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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10화 - 정해진 운명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8장 영웅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10화 - 정해진 운명 -

개성공단 2021. 6. 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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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와버렸네, 구 왕국의 군세가....




갈라이스트 왕국 수도 아르셰
그 중심부에 자리잡은 궁전에서 목소리를 낸 것은
신왕국의 여왕인 필로스였다

검은 드레스를 입고 가냘픈 몸으로 다리를 움직였다
군의실 안, 여왕의 말에 반응할 수 있던 것은 적었다

올 줄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왔다면, 그 사실을 납득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군의실 안은 어느 때보다
많은 불빛으로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에 더욱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다

귀족의 수장 비오몬도르가 미간의 주름을 손가락으로 풀며 말했다



"마티아 님의 협상은 역시 파탄으로 끝났다는 이야기겠죠
이제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백성들도 이것을 아는지, 불안의 소리와 근거 없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아니야, 그러기엔 시기가 너무 일러
협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군
짜증나, 처음부터 이러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비오몽도르의 말을 이은 것은, 핀 엘디스
그녀는 벽안을 부릅뜨고 표정을 일체 풀지 않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커다란 탁자에 펼쳐진 지도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호재를 찾으려는 듯 보였다

군의실에서 탁자에 둘러앉은 인간들은
갈라이스트 왕국은 물론 문장교
엘프 국가 가자리아의 주요 인물들도 모여 있었다

이제 이들은 동맹관계라기보다
운명을 하나로 묶은 공동체에 더 가까웠다
이렇게까지 관계성이 강해진 이상
구왕국측이 어느 하나를 놓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흘리는 식은땀의 수는 마찬가지였다




"갈수록 루기스 패거리가 걱정되는 군
물론 죽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것의 적의 함정이였다면, 습격을 당하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라든지..."


"무엇이든 그들이 시간에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피에르트는 검은 머리카락을 약간 떨며 말했다
스스로에게 그렇게 타이르고
손발이 무턱대고 움직일 것 같은 것을 고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필로스도 그걸 알고 있었기에 얼른 말을 바꿨다




"언뜻 보기에 적은 8만을 헤아리고
반면 이쪽은 3만이 채 안되는 셈 입니다
그 가운데 군과 문장교의 정신적 지주 두 사람이 없고 말이죠
개인적으로 절대로 전쟁 따위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도 요새가 아닌, 왕도에서의 싸움이라니..."




지도에 눈을 떨어뜨리고
다시 한 번 왕도 주변을 피에르트가 둘러보았다
주변 지형은 주로 평야지대로 이루어져 있어
대군의 행동을 제한할 만한 자연물은 없었다

본래 왕도를 지키기 위한
성채는 적들의 손에 이미 넘어갔다
왕도는 알몸인 셈이였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는
왕도의 방위 기능에 기대할 수 밖에 없지만
한 번 마인의 손에 의해 함락된 이 도시는 아직 부흥 도중
구왕국군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외벽과 탑의 보수는 끝났지만
그래도 요새나 보루 같은 방어시설은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겠죠, 피에르트
루기스는 틀림없이 이곳으로 돌아올 겁니다
그 때 마성에 도시를 빼앗긴다면, 그는 혼자서 싸울지도 몰라요"



엘디스는 젠장할, 라고 덧붙였다
피에르트도 그 상상이 용이하게 떠오르는 듯 했다

통제자 드래그만에게 왕도가 함락됐을 때도
혼자 잠입하겠다고 나선 루기스였다
만약 여기서 왕도가 옛 왕국군의 손에
넘어가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적어도 자신이나 엘디스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일이 진행되지 않을 게 분명하다고
피에르트는 눈꺼풀에 강하게 힘을 주었다




"그럼…… 당초부터 예상했던 대로 농성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하루는 버틸 수 있을까요...."




비장함을 추호도 느낄 수 없는 목소리로
비오몬도르가 거침없이 잘라 말했다
사실상 그 정도밖에 수단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였다

어쨌든 평야에서 자군을 넘는 군세와
상대한다든가 하는 것은 본래 자살 행위다
서니오 전투의 재현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대마 제브렐리스를 토벌하였다고는 하나
그 공신이 없으면 군이 힘에 부칠 수가 없었다

물론 농성이 적절한 수단이냐고 묻는다면
순순히 수긍하기 어렵다
말을 건네받은 필로스의 표정에서도 그것은 묻어났다




"볼버트와 일리저드에 요청한 지원군 건은?"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역시 대마를 토벌한 것은 컸기에
지원군에 정당성도 나올 것입니다
그러나 양국 모두 아직 평시 상태가 아니기에
발 빠른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서쪽의 로어가 적으로 돌아선 이상
자기편에 설 수 있는 것은 동쪽의 패자 볼버트 왕조와
남쪽의 국가 일리저드 정도

그들도 갈라이스트 왕국이 피폐하기만 한다면 모를까
협력 체제를 구축한 신왕국 측이 그냥 패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 점을 찔러 약간의 원군을 보내자는 게 필로스의 생각이었다

3국간의 유사적 협력체제는
대마나 마인에 대한 것일 뿐이었지만
전후에도 체제가 유지되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바 였다
마성의 전역으로 얻은 것은 없었고
단지 인류만이 상실했었기 때문이였으니 말이다

거기에 구왕국 혼자만 설치고 다녀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이 우리의 원군으로 오는 것은
우리가 구왕국의 공세를 버틸 때 뿐만이 아닐까?
인간들은 원래 그런 타산을 좋아하잖아"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국가란 원래 그런 거 아닙니까?"




