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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59화 - 사령 마법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7장 성전 시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59화 - 사령 마법 -

개성공단 2021. 5. 12. 01:14





마인 질루이의 육체는 확실히 죽었다
이제 저것은 육신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비록 마인이라 해도 그 점은 마찬가지

하지만 영혼은 별개다
아마도 그녀는 영혼만의 존재가 되어 살고 있을 것이다




"실수를 저지른 것 같아, 사령 마법을 쓰는 군"





리처드의 말은 담담했다
자신의 생명에 말뚝을 박혀 버려서
어쩔 수 없다고, 잘라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발레리가 망연자실한 눈을 흔들었다




"……사령의 독인가"


"아니, 더 성질이 나쁜 거야, 영혼에 손가락을 걸렸어
그 여자, 내 영혼을 어떻게든 가지고 갈 생각인 것 같아
이대로라면 육체도 마찬가지 일 것이야, 그래서 그 전에 죽어야 해
그 녀석 취향의 불사자가 되어 살 마음은 없으니까, 네이마르!"




사령 마법사는, 사람의 육체나 영혼을 자유자재로 조종한다
기본적으로 죽은 자의 것이어야 하지만, 질루이는 달랐다

그녀는 살아 있는 인간의 영혼과 체구를 침식하고 지배한다
자신에게 걸린 마법이 그런 종류의 것임을 리처드는 이해하고 있었다

이대로 손을 쓰지 않으면
자신의 몸은 불사자가 되고 영혼은 질루이의 실에 묶일 것이다
지금 죽어도 영혼은 묶인 채일지 모르지만
육체조차 빼앗기는 것보다는 나았다





"......"


"...어이, 네이마르"




분명 거기 있을 부관은 침묵을 지킨 채 숲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혹시 아직 숨어있을 생각인지도 몰랐다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어서 나와!"


"각하께서는 돌아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전 여기 없는겁니다!"




네이마르가 바보가 되어버렸군
리처드는 어안이 벙벙해서 입을 열려는 순간
그제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명령을 아주 잘 지키려고 하고 있을 뿐이였다

성벽 위에서 그녀는 돌아가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항거하던 그녀를 리처드는 있는 힘을 다해 잠들게 했다
그래서 항명한다면 또 같은 일이 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였다






"……알았어, 명령이야 네이마르, 이리로 와"


"…네, 각하"




시원시원하게, 말을 기다리고 있던 모양으로 
네이마르는 숲에서 다리를 뻗었다
군인이라기보다는 사냥꾼 모습의 의복
 숲 속에 숨기 쉽다고 그녀가 생각했을 것이다

사람이 진지하게 이야기했는데
이것으로는 아무래도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아니 아마도 네이마르에게는 조금 전의 대화가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정색을 하고 리처드는 네이마르를 가리켰다




"이젠 되돌릴 수 없어, 네이마르
일손이 모자라, 너는 오륜평화로 향하도록 해
그리고 루기스에게 이렇게 전달해
메드라우트 보루가 함락되었다고
그리고 난 죽을 것이라고, 그렇게 말해"




대답을 하려던 네이마르의 얼굴이 삐걱거렸다

심상치 않은 긴장이 한순간에 온몸에 가득 차올랐다
하지만 네이마르가 진정되기를 기다릴 시간은 없었다

최선은 더 이상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차선책을
그것마저 무리라면 더욱 극단적인 차선책을 밟을 수밖에 없다




"발레리, 이것은 군사협상이다
난 이 자리에서 죽겠다, 메드라우트 보루도 상처 없이 주겠다
대신 내 부하들 만큼은 살아서 돌려보내라
너에게 명예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더 이상 제브릴리스를 죽이는 방해는 하지마라, 알겠나?"





