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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32화 - 증오의 행방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32화 - 증오의 행방 -

개성공단 2021. 4. 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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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에 의한 도시 필로스로의 진군 감행

뜻밖에도 그 자리에 있던 천여 병사의 대부분이 이 진군을 따랐다
살레이니오의 유해가 마수에게 먹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남은 것 말고는 거의 전부였다

누구나 목적을 갖고 싶어했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내 할 일을 원했던 것이였다
지휘관 살레이니오가 숨져 공백이 된
그 자리에 버나드의 말이 꽂혔다

버나드는 물결치는 칼날을 허리에 차면서 선두에 올랐다
이제 도시 필로스의 그림자가 그의 시선 끝에 어른거렸다

살레이니오의 원정, 그 전술 목표였던 도시
현재의 문장교 거점인 동서를 잇는 이곳을 함락시키면
성녀도 이곳과 교섭하는 자리에 앉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살레이니오가 죽은 지금은
그렇게 쉽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버나드는 잘 알고 있었다
성녀 측과의 협상도 그의 입김이 있어야 잘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하고 무릎을 꿇는 것은
살레이니오에 대한 배신이라고, 버나드에게 느껴졌다
병사들 역시, 같은 생각을 안고 있을 것이다

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적어도 우리가 신망했던 사람들에 대한 배반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런 독불장군 같은 감정이 그들의 가슴속에 진흙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버나드의 뺨을 찬바람이 후려쳐 갔다
동시에 안구가 건조하고 눈시울이 따가웠다

도시 필로스의 성문은 약간의 수리가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과거 마수의 습격을 받았을 때의 상처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결코 견고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버나드는 용병 시절 이런 도시는 자주 봤었고 말이다



근데... 버나드가 보는 앞에서 문이 삐걱거리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어째서? 버나드는 의문을 품으며 그것을 보았다
그들의 군사는 아직 소수일 터이고
군사를 거느릴 장수도 지금은 없을 터이다
그런데도 문을 열다니?

하지만 다음 순간, 그런 의문을 털어 버나드의 눈에 경련이 일어났다
그는 검을 허리에서 뽑으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적이 성문을 연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였다
등 너머로 병사들의 웅성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성문 정면에서 말을 타고 있는 자가 보였다
그는 초록색 군복을 눈 속에서 빛내고 있었다




"…...너희들은 이곳에 쳐들어 온 적인건가?
문장교끼리라면 적인지 아군인지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말이야"




어딘지 표연한 태도로 사내는 말했다
옆에 그의 품에 날이 선 은발의 여성이 나란히 서 있었다

그가 살레이니오가 군사를 일으킨 가장 큰 요인
문장교 세력 확대의 일등공신, 영웅 혹은 대악이라고 불리는 자

루기스 그 사람이 뒤에 군사를 거느리며
필로스 문 앞에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버나드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떠졌다

그렇구나, 그런 거였어...
버나드는 모두 수긍한 듯 눈을 찡그렸다

라르그도 안의 배후에는... 역시 이 대악이 있었던 것이다
아아, 이 남자 때문에 우리의 주인이 죽어버린 거야

증오할 만한 그 상대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버나드는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듯한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





숨이 살짝 입에서 새어 나왔다
그것은 희뿌연 안개가 되어 허공으로 치솟았다
조금 전까지 말을 몰게 하고 있었으므로
아직 폐가 그 몸을 약동시키고 있었다

눈앞에 다가오는 병사 일대로 하여금 서서히 시선을 기었다
경계는 하고 있었지만, 이쪽으로 그냥 덤벼들 기색은 아닌 듯 했다
대장 격인 듯한 장신의 사나이가 위풍당당하게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옆에서 카리아가
그 시선을 강하게 강하게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 우리의 지휘관, 살레이니오 님은 당신을 적으로 생각하셨지
그래, 네 말이 맞다... 우리는 서로 적이다!!"



그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이였기에 말이다

어차피 적이라면 우리야말로 아군이라고 말해 두었더라면
이쪽을 기습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을 내가 믿을지는 다른 이야기지만
그래도 현혹시킬 정도의 의미는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그는 나 같은 사람과는 달리
완전히 정직한 인간 같았다
젠장할, 이런 패거리는 별로 적에게 돌리고 싶지 않은데 말이야

어쨌든 이번에는 같은 문장교의 적
상대가 정직할수록 아군들도 그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게다가 이왕이면 적은 비열하고 흉악해야
이쪽의 약간의 양심도 상하지 않는다는 것이였는데...

옆에서 고삐를 당기며 카리아가 입을 열었다
은발이 흔들리며, 광택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살레이니오라는 자는 어디에 있는가?
지휘관이라면 숨어있지 말고, 앞으로 나오도록 해라!"





