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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60화 - 꼬박 하루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7장 성전 시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60화 - 꼬박 하루 -

개성공단 2021. 5. 12.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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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교군 진지
6만 병력의 천막은 무수히 많았다
많은 군인이, 다종의 천막을 출입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천막에는 누구도 접근하려 하지 않았다
전령의 병사들조차도 겁에 질린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지휘관의 대천막
발레리 브리트니스의 천막




화산 같은 노기와 넘쳐흐르는 전의.
의지가 약한 자를 대면, 그것만으로 방심할 것 같은 만큼의
압력이 천막에는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질루이는 역시 돌아오지 않는가"


"그럴거 같아요, 지금은 소란이 없지만
조만간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런 물건에 군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군
내가 귀국명령을 내린 것으로 해 둬"




부관 도레에게 고하면서
발레리는 매서운 눈초리를 보냈다
그녀의 열기는 뜨거워서 눈길 하나로
적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였다

리처드와의 밀담으로부터 하루가 지났다

발레리는 좋아하는 와인도
입에 대지 않고 잠도 거의 자지 않았다
전쟁터에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한 채
단 하나의 결정을 망설이고 있었다

설마 내가 망설일 줄이야

엉겁결에 발레리는 스스로를 비웃었다




본래 지휘관에 있어서는
'헤메다' 등의 어리석은 행동은 있어서는 안된다
지휘관에게 요구되는 것은 판단을 내리는 것
그것이 부족한 정보를 모으는 것이라도 상관없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정지된 것이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망설임의 정체만은 있어서는 안된다
발레리가 가장 아끼는 생각이였다




'당신은 그런 나를 비웃을까?
차라리 그래 주는 편이 마음이 편할텐데'


'마스터도 인간이긴 하셨구나...'





도레는 쓴웃음을 뺨에서 지우고 양피지를 발레리에게 건네주었다



"사람의 움직임, 경비 태세를 보고
보루의 인원은 대략 3천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특수 사항이라면 물자가 넉넉하다는 정도랄까요?
오륜평야에서는 대악을 포함한 주력군이 있는 것 같습니다
왕도에 남은 것은 마지막 호위를 위한 군 뿐 입니다

설령 그 쪽이 반항한다고 해도
마스터라면 반나절 만에 떨어뜨릴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용사가 있든 간에 병력 차이는 확연합니다
주위엔 복병의 모습은 없고, 기습적인 기미도 없습니다"



하루 종일 도레를 정보 수집에 돌리고 있었다
그녀는 부관으로서의 능력은 더할 나위 없지만
본래는 이곳에 능한 사람이였다

부관의 업무로부터 분리해
정보 수집에 집중시키면 많은 정보를 모으는 것도 용이햇다

보고서의 한 문장 한 문장을 발레리는 훑어보았다
양피지에 적힌 마지막 한 줄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찡그렸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도레의 얼굴을 보았다




"……이런 것은 듣지 못했다, 이게 무슨 소리냐"


"나도 그래 마스터, 하지만 사실이야
적측도 좀 있으면 눈치채지 않을까?
어느 쪽이든 이것으로 우리에겐 시간이 없을 거야"




어떡하냐고 도레는 말없이 발레리에게 판단을 재촉했다

다시 한 번 발레리는 눈을 감았다

군사적인 면에서 본다면
리처드를 살해하고 항복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
설령 항거하든 짓밟아버리면 될 것이다
6만과 3천 병력의 차이는 그것을 가능하게 할 테니까

그것이 발레리 브리트니스라는 장수로서의
면이 내는 성실한 대답, 이보다 더한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다른 대답이 있었다
지금 발레리의 머릿속은 두 동강이 날 정도로 사고가 맞물려 있었다

오죽하면 대성교 성녀 수호자가
금기라고 할 수 있는 기법으로 불사자를 만들려고 했을까

저것이 지루하다는 인간의 독단이라면 그걸로 좋았다
그녀를 죽이기만 하면 될 것이였으니까
대성교의 이름에 흠은 나겠지만, 최소한의 마무리로 끝날 것이다




"……이럴 수가 있나?"




나직이 자신을 따지듯 발레리가 말했다

질루이가 대성교 교의의 맹신자임은 사실
그녀에게 있어서 교의는 절대이고, 신은 유일하며, 구원은 그 끝밖에 없다
종교가 말하는 '구원'을 진심으로 믿고 있는 인간이였다

저 신앙밖에 없는 여자가
자기의 이익을 위해 신앙을 왜곡해서 금기를 밟을 일이 있을까




"그녀의 평소 행동이나 주변 얘기를
일일이 들춰봐도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결론이에요
그가 그녀인 한, 불사자를 만들어낼 것 같은 짓을 할 것 같지는 않아요"




도레가 단언했다
발레리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교의를 위해 목숨을 바칠 여자가 교의를 저버린 짓을 했다
명확한 모순이 거기에 있었다

발레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폐가 비워질 듯한 공기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것은 너무 모순적인 행동이야

그래서 믿고 싶지 않았다
도레도, 발레리조차도 미처 그 확신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는 생각할 수 없을까
교의를 위해 목숨을 바쳤을 여자가 교의를 저버린 것은 아니다
교의가 뒤틀린 것이다
그렇다면 모순은 없어질 것이다

그런 사실을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단 두 사람

대성교 교황 예하와, 성녀 알류에노




"이런 젠장할, 바보같으니!"




