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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14화 - 등을 지키는 자들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6장 동방 원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14화 - 등을 지키는 자들 -

개성공단 2021. 5. 3. 18:06



쾅, 하고 강한 소리가 났다
볼버트 수도 왕궁 앞 근위전에 중후한 노성이 울려 퍼졌다




"당장 부대를 재편하라!
공병은 방호책을 세우고, 진군로를 좁혀라! 일시의 유예도 줘선 안된다!"





마스티기오스는 검은 머리를 솟구치며 부서진 두 팔을 휘둘르며 소리를 질렀다

그의 기세에 눌리듯 근위전을 본부로 한
볼버트 문장교 연합병단이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의 누구에게나 마스티기오스의 노여움은 구원이기도 했다
그의 소리에 계속 따르는 한 포효하는 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인드가 감정을 억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장군님, 1&2부대의 개편이 완료되었습니다
나머지 절반의 사천병도 두 시간 안에..."



"하인드, 한 시간으로 해라, 시간이 없다
마군은 곧 이 수도로 들이닥칠 것이다"


"잘 알겠습니다, 한 시간 안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됐다고 마스티기오스는 목덜미에 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시간이 없다
브릴리간트의 부활은 확실히 위협
그러나 동시에 한때는 멍청했던 마성들도
위대한 존재의 부활에 힘을 불어넣기 시작하고 있었다

단지 소규모, 산발적인 공세만 있을 뿐이라면 병수의 차이로 밀어붙일 수 있다

그러나 상대가 군이라면 그럴 수 없다.
수천명이 넘는 마군이 수도 근교에 집결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벌레처럼 들끓지는 않았다
아직도 주위 촌락을 휩쓸고 있던 마성들이 모여
수도 공방전에서 패주한 마수를 흡수한 즉석 마군이였으니까

아무래도 그 중에도 지휘관에 가까운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마성의 집결은 불가능한 것이니까
그들의 본능에는 무리라는 개념은 있어도 군이라는 개념은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지휘관은 상당히 강한 것 같다
이 치명적인 기회를 짐작했듯이 즉석 마군은 지금껏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마스티기오스는 자신도 모르게 표정을 찡그렸다

이럴 때를 잘도 기다렸군...

하지만 투덜댈 틈은 전혀 없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았으니 말이다




"각하, 탈영병이 끊이지 않습니다! 본때를 보여줄 허가를!"




부관 에일린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리를 재촉했다
대롱대롱 늘어진 한 팔을 생각도 못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초조한 목소리가 본부에 울려퍼졌다

탈영병, 그 말을 듣고도 마스티기오스는 초조해 하지 않았다
군대에서 탈영병이란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이번처럼 적의 위협이 눈에 보일수록 그 수는 늘어날 것이다

목소리를 들은 주위의 반응은 비슷비슷했다
누구나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기 같은 것이 아직 존재하고 있는지 조차 수상할 따름이였으니까




"허락한다, 하지만 그 전에 전군에 포고를 내려라
도하스라 씨! 루기스 공은 아직도 칼을 휘두르고 있는가!?"





도하스라는 소파에 걸터앉으면서
독극물 쥬네르바에 뚫린 옆구리를 손으로 감싸쥐고 있었다
나른한 듯 하면서도 마스티기오스의 물음에 마안을 열고 응했다

그의 뺨이 살짝 올라갔다
마치 지금 눈앞에 있는 광경을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다




"이...이 무슨 광기인 행동일까요? 아니면 진심인걸까요?
정면으로 저 사악한 용에게 맞서 싸울 생각을 하다니... 루기스 씨..."




그것은 허위가 아닌 진실이였다
도하스라는 마안을 통해 실제로 그 광경이 보았다
옛 인간이 대마에 맞서는 있을 수 없는 모습이였다
그것은 뭔가 정겹기도 했다

도하스라의 말에 본부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활기를 띠었고
게다가 약간의 환호성도 터져 나왔다
마를 띤 공기에 죽음을 당할 것 같은
어두운 눈동자 속에 작은 불이 켜져 있었다

그들의 마음에 있는 것은 단 하나

그 괴물을 상대로 아직도 싸우고 있는 자가 있다
올려다볼 정도의 하늘의 용을 적으로 삼을 수 있는 자가 있다
그것도 다른 어떤 종이 아닌 인류종이 말이다

영웅이라면 저 용을 베어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만이 그들의 희망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아직도 손발을 움직일 수 있었고
아예 기어서라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열기를 띠고 있었다

마스티기오스는 손가락을 튕기며 입을 열었다
그의 몸에선 마디마디의 상처가 삐걱거리고 있었다





"모두 얼굴을 들어라, 그리고 저 용을 보아라!
아직도 저것을 앞에 두고 싸우는 자가 있다!
그는 누구인가? 그는 갈라이스트인도, 마법사도, 볼버트인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목숨을 걸고 용과 싸우고 있다!"




