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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07화 - 떨어지는 해와 함께 온 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6장 동방 원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07화 - 떨어지는 해와 함께 온 자 -

개성공단 2021. 5. 3. 13:37





문장교 세력권의 동쪽 끝
성벽 도시 갈루아말리아
볼버트 왕조와 루기스의 합동군을 배웅했던
이 도시가 지금 또 새로 하나의 군을 마중하고 있었다

문장교-갈라이스트 신왕국군
첩의 공주를 총지휘관으로 삼는
그 군대의 위용은 매우 압권이였다

한때 궁핍과 전역의 가혹함을 견디다 못한
문장교병들도 이제 장비는 채워져 흠잡을 데가 없었다
노장 리처드 인솔의 옛 갈라이스트군까지
병탄함으로써 그 질도 한 나라의 군대 수준이였다

그 군사들이 2만을 넘으려는 수효를 가지고 진군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영웅 루기스를 선발로 내보낸 볼버트 왕조의 함락, 그것밖에 없을 것이다






"굶주린 사냥개 같다는 소문과 달리 잘 제어되고 있군"





검은색 군장을 한 공주 필로스의 진군을
여인숙 2층에서 지켜보면서 남자는 그 모습을 양피지에 적었다
이제 오랫동안 교역의 중심지인 갈루아말리아에 머물러 온
그는 다른 도시 사람들보다 훨씬 정보에 민감했다

거기에 떠도는 소문만 듣는다면
공주 필로스는 볼버트에게 진군의 의지를 보이긴 했지만
지휘력은 떨어질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하지만 실물을 보면 그렇지는 않다
마치 싸우고 싶어 싸우고 싶어 안달인
맹수처럼 코를 벌름거리며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재갈을 늘어놓고 있는 미려한 여인은 아마도 성녀 마티아
전위의 군을 지휘하고 있는 것은 노장 리처드 인 것일까

그 진군은 격렬하면서도 그러나 화려했다
군인으로서의 멋이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베르나그라드라고 불리는 남자는
그 웅장한 모습을 조금도 놓치지 않으려고 잉크를 양피지로 몰았다

어쨌든 돈에는 늘 쪼들리고 있었고
이런 정보나 기사거리라는 것은 시민들에게 잘 팔리는 법이였다
특히 걸루아말리아는 문장교도가 많았기에
그들의 성녀 모습 등은 좋은 가격에 팔릴 것이다

베르나그라드는 기사를 써 내려가며
계속 가도를 따라가는 군세를 내려다보았다
2만은 넘을까 하는 군세였다
지금의 갈라이스트 신왕국에서는 상당히 무리를 하고 있을 터

눈 속에서 그렇게까지 강행군을 발하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베르나그라드의 가슴속에 떨어진 것은
의문이 아니라 하나의 생각이었다





"……부럽다"




자신도 모르게 아무도 주워담을 수 없는 목소리가 흘러내렸다

웅장한 군인으로 싸우다 영광을 입고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들은 그것을 할 수 있었고
그리고 자신은 할 수 없다는 것을 베르나그라드는 잘 알고 있었다

갈라이스트군에서 한 번 축출당한 자신이
그곳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
설마 신병으로 다시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용병들의 시선 앞에 있는 영웅이란 어떤 기분일까
베르나그라드는 한숨을 내쉬며 붓펜을 움직이며 기사를 쏟아냈다

갈라이스토 신왕국 공주 필로스의 첫 친정은 이렇게 기록으로 남게 된다
이는 극명하게 그녀의 모습을 담고 있었지만 짐작되는 목적만은 전혀 달랐다

그들이 목적으로 하는 것은 단 하나

볼버트조의 함락 등이 아니라, 영웅 루기스의 탈환뿐
오직 그 의지만이 2만의 군세를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기록한 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개인적 야망에 의한 원정 등이 아니라
대의에 입각한 위대한 친정으로 믿어졌기 때문이였다

성녀 마티아 외에는 필로스가 웃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





햇빛이 흔들리며 오열하듯 흩어지기 시작했다
지평선이 뒤틀리는 것은 태양이 추락하는 하나의 징표였다

톱니바퀴 라브르는 수도 근교 베핌스 산을 내려다보며 
번쩍하고 눈동자를 빛냈다
그것은 정직하게 라브르 나름대로의 동요의 표현이었다

경탄이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었다
그처럼 이 광경은 그녀에게 충격적이였다


라브르도 쥬네르바가 마인으로서
패배를 당하는 일은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인 루기스가 의기양양하게 적으로 돌아섰고
무엇보다 그에게는 마검이 있었으니 말이다

궁지에 몰리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베어 죽임당할 것인가
아니, 반대로 모든 걸 먹어치울지도 모르지

하지만, 어떻게 넘어지든 그 이상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 터였다




"이 하늘과 땅 사이에는 
우리가 몰랐던 뜻밖의 일이 일어나는 것 같군요"





눈 아래, 태양이 사라져 갔다

그것은 쥬네르바가 원전을 이용해서까지 만들고 창조한 극소세계의 잔재
그는 그 세계에서 신으로서의 권능을 되찾았을 것이다

비록 얼마 되지 않았을지라도 그는 다시 태양신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죽었다
이 떨어지는 해가 그 증거였다
누가... 대체 그런 짓을...?

