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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66화 - 그들이 의지하는 존재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7장 성전 시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66화 - 그들이 의지하는 존재 -

개성공단 2021. 5. 15. 02:03




대성당
오랜 세월 평온을 유지하며
대성교 신자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던
이곳도 동란 속에서 그 역할을 행했다

그곳은 신앙을 유지하는 보관고가 아니라
신앙을 수호하기 위한 막사가 되었다




"신앙에는 늘 고난이 따르기 마련이죠
반드시 이단은 나타나고 박해자는 태어나고 배교자는 자랍니다
하지만 우리는 수백 년 동안 그것들을 극복해 왔어요
지금도 또 마찬가지일 뿐이에요, 인간을 진정으로 풍요롭게 하는 것은
부도 지성도 아닌, 모두 극복하려는 의지입니다"




조용하고 그러면서도 마음에 스며드는 목소리

대성당에서의 열병식
성녀 알류에노가 찬란한 황금빛 머리카락을 햇빛에 비추며 말했다

말을 듣는 신도와 병사들에게 소란은 없었다
있는 것은,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강철의 신앙

그들은 민중처럼 무턱대고 열광하고 고함을 지르지 않았다
그것은 마음이 움직여 버렸다는 수치스러운 증거였다

그들은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다
찬동도 정열도 아닌, 그것이 마땅한 것이라도 믿듣이 말이다


이제 신도와 병사들에게
대성교 성녀는 상징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마성과 이교도에게 왕도를 빼앗겼다
왕도란 왕권을 나타내는 시점이자 국가의 정체성

왕권이 극도로 약화된 상황에서는
군사뿐 아니라 왕을 따라다니던 귀족들에게조차
별다른 기댈 것이 필요했던 것이였디

거기에 우연히 성녀라는 주목이 박혔을 뿐




"아멜라이츠 폐하, 부디 군사들에게 말씀을 주시기를..."





성녀의 재촉에 따라 노왕이 입실했다
외투 위에 입은 무게 있는 백색 갑옷은
일찍이 그의 왕이 무도를 숭상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병사들에게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더 이상 물러설 길은 없고, 가야 할 길만 있다
승리는 내가 손으로 이끌 것이다
제후, 장군, 병사들이여, 왕도로의 귀환을 명하겠다"





즐비한 제후와 장병이 발꿈치를 울리며 따랐다

협력관계에 있으면서 서로 권익을 놓고 다투는 관계였던
왕권과 대성교, 양자는 이에 이르러
완전히 가까운 합일을 이루게 된 것이였다

국왕과 성녀
양자가 함께 친정은 이제껏 일어난 일조차 없었다
그러나 대악에 짓눌림으로써 비로소 양측은 통일된 의지를 갖게 되었다

그것이 누구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고 해도,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열병식 이후 대성당은 전시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합의제는 완전히 상실됐고 교황은 성녀의 말을 지지했다
대성당이라는 기관 자체가 성녀 아래 통일돼 갔다




"성녀 알류에노,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성녀와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인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호국관 제이스 블러켄베리는 홀로 성녀가
사용하는 응접실에서 그녀와 대치하고 있었다

청렴성이 유별나게 갖춰진 그 방은 인간미를 잃은 것조차 느껴졌다




"호국관 블러켄베리 님이 원하신다면
설마 싫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성녀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카리스마보다 사람을 맞아들이는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것은 성녀보다도 알류에노라는 소녀의 모습이였다

다만 블러켄베리에겐 이 인간미 넘치는 모습이 더 무서웠다




"……지금까지도 몇차례 합의장에서 말씀드려 왔지만
이번 전역, 반드시 나라를 휩쓸 것입니다
서방 로어도, 남방 일리저드도, 동방 볼버트도 황폐해졌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심각합니다
마수 재해뿐 아니라 내전까지 일으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성녀가 손바닥을 보이며 말의 계속을 재촉했다
그녀의 미소는 일절 무너지지 않고 있었다




"당신은 총명하니까, 뭔지 알고 계실 겁니다
마성이면 토벌으로 끝나는 이야기 이지만
내전이 벌어지면 이야기는 바뀔 것입니다
우리는 국내에서 뼈에 사무치는 한을 공유하게 될 것이고
나라는 황폐해지고, 시민들은 나눠질 것입니다"




이제 일은 단순한 이교의 반란이 아니게 됐다

신왕국과 구왕국, 문장교와 대성교
문장교의 성녀 마티아가 시작한 복음전쟁은
이제 갈라이스트 왕국을 갈라놓는 성전이 되어 있었다.

