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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46화 - 서로 다른 사악함 - 본문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제4장 행복과 거짓 사이에서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46화 - 서로 다른 사악함 -

개성공단 2021. 12. 24. 01:50


"후배군, 무슨 일이야?"

"아, 선배
다짜고짜 불러서 죄송해요"

"아냐, 괜찮아
나도 별 일정은 없었거든"



유우코 본인은 시즈쿠의 목격 정보에 휘둘리고 있기 때문에
나와 동행해 오는 일은 없었다

원래 동행 같은 건 필요 없지만
미하루 선배도 일단 당사자였던 인간이다

우리를 도와준 그 여자를
찾아가겠다는 거라면 꼬셔도 손해는 없을 것이다

그 사건이 해결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미하루 선배의 몸은 완벽하게 돌아갔다

원래 스타일도 좋은 편이었지만
역시 갈비뼈가 드러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건강하다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불안하지 않았다

예전의 그녀는 결코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어떤 순간에 죽을 것 같은 예감이 있었다



"그래서 용건이 뭐야?"

"선배는 기절해서 잘 모르시겠지만
그 때 우리를 도와준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러 가고 싶은데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몰라서
그녀와 아는 사람인 듯한 마리아... 동급생에게 물으러 가는 거에요"


실은 유우코에게 전화한 것은 그것만이 이유가 아니라
피리부는 사나이에 대해 어떻게 되었느냐는 것도 묻고 싶었다

그 정체는 카라키리 씨...
덧붙이면 키리라는 저주의 일종이었는데
그런 비현실적인 이야기, 경찰에서는 어떻게 처리했을까?

키리(限)는 성질상 불특정 다수에게 걸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돌아온 대답은 '갑자기 범죄가 멈추었다'는 것이지
내가 기대했던 것은 전혀 아니였다

뭔가 이상하다
자세한 시간을 물어보니
내가 미하루 선배를 도와준 다음날에
멈춰버렸다는 것이 아닌가

또 보도지침이니 뭐니 했지만
인터넷에까지 정보가 퍼지지 않는 것 또한 이상했다
검색해도 그런 사건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유우코를 의심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뭐랄까......정말 어떤 조치를 취한 것일까

시즈쿠를 사로잡기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
그리고 나를 마크하고 있는 사실에서 추측한다면...
정말 무슨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까운 거리니까, 일단 걸어가시죠
선배님한테 물어보고 있는 것도 일고 말이죠"

"아마 그 질문이 뭔지 알 것 같네
나에게 손가락 키리를 걸었던 사람에 대해서 말이지?"

"정답입니다"


손가락 걸기라는 알기 쉬운 조건이었던 만큼 범인은 곧바로 좁혀졌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저주는 살해 수단으로 인정되지 않고
끽해야 협박죄 정도일테니... 그래도 경찰에 신고하는 편이 낫겠지

암튼 손가락 걸기를 할 정도니까, 사이는 좋았을 것이다
아무튼 법적으로는 재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죄 방면은 심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안 됀다
또 언제 저주를 받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행방불명이 되었어"

"네?"

"내가 해제해버렸기 때문인가...?
일단 갑자기 사라져버렸어"

"...그렇습니까"


보통 실종자조차 발견될 가능성은 희박한데
저주가 개입해 오면 그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수색은 한다고 하나요?"

"한다고는 하지만... 수색이 이루어질려면
수색을 행할 만한, 조건이 필요하데"

"조건이요?"

"현실적으로 실종된 사람을 다 수색할 순 없잖아
그러니까 일반가출자와 특이실종자라는 구분으로 나누고..."



요약하면 우선적으로 찾아야 할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으로 나뉘어져 있는 듯 했다

전자는 어린이나 질환을 가진 노인 등
혼자서 생활하기 어려운 인간이거나

또는 사건성이 강한 경우로
찾지 않으면 생명에 관계되는 경우가 해당되었다

미하루 선배에게 저주를 내린 인물은
아무리 봐도 혼자 생활할 수 있을 것이고
사건성이라는 것도 현실성을 감안하면 전무했다



"선배를 죽이려고 했기 때문에, 불쌍하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마리아가 저주를 가르치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를 잘 알 것 같네요"



선량이란 무구한 존재

많은 사람은 선량하고 싶어서 선량한 것이 아니라
그 수단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선량한 것이다

살아가는 데 악이 불편하니까 선량한 것
일부러 악으로 전락할 수단을 잡으려 하지 않으니 선량한 것뿐이였다

그런 선량한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은 악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법으로 묶을 수 없는
묶일 것이 있다면 이성뿐이겠지만
저주란 어떻게 보면 유혹이였다

그런 것을 쓸까 말까 생각하는 시점에서
그것을 자력으로 멈출 이성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정말 여기야?"

