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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97화 - 당신의 행복은 어디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8장 영웅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97화 - 당신의 행복은 어디에 -

개성공단 2021. 5. 29.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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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촌에서 서로 충돌하는 것은
짐승의 포효와 폭풍의 폭음
서로 영걸인 가르라스와 발레리의 무기의 중첩은
이제 보통 사람이 무기를 다루는 것과는 다른 수준이였다

서로 움직일 때마다 공기를 왜곡시켜
찬공에 살기와 불꽃을 일으켰고
단 하나의 불필요한 동작도 거기에는 없었디
양자 사이에 있는 것은 철저한 합리성
이것을 죽이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적인가

짐승도 폭풍도 본능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 한 가지만은 이성적이었다
타고난 전사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양쪽의 송곳니가 여러 번 틈새를 비집듯이 얽혀갔다
허공에 마법 갑옷의 창이 선을 그리고
붉은 창이 흐트러짐 없이 내리쳐 나갔다

그러나 아무리 양쪽이 다 영걸이라 해도
서로 다투면 반드시 기울어짐이 발생하여
우세와 열세를 알 수 있었다

가르라스의 창은 분명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의 실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인류라는 틀로 본다면 그는 최고봉에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성당 기사 필두였던 것도, 수호자로 임명된 것도
실력에 의심이 없었기 때문이였을 것이다

불행했던 것은 발레리는 인류의 최고봉 그 자체라는 것

과거 12번 대마 제브렐리스를 정체시켜
인류에게 죽이지 못했을 마인을 죽인
이 파수꾼은 인류의 이치 등을 넘어서고 있었다

마법 갑옷에 의한 일섬은
쉽게 머리를 부수고 속도는 살아 있는 몸보다 가벼웠다
창을 냅다 날리는 힘은 그야말로 폭풍과 같을 지경



"당신은 성녀에게도 저들에게도 의심을 품었다
그리고 마성을 사랑한 것도 아니였을테지




발레리는 풍자를 하듯이 말했다
그녀가 말한 것은 수호자 헤르트 스탠리와 질루이 히노
그 둘은 처음부터 발레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성녀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그녀의 칼과 방패였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르라스는 달랐다
독실한 신도도 왕국에 충성을 맹세하지도 않고
자기 머리로 사물을 생각하는 인간이었다
그는 뺨에 베인 상처에서 피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마성을 사랑할 수 없어도
자신의 길을 갈 수는 있겠지만
인간이란, 한번 결정하면 되돌릴 수 없는 거야"


"그건 아니다"




뜻밖에도 발레리는 가르라스의 말에 대들었다
전투 중에 벌어진 얼마 안 되는 틈으로 말이 끼여들고 있었다




"사람은 실수를 하지만, 자신의 길을 다시 돌아볼 수 있다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지금까지의 절차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망연히 가만히 서서, 잘못을 직시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경험한 뒤에야,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메드라우트 보루의 함락과 그의 최후가 발레리의 눈에 선했다
그녀는 마법 갑옷에 다시 마력을 순환시켜 자신의 신체 중 하나로 삼았다

가르라스는 붉은 창을 두 손으로 든 채 발레리의 말을 받았다
그는 일 초만 간격을 두고 대답했다




"그것 참 운이 좋았겠구나
하지만, 나에겐 해당되지 않아
그것을 타이를 인간은 이제 더 이상 살아있지 않으니까"



 
가르라스는 붉은 창을 고쳐쥐며
양손으로 창을 고정시키고
발레리 한 명을 창의 표적으로 삼았다

그걸 꼭 관철하겠다고 선언하듯



"내가 되돌아가면 보답을 받지 못하는 녀석들도 있어
날 믿고 죽은 녀석들이 있기에, 난 놈들에게 보답을 해야 해"




가르라스 주위의 마력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공간 자체가 주인 한 사람을 섬기도록 변모해 갔다

몇 차례 공기가 폭발음을 울렸다
그것은 오직 한 자루의 창에 극한의 마력이 집중되는 신호였다

발레리는 처음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재주를 가르라스가 해낸 걸 본 적이 없었다
아무리 성당 기사라 해도 갈라이스트 왕국은
마력을 다루는 기술이 한정되어 있다
마력을 흡수하는 흉내를 낼 수 있을 리 없다

요컨대 이것이 아마 그런 것일 것이다



"가르라스... 당신...."