마스티기오스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활활 타오르는 듯한 열기가 담겨 있었다
부상당해 싸우러 가지 못하는 무뚝뚝한 자신을 저주하듯이
그리고 또 광기를 담아 병사들의 마음에 말을 걸도록 말이다




"우리는 한 번, 나라와 존엄을 빼앗겼다
지금 여기서 도망치면, 영원히 조국을 잃게 될 것이다
우리의 영웅은 아직도 자신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그 등에 창을 꽂을 생각이 아니라면, 오직 적에게 맞서 싸워라!
우리는 마성의 가축이 되지 않으리라, 우리는 인간이다! 싸워라!"



그것은장수로서의 자질이 넘치는 뛰어난 성색이었다
타인을 몰아세우고 달리게 하는 말...
마스티기오스라는 인간의 가혹한 본성이 엿보이는 것 같았다

전령과 소대 지휘관이 군단에 그 말을 고하기 위해 달려갔다
그 눈동자에는 마스티기오스로부터 받은 일종의 광기가 깃들어 있었다





"괜찮겠습니까, 우리 장수와 병사들의 생명을
모두 루기스 공에게 맡기는 셈이 됩니다만"


"어쩔 수 없다, 본래라면 
군사를 거느리고 브릴리간트를 상대해야 하겠지
하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수도에서 마군을 배제하는 소극적인 지원밖에 할 수 없어"




그게 하인드의 물음에
맞는 대답이 아님은 마스티기오스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아마도 하인드는 도망가지 않아도 되느냐고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부관으로서 할 말을 했다고 해야 할까

하긴 아무리 마스티기오스가 마군을 요격하더라도
루기스가 용의 먹이가 돼 버리면 그것으로 모든 게 끝날 것이니 말이다

반대로 브릴리간트를 토멸한다면 나중에라도 수도를 탈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군사와 시민을 데리고 수도를 탈출하는 것도 방법이였다

하지만 그렇게 해버리면 다시는 루기스를 맹우라고 부르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브릴리간트와의 전역은 반드시 사력을 다한 것이 될 것이다
설사 브릴리간트를 무찔렀다고 해도
그 후 마군에게 붙잡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짓을 용서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영웅은 목숨을 걸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사력을 다해 수도를 지켜야 한다
후환을 염려하지 말고 영웅이 그 칼을 휘두를 수 있도록...

마스티기오스는 다시 입을 열어 격문을 띄웠다




"에일린! 감염 마법의 사용을 허용한다!
즉석 마군들에게 마법사가 얼마나 강한지 가르쳐줘라!"





 ◇◆◇◆





베핌스 산
그곳에는 단호한 파괴의 흔적만 남아있었다
도려낸 듯한 산 표면에는 부서진 바위들이 흐뜨러져 있었다

마치 신화의 거인이 그 망치를 내리친 듯한 모양이었다

은색의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숨을 몰아쉬며 카리아는 검을 핑그르르 떨고 있었다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했지?
근데 모든 것이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닌 것 같네?"





그러자 하나의 몸이 되어버린 호박색 눈동자가 깜빡였다
몸을 통째로 반쯤 뜯어먹혀, 이제 상반신과 얼굴의 일부를 남길 뿐이 된
라브르는 낼 수 있을 만큼의 목소리를 짜내듯이 말했다





"프리...슬란트의 원전인가요, 즉시..."





톱니바퀴 라브르는 이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몸으로
뭐라고 중얼거리려 하고 있었다
카리아는 저린 두 다리를 억누르며 그 소리를 들었다





"카리아....버드....이미... 모든 것은 늦었습니다
그는.... 보고 말았어요, 그러니까"





카리아의 은색 눈이 살짝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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