발레리는 조용히 말한 뒤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것은 추측일 뿐이고, 정보는 부족하다
하지만 그 밖의 길은 발레리에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가슴속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발레리는 질루이만큼은 아니지만 대성교도로서 순종할 자신이 있었다

문장교와 같은 지식의 발전은 화를 불러들인다고 인식하고 있었고
강하고 위대한 자만이 백성을 이끌어야 한다고 확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이 날 발레리는 망설였다

왜, 성녀의 수호자라고 하는 사람이 금기의 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것인가

왜, 대성교는 그런 것을 허용하고 있는가



시의심이 팽배했다
발레리가 제브렐리스 토멸이 아니라
인간들 끼리의 전쟁에 휘말리고 있는 것은
대성교가 이 싸움에서 이겨야
스지프 보루 용사들의 억울함도 씻겨진다고 말했기 때문이였다

정말 이대로 믿어도 되나

그랬던 발레리가 자문하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눈 앞에 황금이 보였다





 ◇◆◇◆






"생각보다 빨랐군
발레리 놈이 성장했는지, 아니면 다른 놈이 움직였느냐겠군"



메드라우트 성벽에서 리처드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의 입김이 하얗게 흩어졌다

6만의 군세가 메드라우트 보루 공세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발레리가 진지에서 계속 헤매고 있는 한 나올 수 없는 움직임이였다

그녀는 틀림없이 결단을 내렸다
이쪽의 항복을 받아들이고 필요하다면 깔아뭉개겠다고
사용한 시간은 하루

벌겠다고 약속한 시간까지 꼬박 하루가 부족하다




"이게 웬일이지, 약속대로 내 목을 베겠다고 했고
심지어 성채의 문을 열 놈도 남아있는데 말이야"

"농담하지 마세요, 제가 죽을 힘을 다하겠다고 했잖아요"




부관 비시아의 말에 리처드는
쓴웃음을 지었지만 실제로는 농담이 아니었다

죽기 살기로 한 것은 약속시간을 번 뒤에도 루기스가 늦었을 때
이렇게 빨리 발레리가 결단을 내려 버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앞으로 어떻게 발버둥을 치든 반나절
루기스가 아무리 빠르더라도 시간에 맞출 수 없을 것이다

결국 패하는 전쟁이였다
원래부터 패전이 보이고 있던 것도 그렇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승기를 찾으려고 리처드는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왔다

리처드는 오랜만에 허울뿐인 허파에서 흘러내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두세 개의 계책을 머릿속에서 꿈틀거리며 생각의 길을 더듬었다
하지만, 곧바로 끊겨버렸다, 몇 번을 반복해도 결말은 같았으니까




"실패했나"




도레를 구슬려 발레리를 끌고 나왔고
운 좋게 마인일체의 몸까지 처리한 곳은 좋았다

줄타기적으로 능숙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손에 잡히는 수법이 너무 적었으니




"장군"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을 잃은 리처드에게 비시아가 등 뒤에서 말을 건넸다

부관복이 아닌 갑옷 입은 모습은
노인에게 여느 때 이상의 품격을 주었다



"전투, 준비하시죠"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너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군사들은 그렇지 않아
이길 수 없는 전쟁에 군사를 끌어들이겠다고?"






6만의 군세를 주시한 채 리처드는 말했다

군대란 상의하달이 절대적인 조직
군사는 지휘관의 명령을 듣지 않고, 따르므로 전역이라는 것이 성립했다

때문에 지휘관은 항상 이들을 승리로 이끌 의무가 있었다
그들의 죽음은 필요한 희생이었다고 가슴을 펴고 답해야 할 것이였다




"발레리 상대로 하루 버틸 수 있겠냐
아무리 좋아도 한 나절이다, 녀석이 진심이라면 그것조차 힘들겠지
이 이상은 그저 발악일 뿐이다"


"장군, 원수 각하께서는 시간에 맞출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단지 그것을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편한 것 아닙니까?"




바구니를 호들갑스럽게 탁 치며 비시아가 말했다

리처드가 쓴웃음을 지으며 그나마 비시아의 말을 막으려 할 때였다

전령이 비시아로 달려왔다
몇 차례 말을 주고받자 비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 그대로 작은 양피지가 리처드에게 건네졌다

그것을 본 리처드는 눈을 부릅뜨고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발악이군, 비시아"


"돌아갈 사람은 이제 없습니다
장군께서는 숙련병을 만만하게 보시는 것 같군요
발악이야말로 인생의 정수 아니겠습니까"





변함없는 부관에게 리처드는 목을 울렸다
그리고 술을 입에 털어넣고, 성벽을 짓눌렀다




"어쩔 수 없지, 전쟁이다
조금만이라도 역사 속에 이름을 남겨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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