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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24화 - 그녀의 복음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24화 - 그녀의 복음 -

개성공단 2021. 4. 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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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도시 갈루아마리아에서 반란병이 봉기

자신의 사후 대책을 세워 주시길

 

 

 

안이 보낸 전령문

그것은 짧게 쓰여져 있었다

마치 자신이 죽을 것을 예견하는 듯한 말이였다

 

전령을 보내는 입장에서 보면 합리적인 말일지 모르지만

받는 쪽에게선 도저히 알 수 없을 것이였다

기재된 날짜로부터는 꽤 시간이 지났다

반란병들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령병도 멀리 돌아서 왕도에 도착한 것 같았다

 

문장교의 원로인 살레이니오와 그에 준하는 자들의 봉기

안의 전령문에 따르면 도시 필로스는 포위에도 임박했다는 것이였다

 

 

그렇다면

이미 최악의 상황이 되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상상되는 최악의 상황이, 눈꺼풀 밑에서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도시 필로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왕도에 눌러앉은 문장교군에게도 최악의 일이였다

 

만일 중계지점인 도시 필로스가 함락되는 일이 벌어지면

우리는 그대로 이 왕도에서 고립될 것이다

아직 거점으로 정립되지 못한 왕도에 갇혀 버리면

그 앞에 기다리는 것은 영락없는 것은 죽음...

 

그것만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

 

 

 

마굿간에 발을 들여놓으니

콧구멍을 짚냄새가 간질이고 말의 숨결이 귀를 찔렀다

발을 마루에 떨어뜨리면, 삐걱거리는 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려퍼졌다

 

왕도가 가진 마굿간도 이제는 참담한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찍이 씩씩한 군마가 늘어섰을 위용 같은 것은 조금도 없었고

시설은 황폐해져, 그저 문장교나

갈라이스트병의 말을 두고 있는 상태였다

 

마성의 종류에는 말을 탄다는 문화가 거의 없는 탓이겠지만

말 관리도 안 되고 일부는 식량으로 취급됐다니 최악이였다

그 놈들에게선 정말 물건의 가치가 없었군

 

군마 한 마리는 보통 사람이

일 년 내내 돈 버는 것보다 비싼 물건인데 말이다

뭐 마성에게 그런 말을 해도 소용없겠지만 말이다

 

원래 이곳에 있어야 할 군마는

갈라이스트 국군이 왕도를 떠날 때 북쪽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물론 그 모든 것을 가져갈 수 있던 건 아니였다

 

 

어쨌든 북쪽으로의 대이동은 급히 결정된 것

인간의 식량은 물론이고 말 원정용 식량도

거의 마련돼 있지 않았을 것이다

 

말은 인간보다 훨씬 물과 식량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군마도 일부 버려두게 된 것이였다

 

운 좋게도 마성의 피해에서 벗어난 것은

그리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군수물자가

부족한 문장교로서는 고마운 일이었다

 

그 중 한 마리를 군인이 고삐를 당기며 준비해 주고 있었다

나는 인사를 하면서, 그의 소정의 돈을 쥐어주었다

 

내가 관련 일을 해봐서 아는데

마굿관 관리 같은 것은 지독한 중노동에도 불구하고

대가성이 워낙 적기 일쑤였다

적어도 그 정도의 돈을 주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내게 반감을 가질 테니 말이다

 

 

 

 

"…루기스? 어떻습니까, 준비는 괜찮나요?"

 

 

 

 

마굿간에서 나오자마자 들린 것은 마티아의 목소리였다

그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군사가 어깨를 툭툭 쳐댔다

 

마티아의 모습은 언뜻 보기에는 여느 때처럼 보였지만

그 눈 밑에 엷은 거무스름함이 드리워져 있었다

화장에 가려 보이지 않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런 모습을 드러내는 건 마티아로서는 드문 일이였다

 

솔직히 사람들 앞에 드러내는 것치고는 마땅치 않은 모습이었다

군사를 보내고 나서 마티아에게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초조가 역력했고

평소 성녀의 모습은 이내 사라지고 없었다

 

 

 

 

"응, 이제 출발하려고... 안에 관해서 말인데

이번에도 혼자서 다 처리하고

늦었군요, 영웅님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나는 어깨를 움츠리며 굳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마티아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어쩔 수 없다

어쨌든 이번에는 외적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항쟁으로 피가 튀는다고 하니 성질이 나빴다

 

게다가 마티아로서는 자신의 한 팔이자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목에 칼날이 꽂힌 상황이였다

그것을 생각하니, 이것도 겨우 버티고 있는 것일 것이다

 

 

 

 

"피에르트에게 여기 방비를 맡아달라고 부탁했어

혹시 그 녀석이 뭔가 일을 일으키면, 그녀에게 의지해줘"

 

 

 

 

그러고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득한 위를 가리켰다

그 끝을 그대로 보면 거기에는 하나의 그림자가 있었다

 

휘청휘청 어스름한 허공을 흔들며

그리고 새에게는 있을 수 없는 궤도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것이 있었다

그런 곡예를 할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 뿐

 

