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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96화 - 목숨을 건 소망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6장 동방 원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96화 - 목숨을 건 소망 -

개성공단 2021. 4. 3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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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버트 수도의 베핌스 산


지금 거기에 전설은 있었다
검은 윤기가 흐르는 비늘에 거인조차 부수는 송곳니와 발톱
우람한 양날개는 하늘 그 자체를 뒤덮는 듯 했다

천성거수 브리간트
용의 왕이자 거인왕, 정령왕과 나란히 선 대마의 한 기둥

하지만 지금 여기 있는 몸은 단지 빈껍데기였다
일찍이 아르티아는 그의 심장을 부숴 이 몸에서 마력과 영혼을 박탈했다
지금은 호흡을 하고 마력이 쌓이면
그저 인간에 대한 증오만하며, 움직일 만한 의지 없는 존재

그것의 앞에 서서
톱니바퀴 라브르는 양다리를 어깨넓이로 벌렸다
자신감이 넘친다기보다는 당연한 일을 하겠다는 눈치였다
인형과 같은 용모는 더욱 곱고 아름다움이 넘쳤다

양손으로 안아 올려지고 있는 것은 긴 검은 머리의 여성
그 몸 그 자체가 마력의 핵이 된 피에르트 라 볼고그라드



겉모습은 인간이었을 때와 다름없지만
라브르는 그녀의 마력구조를 정성껏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만들었다

즉, 용이 보유한 만큼의 마력을 순환시킬 수 있도록
대마로 군림하기 위해 필요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그녀의 몸에는 새로운 마력혈관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제 그녀의 체구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의식은 마력에 매몰되어 눈을 뜨지 못할 것이다

라브르는 용의 허물 앞에서 심장을 끌어안으며 중얼거렸다
무감정하면서도 황홀한 빛깔을 띤 목소리였다





"용왕 브리간트, 아니 우리의 주인이시여 재탄생의 날이 왔습니다
기뻐 해주십시오, 세상은 다시금 당신이 만들어낸
올바른 기계장치의 운명에 즉시 바른 세상이 인도될 것입니다
우리가 수천 년동안 빌어왔던 비원이 지금 여기서 달성 될 것입니다"




몸도, 심장 준비도 마쳤다
마인 루기스가 인간에게 붙었다고 했지만 라브르에겐 아무상관 없었다

그의 역할은 심장에 라브르의 원전 톱니바퀴를 계속 공급하는 것
그러면 심장을 통해 브리간트 님에게도 원전이 주입될 것이다

그 다음에 독극물 쥬네르바가 순조롭게 움직여 준다면 문제는 없다
인간이 많이 살해되면 그만큼 마력은 공기를 갉아먹고 농도는 올라갈 것이기에

게다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쥬네르바에도 준비를 하고 있다
실패는 있을 수 없고, 주사위가 어디로 굴러가든
목표는 어떻게든 완료될 것이다, 아주 훌륭하군




"독극물 쥬네르바, 당장 당신의 좋은 성과를 기대하죠"





쥬네르바에게도 했던 말을 되풀이하며
라브르는 수도 쪽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녀의 눈에는 약간의 감정이 배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가도를 침공하는 마군에 대해
인류군은 주로 삼면으로 나뉘어 항거하게 되었다
가도의 우측 방면, 좌측 방면, 그리고 중앙 방면으로...

우익에는 하인드와 에일린이 이끄는 이천병
좌익에 거인 카리아가 이끄는 삼천병
그리고 중앙에는 마도장군 마스티기오스가 이끄는 오천병에
루기스가 함께하고 있었다

상대는 5만을 넘을까 하는 마의 군세
하늘을 덮고, 땅을 짓밟으면서 놈들은 왔다

하지만 전력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우세한 것은 인류측이었다


마군은 하늘과 땅에서 다가왔지만
하늘에서 다가오는 마조에 대해서는 마법과 궁병이 달려들고
땅을 달리는 마수들은 굵은 나무들로 구축된 진지와 창에 막혔다

또 좁은 가도에 대해서 말하자면, 수의 우세가 완전하게 기능하지 않았다
조직과 명령계통이라는 개념이 희박한 마군에게는
효율적으로 일부를 분대해 유격대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고
그저 짓누르기와 돌격만 되풀이할 뿐이였다

그 때문에 그들은 한때의 열세를 강요당하고 있었다
다만, 이 돌격도 완전히 잘못된 방법은 아니였다

마군과 인류군의 병수 차이는 압도적
대군에 전략은 필요 없고, 대책이 없든 정면으로 부딫치면
피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반드시 인류군은 함락될 것이다
마인 쥬네르바가 출진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명확한 일이였다

사실 에일린 등이 이끄는 가장 병력이 적은 우익은 서서히 후퇴하고 있었다

에일린은 붕대로 몸에 고정한 오른팔을 울적한 듯 감싸며 고함을 질렀다




"첫 진을 버려라! 전선의 부대는 즉시 두번째 진으로 대피하라!"