엘디스는 어깨를 움츠리고 필로스의 말에 응했다
엘프의 가치관과는 다르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눈치였고
그 어느 때보다 가시 돋친 말투였다

아무래도 꽤나 초조한 것 같다고
필로스는 남몰래 눈살을 찌푸렸다

루기스의 행방이 묘연해 흔들리는 것은 군만이 아니였다
오히려 피에르트와 엘디스야말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들도 억누르고는 있겠지만, 말의 상태나
동작의 세세한 점으로부터 감정이 시원시원하게 간파되어 버렸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카리아도 그렇지만 피에르트든 엘디스든
만약 그가 원한다면 국가와는 상관없는 인간이였고
그래서 그가 없을 때에는 이상하리만큼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젠장한 그 남자는 좀 더 제대로 된 여자와는 사귈 수 없는 건가?

필로스는 입술을 일그러뜨리고 
군의실 면면의 얼굴을 시선으로 꿰뚫었다




"루기스도, 마티아도 반드시 귀환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항상 척후를 앞세워, 연락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도록 하세요
참고 견디다, 적의 기세를 죽인 곳에서 원군을 맞겠습니다
반격은 거기서부터 시작일 겁니다"


 
필로스는 굳이 과감성 있게 말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그녀의 말에 참견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방책의 성취 여부라는 점은 두어도 다른 방책이 없었기에
결국 무난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필로스는 외안경을 갸웃거리며 
이곳에 없는 원수의 모습을 떠올렸고
그라면 도대체 어떤 방책을 취했을까 하고 가슴에게 물어보았다

두 배의 전력 차로 돌격을 감행한
그는 예상외로 이번에도 같은 주장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그만한 힘이 있었다.
완력이나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남을 부채질하게 하는 힘이라고나 할까
억지를 부리는 무모함을
말 한 마디로 사람이 받아들이게 만들고는 했다

매력이라고 필로스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애
당초 혼쭐이 나게 해주고
더구나 당당하게 자신을 이용하겠다고 한 상대가
매력적이라는 둥 입이 찢어질지언정 말이 되겠는가

한번 마음속으로 말을 가다듬고 나서
필로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점은 인간 파멸에 끌리는 것이라고 할까




많은 경우 인간은 평온과 안정을 원하지만
때로는 도박이거나 술잔 등 평온과는
거리가 먼 욕구를 갖게 된다

루기스에게서 그 냄새가 나는 것이였다
그는 파멸 욕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정도로
목숨을 무릅쓰고 행동하고 살아남았다
그래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사람을 끌어당겼다

정말 싫은 상대다
필로스는 의자에 앉으며 비오몬도르를 포함한
군인과 귀족들이 앞으로의 계획을 밀고 나가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어찌된 영문인지, 순간 그것들이 남의 일처럼 생각되어 버렸다

자기 왕국에 관한 일일 텐데 말이다



아니... 아니였구나
필로스는 눈의 피로를 풀기위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신왕국은 자신의 왕국이 아니었다

저 대악이 필로스를 이용해 만든 그의 왕국




"지금 당신이 좋아하는 파멸적인 상황이니
빨리 돌아오는 것이 어떻겠어요?"




자신도 모르게 필로스는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중얼거렸다
아니, 던져야 할 상대가 이 자리에 없다는 것뿐이였다

하지만 필로스도 비오몬도르도
다른 이들도 절망적인 것은 아니었다

적은 대군이지만
도시가 성벽을 가진 이상 지키는 쪽은 우위가 있다
게다가 마티아가 설치한 포대나 피에르트의 전장 마법과 더불어
엘프들의 정령술은 오히려 수세에 더 위협을 발하는 법이였다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적에게 마성이 있다해도 어느정도 버틸수는 있을 것이다

필로스의 상상은 잘못이 아니라고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공성병기나 대규모 마법을 이용하지 않는 한 공성전은 매우 어려우니까

속도를 무엇보다 우선시했던
구왕국군은 공성병기 따위 갖지 못했다
성벽을 무너뜨릴 정도의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뿐

게다가 주축들이 없다고는 하지만
피에르트도 엘디스도 틀림없는 영웅의 일각
비오몽도르, 또 필로스 또한 평범한 인간이 아니였다



문제였던 건 두 점

구왕국군에서도 용사와 영웅이 있었다는 점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공식 무대에 서지 않으려 했던
과거의 대영웅이 있었다는 사실이였다

대영웅 아르티아의 뜻을 저버린 사람은 지금까지 두 사람

아르티아에게 가장 사랑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칼날을 날렸던 오우후르
아르티아에게 사랑받지 못해 맞설 운명에 있는 그 남자

이들을 잃어버린 전쟁터에서
아르티아에 맞설 수 있는 자는 없었다




그런 동시에 그들의 운명이 곧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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