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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55화 - 마안의 정체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7장 성전 시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55화 - 마안의 정체 -

개성공단 2021. 5. 11. 21:54




나는 깨어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베스타리누의 눈을 감게 한 뒤 등 뒤의 피에르트를 향해 말했다.




"내가 죽을 것 같아? 
내가 지금까지 죽은 적 있었어?"

"그래, 그런 적은 없었지"





피에르트가 어이없다는 듯 어깨를 움츠렸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불온함이 가득했다

이제 짧지 않은 사이다
이럴 때의 피에르트는 가슴에 한 두 가지의
이상한 결의를 안고 있고 있는 법이였고
대개 굽히려고 들지 않는 법이였다

생각하니 내 주위는 굽히지 않는 인간이 너무 많지 않을까
조금 더, 때로는 타협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데

내가 돌아봄과 동시에 피에르트는 양피지를 폈다




"작전서를 읽어봤어
카리아가 별동대를 인솔하며 우회하고 배후를 찌르는 건 좋아
엘디스가 본래대로 제브릴리스의 발을 묶는 것도 괜찮겠지

하지만 왜 당신이 본군의 지휘가 아니라, 선방의 지휘를 맡는 거야
가장 죽기 쉬운 곳에 가겠다는 건, 대체 무슨 의미야?"



나는 한 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 방법이 적의 정체를 파악하기 쉬울거 아냐
피에르트, 마인 바로누스는 경이로운 존재야
하지만 우리의 목적인 제브릴리스 토벌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물론 전쟁터에서 샤드랩트와 레우도 연계할거야
아무튼 부하들을 위해 싸우는 것은 군인 본연의 자세잖아?"




꽤나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피에르트가 검은 눈을 찡긋 일그러뜨렸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확실하게 죽여야 할 것은 대마 제브렐리스 하나

바로누스뿐이라면 피해는 막심하다고 해도
아직 수습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왕도에는 마티아에 필로스, 브루더도 있고
아마도 할아범도 합류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브렐리스를 놓치면 모든 것이 끝이다


그 이상에 대항할 만한 준비는 왕도에 없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 평야를 그놈의 무덤으로 만들어야 한다

피에르트 흥, 하고 코를 킁킁거리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거짓말을 잘하시는 군요, 원수 각하
공범자로서는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거짓말이 아니야, 뭐야 그 말투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얼른 하라고"


"다른 사람이 사지에 서는데
자신만 안전한 후방에 있을 수 있겠느냐
이게 너 본연의 마음이겠지?
너는 일개 모험자가 아냐, 군을 통솔하는 원수라고"





놀랄 만큼 딱 맞았다
아니, 알아맞히지 못할 리가 없지
지금까지 어지간히 똑같은 일을 해 왔으니까

게다가,  피에르트는 말을 가볍게 자르고 나서
내 양 어깨에 손을 얹었다
따뜻한 감촉이, 천 너머로 피부를 억제했다




"궁합이 안 맞다는 것은 정말이야
너의 몸 속에 지금 뭐가 있는지 알아?
갈루아마리아와 베르페인에서 내가 쏟아부은 마력에 엘디스의 축복
카리아가 한 짓도 대강 유추는 하고 있어, 너는 지금 마력이 포화 상태야
만약 저 마인이 마력을 방출한다면, 넌 큰 타격을 입게 될 거야"





지금처럼 외줄타기적 마력에 의한 복원이 될 상대가 아니라고
피에르트는 신묘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옳은 말이다
가까이 할 수 있다면, 어떻게는 될지라도
마인 바로누스를 상대로는 그것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베어버릴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상대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과 같은 뜻이엿다






"……그래서, 피에르트 참모님의 의견은 어떠신지?"





농담조로 말하자 피에르트는 즉각 응했다




"글쎄.... 원수 각하, 내가 최전선으로 갈게"


"제일 듣기 싫었던 안건이군"


"그래? 오히려 당신이 왜 나를
별동대에 넣으려고 했는지 모르겠는데
이 군, 나 말고는 마법 전문가가 없잖아

원해서 맞서고 싶은 상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맞선다면 한두 가지 대항책은 준비해 보이겠어
상당히 현실적인 이야기지 않아?"





