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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61화 - 바라는 것은 명예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7장 성전 시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61화 - 바라는 것은 명예 -

개성공단 2021. 5. 12. 02:36





메드라우트 보루의 아득한 상공
하계가 시야에 들어오고 대마 오우후르는 그림자를 움직였다
햇빛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기묘한 그림자가,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 갔다

눈동자 끝에 보이는 것은 영락없는 전역
사람과 사람이 서로 먹고, 목숨을 빼앗는 투쟁의 극치

용자 리처드와 영웅 발레리의 창은
이제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를 향하고 있었다
병사들의 시신이 서로 겹쳐지며 굉음이 울려 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네가 20년, 아니 적어도 10년만 늦게 태어났어도..."





오우후르의 말은 성채 외벽에서
장병들에게 격문을 띄우는 리처드를 향한 것이였다

인류의 용자로 최고봉 지점에 있던 그
그러나 그것은 이제 40년이나 지난 이야기이고
지금은 얼마나 힘이 남아 있을까
아르티우스에게 맞서기는 너무 힘들 것이다

그것은 인류로서 올바른 형태다
사람은 반드시 늙는다, 그러니 열심히 지금을 살고
렇게 해서 언젠가 차세대로 계승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설령 차세대가 자신이 원하는 형태가 아니었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당연한 그 이치를 유일하게 깨뜨리려 한 여자가 있었다




"아르티우스... 넌 역시 무서운 여자야"





그림자는 대성교군으로 시선의 화살을 돌렸다

6만의 군사, 그것을 이끄는 것은 영웅 발레리
단기로 마인과 맞서는 마성 토벌의 패자

그리고 잠시 다른 사람으로 시선을 돌리니

황금, 대영웅의 영혼을 가진 자
틀림없이 이 세대에서 지고를 형성하는 구세자

헤르트 스탠리가 전쟁터에 도착해 있었다



발레리가 전역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틀림없이 황금의 존재일 것이다
즉 아르티우스의 사수였다

아르티우스로서는 발레리의
고뇌조차도 잘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먼저 손을 쓴 것이다

헤르트가 여기에 있다는 것은
발레리를 후원한다는 것 외에도 의미가 있었다

그는 성녀의 수호자이자 군을 지휘하는 자
그러므로 그의 행동은 단독적인 행위가 아니였다



오우후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먼 곳을 응시했다
마성을 포함한 수만 명의 군세가
가도를 다시 활보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며칠 있으면 발레리의 군과 합류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총병력은 10만 가깝게에 부풀어 오른다

헤르트는 단지 순찰병과 함께 먼저 발레리와 합류했을 뿐인 셈이다




"너다운 방법이구나, 아르티아
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줄 수 없었어"





내뱉듯이 오우후르가 말했다
그것은 대마가 되기 이전의, 인간이었던 무렵의 어조에 가까웠다

대마 아르티우스
그녀에겐 적을 토멸하고 지배하겠다는 의지밖에 없었다
이를 위한 모든 수단을 그녀는 알면서도, 허용했다

지금까지 수없이 그녀와 함께 역사를 거듭한
오우후르에게는 아르티우스의 생각이 손에 잡힐 듯 했다

이제 메드라우트 보루는 마의 대군을 막는 보루가 될 수 없다.
함락은 확실하고, 루기스가 이끄는 본군은 늦어버렸다

그렇게 되면, 아르티우스는 전선 유지등의 
소극책은 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어느 때건 적의 머리를 잘라내는 것이 먼저니까

그래서 성채가 떨어지면 그대로 왕도를 짓밟아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루기스는 고립무원
승리의 눈은 멀어진다
그리고 아르티우스는 사자가 사냥감을 괴롭히듯 그를 몰아붙일 것이다
권속된 알류에노가 원하는 대로 말이다

오우후르는 시선을 떨구었다
그러고선 손가락을 꽉 쥐었다
그 손가락 하나하나에 마력이 흘러들어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대마로 불리는 이들은 신앙과 신전
그리고 영혼에 의해 힘을 얻는다
문장교가 부흥한 이 세계에서
오우후르가 보유한 마력은 이전의 세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대했다

하지만 원래 그것들은 모두 아르티우스에
대항하기 위해 사용해야 한다
권속 루기스가 아르티우스 밑에 다다랐을 때
그 등을 떠밀어 주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 여기서 마력을 이용해 개입을 하면
아르티우스에게 최후를 주기 위한 힘은 없어진다



오우후르는 무심코 스스로에게 물었다
루기스를 믿어야 하나, 아니면 다음 세대에게 맡겨야 할까

아르티우스는 잘못됐다고 그렇게 말했지만 
루기스의 공적은 혁혁한 것,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것이다

온갖 인간이 그의 지평에 다다를 수는 없었다
이 시점에서 아직도 아르티우스에게
칼을 들이대고 있는 것 자체가 경이로울 지경
인류라는 테두리를 내디뎌서
그는 아르티우스의 적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우후르는 생각했다
그가 아니라면 이 시대에 아르티우스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녀의 야망을 꺾을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그건 이상한 일이 아니야
어느 세대에나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절대자는 나타나는 법이니까

그렇다면 지금 다시 잠적해
다음 세대에 모든 것을 넘겨주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것이다




"세계가 너에게 굴복할 것이다, 그걸로 만족한 거겠지, 네놈은!"





