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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95화 - 호국관의 소망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8장 영웅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95화 - 호국관의 소망

개성공단 2021. 5. 29.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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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국관의 소망



제이스 브래켄베리가 남기는 흔적은 철 냄새가 났다

혼자서는 닦을 수 없는 전장을 겪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항상 철검을 가진 병사들이 주위에 있었기 때문일까
아무리 씻어내도 밴 쇗냄새가 브래켄베리를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왕관과 성전을 향하고 있었다
인류 역사에서 모반을 일으킨 인간은 허다하지만
국가와 종교, 양자의 정점을 반역한 사람은 브래켄베리가 처음일 것이다

수 차례의 말다툼과 몸싸움이 있었다
우발적으로 일어난 병사의 폭주나
브래켄베리의 반역을 눈치챈 지휘관등에 의해서 일어난 병사의 충돌

그 모든 것을 때려눕히고
브라켄베리는 국왕과 성녀의 천막을 군사로 덮었다

병수 차이의 문제 등이 아니었다
단순한 군사를 이용한 전쟁이라면
브래켄베리가 없는 쪽이 패배하는 것은 당연하다
브래켄베리는 병사들을 신뢰하고
군인들은 그를 누구보다 신뢰했으니 말이다

고로 그들의 반역은 성공할 것이다
사전에 로이메츠의 안내에 따라 귀족들 중에
 협동하는 자가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브래켄베리는 눈 위에 발자국을 만들며
성녀의 천막을 멀찍이 바라보았다




"근위병과 성당 기사들은 협상에 응하지 않았나"


"네, 들은 척도 안하더군요
말 그대로 충성과 신앙의 덩어리죠"




국왕과 성녀, 두 개의 천막을 죽 늘어선 군사들이 에워쌌다
예전보다 왕이나 대성당에 가까운 장병들은
브래켄베리의 계책에 따라 당장 달려오지 못하는 형세였다
그들이 눈치 챘을 때쯤이면 모든 게 끝났을 것이다

브래켄베리가 유일하게
자유자재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근위와 성당 기사뿐
하지만 이들은 정예라 해도 수천에 미치지 못하는 병수
손안에 있던 회중시계를 보며 브래켄베리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충분히 기다리고, 움직임이 없으면 병력으로 에워싸라
활과 화살은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네? 그렇다면 폐하와 성녀의 몸은...."




브래켄베리에 응한 참모는 사사건건
여기에 이르러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충성이나 신앙을
간단하게 뒤집어버리는 인간은 별로 없었으니까

조건부 충성을 갖기보다는
무조건적인 충성이 기분 좋으니 말이다

회중시계를 품속에 집어넣고
브래켄베리는 성녀의 천막을 보았다
목덜미에서 귀밑까지 짜릿짜릿한 저림이 일어나고 있었다



"몸을 사려야 하기 때문이야
상상해보거라, 전선의 병사들은 우리보다 더 긴장해 있을 것이다
만약 장시간 대치한 끝에, 전투가 벌어지게 된다면
그들은 더 이상 멈출 수 없게 될 거야
상대가 국왕이든 성녀든 말이든 죽여버릴테지"




참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납득이 간 모양이였다

브래켄베리가 한 말은 진실이지만
그것만이 이유도 아니었다.
그는 깊은 호흡을 하나 내쉬었다

등골이 저렸고, 피가 너무 차가운 것 같았다
성녀의 천막을 뚫어지게 쳐다볼 때마다 같은 감촉이 있었다
이 시점에서 브래켄베리는 하나의 확신을 얻고 있었다

마가 거기에 있다
밀서는 허위가 아니었다

물론 마의 기색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은 아니다

대성당은 갈라이스트 왕국의 마법 지식을
상당 부분 독점하고 일실 마법의 취득자를 중용하고 있다
그들은 보다 마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성한 존재인지 사악한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실 브래켄베리는
과거 성녀 알류에노를 만났을 때도
지금과 비슷한 것을 느꼈다
마의 기색, 마력의 흐름이라고나 할까
대성당에서는 드문 기색이였다

그런데 오늘 느끼는 것은... 엄청났다
농밀하여 구역질마저 날 것 같은 마

브래켄베리의 뇌에서 폭력에 가까운 경보가 울려 퍼졌다

가까이 가지 마... 시야에 들어오지 마...
떠올리는 것조차 죽음에 가까워질거야....
그것은 수많은 전장을 뛰어 넘은 가운데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을 정도의 생존 본능이였다

나는 이것과 몇 번이나 대면했던가




"뭔가 잘못 됐군..."


"각하?"




그는 빨간색 외투를 어깨에 세게 둘러메고 품속에 손을 넣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브래켄베리는 후회했다.