"여기일 겁니다... 만"



도착한 곳은 폐허라고 생각되는 교회

다만 색조만 어두울 뿐이지, 손질이 잘 되어 있었다

여기서 소박한 의문이 드는데
대체 어떤 종교가 교회를 칠흑색으로 물들일까

쇠창살이 달린 창문은 커튼이 쳐져 있어서 안이 보이지 않았다

웬일인지 창문마다 사람이 서 있는 착각이 들었다
대체 저 커튼 뒤에는 뭐가 있는 것일까



".......뭔가, 섬뜩하네"


교회 전체에 담쟁이 덩굴이 얽혀 있었다

현관에 자물쇠가 달린 문에
쇠사슬이 걸려 있는 것만으로도 엄중할 것인데
담쟁이 덩굴은 더욱 꼬여 있어, 철통보안을 느끼게 했다

이젠 폐허라기보단... 무엇인가를 봉인하는 시설로 보였다



"애당초 사람이 살 긴 할까?"

"살 지 않는다면, 유우코에게 낚였다는 것일 텐데... 그건 좀..."



뒤쪽을 살펴보니, 뒷문은 없었다

다만, 구체관절 인형이 대량으로 버려져 있어 기분이 나빴다

인형의 덩어리 속에서 부자연스럽게 쑥 내밀어진 팔은
과연 인형의 것일까? 아니라면....



"후배군, 뭐 찾아낸 거 있어?"



미하루 선배가 갑자기 내 쪽으로 왔다

나는 스모를 하는 것 마냥
선배를 힘껏 껴안으면서 밖으로 밀쳐냈다



"응... 뭐... 뭐하는 거야!? 후배군?"

"여기 안 오는게 좋을 겁니다, 몹시 징그러우니까!"



결론이 났다
아마도 나는 유우코에게 속은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섬뜩한 장소에
안내받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일단 여기서 물러나죠"

"응? 무슨 일인데?"

"뭔가 출입 금지의 테이프는 없습니다만...
이런 폐허에 들어가는 것은 불법 침입이에요
알았죠, 어서 물러납시다"



 、

"저기, 실례되는 말은 하지 말아줘
이래뵈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교회 내부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고
뒤돌아보니 문이 열리면서, 그 틈새로 성모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어라? 자물쇠가 잠겨있네?"


마리아였다



마리아가 있다는 걸 알자마자
이 교회 전체의 섬뜩함이 크게 사라졌다

그녀와 같은 반 친구 정도의 관계였지만
카라키리 씨 이후로는 개인적으로 믿고 있는 사이였다

그녀가 없었다면 나도 선배도 죽고 말았을 것...
잠깐만, 난 애초부터 걸리지 않았지



둘이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문틈으로 금빛 열쇠가 날아왔다



"그걸로 열어주겠어?"

"...대체 왜 밖에서 자물쇠가 걸려 있는 거야?"

"미안,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아마 영원히 모를 거야"

 

난 도저히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튼 자물쇠를 해제하고
문을 열려고 하니 담쟁이 덩굴이 거추장스러웠다

그래서 그것을 힘껏 잡아 찢고 나서야
교회 안에 발을 들여놓는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교회 안은 섬뜩함을 넘어
공포 그 자체여서 사고가 정지하는 듯 했다

흐린 유리로 보이는 사람의 모습의 정체는 인형이며
발끝이 벽에 박힌 상태로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장 깊은 곳에 우뚝 선 여신상은
온몸의 상처가 드러나 팔 다리에 상처가 무차별적으로 나 있었다

여신상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것은 추측이며, 있는 그대로의 감성에 맡긴다면
괴물 그 이상 이하의 존재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긴 의자는 사용되지 않았는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으며
광원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후배군... 혹시 무서워?"

