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94화 - 정의란 어디에 - 본문
갈라이스트 왕국의 향후를 점칠
신왕국과 구왕국의 회담
본래라면 장기간에 걸친 시간이 필요했을 대화도
이 때 만큼은 탈없이 진행되어 소동 없이 종결되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내전을 원하지 않았고, 양쪽 모두 의지는 같은 데 있었다
신왕국, 구왕국이라는 울타리는 사라지기 시작했고
어떻게 해서 갈라이스트 왕국을 존속시킬 것인가로 방향을 틀고 있었으니까
국가에 해치는 마성의 존재는 방치하면
그대로 국가의 내장을 갉아먹는다
사람끼리 계속 싸우면 국가 자체가
실종될 게 누가 봐도 분명했다
두 세력 모두 생각건대
파멸 앞에 머물 만한 이성이 있었다
그것이 살얼음이였을지라도, 지금은 연결되어 있었다
"앞서 말한대로 우리의 전력은
메드라우트 보루에 주둔한 십만 병력만이 아닙니다
서방국가연합인 로어, 그리고 동방으로부터 약정을 받았죠"
"동방? 자유도시 동맹 말인가요?"
"그 중 일부 입니다
볼버트 왕조 마성 전역 때 병력을 확보해
도시를 장악한 사내가 수괴죠
산적이나 다름없다고 들었지만
삼면에서 공격한다면, 병사의 질은 별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로이메츠가 담담하게 고하는 사실은
신왕국 측을 포함한 모두가 긴장을 쏟아냈다
신왕국을 뒤덮는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북쪽의 옛 왕국군만이라도 막지 못하는데
동쪽과 서쪽병까지 나온다면 말이 되겠는가
대항한다고 해도 평야에서의 결전이 아닌
왕도 주변을 이용한 수렁의 지구전일 것이다
그 결과 틀림없이 나라는 무너질 것이다
"서방 로어와 동맹을 이뤄냈다면
버드닉 가문과 산하 귀족들도 합류하겠지
그들은 국가에 대한 의무로 움직이니 말이야"
서방의 말을 듣고 참을 수 없다는 듯
카리아가 은색 눈동자를 일그러뜨리며 입을 열었다
본래 서방국가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주어야 했던 변경 보루 코리덴
역사에 남겨진 유물에 불과한 성채를 지키는 것은
카리아의 생가인 버드닉 가, 바벨리지 버드닉이였다
그가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카리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있었다
"아멜라이츠 폐하가 머물지 않는 이상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입니다
하물며 마성이 들어간다면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구축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이죠, 이곳은 인류의 나라니까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고 싶습니다"
로이메츠와 마티아 두 명의 서명으로 대부분의 약정은 체결됐다
병력의 합류방법, 필요에 따라 10만의 병력으로
로어와 자유도시동맹 병사를 물리치는 것
구 왕국군에 속한 인간의 처우
그리고 국왕과 성녀의 취급
솔직히 말해 가혹한 처분에 침착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애당초 지금처럼 신왕국과 구왕국이 대립하고 있는 것은
마성에 의해 국가가 유린당한 결과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
인간이 인간의 의지대로
국가를 구하려고 움직인 결과 대립한 것이라면
엄중한 처벌은 내려지지 않을 것이고
그러한 명분 하에 처우는 정해졌다
향후의 통치. 세세한 정치조직등
결정하는 것은 셀수없을 정도이지만
그래도 일단 침착함을 보았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러기에 막판에 로이메츠는 말을 꺼냈다
이 말을 들으면 결정도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했기 때문이였다
"신왕국에서 제브릴리스를 토벌할 때
용이 함께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유언비어라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아니라면
진실을 알려주길 바랍니다, 당신들은 마성을 길들이고 있는겁니까?"
"그 소문 말인가요?"
로이메츠의 추구로 여겨지는 말에
마티아는 자신도 모르게 말문이 막혔다
그로서는 회담이 끝난 뒤의 잡담으로 꺼내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마티아는 곰곰이 생각했다
마성을 따르는 것이 악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볼버트 왕조도 마법으로 마수를 조종병으로 이용했고
마수꾼이라 불리는 모험가들도 존재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마성의 정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용, 거인, 정령이라면 어떨까
마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이 협조적이라고 해도
과연 눈 앞의 상대가 수긍을 쉽게 할 수 있을까?
마티아 역시 왜 용이
루기스의 말을 따랐는지 본질은 모른다
다만 그의 말에서 전해 들었을 뿐...
마티아는 심사숙고했다
향후의 움직임에도 관련되어
올지도 모르는 대답을 입속에서 만들어 냈다
◇◆◇◆
구왕국군 진지
지휘관 천막에는 호국관 제이스 브래켄베리와
그 참모가 쉴 새 없이 문서를 훑어보고 있었다
십만 군사는 대군이니, 그것들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상응한 판단이 필요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들은 원래 하던 일과는
다른 절차도 매겨야 했다
즉, 국왕과 성녀의 구속에 대해서 말이다
병사들의 지지를 얻는 일은
브래켄베리에게 있어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대략적인 장들은 브레켄베리와 연결되어 있었으며
형식상 그는 국왕으로부터 부여받은 군사대권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그의 양 어깨에는 갈라이스트 왕국의
군사에 관한 전권이 주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선행 6만과 후속 4만
병사의 합류는 무사히 끝난 것 같군
폐하와 성녀의 상태는 어떤가?"