호응하여 군사가 재빨리 진을 치고 후진으로 대피했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 등으로 몰려든 마수들에게는
반짝임과 함께 마탄이 쏟아졌다

살과 피와 장기가 뒤섞이는 비뚤어진 냄새
진흙과 쇠를 녹인 듯한 냄새에 병사가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래도 마수는 동포의 시체를 딛고
때로는 마구 먹어대며 전진을 계속하고 있었다


마수란 곧 사나움의 화신이라고 인간은 말하곤 했다
몸에 깃든 마력에 혈맥이 누비고
피부에서 흘러나와 그 사고를 활성화시킨다고

그건 반쪽만 정답이고 반쪽은 틀렸다
마력은 확실히 그들의 체구의 활동을 활발히 하고, 그 성능을 향상시킨다

그러나 그것은 마인이나 일부 마수에게나 한정된 것이였고
나머지 하위 마수들은 마력을 제어하지 못해, 취해버리고 말았다

마력의 맛은 너무나 농밀하기에
머릿속이 부족하다고 느껴, 그것을 계속 섭취하도록 강요하는 것이였다

결국 몸 안의 마력이 비대화를 추구하다 보니
결국 마력에 사고마저 빼앗겨
다른 사람을 덮칠 만한 생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이 전장에서 전선에 나와 있는 것 같은 마수병들은 바로 그것이었다
마력에 만취해 이제 제정신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것에 의한 사나움에 뒤도 보지 않고, 앞으로 돌격하고 있었다

아무튼 적을 무찌르고 피를 들이키면 갈증이 풀릴 것이다
그 사실만으로 그들에게는 어떤 설명이든 충분했다

마탄을 발사하는 사수의 양손 다섯손가락에서 색이 가득했다



"의외로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에일린
녀석들 말이야 전술 같은 생각은 아무래도 없는 것 같아"




하인드가 양팔꿈치를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그가 다루는 것은 그만큼 단순한 원시적인 마탄이였다

하지만 짐승을 죽이기에는 충분했다

순간 열 마리의 머리가 튕겨나가
머리의 조각과 혈육이 흩어졌다
짐승들이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한 채, 움직임을 멈추었고

전쟁터에 발을 멈춘 병사의 결말은 항상 하나였으니

좌우 가옥과 폐허에 도사린 궁병과 마법병들이
정지된 마군을 향해 살의를 내리쳤다
가도 전체에 밀집한 패거리들이였기에
아무렇게나 쏴도 맞힐 수 있었다

겨냥만 하지 않아도 된다면
숙련된 궁병은 화살을 1분에 열 발 정도 쏠 수 있을 것이다
마군이 걸음을 멈춘 몇 분 사이에
수백 개의 화살, 그리고 마법 폭풍우가 교차사격으로 쏟아졌다

원래 막사와 일부 상가에 꽂혀 있던
활과 화살을 재활용 한 거였으니
궁병들은 화살 수 또한 걱정하지 않고, 맘껏 쏘아댔다

마군이 다가올 때까지의 수십 초의 여가
하인드는 담배를 입가로 빨아올리며 눈을 감았다
전쟁터에서는 이따금 눈 깜빡임 조차 치명적인 법
그는 그제서야 입을 축이면서, 한숨을 돌렸다





"몹시 의욕이 넘치네?
설마 병사들처럼 그 남자에게 감화라도 당했나봐?"




에일린은 진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정면을 응시하며 말했다
하지만 하인드는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감화되었지"




에일린은 자신도 모르게 하인드로 시선을 돌렸다
하인드는 마음대로 행동하는 성격이긴 하지만
강한 자부심을 가진 남자였기에
그런 그가 누군가에게 감화되었다고 간단하게
말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였다

반대로 하인드는 에일린의 반응을 예측했을 것이다
그는 담배를 손으로 잡으면서 쓴웃음을 지으며 팔꿈치를 구부렸다




"왜? 문장교병 뿐만이 아니야
볼버트도 갈라이스트도 그를 영웅시하는 사람이 많이 있어"





하인드의 손가락이 꺼진 담배를 깔아뭉갰다
그의 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보였다





"빈민굴에 살던 고아가 칼 한 자루를 들고 기어올라
강대국 갈라이스트 상대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하물며 마인조차 베어 죽여 지금은 인류의 영웅인 법이지
영웅 이야기란 이런 것일 것이야, 그러니 모두가 동경할 만 하지"




에일린은 하인드의 모습에 순간적인 기백을 느꼈다
그 말에는 평소보다 힘이 담겨 있는 것 같았고, 숨을 삼키는 것이 있었다




"날 잘 모르겠는데..."


"그렇겠지 명문가 출신인 너는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그냥 병사인 인간이라는게 어떤 것인지 생각해봐"




마법사가 아닌 그저 창이나 검을 들고 싸우는 병사인 인간이란
볼버트와 다른 나라에서도 다를 바 없었다

돈도 없고 대를 이을 땅도 없는 농가의 차남 셋째 아들이 대다수였다
하인드처럼 빈민 출신인 사람도 많았다

그런 자들은 부모님께 애정을 쏟는 일도
충분한 음식이나 거처를 갖는 일도 드물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자들이였다

그런 자들이 병사가 되고, 동료가 생기고
무훈만으로 공적이 좌우되는 싸움터를 손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




"제일 먼저 이렇게 생각하겠지
갈채를 받으며 인정받고, 영웅이 되고 싶다
전쟁터라는 것은 그런것이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곳이니까
나도 그래, 지금도 목숨을 건다는 것에 미쳤다고 생각해?"


"…………"




에일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적들이 이미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고
게다가 분명히 하인드의 말에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낸 것도 있었다

요점은 누구나 반드시 그 대악이 되고 싶어 한다는 것
그래서 목숨을 걸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현재 상황은 나쁘진 않군요
2진에서 한 시간을 버튄 뒤, 다시 뒤로 후퇴하겠습니다"



"그래, 네 생각대로 되길 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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