그날 대성당에서 설득 같은 건 하지 말고 베어 죽였어야 했다
아니, 그야말로 첫 만남의 날
성녀후보였던 그때로 목을 베어 놓았다면...
무한한 상상이 브래켄베리의 머릿속을 휘집었다

시계 바늘이 충분한 경과를 나타내기 전에
병사에게 움직임이 있었다

성당 기사가 둘로 갈림길을 만들었다
반역자에게 굴복한 것이 아닌
자신의 주인을 따랐을 뿐인 것이였다
브래켄베리의 목덜미가 더 강한 저림을 호소했다

성당 기사들의 주인, 성녀 알류에노는 유연한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섰다
그것은 살기등등한 병사들조차 맥을 못 추게 하는 무방비였다

맞추듯 한 걸음을, 브래켄베리는 앞으로 나섰다
그녀가 자기한테까지 오리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였다
자신이 거절해도, 반드시 이 곳에 올 것이다
그래서 그는 피해가 나기 전에 스스로 나아갔다

전쟁터에서 대면한 황금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빛을 흔들며
한숨이 나올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신가요, 호국관 브래켄베리 님
정말로 진기한 상황이군요"


"성녀 알류에노, 설마 귀족처럼 대화하려는 건 아니겠지요
저는 당신을 구속하겠습니다, 난폭한 짓은 하고 싶지 않군요"


"매정하네요, 하지만 저도 그건 마찬가지에요, 브래켄베리"




성녀 알류에노는 말하며 한 걸음을 내디뎠다

브래켄베리가 넋을 잃을 정도의 마.
대면하기만 해도 살갗이 서늘... 아니, 타는 기분이였다

그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역시 내가 잘못했구나 하고
브래켄베리는 가슴속에 후회가 치밀었다
이것은 실수 그 이상의 것이였던 것이다

그녀는 평소와 다른 어조로 말하면서 두 팔을 벌렸다




"나는 당신을 잘 알고 있어요
저를 위해 불온분자들을 이렇게 모아주셨군요?"


"멋대로 남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쩌면 당신의 재능일지도 모르겠군"




반사적으로 브래켄베리는 한 손을 들어
주위 병사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군인들이 무기를 들고 나오기는 했지만
거기서 한발짝을 내디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성녀 알류에노가 쏟아내는
압도적인 열량이 그들을 질식시키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여전히 군사는 당신의 휘하에 있지만, 슬프지 않아?
브래켄베리, 당신은 군 지휘관보다는 마을 제일의 검사가 되고 싶었잖아
하지만 당신의 재능은 그것을 허락하지 못했고
지금의 자리에 당신을 앉히게 해버렸지




오장육부를 핥는 기분이었다
나보다 훨씬 젊은 그녀가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을 리 없다
그런데도 그 말은 진실을 꿰뚫고 있었다

브래켄베리는 넘쳐날 정도의 군사와 행정적 재능을 지녔으면서도
개인의 무용 같은 특별한 점은 없었다
자기에게 검을 잡을 재주가 없다고
아주 오래 전에 체념한 것이였다
검사란 그야말로 어린 시절의 꿈

성녀 알류에노는 황홀한 미소로 말했다




"다시 한 번 꿈꿔보지 않겠어?
네가 소원을 빌면, 내가 이루어 주겠어
과거에 원했던 광경도, 포기해버린 꿈도, 눈물과 함께 잃어버린 날도
모두 되찾아줄게, 약속된 행복을 내가 안겨주겠어"






그녀의 말에는 영혼을 움켜잡힐 듯한 마력이 있었다
황당한 몽상 이야기를 정말 실현해 버릴 것 같은 것이였다
그럴 만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를 빛나게 하고 있었다

병사도, 참모도, 브래켄베리도 같은 생각을 하던 와중




"게다가, 네 병사들은 나를 이길 수 없어"




그녀가 말하는 순간, 눈이 흩날리는 소리가 났다
천둥소리 같은 굉음이 전장의 한 모퉁이를 날려버렸다
어떠한 전장에서도, 사람이 정말로 튕겨나는 광경은 드문 것이였다

소리가 강해서 가까이서 일어난 줄 알았는데
그것은 상당히 먼 곳에서 일어난 것이였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만의 군세를 압도하는 야만의 포효
천둥소리와 함께 오는 그것이, 군사를 치어 죽여 갔다
멀리서 보면 기병이나 말 달린 전차를
타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유린속도였다
그것이 지금 자신의 오른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였다

반면 나머지 왼쪽은 조용했다
그러나 그것이 평화롭다는 것은 아니다
병사들이 목이 날아다니는 모습은 변한 게 없기 때문이였다
저항도 허락하지 않고 칼로 내리치는 자들이 다수일 뿐이였다
고요한 백금빛이 브래켄베리의 시야에 비쳤다

이러한 존재를 브라켄베리는 알고 있었다
드물게 전장에 나타나 전세를 뒤집는 자들
열세를 우세로 전환하는 자들...