이건 내전이다
내전을 일으킨 국가의 말로등이 뻔하다




"지금이라면 아직 대규모 전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마성에 빼앗긴 도시를 그들이 탈환했을 뿐
비록 왕위참칭이 있었지만
나라 안을 휩쓸지 않고 일을 다스리는 방법은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이런 것이겠죠?
아멜라이츠 폐하와 대성교의 공동 친정을 취소하라고"


"……그렇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당신이라면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어요, 총명한 호국관님이라면 아시겠죠"




인간미가 넘치는 알류에노의 목소리에서
성녀의 목소리로 갑자기 확 바뀌었다
블러켄베리가 고개를 들 틈도 없이 성녀는 그의 말을 억눌렀다




"이번 마수 재해로 국토, 아니 대륙과 질서 자체가 모두 황폐화됐습니다
새로운 질서를 대륙에 심는 데는 절대적인 힘과 믿음이 필요합니다
대성교와 구교가 뒤섞인다면, 쓸데없는 분쟁만 생길 뿐입니다


"그러니까……내전을 해서라도 구교를 때려부수겠다는 겁니까?"


"네, 이 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딨겠어요?"




블러켄베리는 정면에서 성녀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 광신에 대해 설득은 불가능하다
그녀의 전역이 단순한 외교 수단인 데 비해
성녀는 다른 의도를 갖고 이 전역을 일으켰다

목적은 블러켄베리로도 추측할 수 없지만
일단 신앙을 명분으로 한 것은 분명할 것이다

그래서 설득은 불가능하다
종교는 불합리를 수용한다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라는 것의 성질이였다

블러켄베리라고, 절대로 설득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였다
그저 이것은 마지막 확인이였을 뿐




"성녀님의 마음은 알겠습니다
더 이상의 말참견은 하지 않토록 하겠습니다"




그래, 말로서는 이 성녀를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다른 수단 밖에는 없겠지



◇◆◇◆






"루기스가 강해지면서 활약할수록 귀찮은 일이 많아지는군요
난 별로 상관없지만 말야, 루기스가 건강한 것은 기쁜 일이야"




블러켄베리와의 문답을 듣고 있었을 것이다
신령 아르티아의 가슴속에서
성체구 알류에노는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소꿉친구로부터 자기 이외의
모든 것이 빼앗기기를 바라고 행동해 놓고도
그의 성장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무구함
상반된다고도 생각되는 두 가지가 알류에노 안에서 동거하고 있었다

그를 구원하고 지배하고 싶은 마음과
그를 사랑하는 감정은 같은 것이라고 그녀는 말하는 것 같았다

아르티아는 권속의 말에 불쾌한 미소를 한 방울 흘렸다
성녀의 방에 한 사람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가 강해졌다고? 어디가?"





그건 비웃음이 아니였다
거기에 감정은 담겨 있지 않았다
사실을 단지 말한 것뿐인 진실성이 수반하고 있었다




"일개 모험자였던 루기스가
대마나 마인에게 승리했잖아
이것을 강해졌다고 말하지 않고서 무엇이라고 할까?"


"맞아, 힘은 셌어, 무기도 얻었고 말이야
그 점 역시 그는 오우후르의 권속 일거야
하지만 사람의 강약은 또 달라, 그는 훨씬 약해졌어
나를 죽이고 싶다면, 처음의 방식을 고수했어야 했어"




아르티아는 처음으로 연민의 빛을 눈동자에 떠올렸다.




"알류에노, 자네는 나의 권속이야
네가 있었기에 나는 성체구를 얻을 수 있었어
그러니까 안심하는 게 좋아, 반드시 네 소망을 들어줄 수단을 줄 테니까"




그는 반드시 네 것이 될 거야





눈동자 속에서 대마 제브렐리스와 대치하고 있는
루기스의 모습을 보며 아르티아가 말했다
그것에 대해 알류에노가 응했다



"고마워, 하지만 난 당신에게 매달리는 게 아니야
나는 내 방식대로 루기스를 구하고 싶은 뿐인거지




그야말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알류에노는 언제나처럼 거리낌없이 말했다





 ◇◆◇◆





제브렐리스와 대치한 오륜평야의 인류군은 3개로 분할돼 있었다

마녀를 제압하는 피에르트와 정면군
후방에서 마수군을 끌어들이는 카리아가 이끄는 별동대

그리고 양자와는 별개
루기스와 엘디스를 제브렐리스에 접적시키는 역할의 호위부대였다
이들은 모두 지원병이었다
역할의 특성상 병사는 기병이어야 하고 
원수도 한정했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것은 100기 정도

