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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46화 - 마성의 이름은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46화 - 마성의 이름은 -

개성공단 2021. 4. 14. 23:15





"라브르... 마인 라브르라... 전혀 짐작이 않가네"




가슴속으로 중얼거리고 입으로 말을 해 보면서도
내 머리에는 그 마인의 모습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마인 러브르
볼버트 군이 그녀와 함께 있다고
타 도시와 척후병으로부터 여러 이야기가 들어왔다
그 빈도라면 마치 볼버트 군이 그 이름을
떠들썩하게 알리는 것 같기도 했다

볼버트 왕조가 그의 마인과 힘을 합쳤는지
아니면 목줄을 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적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마원이나 그 모습조차 잡히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혀를 차고 머리를 감쌌다
아직도 머릿속에 숨겨져 있는 예전의 기억 중
유일하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대마, 마인들에 대한 지식뿐인데
이런게 생각나지 않아서는 심히 곤란했다

물고 있던 담배를 다시 물고
갈루아말리아 성벽 내 집무실
과거 마티아가 사용하던 방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앞의 책상에는 둥글게 뭉친 양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모두가 과거 통일제국 때보다 더 태고의 시대를 적은 것이었다
어떤 문헌에서 옮겨 쓴 지식이나
어느 시대의 문자인지 알 수 없는 것도 섞여 있었다

마티아 왈, 대마, 마인, 그렇게 불리는 존재들 중에는
과거의 신화, 전승에 이름을 새긴 자들도 있다고 말이다


그들은 큰 마와 그 종복
사람의 몸, 아니 마성의 종류에서도
비견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신화 시대에 있어서는
사물의 이치나 시간의 흐름마저 왜곡시킬 정도의 힘을 말이다

그래서 시대에 따라 그들은 신으로 추앙받았고
어떤 때는 사로 폄훼되기도 했다
어쩌면, 보다 태고의 시대에는 사룡이라고 불리는
브릴리간조차도 신으로 숭앙된 시대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런 옛 신화나 기록의 상당 부분은
통일제국 시대에 모조리 파괴되어 버렸는데 말이다



그러므로 기록을 의지한다면
문장교가 보관해 온 얼마 안 되는 문헌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쌓아 올린 양피지 속에도
라브르라고는 말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그런 옛 문자의 것을 내가 읽을 수 있을리도 없기 때문이도 했고
문장교의 문관에게 하나하나 물어볼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얻은 지식이라고는 대마, 사룡 브릴리간트에 대한 것뿐
이 친구에 대해서는 신령 아르티우스가
스스로 심장을 도려냈다는 신화가 남아 있었다

대마 브릴리간트는 세상 악의 근원이며
고통과 죽음을 부르는 사악한 존재
내뿜는 독은 대지를 용해했고
그 파동은 사람의 운명마저 뒤틀리게 했다

이거 믿을 수 있는 건가, 전혀 모르겠군
문헌의 모든 것이 진실이라고 해도
그럼 이 녀석의 심장을 부순 아르티우스는 어느 정도의 괴물이었는가


결국 수확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물론 문헌의 바다를 뒤져
묘지에 한쪽 발을 디디고 있는 도시를 구할 수 있다면
고금의 영웅은 모두 전쟁터가 아니라
문헌을 향해 칼을 휘두를 것이다

공연히 시간을 낭비했누
이쪽의 사정에 관계없이
마인 라브르와 마도 장군 마스티기오스는
이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데 말이야

한숨을 내쉬고 있더니,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들어가겠다, 설마 싫다고는 하지 않겠지?"