발레리는 자세를 바짝 가다듬고 전사의 눈동자를 뜨고 말했다





"……너는 내가 그 말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래, 넌 불사자를 싫어하잖아
그래서 구교도가 싫은 거겠지? 불사자를 만들어 낸 건 구교니까
그 녀석들 스스로 만들어 낸 세계에 흘려버린 데다가
몇몇은 유전되어버렸으니, 성질이 나쁘겠지

너는 아는 사람이 불사자가 되느니 차라리 죽일 거야
그러니까 넌 날 죽인다, 그리고 헛되이 군사도 쓰지 않게 된다
메드라우드 성채가 상처 없이 떨어진다면, 그것을 받아들일 것이야"






엄청난 감정싸움이 발레리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리처드의 말은 그럴듯하고
지금까지의 자신을 되돌아본다면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지금 당장 실행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그를 죽이겠다는 단계에 이르자 사고방식이 멈췄다

그를 죽이든지, 아니면 불사자로 만들든지
왜 이런 결정을 내려야 하나 하고 가슴속이 묻고 있었다

불사자, 문장교의 지식에 대한 탐구가 만들어낸 하나의 악몽




사령 마법은 과거로부터 존재하던 마법의 한 계통에 있었으나
어차피 죽은 영혼이나 영혼의 일부를 조종하는 기술에 불과했다
죽은 자의 말을 듣거나 하는 것으로
다른 마법처럼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없었다

이를 뒤집은 것이 과거 문장교에 속했던 마법사들이다
그들은 탐구의 악마이기 때문에 가능성을 찾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을 해버린 것이

영혼과 육체는 둘 모두가 이뤄져야 하는 것
하지만 사령마법은 그 한쪽만을 조종할 수 있었다
영혼과 육체가 진정으로 분리되면
죽은 영혼을 조종할 수 있듯이
죽은 육체도 조종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세상은 시도가 성공하고 죽은 자는 되살아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장교라는 테두리를 넘어
이 새로운 사령마법은 확산됐고 많은 이가 배웠다
사령마법이 마법의 대가로 꼽힐 정도가 되었다

이로 인해 태어난 불사자의 군이 마성을 압도하기도 했다
인류는 마성에 대한 대항수단으로 새로운 손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이 불사자에게는 큰 결함이 있었다

시술자가 죽으면
그들은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워진다는 것

더구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은 반드시 전역을 원한다
싸우기를, 죽지도 않으면서 서로 죽이기를 바랬다

두 번의 대전쟁 끝에 불사자 상당수는 참사를 당했다
사령마법은 이후 쇠퇴 일로를 걷게 되었다

사람들의 기피와 두려움이 
사령 마법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
대부분 없어지고, 남아 있는 것은
일부 인간이 전하고 계승하는 것뿐이였다





"그게 뭐에요... 전 아무것도 못 들었다고요!"


"야"




두 사람이 주고받는 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네이마르에게 리처드가 목소리를 높였다

언성을 높이며 다가오는 네이마르에 비해, 리처드는 너무나 조용했다





"너도 전쟁터에서 살 거라면, 너무 감정에 흔들리지 마
더군다나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짓은 하지 말도록 해
전쟁터에서는 순식간에 모든 것이 변하는 법이야
지휘관은 그 자리에서 각오를 해야 해

각오를 다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건, 그저 겁쟁이일 뿐이야
사람은 한순간에 각오를 다져야 하고, 단숨에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지"



"그러니까 각하를 죽게 내버려두라는 겁니까?"


"그래"





리처드는 억양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체념이 아닌, 사실대로 말한다면 각오를 다진 목소리였다
마치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듯이, 리처드는 말을 계속했다






"생명의 가치는 불평등한 법이야, 네이마르
베어 버릴 자, 남겨 둘 자를 항상 구별할 필요가 있어
작은 일에 얽매이지 말고, 큰 일을 보도록 해"




군사판단의 한 사고이긴 하지만
이 노장군의 무서운 점은 자신조차 그 틀에 끼워넣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신을 살리는 것이 효율적이므로 살린다
자신을 죽이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에 죽인다

그의 정체는 용사인가, 합리를 존중하는 괴물인가
이젠 아무도 모를 것이다




"발레리, 너도 그래
날 죽이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이잖아?
마법 갑옷으로 한바탕 휘두르면 그것으로 끝이야
왜 그래, 왜 결정을 못하는 거지?"