마수군이 전력을 돌리면 쉽게 전멸할 수 있는 인원수였다

그중 한 명인 베르나그라드가 선두로 말을 몰고 있었다
한 손으로 움켜쥔 샤벨, 그것을 다루는 익숙한 모습은
그가 철통같은 기병임을 느끼게 했다




"원수 각하! 가까이만 가면 되는 거죠? 무슨 일이 있어도!"


"그래! 제브렐리스를 접적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됐어!
너희들은 바로 도망가도 상관없어!"




서로 큰소리로 주고받는 두 명
베르나그라드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사벨을 다시 잡았다

베르나그라드는 든든한 기병
그렇기 때문에 루기스가 하려고 하는 접적의 어려움을 깨닫고 있었다

확실히 정면군과 별동대의 활약에 의해, 마수군은 분단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기병의 수보다는 훨씬 많았다

거기에 달라붙는 것만으로는 쫓기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된다고, 루기스가 말했지만
그래서는 마수군을 동요시킬 지언정, 뚫을 수는 없을 것이다

베르나그라드는 사벨을 수평으로 세웠다
기병의 사벨은 기사 이야기처럼 휘두르는 것이 아닌
말의 속도에 맞추어 칼을 적에게 포개놓을 뿐이였다





"……기병은 한 번 돌격하면, 더 이상을 생각해선 안 돼"





베르나그라드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쓰윽,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기병으로 치면 이미 간격이랄 수 있는 거리에 마수군이 있었다
그들은 이쪽을 겨우 깨달은 기색이 있었다

주위에 전개하는 기병 99기를 향해 외쳤다




"조국의 적이 있다! 우리에게 승리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돌격!"





베르나그라드의 말에 다른 기병이 응했다
그 의도와 각오조차 이해하고 있었다
그도, 다른 기병들도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이들에게 이탈할 의지 같은 것은 없었다
그들은 자원해서 여기에 있었으니까

그들의 일은 루기스와 엘디스를 제브렐리스까지 운반하는 일
그러기 위해서는 그저 돌격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적의 부대를 섬살하지 않고는 말도 안 되는 얘기였으니까

물론 루기스와 엘디스라면
동요한 마수군 속을 뚫고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면 시간과 체력이 소모될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들이 소모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적어도 베르나그라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먼저 마수의 배를 사벨로 뚫었다
기름과 피를 털면서, 손목을 돌려 다음 적으로, 또 다음, 또 다음 적으로...




"......!"




뒤에서 말이 나온 것 같았지만
본 돌격을 개시한 기병을 제지할 수는 없었다
말발굽이 마수의 머리를 내리치며 산 자의 혈육을 짓밟아 갔다

주위의 기병들이 속속 탈락해 갔다
몇 배나 되는 수의 적을 공격한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기병들의 목적은 생존이 아니였다




"원수 각하!"




베르나그라드가 외쳤다
본 돌격에서의 호위도 한계가 오고 있다
하늘을 찌르는 거구가 바로 옆에 보였다
멀리서도 병사들의 비명이 들렸는데
아마 별동대가 마수군의 동요를 간파하고 더욱 공세에 나섰을 것이다

마수군은 분명 들떠 있다
하지만 붕괴는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의지할 거목이 있기 때문이였다

그 거목을 꺾는 것은 베르나그라드 등의 몫이 아니었다





"왜 너도 나도 명령을 듣지 않는 거야
너희들이 죽는 것은 용서하지 않겠어
너희들은 꼭 내 직속부대로 삼을 테니까
절대 죽지 마, 꼭 살아 돌아와"




엘프의 여왕을 동반한 영웅이
그 날카로운 두 눈으로 베르나그라드에게 시선을 주며
말을 앞으로 튀어나오게 했다




"그거 영광인데요?
그럼 아직은 죽지 못하겠군요"




사벨을 털고 말고삐를 다시 당기며 베르나그라드가 말했다
그리고 영웅이 인류의 적과 대치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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