영웅 




"브래켄베리, 네 말을 난 듣고 싶어
자네에게는 재주가 있어
용사로 끝나지 않을 만큼의 영혼도 있지
자, 네 소원을 말해 보겠어?"




브래켄베리에겐 눈앞의 여자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은 불온분자를 때려눕히고
나머지 순종된 자들을 손아귀에 넣자는 것
속셈을 밝힌 다음 자기를 다시 따르라고 하는 것이였다

아직 브래켄베리의 수중에는 병사가 다수
결코 모든 것이 뒤집힌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또 하나, 브래켄베리는 직감하고 있었다

10만의 병사가 있어도 이 여자는 죽일 수 없을 것이다

주위의 병사들이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처럼
누구나가 다리를 움츠려 버린 것처럼.
적대하면 이 여자한테 먹혀 죽기를 기다릴 뿐이였다





"어린 시절, 아무도 우수한 너를 인정하지 않았어
그런데 남방과의 전쟁에서 계속 이김으로써 
자네는 억지로 주위에 자신을 인정하게 한 거야
그만한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 이런 데서 끝낼 생각은 없잖아?"





성녀 알류에노는 가느다란 손끝을 치켜들며
브래켄베리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시선 하나로 사람을 녹여버리는 감미로움이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브래켄베리는 자조마저 담은 표정으로 말했다.




"소원? 어렸을 때야 그렇지, 마음 최고의 검사가 되고 싶었다"

뭔가를 알아챈 듯 브래켄베리는 말을 흘렸다
그는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과거를 천천히 털어 놓았다




"투기장에서 우승해 내 이름이 온 나라에 알려진다...
많은 어린이가 꿈꾸는 이야기지
누군가를 보호할 수 있고 싶었단 말이다"




그리워하듯 지난날의 꿈을 회상하는 브래켄베리

순간 브래켄베리의 눈동자가 강해지고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그래, 진정한 소원이 있었어




"그리고 무엇보다 제브릴리스와 싸우지 않을 수 없었던
내 부하를, 구해주고 싶었다......!
그들의 원수를 갚아주고 싶었단 말이다!
성녀 알류에노, 유감스럽게도 내 소원은 실현될 수 없을 것 같군
우리는 더 이상 정의가 아니니 말이야!"




그것은 알류에노의 손을 뿌리치는 한마디였다
브래켄베리는 한 자루의 철검을 뽑아내면서 쇳냄새를 뿜어냈다
그것은 그를 위한 냄새였다




"아쉽네, 하지만 사랑해
너 같이 소원이 없는 자는 드물어
하지만 안심하도록 해, 브래켄베리
네가 어떤 사람이든 난 널 사랑하니까"




정말 사랑스러운 표정을 지은 알류에노는 발길을 돌렸다
칼날을 가진 브래켄베리와 병사들에게 시원시원하게 등을 돌리고
우아한 발걸음으로 천막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미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다음 순간에는 브래켄베리 주위를 지키던
병사의 창이 그를 꿰뚫고 있었다

한 자루가 아니라 여러 자루
보기만 해도 절명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을
알 만한 창이 브래켄베리의 몸에서 나오고 있었다

병사들은 망연한 표정과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의무감에 사로잡혀 브래켄베리의 몸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갔다

그의 몸에서는 쇳냄새가 났다...




"나는 사랑스러운 아이를 잃지만
그대는 사랑스러운 병사들에게 죽음을 당하는 군
어때? 균형이 잘 잡히지 않나?"




브래켄베리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고
붉은 외투는 이미 검붉게 변색돼 있었디




"하지만, 오우후르... 무모한 짓을 하는 군"




감정이 옅은 목소리로 알류에노는 마지막에 그렇게 말했다

반역의 날. 햇빛이 떨어질 무렵에
주모자인 브래켄베리는 목숨을 잃었고
반항적인 귀족들의 목도 모두 떨어뜨렸다
브래켄베리를 수호하던 많은 병사도 사라져나갔다

마치 그것은 자기를 믿는 인간을 선별하는, 그런 작업 같기도 햤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렵게도 이들의 과감성은
그저 불온분자를 처치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성녀 알류에노와 국왕의 친정군은
일체의 사이를 두지 않고 왕도로의 진군을 개시했다

브래켄베리와 공모했던 로이메츠
그리고 신왕국의 틈을 물어 죽이기 위한 진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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