"인간이란 어떤 수든 취해서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
다른 길로밖에 살 수 없는 녀석도 있는 거야"



가르라스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더 이상 문답에 의미가 없다고 이해하고 있었고
자신도 발레리도 꺾일 생각도 망설임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한쪽이 죽음으로서 결판나는 길밖에 없다
영걸끼리 전쟁터에서 말장난이란 거리가 먼 것이였고
그들은 어떤 전쟁터도 자신이야말로 최고라고 마음속으로 믿었으니 말이다




"원전해제, 기사장전"




창이 자취를 감추고 섬광을 번쩍였다





 ◇◆◇◆





문장교의 마차가 늘어선 폐촌의 일각
본래대로라면 회담을 끝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귀로에 오를 뿐인 그림자가 여러 개 몰려오고 있었다

인간의 것이 아닌 마를 덮은 이형의 모습
폐촌을 찾았을 때는 확실히 존재하지 않던
그것들이 그림자에서 우러나온 듯 마차 주위를 뒤덮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이 불쑥 말했다




"그 남자가 없군요, 뭔가 착오가 있었나요?"



질루이 히노는 푸른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아이의 몸뚱어리인 채 주위를 살폈다
그녀 자신이 지금까지 그것을 본 것은 몇 번이었지만
얌전히 행동할 수 없는 남자라고는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는 뭔가 정보가 잘못된 것 같다고 느끼며, 혀를 찼다

어리게 생긴 모습인 만큼
그녀의 어른스러운 몸짓은 묘한 맞물림을 느끼게 했다




"아쉽겠군, 너는 두 번 다시 루기스를 만나지 못할테니까"



몰래 여기서 처리하겠다고 그렇게 말하고, 대면한 것은 카리아였다
은발이 바람에 날리고, 검붉은색 대검이 허공을 찌를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
마티아나 다른 호위를 감싸듯이 하면서도
카리아가 주시하는 것은 눈앞의 여자뿐이였다

앳된 외모지만 질루이의 마력은 바닥을 알 수 없다
막연히 거대한 것이 아니라, 들어가면
받아들여져 버릴 것 같은 기색이 있었다

비슷한 마력을 몇 번 카리아는 느낀 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통제자 드래그만이나 보석 아가토스
독극물 쥬네르바에 톱니바퀴 라브르
그것들은 모두 마인이자, 인류의 천적들이였다

대검을 번쩍이며 카리아는 호기를 내뿜었다
마티아가 회담에서 말한 마도 이웃으로 여기는
사상 자체는 잘못이 아닐 것이다
카리아도 이미 마를 몸에 담은 존재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대마, 마인이라는 적대자가 존재하는 이상
이웃이고 뭐고, 싸우고 쓰러뜨려야 할 것이다
그들을 알기 위해 진정으로 다가서는 것은
모든 것이 끝난 후일 것이다

카리아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등 뒤의 마티아에게만 들리는 소리로 말했다




"내가 길을 터 주겠다
네놈들은 즉시 구왕국의 무리들과 합류하도록
알겠나, 내가 신호하면 즉시 마차를 달려라
이 마인은 내가 맡도록 할테니 말이다"




만약 구왕국군이 배신했다면
여기서 나와야 할 사람은 마수가 아니라 병사
마수나 마인이 눈앞에 서 있는 이상 그들은 적이 아니다
오히려 분단되고 각개격파되는 중일 것이다

루기스가 맡겠다고 한 이상
마인의 상대는 자신이 맡아야 한다고
카리아는 즉석에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신호란?"