"…………"





물음에 대해 나온 것은 침묵뿐이었다

발레리는 다부지게 눈을 부라리며
그래도 결단력을 내지 못했다
생각이 흐렸고, 억누르지 않으면 한숨이 거칠어질 것 같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여기에는 전쟁을 하러 왔다
당연히 그중에는 리처드를 죽이는 선택조차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면전에서 죽이라고 하면 
사고의 일체가 정지해 버리는 것이였다





"사흘이야"





불쑥 리처드는 투덜대듯 말했다
발레리는 의아스러워 하며, 고개를 들었다





"이쪽의 요구는 전했다
사흘까진 버틸 수 있을 거야, 그 때까지는 결단하도록 해"- 사령 마법







마인 질루이의 육체는 확실히 죽었다
이제 저것은 육신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비록 마인이라 해도 그 점은 마찬가지


하지만 영혼은 별개다
아마도 그녀는 영혼만의 존재가 되어 살고 있을 것이다



"실수를 저지른 것 같아, 사령 마법을 쓰는 군"






리처드의 말은 담담했다
자신의 생명에 말뚝을 박혀 버려서
어쩔 수 없다고, 잘라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발레리가 망연자실한 눈을 흔들었다




"……사령의 독인가"





"아니, 더 성질이 나쁜 거야, 영혼에 손가락을 걸렸어
그 여자, 내 영혼을 어떻게든 가지고 갈 생각인 것 같아
이대로라면 육체도 마찬가지 일 것이야, 그래서 그 전에 죽어야 해
그 녀석 취향의 불사자가 되어 살 마음은 없으니까, 네이마르!"



사령 마법사는, 사람의 육체나 영혼을 자유자재로 조종한다
기본적으로 죽은 자의 것이어야 하지만, 질루이는 달랐다



그녀는 살아 있는 인간의 영혼과 체구를 침식하고 지배한다
자신에게 걸린 마법이 그런 종류의 것임을 리처드는 이해하고 있었다


이대로 손을 쓰지 않으면
자신의 몸은 불사자가 되고 영혼은 질루이의 실에 묶일 것이다
지금 죽어도 영혼은 묶인 채일지 모르지만
육체조차 빼앗기는 것보다는 나았다





"......"




"...어이, 네이마르"





분명 거기 있을 부관은 침묵을 지킨 채 숲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혹시 아직 숨어있을 생각인지도 몰랐다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어서 나와!"


"각하께서는 돌아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전 여기 없는겁니다!"





네이마르가 바보가 되어버렸군
리처드는 어안이 벙벙해서 입을 열려는 순간
그제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명령을 아주 잘 지키려고 하고 있을 뿐이였다


성벽 위에서 그녀는 돌아가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항거하던 그녀를 리처드는 있는 힘을 다해 잠들게 했다
그래서 항명한다면 또 같은 일이 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였다





"……알았어, 명령이야 네이마르, 이리로 와"





"…네, 각하"




시원시원하게, 말을 기다리고 있던 모양으로 
네이마르는 숲에서 다리를 뻗었다
군인이라기보다는 사냥꾼 모습의 의복
숲 속에 숨기 쉽다고 그녀가 생각했을 것이다


사람이 진지하게 이야기했는데
이것으로는 아무래도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아니 아마도 네이마르에게는 조금 전의 대화가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정색을 하고 리처드는 네이마르를 가리켰다





"이젠 되돌릴 수 없어, 네이마르
일손이 모자라, 너는 오륜평화로 향하도록 해
그리고 루기스에게 이렇게 전달해
메드라우트 보루가 함락되었다고
그리고 난 죽을 것이라고, 그렇게 말해"




대답을 하려던 네이마르의 얼굴이 삐걱거렸다

심상치 않은 긴장이 한순간에 온몸에 가득 차올랐다
하지만 네이마르가 진정되기를 기다릴 시간은 없었다


최선은 더 이상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차선책을
그것마저 무리라면 더욱 극단적인 차선책을 밟을 수밖에 없다





"발레리, 이것은 군사협상이다
난 이 자리에서 죽겠다, 메드라우트 보루도 상처 없이 주겠다
대신 내 부하들 만큼은 살아서 돌려보내라
너에게 명예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더 이상 제브릴리스를 죽이는 방해는 하지마라, 알겠나?"





발레리는 자세를 바짝 가다듬고 전사의 눈동자를 뜨고 말했다






"……너는 내가 그 말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래, 넌 불사자를 싫어하잖아
그래서 구교도가 싫은 거겠지? 불사자를 만들어 낸 건 구교니까
그 녀석들 스스로 만들어 낸 세계에 흘려버린 데다가
몇몇은 유전되어버렸으니, 성질이 나쁘겠지

너는 아는 사람이 불사자가 되느니 차라리 죽일 거야
그러니까 넌 날 죽인다, 그리고 헛되이 군사도 쓰지 않게 된다
메드라우드 성채가 상처 없이 떨어진다면, 그것을 받아들일 것이야"













