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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65화 - 그녀의 본질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7장 성전 시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65화 - 그녀의 본질 -

개성공단 2021. 5. 15. 01:49



전쟁터에서 모래먼지가 퍼지고
짐승의 엄청난 포효가 허공을 갈랐다

검은 눈동자는 그것을 시야에 넣고 한순간에 정체를 파악했다
그리고 그 의도도, 그의 의지도 말이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마녀에 대항하기 위해 마안에만 쏟아 붓던
마력을 전환하고 몸 안을 순환시켰다
온몸에 뒹구는 격통이 한풀 꺾인 느낌이 있었다
그렇게 타들어가던 눈동자가 평안을 얻어 갔다



"몇 초면 돼 시간을 줘
독을 사용해서라도 죽여버릴테니까"




그렇게 말한 채
몇 초간 피에르트는 눈을 계속 감았다
모래 먼지가 그녀의 곁에서 흩날리고 있었다

본래 피에르트와 도하스라 사이에 길러진 신뢰 관계는 없었다
이들은 동군자이며 현재 같은 주인을 내세우지만
그 이상의 관계는 아니었다
등을 맡길 수 있느냐고 하면 거절하겠지

하지만 지금 바로누스라는 마녀를 앞에 두고
양자에게 기묘한 유대감과 신뢰 관계가 말없이 맺어지고 있었다

도하스라는 바로누스에 맞선 피에르트를 기회로 여겼고

피에르트는 난생 처음 마수를 신뢰하며, 마안을 감고 휴식을 택했다




전쟁터가 가져오는 기묘한 매력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땅에서는 때로 원수가 평생의 아군이 되고
친구가 등을 찌르는 적이 될 수도 있었다

정말 기묘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피에르트에게 체내 마력을 정리할 시간을 주었다




"현재와 과거의 집대성이네
그 녀석이 강대하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나는 이미 그 자를 본 적이 있지"





가련한 입술이 스스로에게 타이르듯 중얼거렸다

그녀는 프리슬라트 대신전에서 본 황금을 눈동자에 그렸다
마녀 또한 그것의 동류일 것이다

마안을 행사하면서 여전히 마법을 사용해 보이는 규격 외
지금 피에르트는 그 규격 외와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죽음의 마안은 모래에 싸여 있다
피에르트는 눈을 뜨고, 비로소 본래의 수단으로 마안을 행했다




"불가사의한 존재라도, 모든 존재는 죽는다
그렇다면 마력을 모두 빼앗아, 마력의 소유를 허가하지 않으면 될 거야"





그녀는 마안에 말을 걸어 기능을 더욱 첨예화시켰다

시야의 끝의 온갖 물질의 마력이
피에르트의 검은색 눈동자로 빼앗겨 갔다
본래 물질과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인 마력을
정성스럽게 가위질 하듯 잘라냈다

그리고 생각했다
두려움과 낙담, 분노와 충동
사나운 감정의 파도를 헤치고 나서야 피에르트는 냉정을 되찾았다
저 마녀를 죽이기 위해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였다

그녀는 엉겁결에 뺨을 일그러뜨리다
현재와 과거, 그것은 피에르트에게 꺼려야 할 것의 전부였다
기존의 마법이론과 규격이라는 말에
몇 번이나 자신의 생각을 부정하고 모욕을 당했을까

피에르트는 다리를 움직였다
모래가 그림자를 앞에 두고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이제 한계는 육박한 것 같았다

또 마안과 부딫친다면, 피에르트에게 승산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눈동자에 의해 집적된 마력을 한 팔에 쏟아 붓고 가까이 다가갔다

목적은 오직 하나, 마녀를 죽이기 위해서

그녀는 발끝으로 땅을 세게 쳤다
신기하게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마력을 모은 팔을 들어올렸다






저 마녀를 죽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나무에 매달아서 목을 걸까, 아니면 불에 태워야 할까

아니, 그렇게 죽는 것은 인간뿐이다
진정으로 마를 죽이고 싶다면
마는 마를 상대로 해야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피에르트가 세계에 현현시킨 것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듯 진홍색을 띠는
일곱 개의 긴 거대한 마로 이루어진 덩어리
그것은 곧 용의 송곳니였다

마안수가 그 존재를 잃어버려 모래 먼지가 걷혔다
그림자의 성질을 이해한 뒤
피에르트는 공중에 현현시킨 덩어리를 움직이게 했다

그중 하나가 마녀의 심장을 향해 활공했다
마녀를 뒤덮은 그림자는 그 몸을 훼손시키면서도
마녀의 육체를 계속 보호하고 있었다

두번째와 세번째는 그녀의 손발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눈밭에 진홍색을 그리는 길다란 덩어리는
마녀를 한 걸음 후퇴시키면서도 그 몸에는 닿지 않았다
이것이 마녀의 진수일 것이라는 걸 피에르트는 깨달았다.