그 한마디와 동시에 집무실 문이 스스럼없이 열렸다
내가 고개를 끄덕일 사이도 없이 들어왔으니
거절하는 소리가 있든 없든 마찬가지일 것 같긴 하지만
아마도 그녀로서는 그녀가 가진 최대한의 예의였을 것이다

물론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게 있었으니

햇빛을 받아 평소보다 늠름한 빛을 발하는 은빛 눈동자였다



"아가씨라고 불러드릴까요?
뭐 좋은 소식이라도 가져 오셧는지"




카리아는 어깻죽지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서
입꼬리를 올리고 종이와 나를 보았다
그 자체를 담은 표정으로 적어도 나쁜 소식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험상궂은 표정만 짓는 줄 알았는데
카리아는 의외로 표정이 풍부한 여자일지도

한 박자를 놓고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고 카리아는 말했다




"좋은 소식은 딱 하나다
갈루아마리아의 위병은 나름대로 실력이 좋더군
무기나 자재도 취급이 좋았어
식량도 교역도시 답게 잘 쌓아두고 있었다
농성하기엔 더 할 나위 없겠군"



그 말을 듣고 눈썹을 한껏 일그러뜨렸다
카리아의 떠드는 말이 들리면서도, 전혀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소식 자체는 정말 좋았지만
식량도 군사도 전혀 쓸모없고, 성벽도 쓸모없으니
결국 발길을 돌려 도망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만큼 좋은 재료가 갖추어져 있는 가운데
나쁜 소식은 무엇일까, 귀 자체가 듣기를 거부하는 것 같았다





"우리의 원병, 베르페인이 불러온 용병, 예비병력도 포함해
음.... 고작해야 3,4천명이 최대일 것이다"




그러면서 카리아는 목소리를 무겁게 했다
지금부터가 나쁜 소식이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카리아는 그 미소를 깊게 지었다




"더 나쁜 소식이 뭐야?
설마 우드가 감기라도 걸렸다는 건가?"




그저 기다리기엔 견딜 수 없어 입을 열었다
카리아가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닥쳐라 이 멍청한 놈
볼버트 군의 진군속도가 이상하다
오래간만의 정복행위에 취해 있나보군
늦어도 이틀 후면 이 성벽에 올 것이다"





반사적으로 볼이 굳어졌다
아니 쥐가 났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콧구멍을 지나가는 냄새가 현실감이 없었다

사방에서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볼버트 군이 갈루아말리아의 대성벽을 보기까지 적어도 7일
잘하면 10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었다
그것도 흡사 낙관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계산으로서 말이다

어쨌든 군에 의한 침공이라는 것은
단지 도시를 압도적 무력으로 때려 날린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였다

이후의 통치를 내다보는 인심 장악, 반란 억제, 식량 확보 등
예를 들면 끝이 없지만 어쨌든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 많은 것을 뒤로 미루더라도 함락시킨 도시를 확보할 만한 병력은
할애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군을 재편할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전쟁에서의 통상적인 짓이니
전쟁이란 그저 노는 것이 아니니까

아... 아니... 아니야...



사고가 차가워지기 시작할 무렵에
주먹을 불끈 쥐고 억지로 의식을 되찾았다
손톱이 아픈 것도 잊고 살을 파먹고 있었다

차갑게 식었던 머리가 이번에는 수치심과 분노로 뜨겁게 타올랐다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 탓이였다

한심하다. 너무 어리석어서 내 목을 졸라주고 싶었다
결국 강대한 적의 군세 앞에서
나는 내 맘대로 물건을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이렇게 할 게 분명해, 이래야 해, 그래야 해



놈들에게는 마인이 따라다닌다는데
그런 상식적인 생각이 어찌 들어맞을 수 있겠는가

조금은 믿어달라고 안에게 잘난 척을 해놓고도
이런 식이라니 너무나 웃길 지경이군
나는 자조를 머금으며, 카리아에게 말을 재촉했다





"또 하나 있다
다른 도시국가의 반응은 나쁘기는 여전하다
이것만은 네 말이 일치했군"


"그런 거 말해주지 마
이래뵈도 상처입었다고
나는 마음이 유리처럼 여려서 말이야"




