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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57화 - 대재해가 끝나는 날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7장 성전 시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57화 - 대재해가 끝나는 날 -

개성공단 2021. 5. 12. 00:35




당했다
두 눈을 파고드는 열과 마력
송곳니가 파고드는 감촉은
마력침식의 흔적이나 다름없었다

순식간에 혼란도 동요도 때려눕히며 
마녀 바로누스는 자신의 상황을 파악했다
두 눈에서 피가 솟구치며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오랜만에 이를 깨물었다

열을 어떻게든 눈 속에 밀어넣어
그 자리에 쓰러지는 것만은 막았다
마녀로서의 긍지가 전신을 관통했다





"하하하하!"




통증을 자각한 것과 동시에 새어나온 것은 웃음소리
그녀가 기뻐하는 것은 언제나 미지를 체험했을 때뿐이였다

오랜 시간을 산 바로누스로 하여금
자신의 마안을 침범하게 하는 것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계책으로 맞서려는 자는 있어도, 물리적으로는 공격한 적은 거의 없었다
딱 한 번, 정면에서 자신과 맞서, 자신을 부순 인간 뿐

마안과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외부에 간섭할 수 있는 둘도 없는 마법 무기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반드시 표적을 목격해야만
효과를 발휘한다는 결점도 존재했다

그러므로 목격하는 것만으로
의미를 이루는 마법 문양이나
불가시 술식을 사용한다면 대항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아닐거야, 바로누스는 즉각 부정했다




마안왕인 바로누스에겐 그런 것에 농락당하지 않을 자부심이 있었다
무엇보다, 단지 그것만으로는 마력이 바로누스에
침식되어 오는 것 같은 짓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적도 마안을 사용하고 있다
그녀의 볼이 느슨해졌다




"멍청이는 나였구나, 인간이 아니라 마안이였다니
뭐지 이건? 순수한 정령? 용? 아니야... 아니야!!"


"어, 뭐야? 네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이를 갈고 딱딱 소리를 내면서
바로누스는 활짝 웃으며 추측을 떠올렸다
감긴 두 눈에서는 한 줄기 피가 줄줄 흘렀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주위 마수의 동요는 의식 밖

늘어놓은 추측을 하나씩 꼼꼼히 생각하는 것은
마녀이자 연구자였던 바로누스의 버릇
그녀는 마법에 찬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었다

적대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마성이 아니다
그리고 엘프도 아니라면, 아인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인간

인간이 자신에게 도전할 줄이야...




"크하하하하, 이 느낌은 천 년만인가, 너무 오랜만이군"





바로누스는 손가락을 접은 채 눈에 마력을 쏟아 부었다

본래는 손가락을 동시에 이용해
마법을 행사하는 것이 바로누스의 방식이지만
이번에는 눈앞의 적에 맞췄다
보통사람이라면 볼 수조차 없는 지평

그곳에 적은 있다
마녀에 대항하려는 인간이 있다

마법과 술식의 복합사용
마를 행사한다는 점에서 바로누스는 누구에게도 뒤질 마음이 없다
그건 그 아르티아에게 조차 말이다
그녀는 보다 선명하게 다른 사람을 이기는 데만 능할 뿐이다
또 다른 영역의 인간, 바로누스에 비길 자가 아니였다

그래서 바로누스는 이 도전자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 인간은 바로누스의 영역을 파고들려 하고 있다
마안을 이용해서, 마의 술을 써서 말이다

도전하겠다면, 철저하게 때려눕혀주지





"너는 무슨 마안일까?
기대되는 군, 마안이란 마안은 거의 다 알고 있으니까 말야
미지의 마안을 당하는 것은 처음이군"




폭마의 눈을 휙 돌리며
바로누스는 다시 두 눈을 부릅떴다




 ◇◆◇◆



 


제브렐리스 주위에서 흐트러짐 없이
전진하던 마수군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그것은 작은 언덕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이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막판에 선두를 걷는 마인 바로누스가 걸음을 멈춘 것이였다




"바로누스를 지금 기습하는 건 어떨까
피에르트의 부담도 줄일 수 있고
저쪽은 비장의 카드를 하나 잃게 될 거야"




나는 엘디스가 중얼거린 안건을
머릿속으로 한번 생각해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등 뒤에 붙어 있는 소수의 병사들에게
신호를 보내 한 번 더 대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냐, 지금은 피에르트가 매료시켰기 때문에
다른 병사들에게 눈길이 가지 않았을 거야
만약 마인이 냉정하게 전쟁터를 바라본다면
그것으로 전부 끝나버릴테야
지금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자"





대마 제브렐리스를 처치하기만 하면
피에르트에 가세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마인과의 맞대결에
찬물을 끼얹는 것보다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럴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있었다