그녀의 말은 틀림없었다

갈라이스트병을 중심으로 편성된 군에서 마법병은 극히 일부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는 인간은 피에르트 정도일 것이다

어차피 마법사 육성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볼버트 왕조가 앞선 브릴리간트 전역에서 너무나 큰 피해를 입었다
마법병 파병은 받았지만 마법전문가들은
대부분 볼버트 왕조의 정무나 군 재건작업에 분주했다
그 중에 굳이 이리로 올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스티기오스는 남모르게 오려다
부관에게 들켜서 다시 끌려간 듯 했다





"하지만 마력을 모아두면
위험하다는 얘기라면 마법사도 마찬가지잖아?"

"그냥 쌓아두는 것과 조작할 수 있는
마법사는 완전히 조건이 달라"

"마주치면, 죽는 것은 마찬가지잖아"

"생각은 있어
아니면, 공범자는 믿을 수 없다는 거야?"





피에르트의 검은 눈동자가
놓치지 않는다는 듯이 나를 응시했다
그녀의 말 하나하나가 결의에 차서
굽히기를 철저히 거절하고 있었다

내 주위사람들은 왜 이럴까
아니, 나도 포함일지도 모르겠지만...




"자신만만하게도 말 하는 군, 좀 봐달라고"


"어머, 재주 있는 자의 비하는
하늘에 침 뱉는 격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잘도 그런 옛말을 기억하고 있었구나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무래도 승부가 난 것 같았다




"부탁할게 피에르트, 제발 죽지는 말아줘"

"그래, 물론이야
단지 대항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뿐이야
물자나 사후 대처 같은 건 너에게 부탁해도 되겠지
루기스 원수 각하?"

"아아, 좋을대로 하도록 해, 피에르트 참모님"





나는두 손을 들어 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마법에 관해선 그녀에겐 당해낼 수 없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그녀 마음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






천막 안은 청결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평상시는 어느 정도의 흙먼지가 흩날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부러 깔개를 지면에 두어, 막고 있는 것 같았다

또 가능한 한 설치물은 물론이고
아마 마법적인 처치도 취해졌을 것이다
먼지 냄새 같은 것이 마치 나지 않았다

엘프의 여왕 핀 엘디스는 눈을 부릅뜨며
천천히 천막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왕 및 귀족의 천막이라면 
때때로 이런 취향을 돋우기도 하지만
그래도 장기야영의 경우 등불 뿐이였다
일시적인 천막 설치에
이렇게까지 청결에 공을 들인 적은 드물었다

발을 딛는 순간 엘디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마치 마법의식이라도 하려는 듯한 정밀함이 그 안에 있었다





"…피에르트, 루기스가 요청해서 왔는데, 뭘 하려고 그래?"

"아, 미안해
마인에 대항하기 위해 조금은 손을 쓰고 싶어서"






천막의 주인은 피에르트 라 볼고그라드였다

평소에는 마법에 필요한 도구나
촉매를 수납하기 위해 약간 천이 많은 옷을 입었지만
지금은 꼭 필요한 옷을 얇게 입은 모습이었다
그것도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였는지도 모른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말야
엘디스, 마안에 걸린 인간을 치료를 해보았지?
그 때 무슨 생각을 해보았어?"




그녀답지도 않은 지나치게 추상적인 질문에
엘디스는 의아하다는 듯 눈을 찡그렸다

어떻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마안이 이상하다고는 생각했고
그저 보는 것만으로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등
터무니없는 생물이라는 이외의 감상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솔직히 엘디스는 입을 열었다




"음... 마법과 약간의 술식이 혼합된 거라고 생각했어
마안이라는 것은 굉장한..."





그 시점에서 피에르트 말을 가로챘다
이 역시 드문 일이었다




"그래, 마법과 술식 모두 느꼈지


"...피에르트?"




