하나하나가 안을 몰아붙이는 것 같았다

대답을 요구하는데도 불구하고

상대를 침묵시켜 버리는 듯한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말투였다

 

하지만 안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창을 내려놓고

필로스에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겠습니다"

 

 

 

 

 

살레이니오의 고목 같은 두 손이 서로 엉켜 생각하듯 살짝 기울었다

안은 여전히 미소만 짓고 있었다

여유를 부리는 것인지, 아니면 그럭저럭 철피를 붙이는 것인지는

밖에서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얼굴이였다

옛날부터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눈꺼풀을 무겁게 하고 살레이니오는 입술을 다물었다

그 역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버나드는 헤아릴 수 없었다

하지만 무엇인가의 타산이 그의 머릿속에서

난무하고 있을 것임은 확실했다

 

안은 정말 교의를 저버린 배신자일까

아니면 모두 모의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하지만 거짓말 치고는 너무 지나쳐

 

그 자리에 있던 인간의 사고가

그 순간 확실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뒤이어 살레이니오가 물었다

 

 

 

 

 

"너는 이 행동을 정의라고 생각하느냐"

 

 

 

 

 

그 물음은 예상을 못했을 것이다

안은 어리둥절한 눈망울을 만들며 살레이니오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것마저도 연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가다듬으며 안이 말했다

 

 

 

 

 

"살레이니오 님

이 세계에 있는 것은

정의와 악이 아닌, 진리와 그 밖의 것일 뿐 입니다."

 

 

 

 

 

살레이니오는 그 말을 듣고 살짝 손뼉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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