이 목소리조차도 아르티우스는 듣고 있을 것이다

영원할 수도 있는 몇 초 동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생각과 시행을 뇌리에 거듭했다
이를 깨물다가, 잠시 후
오우후르는 마침내 말을 내뱉었다




"그래, 네 놈의 승리다, 아르티우스
나는 더 이상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군"





 ◇◆◇◆






메드라우트 보루의 양상은
이제 보루로서의 모습을 포기하자는 것이었다

적병이라는 적병이 성채를 감싸고
수많은 사다리가 외벽에 걸렸다
이를 불태워 창으로 적병을 죽이기 위한 수비병은
조금씩 확실하게 수를 줄이고 있었다




"화살이 온다! 방패를 들어라!"




적진에서 화살이 솟아오르는 것이
보이는 순간 리처드가 말을 내뱉었다
전원이 방패를 들고 석벽의 그림자에 숨는 순간...

바람이 가르며 외벽 위를 화살의 비바람이 몰아쳤다
가차없는 화살이 때를 지어 방패를 관통하며 병사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리처드는 혀를 찼다
본래라면 이쪽에서도 화살을 발사해 주고 싶은 것이였다
하지만 수의 차이가 너무 압도적이였기에
석쇠에 물을 끼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장군, 포가 준비됐습니다!"


"확인했다, 일제히 날려라!"





비시아도 이해했을 것이다
리처드가 말하는 순간 쾅 소리가 나며 거대한 돌이 화약에 발사되었다

전쟁터에서는 보기 드문 이 소리와
돌멩이가 날아오는 모습만이 적병의 발길을 잠시 멈추었다
문장교의 검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술의 결정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수가 다르다
적은 죽여도, 죽여도, 죽여도 계속 솟아나오고 있었다
지휘관 리처드의 검은 검에조차 피가 엉겨붙을 정도




"압권이군, 나도 저만한 군사를 이끌고 싶어
비시아, 왕도로 돌아가고 싶나?"


"바보같이 왜 이러십니까?
우는 소리 하실거라면, 차라리 화살이라도 더 쏘시죠"


"...비시아,너"




리처드는 부관의 목소리가 유난히 잠긴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일시적으로 적의 공세가 그친 소강상태에서 그의 모습을 살폈다

그는 살아 움직이는 게 기적일 정도였다
화살을 신체 도처에 맞고 있었고
배에서 피가 배어나오는 걸 보니
내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을 것이다

더 이상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장군님, 저는 군인입니다"




리처드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비시아는 선 채로 그렇게 말했다
한번 주저앉으면 더 이상 일어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부관의 한마디에 자신도 모르게
리처드는 하던 말을 멈추었다
그만 쉬라고, 도저히 그에게는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늘 하던 대로 명령을 날렸다




"비시아, 이제 웬만큼 적을 제압하는 건 무리야
필사적으로 힘껏 벌 수 있는 것은 앞으로 몇 시간
우리는 반나절을 더 벌어야 해" 




반나절에 가까운 전역을 이어가면서도
대성교군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이단 토벌이라는 확고한 목적이 있고
그들을 이끄는 것은 은테 갑옷, 발레리 브리트니스
그녀는 군사를 열광시키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는 당연한 결과일 뿐이였다





"결국은 예상대로입니까?"


"그래, 비시아 술 좀 준비해라, 마지막으로 적을 품에 앉고 가겠다"




리처드는 비시아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빛은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늠름하게 빛나는 그것은
지금이 전성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장군,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괜찮을까요?"




명령을 받은 비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부하에게 격문을 계속 띄운 목은
이제 소리를 낼 만한 행위조차 고통을 수반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말했다
이제는 서로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저는 장군과 함께 여러 차례 전장을 건넜습니다
각하가 부대장이었을때도, 각하가 용사였을때도 말이죠
어떤 군사들 또한 비슷하겠지만... 왕도로 돌아가겠느냐고 하셨죠?"




그는 매우 쉰 목소리를 띠고 있었지만
발을 절대로 땅을 떨어지려 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리처드는 결코 말참견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공주에게 목숨을 맡긴 것도, 따르기로 한 것도 아닙니다
말했지 않습니까, 우리에게는 이미 명성밖에 없다고
각하와 함께 싸웠다는 명성을 갖고 싶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어디든지 각하가 서 있는 곳이 왕도였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남자야"


"그렇다면 해냅시다, 여기서"



부관이 발길을 돌려
최후명령을 위해 부하들을 만나러 갔다
엉겁결에 쓴웃음을 지으며 리처드는 볼 주름을 더욱 깊게 했다

리처드는 이 외벽을 떠날 수 없었다
여기에 있어야 아직 적장은 성채에 있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였다

그래서 비시아의 최후는 간수할 수 없다
전쟁터에서 그런 정은 용납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등에만 말을 걸었다





"목 좀 풀어 놔, 승전 후의 술은 맛있으니까"


"기대하겠습니다, 장군"




노 장군과 노 부관은 여기서 헤어졌다
그리고 성채는 더 이상 함락을 피할 수 없었다

굉음이 여러 차례 울리고
성채의 정문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도 리처드는 그걸 웃어넘겼다





"마지막이야, 마지막으로 전쟁터를 가르쳐주마
어이 애송이들, 전쟁터란 말이야, 말 그대로 죽기 살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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