엄청난 감정싸움이 발레리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리처드의 말은 그럴듯하고
지금까지의 자신을 되돌아본다면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지금 당장 실행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그를 죽이겠다는 단계에 이르자 사고방식이 멈췄다


그를 죽이든지, 아니면 불사자로 만들든지
왜 이런 결정을 내려야 하나 하고 가슴속이 묻고 있었다

불사자, 문장교의 지식에 대한 탐구가 만들어낸 하나의 악몽









사령 마법은 과거로부터 존재하던 마법의 한 계통에 있었으나
어차피 죽은 영혼이나 영혼의 일부를 조종하는 기술에 불과했다
죽은 자의 말을 듣거나 하는 것으로
다른 마법처럼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없었다

이를 뒤집은 것이 과거 문장교에 속했던 마법사들이다
그들은 탐구의 악마이기 때문에 가능성을 찾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을 해버린 것이

영혼과 육체는 둘 모두가 이뤄져야 하는 것
하지만 사령마법은 그 한쪽만을 조종할 수 있었다
영혼과 육체가 진정으로 분리되면
죽은 영혼을 조종할 수 있듯이
죽은 육체도 조종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세상은 시도가 성공하고 죽은 자는 되살아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장교라는 테두리를 넘어
이 새로운 사령마법은 확산됐고 많은 이가 배웠다
사령마법이 마법의 대가로 꼽힐 정도가 되었다


이로 인해 태어난 불사자의 군이 마성을 압도하기도 했다
인류는 마성에 대한 대항수단으로 새로운 손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이 불사자에게는 큰 결함이 있었다



시술자가 죽으면
그들은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워진다는 것

더구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은 반드시 전역을 원한다
싸우기를, 죽지도 않으면서 서로 죽이기를 바랬다


두 번의 대전쟁 끝에 불사자 상당수는 참사를 당했다
사령마법은 이후 쇠퇴 일로를 걷게 되었다


사람들의 기피와 두려움이 
사령 마법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
대부분 없어지고, 남아 있는 것은
일부 인간이 전하고 계승하는 것뿐이였다





"그게 뭐에요... 전 아무것도 못 들었다고요!"





"야"




두 사람이 주고받는 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네이마르에게 리처드가 목소리를 높였다


언성을 높이며 다가오는 네이마르에 비해, 리처드는 너무나 조용했다






"너도 전쟁터에서 살 거라면, 너무 감정에 흔들리지 마
더군다나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짓은 하지 말도록 해
전쟁터에서는 순식간에 모든 것이 변하는 법이야
지휘관은 그 자리에서 각오를 해야 해

각오를 다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건, 그저 겁쟁이일 뿐이야
사람은 한순간에 각오를 다져야 하고, 단숨에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지"



"그러니까 각하를 죽게 내버려두라는 겁니까?"


"그래"







리처드는 억양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체념이 아닌, 사실대로 말한다면 각오를 다진 목소리였다
마치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듯이, 리처드는 말을 계속했다





"생명의 가치는 불평등한 법이야, 네이마르
베어 버릴 자, 남겨 둘 자를 항상 구별할 필요가 있어
작은 일에 얽매이지 말고, 큰 일을 보도록 해"




군사판단의 한 사고이긴 하지만
이 노장군의 무서운 점은 자신조차 그 틀에 끼워넣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신을 살리는 것이 효율적이므로 살린다
자신을 죽이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에 죽인다


그의 정체는 용사인가, 합리를 존중하는 괴물인가
이젠 아무도 모를 것이다




"발레리, 너도 그래
날 죽이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이잖아?
마법 갑옷으로 한바탕 휘두르면 그것으로 끝이야
왜 그래, 왜 결정을 못하는 거지?"


"…………"





물음에 대해 나온 것은 침묵뿐이었다


발레리는 다부지게 눈을 부라리며
그래도 결단력을 내지 못했다
생각이 흐렸고, 억누르지 않으면 한숨이 거칠어질 것 같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여기에는 전쟁을 하러 왔다
당연히 그중에는 리처드를 죽이는 선택조차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면전에서 죽이라고 하면 
사고의 일체가 정지해 버리는 것이였다





"사흘이야"







불쑥 리처드는 투덜대듯 말했다
발레리는 의아스러워 하며, 고개를 들었다




"이쪽의 요구는 전했다

사흘까진 버틸 수 있을 거야, 그 때까지는 결단하도록 해"