갈루아말리아에 도착하기 이전부터
아직도 무사한 철공도시 포르타스 등에
몇차례 협력 요청의 사자를 보내고 있었지만
역시라고 해야 할지,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아무리 볼버트군을 위협적이라고 해도
아무리 이쪽이 협조 의지를 보여도
그들의 의지는 굽히지 않았다

참으로 훌륭하군
과거 국가라는 국가가 그 윤곽을 잃을 때까지
손가락 하나 끼지 않으려 했던 우리들 인간답지 않은가

이제는 정색하고 화해해야 하는 상황일텐데
울든 부르짖든 적은 올 것이다
마법장갑병을, 마법병을 거느리고 재난처럼 와르르 올 것인데...

연명하려면 피를 대가로 내놓고서라도 이를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일어서서 보검을 어루만지고, 손잡이를 잡았다





"카리아, 정문 앞 방위를 부탁할게
이틀 사이에 최대한 진을 쳐주겠어?"




그렇게 말했을 때 문득 깨달았다
카리아가 정면에서 종이와 내 얼굴을 보고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 방에 들어온 순간부터 계속되었던 것 같았다

카리아는 작은 미소를 띤 채 짐승 같은 눈의 빛을 띠고 말했다




"흐음... 네 놈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알겠다
네 놈도 나와 함께 정문 앞에서 방어를 하겠다는 것이군?"




문득 손가락이 삐걱거렸다
목이 탄 것처럼 따끔따끔했다
카리아가 느닷없이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말이다

카리아도 우리에게 진지한 지휘관이 부족하다는 건 알고 있을 것이다
기사 교육을 받고 자란 카리아
용병을 이끄는 데 능한 베스타리누 같은 존재는 극히 드물었다

그런 이들이 전쟁터에서 얼마나 군사들에게 도움이 되겠는가
나 같은 병사와 함께 돌격해 주는 정도 밖에 불가능한 존재와는 별도로
주요한 장소에서 지휘를 발휘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ㄷ

물론 나도 카리아가 말하는 것은 대충 알 것 같았지만
카리아와 같은 최대 전력을 내가 끌고 다닐 수는 없다

아마 카리아는 이런 문답이 될 것을
이 방에 들어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말은 곧 터져나왔고, 그리고 나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만약 그게 맞다면... 거절하겠어
루기스, 너 지금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거 아냐?"





등골이 오싹해졌다
착각... 그 말은 뭔가 어디서 들은 것이였다
그것도 다름 아닌 이 갈루아말리아라는 땅에서 말이다
카리아는 정말로 즐거운 듯이 웃고 있었다




"그립네...? 네놈은 꽤 많이 변했지만
역시 변함없는 부분이 있어, 물론 나도 말야"




카리아는 발소리를 내며 나에게 다가왔다
이는 말하자면 사자가 사나운 어금니를 드러내며
포효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카리아의 긴 손가락이 내 목덜미를 천천히 어루만졌다
나는 그녀의 손톱을 살짝 느낄 수 있었다




"대답하라 루기스
나는 네놈의 뭐지?
무대 위의 배우인가? 아니면 몸종인가?"



나는 뭐든 발뺌하기 위해 무작정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그것만은 말해서는 안 된다고 본능이 고하고 있었다

바로 정면에서 은빛 눈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조금의 틀림도 없고 막힘도 없었다
단지 카리아는 내게 그저 순수한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였다

마치 그 밖의 일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말이다...

나는 입술을 닫으면서, 소리를 냈다




"그...그럴리가, 카리아
너는 나의 유일한 방패잖아, 아까울 정도로 말이야"


"아냐, 너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이제 원초의 마성이라 해도 좋을 만큼
존엄과 격식을 갖추면서 카리아는 요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예전에 갈루아마리아에서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것은 41화를 참고해주세요

 

문장교의 갈루아마리아 공성을 위해

카리아에게 도시국가의 기사단에 잠입해달라는 것인데

매몰차게 거절의 뜻을 받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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