장신인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그는 검을 휘두르며 목청껏 말했
그 칼끝이 이쪽을 똑바로 향하고 있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우리 지휘관, 살레이니오 님을 죽인 것은 네 놈들이 아니냐!"





카리아의 눈빛을 물리치듯 그는 말했다
긴 팔을 떨며 그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눈이 타오르듯 출렁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느린 병사들 역시 사내와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그 눈동자가 나타내는 감정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여하튼 나 자신도 자주 그런 눈동자를 했었기 때문 일 것이다

그 감정을 품은 사람들은 대개 더 이상 물러서지 않았다
머리로는 불합리하다고 잘 이해하고 있어도
마음이 전혀 승낙을 하지 않는 것이였다
증오라는 감정은 사람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 법이다

병사들 말로는 살레이니오와 협상하기 위해
안이 도시에서 빠져나와 그의 진지로 갔다고 들었다
브루더와 베스타리누도 데려갔다 그러는데... 흐음
그렇다면 안이 알아서 처리를 해준 것인가?

반란이나 혁명이란 대개 주모자가 목숨을 잃으면
그것으로 모든 기세는 죽고 마는 법이다
안도 분명 이를 노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재주가 그것을 훌륭하게 해낸 것일 게다



그렇다고 다 걸음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니였다
어떤 것에 이빨을 드러내지 않으면
다른 길로 나아갈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 인간이였다

내가 그러했듯이 그들 역시 그러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장신의 남자가 칼날을 내게 향한 채 입을 열었다
시선이 내 뺨을 관통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압력까지 느껴질 만한 것이 담겨 있었다





"대악 루기스!
너와 당당히 칼날을 주고받고 싶다!
너에게 전사로서의 긍지가 있다면, 나와라!"





목소리가 허공을 잘 내닫았다
남자의 거무스름한 피부가 잘 다듬어져 있었다
아마도 이것은 일기토... 일대일 대결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이전, 대폭풍 발레리 브리트니스로부터 던져진 것에 비해
상당히 품위있는 권유 방법이었다
그를 키운 사람은 의외로 품위가 좋은 자였을지도 모른다

카리아가 내 이름을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알겠다! 긍지는 잘 모르겠지만..."





병사는 내가 데리고 자를 포함해도 이쪽이 소수
농성을 하려고 해도 군이 거의 갖추어지지 않은 이 상황이였다
정면으로 서로를 물어뜯는 일만은 피하고 싶었다

게다가 나 자신 또한
가능하다면 군사를 너무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이것은 문장교 내부의 항쟁
만일 군사가 죽으면 반드시 거기에 원한은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은 대개 최악의 상황일 때 다시 싹트기 마련이다





"자...잠깐, 기다리거라
네가 나설 필요는 없지 않느냐
내가 단숨에 해치우고 돌아 오겠다
이번에야말로 자네는 여기서 지켜보고 있어라"






카리아는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색의 눈이,  흔들림을 띠고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당황했다
설마 카리아가 자기가 나서겠다고 생각할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카리아를 억누르고 달래듯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말에서 내리니, 말 위의 카리아를 살짝 올려다보는 형태가 되었다





"안 돼, 녀석은 나를 미워하고 있잖아
이젠 감정을 부딪칠 곳이 나 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이번의 내분은 어떻게 말해도 내가 원인이니까 말야"





복수심은 마음의 악마요, 마음의 평화다
보복은 누구나 갖는 당연한 권리인 것이다
그걸 실컷 겪어본 내가 어떻게 거절하겠는가?

더는 이성으로 할 얘기가 아니다
그의 안에 있는 분노가 나에게 칼을 들이대는 것 외에
다른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불안하냐고 카리아에게 물었다
그러자 카리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아니... 아니다
그래, 그런 의미라면 어쩔 수 없겠군
하지만 가끔은 방패에 의지해야 한다"

"언제든지 의지할게"





허리춤에서 보검을 뽑았다
그것을 강하게 쥐자 호응하듯 보검은 칼끝을 울렸다
이미 오랫동안 지낸 탓인지 마치 대화라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걸음을 옮기며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거 실례지만, 이름을 물을 수 있을까?"




내 앞의 사내가 검을 들고 입을 열었다
물결치는 칼날에 햇빛이 반사되어 자줏빛을 보이고 있었다





"버나드다
살레이니오 님의 뜻 아래 당신을 죽이겠다
당신이 사는 한 나에게 평온은 없을 테니까"





말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이제 말을 나눌 시간은 끝났다
칼날과 피만을 주고받는 시간이 여기에 있었다

쇳소리가 세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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