◇◆◇◆






리처드는 메드라우트 보루로 돌아와 겨우 자리를 잡았다
몸이 조금씩 삐걱거리며 숨소리가 났다
정신세계에서 맛본 지난날의 육체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비시아, 네이마르 오면 말 좀 빌려줘
오륜평야로 전령을 보내도록 할 테니까"



노 장군을 마중 나온 노 부관은
잔뜩 주름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미 갔는데요, 마수에게라도 쫓기는 눈치였습니다"

"그런가, 조금 공갈을 쳤을 뿐이였는데"





나에게 끝까지 창피를 주겠느냐고
물은 것이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네이마르는 돌아올 때까지 죽으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리처드에게 내뱉고 눈밭을 달려갔다

그녀가 돌아오기까지는 아마도 모든 것이 끝났을 것이다
변명을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




"어땠습니까, 두 장수 간의 밀회는"


"잘 됐어"




그래, 잘 됐어

마인일체의 육체를 토멸하고
발레리에게 유예를 주는 것으로 시간을 벌었다

발레리는 속전속결한 사람이지만
한번 고뇌를 안고 나면 수렁에 빠져드는 성격이였다
그것은 예전부터 그랬다

그래서 3일이라는 기한을 정하면
그녀는 틀림없이 이틀은 고민해 줄 것이다
지금까지 쓰게 한 시간과 합치면
루기스와 약속한 일정은 번 셈이였다

내민 것은 리처드의 목숨 하나, 얼마나 싼 거래인가

리처드는 생각이 일단 좋게 넘어진 것에 대해 안도했다



모든 목적은 애당초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일 뿐
설마 발레리가 제브렐리스 토멸에 도움을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에 설사 조력을 약속해 주었다 해도
지금부터 군사를 움직여서는 시간에 맞출 수 없을 것이다
오륜평야까지 병단을 움직이려면 꼬박 이틀은 걸리는 법이니까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발레리를 현혹시켜, 고민하게 하는 것뿐

만약 발레리가 즉결로
자신을 죽이는 선택을 내릴 수 있었다면
정말 정말 안 좋은 결과였을 것이다
사실 확률도 80%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다




"시간은 벌었어
물론 루기스가 시간에 맞지 않는 경우도 있지"


"남은 것은 만전을 기하는 것만 남았군요
여기 있는 병사들은 숙련병 뿐이니 말이니까요"


"웃기고 있내, 노병들만 모여 있잖아"





비시아의 가벼운 말투에
표연한 웃음을 보내며 리처드는 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이로써 장군으로서의 의무는 다했다

문제는 영혼에 달라붙어 있는 마법의 존재다
이것만은 거짓말이 아니였고, 속일 수 있는 것도 아니였다

틀림없이 리처드는 불사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산 인간의 육체와 영혼을 붙잡아 불사자로 만드는 마법은 첫 경험이었다

어쩌다보니 주름을 깊게 하는 리처드를 향해
비시아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장군, 우리는 좋은 죽을 자리를 얻었습니다
늙어서 편안한 잠자리에서 죽는 것은 싫었는데 말이죠"





차근차근 깨물듯 술을 건네며 비시아가 말했다
리처드가 눈짓을 하자 노 부관의 얼굴은 늠름하고
긴박한 나머지 더 이상 노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늙은 우리에게 이제 목숨보다
원하는 것은 돈도 물품도 아닌
오직 명예일 뿐입니다
명성만이 삐걱거리는 몸을 위로할 것입니다"




쓴웃음을 지으며, 옛친구에게라도 말을 걸듯이 비시아는 말했다
목소리, 표정, 눈의 색깔의 하나하나에 쌓아올린 세월이 떠오르고 있었다
웃음소리도 소리라기보다는 공기가 그냥 빠져나간 것처럼 들렸다




"너 답군, 그래 우리는 이 때야말로 죽을 때야, 이게 마지막이겠지"





리처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정신만으로 용사로서의 절정기를 재체험했다
그래서 지금의 육체가 얼마나 쇠약해진 것인가를 실감했다

그래, 원래 죽음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것이 몇 걸음 가까이 다가온 것만으로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노회함을 감추지 못한 입술이 미소를 그렸다




"최고의 싸움이 되겠군
아, 도망치고 싶은 자는 미리 보내라
전쟁터란 죽기와 살기 뿐일 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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