라브르의 인형 같은 눈동자가 단단한 눈꺼풀에 감싸졌다
그 사이 그녀에게서 동요는 사라졌다


분명 예상 밖의 사태기는 했다
그러나 결과는 똑같다
많은 사람들이 짓눌리든
재해인 마인이 심장을 부숴버리든

어느 쪽이든 공기 중의 마력농도는 충분히 차 있다
아니, 오히려 쥬네르바의 극소세계가 붕괴한 덕에
만취할 정도로 진한 맛이 공기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것이면 충분하다
인간 병사들이 왕궁을 향해 진군을 시작하는 것이 라브르에게 보였다
하지만 이미 늦은 시각이다




모든 것은 끝날 것이다




두 손으로 감싸안은 마법사의 체구가 이완되면서도
눈동자를 뜨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손가락 끝이, 조금 맥동을 시작하고 있는 기미가 보였다
라브르는 그 머리를 가볍게 누르면서 표정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피에르트 라 볼고그라드
검은 머리의 마법사는 더 이상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그 몸은 이미 순전한 마의 힘 그 자체

혈관, 장기, 신경 그 세세한 부분까지
인간다운 요소를 깎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이 모든 것은 그가 마인으로 변한 덕분이라고 라브르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를 심장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마력이든 뭐든 
그에게 쏟아지는 것에 대해서만은 그녀는 일체의 거절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치 모든 것을 갈망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결과 몸이 인간에게서 벗어난다고 해도 그녀는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진작 그 정신과 영혼이 다 닳아 없어져야 마땅할 텐데
그 이외의 것을 모두 거절해 낸 것은 경이롭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라브르는 피에르트를 안은 채 거대한 것 앞에 섰다.

전체를 둘러보려면 하늘이라도 날아야 할 거대한 몸

이는 일찍이 거인왕, 정령왕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큰 마로서 많은 종족을 비예한 틀림없는 왕의 일각

대마 브릴리간트



인류 영웅 아르티아에 패배해 비록 심장을 부숴야 했지만
아직 그 위광은 건재했다
그 일체가 눈을 뜨는 것만으로
세계의 역사 등 간단하게 모습을 바꿔질 것이다

그리고, 눈을 뜰 만한 준비는 갖추어졌다
쥬네르바는 비록 썩어빠졌다고는 하지만
그의 야망만은 달성될 것이다
아니, 그는 자신의 죽음으로 자신의 왕을 현현시켰다






"자, 약동하는 심장이 여기에 있습니다
엄청난 마력을 허공으로, 묶어두는 쇠사슬을 산산조각으로"





그것은 무엇인가를 바라는 영창과 같았다

순간 라브르 주위에 여러 개의 톱니바퀴가 현현했다
그것들은 찰칵 하고 호들갑을 떨면서 서로 물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그 몸을 움직이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무시무시한 모양이 고상한 의식처럼 보이기도 했다

라브르는 크게 두 팔을 벌렸다
이제 더는 피에르트를 감싸줄 필요는 없다
톱니바퀴 소리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하더니...





"이 세상은 신화 시대로 가득찼건만
그 신화는 소실되어 용과 거인의 신화가 되었으며
그리고 지금은 인류 신화가 되어버렸다"





영창에 반응하듯이, 심장을 얻은 커다란 마성의 체구가
오래간만의 맥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고동 하나하나가 하늘을 무섭게 하고
비늘이 준동할 때마다 땅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찰칵, 찰칵, 찰칵


톱니바퀴는 쉬지도 않고 소리를 낸냈다
아니, 줄곧, 세계가 시작된 그 날부터 이것은 울려퍼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모방인 것
원초의 신화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신화를 묶어 제대로 된 운명을 낳을 것입니다
나는 그저 올바른 운명을 방주와 함께 운반하는 자"





명주실 같은 긴 머리카락이 허공을 흔들고 
메스꺼움마저 자아내는 강고한 마의 기운이 퍼졌다
라브르는 두 손을 벌리면서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원전 해제"





인류 신화의 주체는 아직 몸을 얻지 못하고
거인 신화는 작은 거인에게 맡겨지고
정령 신화는 대지를 깡그리 먹어치우는 폭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그리고 오늘
또 하나의 신화가 그 눈동자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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