보석 아가토스

 

 

마을 처녀 레우의 몸을 빌린 놈은

통제자 드래그맨이 죽은 뒤 그렇게 하늘에서

우리를 비웃으며 날고 있었다

 

무턱대고 손을 내미는 것도 아녔고,

왕도의 하늘을 떠나는 것도 아니였다

마치 이쪽이 무엇인가를 이루기를 고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의 목적을 모르는 만큼, 정말로 섬뜩했다

 

그러나 활과 화살도 마법도 제대로 닿지 않는 허공을

영역으로 삼아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결국 지금은 관찰만 할 수 있다는 게 결론이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행동의 파악이 잘 안되는 마인이였다

 

물론 관찰만 잘 한다면, 대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지금 문장교에서 그 마인에 대항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카리아와 피에르트, 그리고 엘디스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엘디스는 지난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고

여왕으로서의 책무도 있었다

그러니 피에르트... 카리아에게도 보석을 대비해주길 바랬지만

 

아무래도 둘 다, 모두 이것을 불복하는 것 같았다

할아범의 이상한 제안 때문에, 뭔가 언짢은 마음이라도 생긴 걸까

오히려 그들은 내가 전선으로 가는 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이 때만큼은 남에게 맡길 수는 없다

 

이 내란은 결국 나를 발단으로 해서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발길을 옮기지 않고

남의 일로 처리하고 마음 편히

잠자리에 드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있을 리가 없다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는 반드시 그것을 직시해야만 해

 

 

그러므로 가야 할 것은 나다

그 결과 만약 반란병의 창칼에 의해 안이 죽음에 이르렀다면...

 

그때는 나도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받아야 할 책무니까

 

피에르트는 레우의 신병을 염려해서인지

마지못해 하면서도 왕도에 남는 일에 수긍은 해줬지만

카리아는 아무래도 스스로 전선으로 나가겠다고 억지를 부렸다

 

뭐,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면도 있다

 

 

카리아도 안과는 이제 오래 사귄 사이다

그녀의 성격상 왕도에서 그저 그 안부를

걱정하는 행동은 안쓰러워 보일 것이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모든 것을 자신의 눈으로 수습하고 싶다는 게 그녀의 성질이었다

 

그렇게 두세 마디 말을 걸어

아무 걱정할 것 없다는 듯이 마티아에게 말했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마티아는 비통하다는 표정으로 이를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저기... 루기스, 제가 성녀로 적합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그렇죠?"

 

 

 

 

마티아의 입술에서는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번 사태는 심각하게 그녀의 심장을 파고들고 있는 것 같았다

마굿간 같은 곳에 온 것도 집무가 손에 잡히지 않아서였을까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지 말을 순간 잃었다

 

내가 옛날 모험가 노릇을 하던 중에

배신자나 동료를 속여 돈을 가로채는 놈들은 어디에나 있었지만

어쩌면 문장교 내부에서는 그런 일이 드물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원래 신앙으로 뭉친 패거리 인 것이다

게다가 늘상 진흙탕에 기어다니는 곤경과

돌팔매질하는 박해 속에 있었다면 단결하고

협력하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창을 들고 증오하며 서로의 혈육을 탐하고 있었다

마티아의 심정을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있어 달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왕도는 혼란의 와중에 있다

문장교와 갈라이스트병, 여기에 귀족들의 뜻도 부딫혀

누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아직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그런 불안정한 상황에서 성녀님이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문장교 내에 불안이 병마처럼 번져갈 것임에 틀림없다

 

마티아는 뿌리깊은 큰 나무처럼

떨지 않는 정신을 가진 여자지만, 지금은 그 뿌리부터 잡아먹히고 있었다

이럴 땐, 본래는 내가 아니라 안 같은 측근이

말을 걸어 줘야 하는 것이겠지만...

 

눈꺼풀을 깜박이며 마티아와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러고는 그녀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말했다

 

 

 

 

 

 

"흐음... 언제였는지 모르지만 나에게 말한 적이 있었어

당신은 기억할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말야"

 

 

 

 

그래, 용병 도시 베르페인에서...

내가 제멋대로인 행동을 해서

성녀님께 봉변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녀가 한 말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뭔가 탓하는 말이기도 했지만

확실히 하나의 구원이기도 했던 것이였다

 

그때처럼 마티아의 두 어깨를 들며 말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수정처럼 옅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네가 성녀가 아니었다면

적어도 난 여기까지 문장교와 어울리지 못 했을 거야

너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알려줘, 마티아

이젠 자부심을 갖는 게 어떨까?"

 

 

 

나는 그녀가 내게 해줬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 듯이 말했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져서 어깨를 움츠렸다.

 

마티아는 나를 올려다보듯 하면서

순간적으로 눈을 부릅뜨고 입술을 떨었다

 

 

 

 

 

"네... 루기스, 갖고 말고요, 지금 당장..."

 

 

 

 

아직도 마음에 술렁이는 것이 있을 텐데

마티아는 다부진 표정을 짓고,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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