엘디스는 이제서야 피에르트가
평소 모습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말은 뭔가 차가워져 있었고, 내뱉는 목소리도 평소보단 빨랐다

하지만 엘디스는 그것이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마인과 상대한다고는 들었지만 그것만이 원인일 수는 없었다


엘디스는 아무말 없이, 피에르트의 말을 재촉했다

심상치 않음을 느끼면서 말이다





엘디스도 이제 피에르트 그리고 카리아아와는 짧은 사이가 아니였다
아니 엘프의 수명과 비교하면 별개지만
그래도 사람 됨됨이를 잘 알 정도의 교제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때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마수는 술식을 쓸 수는 없지
쓸 수 있다 해도, 마법을 할 수 있는 존재가 굳이 마법을 쓸까?"




술식이라니, 피에르트는 되물었다





마법과 술식을 모두 사용하는 자는 인간도 드문 것이였다

왜냐하면 마법은 재능이며 술식은 학문. 명확한 분리가 존재했다

자연의 마력에 의지하며, 그것을 만들어 사역하는 마법사
이들은 세상과 자신의 파장을 동조시키기 위한 재능을 타고 났다
그리고 태어나면서부터 그들은 마와 함께 살아야 할 운명이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선천적으로 마력을 갖고 있지 않은 자는
마법사가 아닌, 술식으로 마법을 쓰는 술식사였다

마법은 아무리 재주가 있어도
태어날 때 부터 사용할 수 있는 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마수가 술식을 부리는 일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을 전제로 하는 마수들은 술식을 배우지 않았다




반면 마법을 사용하는 마수는 많이 존재했다
마 그 자체이며, 세계와 가까운 이들은
인간보다 훨씬 마법에 정통한 법이였다

그래서 이번 마안 피해는 비정상이었다

언뜻 보면 단순한 마법
하지만 살아남은 인간의 치료에 있어
피에르트는 끔찍한 생각을 떠올렸다
잘못하면, 자신이 몇 초 동안 의식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생존자들의 증세를 보면
거기에 있었던 것은 마법에 의한 피해만이 아니었다

마법 하나하나에 정성껏 술식이 걸려 있었기 때문



그것은 방향을 갖게 할 만한 간단한 술식
예를 들어, 마법의 화살을 쏠 때
많은 마법사는 그것을 명중시키기 위해
어느 정도의 방향성을 갖게 하는 술식을 쓰는 법이였다

바로누스는 그 술식을
스스로의 마안이 발하는 마법에 쓰고 있었다

그래서 시야에 들어온 모든 존재를 죽이게 할 수 있었다
그녀의 방향 술식은 자신의 남아도는 살의의 현현
무시무시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피에르트가 느낀 것은
그런 도의적인, 도덕적인,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였다

피에르트는 말했다





"그 녀석... 원래 마수가 아닐 거야
분명 옛 인간이자, 그것도 특출난 마법사..."


".....뭐?"





엘디스는 그저 이 한 마디를 했다
피에르트의 말을 새겨듣는 데는
역시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사람이 의식도 못한 채
쓰러져 가는 악몽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광경

대량으로 생물을 죽이기 위한 행위

일찍이 마안왕으로 존경받아
마인이 되기 전부터 상대를 거리낌없이 죽이던 이형

그것이 원래 인간이라는
피에르트의 추측은 너무나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자... 잠깐만?
하지만 동족인 도하스라는 그녀에 대해 마수처럼 말했잖아"





엘디스는 불안한 말을 던지며 스스로 눈을 부릅떴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도하스라는 루기스의 말을 듣고
마인이 원래 마수인 듯한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원시 마수라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우연인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피에르트가 엘디스의 의식을 짐작하듯 말했다




"짐작 가는 게 있어
마법도, 술식도 사용할 수 있고, 마안도 가지고 있는.... 마녀"


마법과 술식에 대강 이해 가게 말해드리자면

불로 예를 들어 볼때

 

그저 불을 뿜어내는게 마법으로 한다면

그 불로 새를 만들던지 용을 만든던지 불화살을 쏜다던지

그것을 재현하는 것을 술식으로 하면 되겠내요

 

 

마법은 재능, 그리고 술식은 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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