"바,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선배야말로 떨고 있는거 아니에요?"

"나.. 난 겁 먹지 않아
하지만, 나에게서 떨어지진 말아줘"



도대체 이곳은 교회가 맞긴 한가?
교회라면 무슨 종교일까

3대 종교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마 문자 그대로 사이비 종교라고 불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미하루 선배의 손을 잡고 그나마 안심을 획득했다



"음... 어쨌든... 들어와"

"마리아, 너 뭔가 위험한 종교 믿는 거야?"

"저주 전문가라고 했던 것 때문에 그래?
걱정마, 야나기마는 소중한 친구니까, 권유할 생각은 없어"



교복 차림이 낯 익었던 탓에
수도복과 비슷한 옷을 입은 마리아의 모습은 신선했다

비슷한 옷이라고 한 이유는
이것은 수도복이라고 가정하기에
있을 수 없는 복장이기 때문이였기 때문이였다

간결하게 말하면, 몸의 선이 너무 보인다랄까...


얼핏 보면 로브지만
아랫부분에는 허벅지가 아닌 허리까지 트임이 있어
발밑을 보고만 있어도 여러 가지가 보일 것 같아 눈을 감았다

새삼 깨달았지만 마리아의 허벅지는 정말 와우...

상체는 가슴팍에서 흘러내리는
얇은 베일이 가슴을 덮을 듯 드리워져 있었고
굴곡 상태는 마리아의 가슴 크기를 잘 말해 주고 있었다



".....너는 옷을... 뭐랄까... 그렇게 입고 있는거야?"

"옷? 하하, 명령이라고나 할까나?
나는 딱히 숨길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야"


그러면서 마리아는 벽에 손을 대며
엉덩이를 내밀고 허리를 비틀어
자칫 유혹이 될 수 있는 포즈를 취했다

나는 너무나 부끄러워,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교복 차림으로 저런 포즈를 취하는 여자가 있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치녀여서 그녀의 청초한 이미지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물론 붕괴되는 것만으로
취급이 매정하게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자에게 평판이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야나기마, 나에게 무슨 일이야?
놀러왔다고는 하지 않겠지?
애초에 우리 집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고 말야"

"아, 사실 유우코에서 알아냈어
실은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그 옷도, 이 교회도 보통이 아니잖아....?
너의 정체가 대체 뭐야?"


마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긴 의자에 앉더니
내 옆에 앉으라고 내게 넌지시 재촉해 왔다

귓속말이라도 하고 싶은 것일까
아마 관계없는 인간인 미하루 선배를
데려와 버렸던 것이 원인일 것이다

나는 이 퇴폐적인 어둠에 기분이 상한
미하루 선배를 문 쪽으로 피신시키면서
마리아의 옆으로 다가갔다

마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손가락을 내밀어 왔다



"손가락 걸기(ユビキリ) 하자"

"키...키리(キリ)!?, 나에게 저주를 걸 셈이야?"

"아냐, 보통의 손가락 걸기(指切) 말이야
야나기마와 내가 친구가 되는..."

"친구란 그런 식으로 되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우린 이미 친구 아니였어?"

"반 친구였잖아"



그렇긴 하다
우연히 그녀에게 도움을 청했을 뿐 친구는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정식으로 친구가 되는 절차를 하자는 것인가?



저주 전문가가 계약을 요구하다니
무서워서 몸이 굳어 있었지만
곰곰이 생각하지 않아도 마리아는 믿을 수 있다

저주를 잘 안다고는 해도 결국은 일반인이고
사형수나 초인과는 사정이 다른 것이였다

손가락을 얽히게 하니, 작은 손가락 관절에서 격통이 느껴졌다


"아야!"


순간적으로 팔을 오므려 확인했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못을 박힌 듯한 격통을 느낀 것은 진짜였다




"손가락 걸기 끝!
아까 교회에 대해 질문 했지?
이상한 이름이니까 웃지는 말아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리아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마치 아이가 생각나는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는 이레브니교야
이름이 이상하니, 야나기마는 '이교'라고 줄여서 불러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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