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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44화 - 개막을 알리는 천둥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44화 - 개막을 알리는 천둥 -

개성공단 2021. 4. 14. 20:01







"문장교가 파병을 하려는 건가, 철수를 하려는 건가, 라키아도르?"




볼버트 왕조가 자랑하는 마도 장군 중
한 명인 마스티기오스 라 볼고그라드는 타는 듯한 빛을
검은 눈 속으로 드러내면서 굳은 입을 열었다
시야에는 이미 도시국가군의 동쪽 끝, 문화도시 딘하임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시문은 한 치의 틈도 없이 닫혀 있어
여느 때의 흥겨운 분위기는 간파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다른 도시국가에서 온 원병도 없는 듯했다
항상 소란스럽고 재미있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딘하임을 아는 이로부터는
기이할 정도로 너무나도 조용했다

물론 지금 볼버트군의 창에 밀린다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병사들이 민첩한 움직임으로 전열을 구축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마스티기오스의 부장 중 한 명
에일린 레이 라키아도르는 상관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각하, 저들은 파병을 온 군사들 같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위협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병사는 5천이 채 안되보이고, 마법장갑병보다 못한 잡병입니다
싸우기 위한 병사가 아니라, 피난을 위한 군사 같습니다"




에일린은 깃털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면서도
전쟁터를 의식하지 못하게 하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또렷한 눈동자는 찬란했고 흑요석 같았다

볼버트군의 누구나가 마인 라브르에 대한 증오를
가슴속에 품고 있는 가운데, 그녀만은 모종의 자연스러움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 늘 하던 대로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깔보는 듯한 행동...

레이 라키아도르 가문이라는 명가의 혈통을 이어받아
그 안에서도 희대로 칭송되던 마법사의 재주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였다

사람을 깔보는 것이 훌륭하게 되어 있다
마법사가 아닌 자에 대해서는 특히 그랬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 특유의 것도 아니였다
마법사란, 많든 적든 그런 측면을 가지는 것이었다

옆에서 에일린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찌르는 듯한
둔탁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남자 목소리였다




"정말 객관성이 결여된 식견이군, 에이린
너라는 녀석은 편향된 시각밖에 할 수 없는 건가?"




남자는 심한 언짢음을 미간에 새기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웃음 같은 것을 뺨에 띄우고 있었으니, 뭔가 이상했다



하인드 뷰세
에일린과 마찬가지로 마스티기오스를 따르는 부장이면서도
그는 에일린과 정반대의 성질이였다



다루는 마법 경향에서도 그렇고
무엇보다 그는 에일린처럼 명문가 출신이 아니였다
그보다는 마법사 집안도 아니고 영락없는 서민의 핏줄이였다

그런 그가 볼버트 군의 부장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그가 가진 재주의 증거이기도 했다




"하인드, 한 번 들어보겠다
네가 하는 말이니, 의미가 있는 거겠지"


"문장교가 보낸 것은 단순한 잡병이 아닙니다
장수 루기스 브리간트, 대악, 영웅, 왕도 탈환자
이젠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가 스스로 문장교 군사를 이끌고 있다 합니다"



에일린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하인드가 말했다
순간 에일린의 날카로운 입술이 쓱 입꼬리를 낮췄다

그것은 모멸이 아니었고, 어이없지도 않았다
다만 조용한 감정이 에일린에게서 웃음을 잃게 만들었다

그 광경은 마스티기오스로는 늘 있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부장 두 사람의 사이가 험악한 것은
볼버트 군으로서는 드문 일도 아니였기에 말이다

어쨌든 마법사란 것들은
너나 할 것없이 자신의 유일한 재주를 오만하게 부리는 자들의 모임
이타적인 아닌 이기심, 관용보다는 오만함들이 거기에 모여 있었다

볼버트 왕조가 대륙 곳곳에서 뛰어난 마법 문화를 가지면서도
여전히 동방의 패자에 지나지 않은 것은, 그런 마법사의 성질이 컸다




"왕도 탈환은 의심스럽습니다
마법도 부릴 줄 모르는 미개한 자가
갈라이스트 국군을 물리친 마인을 물리쳤다뇨?
지금 하인드는 자신과 같은 서민의 활약을 부풀리는 겁니다"


"역시 명문가 놈들은 다 색안경을 쓰고 있군
특히 너는 아예 눈알을 새로 씻는게 나을 것이다!"



에일린과 하인드. 그렇게 말하는 물과 기름이 서로 반발할 때마다
공기는 험악해져 마의 농도를 더해갔다
내성이 없다면 그만 기절해 버릴 것이다

찰칵하고 마의 충동이 맞물리며
양자가 소리를 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그 싸움을 깨는 것은 언제나 한 사람의 목소리였다




"이렇게 싸우면, 무슨 득이 있겠는가!
기뻐하는 자들은 도시국가와 마인들일 것이다!"