"보고 있으면 알거야"




카리아의 말을 듣고
마티아가 한순간에 머뭇거리며 마차에 올라탔고
안도 그 뒤를 따랐다
나머지는 호위 기마병과 카리아뿐

기마병들은 제브렐리스 마수군에 돌격을 가한 자의 생존자들이였디
한낱 마수에 주눅들 것도 없을 것이다
카리아는 검붉은 빛 검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하늘을 찌를 듯이 얼굴 옆에 자세를 취했다



"불손하군요, 저는 신의 뜻을 알리려 왔을 뿐인데"


"적의를 조금은 숨기고 말하는 게 어때, 마인?
할말이고 뭐고 없겠지, 우리는 서로 싸우는 것밖에 모르니까"




그녀는 주위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마수 따위
일체의 의식을 하지 않았다

카리아는 거인이다
잡다한 생명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현란하게, 그냥 한 번 휘두르면 되는 것이였다
그만한 일로 길은 열릴 것이였고
거인이 걷는 길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어서 가, 뒤돌아보지 말고
원전해제, 거인 신화 프리슬란트"




검붉은 색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든 것을 관통하는 거인의 철퇴가
마수를 삼켜 폐촌의 한 모퉁이를 무너뜨렸다

달리는 마차를 지켜보면서
카리아는 아직도 그림자에서 솟아나오는 마수와
수상한 원전을 숨기고, 꿋꿋히 서 있는 마인을 보았다
몸의 절반이 무너져 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살아 있는 것 같았다




"그렇군요, 거인왕의 원전...
용케도 핏줄이 끊어지지 않고, 살아남았나 보군요"


"하찮은 문답을 좋아하는 모양이군
마인이라지만 종교에 물들면 입이 가벼워지는 것일까?"




질루이의 눈썹이 꿈틀했다
불쾌감이 넘치며 유리구슬 같던
눈동자가 이내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참으로 무식하기 짝이 없군요
저의 주군 생각만 하면, 그냥 찢어갈겨 버리고 싶은데
거인인 당신을 제가 당해낼 수는 없겠죠"



이제 카리아가 표정을 찡그릴 차례였다
지금까지 강인함과 오만함으로 가득 찬 마인과는 상대해 봤지만
그녀처럼 선뜻 당해낼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였다

카리아의 방심을 유도한다고 해도, 기묘했다
그런 것은 자신의 힘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 마인이 취할 선택이 아니였으니 말이다




"저는 적대하고자 온 것이 아닙니다
카리아 버드닉, 전해야 할 신의 뜻을 전하고자 왔습니다
신 께서는 당신을 선택하셨습니다
자, 신의 손을 잡을 생각이 드셨나요?"


"바보 같으니, 내가 그걸 잡을 줄 알아?"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카리아는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그대로 대검을 치켜올렸다
적과 더 이상 말을 주고받는 의미를 찾지 못한 것 같았다

눈앞의 마인이 카리아의 원전에 의한 완전 파괴를 면한 것은
아마 어떠한 장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혈액을 내뿜지 않은 걸 보면
육체 자체가 물질적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대검과 양손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순간
질루이 히노는 다시 한번 말했다
그녀는 싸우기 위한 자세조차 취하지 않고 있었다




"당신의 소망은 그 남자와 함께 있는 것
신 께서는 그것을 이루어 주시겠다 하고 있습니다"




카리아의 은색 눈동자가
처음으로 질루이의 말에 반응해 크게 떠졌다
순간 움직임이 멈춘 사이에 더욱 말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와 둘만의 세계였고
당신과 그의 사이에 끼일 것은 아무것도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 많은 사람이 그의 주위에 있습니다
세상은 이제 둘만이 아니게 되어버렸고
당신도 이제 그에겐 많은 여자 중 하나가 되어버렸죠"


"입 닥쳐라, 네 놈"


"당신이 여기 있고 그가 여기 없다는 건 그 증거
그는 당신과 같은 광경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어요
불쌍한 카리아 버드닉... 일단 들어보시겠어요?"




어쩐 일인지 카리아는 대검을 내리치지 않았다
질루이가 한 발을 내딛자, 허물어진 모습이
비로소 제자리로 돌아오고 어린 아이의 모습이 눈 앞에 있었다




"당신은 지금 현 상태로도 행복해 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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