빨간 외투를 입으면서
궐련을 내려놓으며 브래켄베리가 말했다
참모 중 한 명이 미간에 깊은 주름을 잡고 응했다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호위 근위병, 성당 기사들을 무너뜨리기는 어렵겠지만
병력을 배경으로 한 협상은 가능하겠죠
모든건 폴 님의 동향에 달려있지만 말입니다"
"폴 경이 하는 거다, 성공할거야
그는 나보다 훨씬 정치력이 뛰어난 사람이니까
문제는 그들보다 우리인 것이지
폐하와 성녀, 국가와 종교의 정점에 맞춰
물러나야 할 필요가 있으니 말이야"
"...각하"
참모는 안경을 눈가에 밀어붙이고
코에 뚜렷한 자국을 남겼다
가물가물한 손끝이 그에게서
긴장이 가시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말 이런 일을 하시려는 겁니까?
이는 몰락없는 국가에 반역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하는 국가의 방패막이 아니십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
하지만 과연 국가에 대한 반역이란 무엇일까?"
브래켄베리로서는 드물게 부하의 대답을 기다렸다
군인으로서의 면모가 큰 그는
평소 이런 모호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참모들은 목을 메게하고, 말을 더듬면서 말했다
"...국왕 폐하께, 칼을 겨누는 것 말인가요?"
"어떻게 보면 정답이군,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라"
브래켄베리는 외투를 고쳐 입고 눈을 가늘게 떴고
궐련불을 완전히 끄고 나서 천막 밖을 내다보았다
"국가에 대한 반역이란 국가에 대한 모독을 간과하는 것
국왕 폐하는 일국의 절대 권력자
국가를 보다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폐하께 충성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
하지만 만약 폐하가 국가를 멸망시키고자 한다면
그것은 국가를 모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천막 밖은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죽음의 눈은 그치지 않고
아직도 이 세상이 마성의 것이라고 말하듯이
먹구름이 하늘을 덮어가고 있었다
미래는 전혀 내다볼 수 없을 것 같았다
브래켄베리에게조차 신왕국과 구왕국 중
어느 쪽이 더 믿을 만한지는 알 수 없었다
어느 쪽이 정의고 어느 쪽이 나쁜지는
후세 역사가에게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 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
그에게는 지금 이 상황을 보고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참모가 브래켄베리의 말에 어깨를 움츠렸다
당연한 것이다, 상관인 호국관 스스로가 이렇게 말한 것이니 말이다
"국왕 폐하는 국가 자체가 아니다, 국가란 우리의 전부
왕관을 누가 쓰든 그것은 모두를 생존시키기 위한 기능일 뿐이다
그리고 호국관이란 그런 그를 보완시키기 위한 장치
너도 보았지 않았느냐?
제브릴리스가 국토를 잠식시키고 있을 때
국군이 명령받은 것은 메드라우트 보루를 함락시키는 것이였다
반면 신왕국인 그들은 군사를 찢어서라도, 제브릴리스를 물리쳤다"
군에서 군사를 분할하는 행위가
피를 삼킬 정도의 행위임을 브라켄베리는 통감하고 있었다
군은 나누면 약해지고 꼼짝달싹 못하게 되는 법이니 말이다
비록 그것이 세력의 중심지인
왕도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는 하나
신왕국은 그것을 이루면서까지 제브렐리스를 토벌하였다
말하자면 우리도 같은 일을 했어야 하는 것이였다
왕도가 신왕국군의 손아귀에 들어가버렸다
왕도 아르셰는 갈라이스트의 중심지이며
많은 백성이 거처하는 대도시
결코 저버려서는 안 될 요충지였다
국왕과 대성당의 행적은
왕도가 삼켜지는 것을 허용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다시 왕도의 백성들을 내팽개친 것이였다
첫 번째는 마인 드래그만, 두 번째는 대마 제브렐리스
아니, 저버렸다는 뜻으로 치면 세 번째일 것이다
북부 스지프 성채에서 6만의 병사와 용장을 저버렸으니 말이다
"나는 국가의 방패이지, 폐하의 수호자가 아니다
이것이 오만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본래 해서는 안 될 일이겠지
그러나 백성과 신하들을 저버리는 것이 국왕이라면
그는 더 이상 왕이 아니다, 당장 국왕 폐하와 성녀의 신병을 확보하겠다"
"알겠습니다
각하께서 이미 마음을 정하셨다면
우리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만약 이것이 하나의 무대이며, 각본이라면?
브래켄베리는 그 각본을 쓴 사람은
너무 사람의 감정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알고 그러는 것일지도
붉은 외투를 바람에 나부끼며
브래켄베리는 참모들과 함께 천막을 나섰다
병력과 군의 장악은 끝났다
약간의 저항은 있어도 억제할 수 있는 범주
그리하여 설령 마성이 군에 들어갔다고 해도
지금 일을 저지르는 편이 나을 것이다
가늘고 긴 눈동자를 더욱 날카롭게 조이며
브래켄베리는 한 가지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제브릴리스를 우리 군세가 토벌했다면...
그마저도 이루지 못한 우리에게 정의란 없다!"
브래켄베리의 말은 한 가지 무언가를 포기한 자의 말이자
자기가 믿었던 것을 버린 자의 목소리였다
참모들은 그 말을 듣고 말없이 눈을 내리깔았다
메드라우트 보루에 진좌하고 있는 10만의 군세
그 중 하나의 동란이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호국관 제이스 브래켄베리가 역사의 뒤안길로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과 그렇게 말해도 지장이 없는 일막이
간신히 눈동자를 뜨고 있었던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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