마스티기오스의 무겁고 침통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목소리
드물게 압박감마저 느껴지는 상관의 말투에
에이린, 그리고 하인드는 함께 입을 다물었다

양쪽 모두 평소 다투었던 것은 사실
하지만, 이렇게도 위험했던 것은 오랫만일 것이다
그것을 성사시킨 것은 가슴속에 숨겨지지 않을 만큼의 초조함이였다

대마 브릴리간트에게 조국을 짓밟혀
자신들 마법사가 손가락 인형으로 취급되는 것은
너무나도 가슴 저미는 굴욕이었다
냉정해질수록, 그 감정은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마성에의 적개심, 분노와 조바심
그런 것을 누구보다도 많이 느끼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마스티기오스일 것이다

마스티기오스는 덩치가 큰 체구를 기울이며
굵은 손끝을 누구도 모르게 움켜쥐고 있었다



그러고는 무심코 그는 스스로 물었다
국가의 수호를 맡아야 할 마도장군의 임무를 맡으면서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말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단지 마성에 좋도록 쓰이고 있을 뿐이야
아무리 국가 자체가 위험에 빠졌다고나 하나, 이게 무슨 일인가

문장교의 영웅 루기스라든가 하는 것은
스스로의 위험도 되돌아보지 않고
목숨을 걸고 역경에 항거하려 하고 있다고 한다
대악, 황금, 마인살인... 그 별명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마스티기오스에게는 알 턱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마스티기오스가 이끄는
볼버트군의 송곳니를 깨뜨리려고 칼을 치켜든 것이였다
스스로의 의지로, 지켜야 할 사람을 위해서 말이다




그에 비해, 자신의 꼴은 이게 무엇인가?
격에 맞지 않게 마스티기오스는 자조하며 뺨을 일그러뜨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의 생각이 가슴속에 들 것 같았다



이러니 국가는 커녕, 딸 하나 구하지 못했겠지



펄펄 끓는 것이 마스티기오스의 가슴속에 있었다
그 감정의 정체는 이젠 너무나도 뻔했다
그는 차가운 숨을 폐로 들이마시면서 뜨거운 입김을 내뿜었다

다음 순간 마스티기오스는 감정을 모두 억눌러 죽였다
자책감도, 회한도, 분격조차도 삼키고, 양팔에 마력을 둘렀다

그리고 천막 밖에는 병사들이 정렬을 완료하고 있었다

일반병 2만5천, 마법장갑병 8천, 마법병 2천
기타 소부대를 포함한 군세가 도시국가군을 휩쓸고 있었다



이미 한 번 전쟁터에 선 이상
져야 할 의무가 대장에게 있었다
적어도 마스티기오스 라 볼고그라드라는 남자는
그 의무를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나란히 선 부대장과
병사의 물결을 향해 마스티기오스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그의 두 팔을 감싼 천둥이 위세를 더해가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잊지 말거라
우리는 언제든 어디든, 우리를 위해 싸우는 것이다!
우리의 피와 살은 우리의 등에 있는 부모와 애인
그리고 아직 보지 못한 자손을 위해 있는 것이다!"




큰 소리가 전장을 달려갔다
바람을 타고 문을 넘어 문화도시 딘하임까지 날아갈 기세였다

병사는 마스티기오스의 말에 부응하듯 소리를 질렀다
그것은 그들이 해낼 수 있는 말이자 외침이였다

마스티기오스는 크게 팔을 치켜들고 천둥을 쳤다





"병들이여 앞을 향하라!
아직 태어나지 못한 자들을 위하여!
모든 길은 이 마스티기오스가 열리라!"



순간 갈채를 연상케 하는 병사의 우렁찬 외침과
부동의 대지조차 떨리게 하는 그 굉음이 들렸다

동시에 마스티기오스가 내민 팔이 내려쳐졌다
마스티기오스의 양팔에 직접 새겨진 마법기구가
엄청난 마력을 빨아올려 마법을 이뤄 나갔다
그야말로 신들의 굉음처럼 말이다

전역의 시작을 알리는 듯 천둥소리가 포효를 올렸다
도시문 자체를 파괴하려는 듯 천둥이 포학의 어금니를 드러냈다





후세에 마호전쟁이라 불리는 이 전쟁은
틀림없이 한 천둥으로 막을 올렸다고 기록될 것이다


피에르트 아버지가 마스티기오스고

볼버트 왕조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도시국가를 침략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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