"감탄할 지경이야
난 지금 연심과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어
너에겐 재능이란 말 조차 닿지 않을거야"





바로누스가 볼을 붉히며 말했다

형식 마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스스로의 길을 닦고 용의 피를 받아들인 피에르트
그녀가 휘두르는 마법은 바로 이단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규격의 이론을 벗어나 타인의 이해를 초월하는 자

변혁자 피에르트 라 볼고그라드
바로누스가 과거와 현재의 집대성이라면
그녀는 미지와 변혁의 선도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래서 바로누스는 그녀를 환영했다
미지는 그녀에게 공포가 아니라 사랑스러운 연인이나 다름없을테니까




"사랑스러워, 너의 재능을 이해할 수 있는 자는 극소수야
분명 너를 진정으로 이해할 자는 인간에 없을 거야
그저 너를 이용하려는 자만 있을 뿐이겠지




나라면 이해할 수 있을 텐데 하고 바로누스는 말을 덧붙였다





"당신이 이해해 줄 필요는 없어
나를 이해해줬으면 하는 사람도, 이해하고 싶은 사람도 한 명뿐
사랑이란 다 그런 거겠지만 말이야"





생명을 앗아가기 위한 덩어리가 피에르트의 말에 호응했다
네다섯 번째가 그림자의 일부를 가르고 마력을 빼앗아 갔다
하지만 마녀가 그림자를 튀기면 그대로 거기에 스며들기만 할 뿐이였다

피에르트의 마법이 열악한 건 아닌
바로누스가 너무 강한 결과였다

바로누스의 그림자는 탐욕스러운 그녀의 성질 자체를 드러냈다
무엇이든 맛있든 맛없든 모든 것을 삼키고 있었다

이건 마법도 아니고 술식도 아닌
마녀로 하나의 극치에 선 그녀의 마력이 단지
그 성질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였다



"너무 악취미네
마녀라면 덩어리 한 두 개쯤은 박히는 거 어때?"


"취미에 좋고 나쁜 건 없어
그리고 나는 실험 당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
오히려, 하는 걸 좋아하거든"





바로누스는 자신의 그림자에 덮이면서 말했다
마안의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모습이지만
그녀는 그것을 풀려고 하지 않았다

실제로 피에르트의 마법은 정말 훌륭했다
절대강자인 용의 일부를 현현시킨 마법은
이제 마법이라는 테두리마저 내팽개치고 있었다

바로누스는 피에르트에게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찌르는 사람을 반드시 죽일 만한 살의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등줄기가 은은하게 저리는 것을 바로누스는 느꼈다.
두려움은 결코 아닐 것이다
이 마녀에게는 겁먹은 감정이 갖춰져 있는지조차 의문이였기에 

그저 치밀어 오른 것은 끝없는 호기심




마인들에게조차 본능적인 죽음을 느끼게 하는 그 덩어리는
도대체 어떤 마법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마법 이론과 그 구조는 무엇일까

비극적이기도 한 것이
틀림없이 피에르트라는 이름의 이단아를
진정으로 이해한 것은 마녀 바로누스가 처음이자 유일했다

동시에 이들에게는 첫 만남에서 운명을 닮은 인연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러니 어느 한쪽이 확실히 죽어야 했다





"....고마운 피에르트, 나는 너를 아주 좋아해
너는 나에게 미지를 가져다 주었어"




바로누스는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녀는 젊은 마법사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품었다

그러니까, 삼키자
부도덕과 퇴폐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녀는 자신의 경의조차 짓밟았다

투척된 여섯번째와
마지막 일곱번째를 그림자로 받아들였다
용의 송곳니는 그것으로 끝이였다

피아라트는 어깨로 숨을 쉬며 검은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그녀의 마법은 마녀에게 닿지 않았다

혼신의 마력을 담은 마법의 패배는 곧 마법사의 패배
이제 그녀는 마법을 비틀어낼 마력조차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덩어리는 말 그대로, 그녀의 전부였던 것이다

그림자가 피에르트에게도 다가왔다




"피에르트, 나는 널 결코 잊지 않을 거야, 네가 너무 좋은 걸"





피에르트의 피부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래요? 하지만 난 당신이 너무 싫어요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죠"




동시에 피에르트는 눈을 부릅떴다
'수탈'의 마안이 맥박치기 시작했다




순간 바로누스는 자신의 심장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밑으로 떨구니

다음으로 스스로의 마력이 엄청난 속도로 뽑히고 있음을 느꼈다

수탈의 마안은 피에르트가 포섭한
약탈자 브릴리간트의 성질을 짙게 이어가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빼앗아 가는 것이야말로, 용 최대의 권능
그녀의 용에게 있어서 빼앗아 가는 것이야말로 본능이였다

하지만 그것 뿐만이 아니였다
이 수탈 현상에는 피에르트의 특성이 짙게 반영된 것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브릴리간트의 심장이 될 수 없었겠지




"...훌륭한 것을 보았을 때
참을 수 없게 되는 것은, 나의 나쁜 버릇이야"





혀를 차듯 바로누스가 말했다
그렇게 마력이 속속 빼앗겨 갔다

빼앗는다는 행위는 본래 종속적인 행위다
이들은 빼앗아야 할 자가 없으면 빼앗을 수 없다
스스로 다른 사람을 낳는 제브렐리스과는
대척점에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약탈자는 언제나 다른 사람을 찾는다
그것은 곧, 타인에 대한 의존행위나 다름없었다

의존과 약탈
이 성질을 가진 마력의 덩어리를
바로누스는 일곱 개나 삼켰다
덩어리는 적을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적을 꿰메기 위한 것이였던 것이다




"잡았다"





피에르트는 검은 눈동자를 빛내며 마력을 빼앗았다
틀림없이 피에르트는 마녀를 이 자리에 묶어두는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마음에 떠오르는 것은 환희가 아니었다
오히려 초조였다

그녀는 빼앗을 때마다 자신의 감정이 비대해지는 것을 느꼈다
빼앗는다는 것은 의존, 의존의 근성이, 자꾸자꾸 부풀어 올라가는 것이였다

걸쭉한 갈증에 가까운 감정이 피에르트의 등줄기를 타고 흘러갔다




아아.... 그에게서 똑같이 뺏는다면, 얼마나 감미로운 일일까




그런 생각이 그녀의 마음에서 조금씩 생겨나 버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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