제브렐리스를 상대로 한 전쟁터는 이른 아침부터 이미 움직였다

시간을 늦추면, 그만큼 우리가 불리해지기 때문에
더 이상 기다리는 수는 쓰지 못하였다



카리아는 별동대를 이끌고 등 뒤에서 마수군을 기습
피에르트는 본대 전위에서 마인 바로누스를 막는다

그리고 나와 엘디스는 대마 제브릴리스에 대한 대처

말 뒤에 엘디스를 태우고 기회를 노린다...
솔직히 이것 나에게 좀 힘든 것이였다

전쟁터와 병사들이 그저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기란 견딜 수 없는 시간이었다
역시 나에게는 원수라는 역할은 불가능하다
팽팽한 긴장과 답답함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다
설령 위험하다 해도 전선에서 칼을 휘두르고 있는 편이 훨씬 적성에 맞았다




"너는 피에르트를 믿고 있구나, 부러울 따름이야"

"그래, 십만의 군사와 피에르트 중에 고르라면, 피에르트를 고를거야
뭐... 더 좋은 손을 잡고 싶었을 뿐이야
결국에 내가 관여하는 전역이란 항상 이런 식이니까"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뜨고 미간을 찌푸렸다
언덕에서는 전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였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훌륭한 전쟁터라고는 도저히 부를 수 없었다

성채 방위는 리처드 할아범에게 전적으로 의존했고
막상 전장에 나서니, 마인은 피에르트에게 맡겨버렸다

이런 것은 임시방편의 대처요법으로
도저히 전략이나 전술 따위의 것이 아니였다
원수라고 불리는 사람이라면
좀 더 예술적으로 전장을 움직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루기스"




엘디스가 등뒤에서 내 몸을 붙잡은 채 말을 흘렸다
그녀의 부드러운 감촉이 등에 있었다
기대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가벼움이었다

나한테만 들릴 목소리로 엘디스가 말을 계속했다




"너 의외로, 역할을 돌리는 데는 잘 맞지 않는 구나"


"무슨 뜻이야? 알아 듣기 쉽게 말해줘"


"너무 원수라는 이름에 휘둘리지 말라는 거야
나도 엘프의 여왕이란 직함을 달고 있지만
모든 것에 손길이 가는 것은 아니야
눈이 닿지 않을 때도 있고,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할 때도 있지"





엘디스는 내 몸을 끌어안았다




"게다가, 대마나 마인에 대항할 수 있는 존재는 한정되어 있어
피에르트는 반대했지만, 네가 출전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
그러니 내가 너와 함께 나온 것이잖아?"




아무래도, 엘디스는 나에게 힘을 북돋아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기분이 매우 신선했다
엘디스 같은 경우는 오히려 나에게 엄격함을 보일 때가 많았는데
그만큼 내가 약해 보인다는 뜻일까

그건 그것으로 한심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고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결국은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군
지나치게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금 이 순간 만은 여왕 폐하의 기사에 전념하라"


"바보야,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너는 계속 내 기사야, 싫증이 나려 하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여왕 폐하"





엘디스의 말이 맞다

원래는 빈민굴의 고아가
돌고 돌아 이런 곳에까지 와 버렸을 뿐
원수 따위 직함을 내던졌다고 해서
어제 오늘 당장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건 천재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천재가 아니다
본래 영웅이지 않은, 평범한 만큼의 사나이였다
그런 남자가 지금 이렇게 여기에 서 있었다
원하는 것은 딱 하나



"엘디스"


"뭐야, 내 기사"




이번에는 내가 그녀를 불렀다
흐르는 듯한 대답이 귀에 들어왔다
눈 아래 전쟁터에서는 카리아가 마수군의 등뒤로 돌면서
무리에 균열이 내기 시작했다

지금은 마수군의 틈을 타
그리고 마인의 사각지대를 뚫고 제브렐리스에 접촉할 수 있다





"가자, 브릴리간트 전에서 잘 알았어
용이건 거인이건 신이건, 죽을 때는 죽는 것이라고"





대마 제브렐리스, 대재앙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
옛날의 대재앙은 나에게 많은 것을 빼앗아 가 주었다

양부모 대신이었던 할아범이나 나인즈씨
친구 브루더, 우드와 셀레알
모두 이놈을 발단으로 한 대재해에 빼앗겼다

과거에는 대재앙을 끝내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건 처음 있는 일이였다




"…누구 이름으로 맹세할거야?"





엘디스의 말에 나도 모르게 목을 울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이 말을 시키고 싶어하는 녀석이군




"엘디스, 네 이름 하에 맹세하겠어
맹세코 저 녀석을 죽이겠어, 대재해는 오늘로서 끝날거야"


지치내요

텐션이 너무 떨어지는 중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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