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16화 - 용병의 방식 - 본문
몇 개의 촛불이
술집 안을 비추고 있었다
"나를 고용하고 싶다고?
나 같은 똥개가 무슨 쓸모가 있다고, 하하핫!"
브루더에게 럼주를 들이키며
유쾌한 듯이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브루더에게는 의문처럼 들리기도 했다.
용병을 고용한다고 해도,
뒷골목에서 뒤지게 쳐맞고 누워있는
나 같은 사람을 선택하다니
대체 이 남자는 뭐라고 하는 건가
이 남자는 나의 대답에 당황한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이었다
"...너에게만 부탁할 수 있는 일을 부탁하는 거야
침격의 브루더, 너 말고는 없어"
이 남자는 세부적인 일 등등
의뢰의 내용을 잔뜩 늘어놓았다
브루더는 그 남자의 말에
눈동자를 일그러뜨리고
모자를 손가락으로 구부러뜨리면서
입술을 다물었다.
이것은 그가 깊이 생각에 잠길 때의
버릇이였다.
브루더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조건은 좋은데, 난 거절하겠어
나 같은것이 뭐가 쓸모가 있다고
날 고용하겠다는 거야?"
브루더는 왠지 그가
자신을 놀리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렇게 브루더는 빈 술병을 탁자에 놓으며
루기스를 등지고 테이블을 떠났다.
용병과의 협상에서
테이블을 떠난다는 것은
협상이 결렬됬음을 의미하는 것이였다.
그리고 떠나는 자에 매달리는 것은
용병계에서 예의가 어긋나는 행동이였다.
그걸 잘 아는 루기스는
떠나려는 브루더의 등을 잡을 수 없었고,
그냥 말을 걸 수 있을 뿐이였다.
"뭐, 생각이 바뀐다면
기다릴테니. 여기로 오라고"
*
브루더는 이상한 남자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에게 술을 대접했을 뿐만이 아니라,
용병으로 고용하고 싶음을 나타내다니
참으로 이상한 사나이임에 틀림없었다
브루더는 자신의 역량을 잘 알고 있었다
술주정뱅이, 하급 용병
침(針)을 사용한 공격만이 장점인 남자
그것이 브루더를 부르는 말이였다.
지금까지 변덕스럽게 술을 사준 사람은 잇었지만
용병으로서의 브루더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일이라고 하면, 그냥 사람이 많이 필요한 곳에
불려가서 그 중에 하나에 껴있었을 뿐...
그런 자신을 개인적으로 고용하고 싶다니
분명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고
브루더는 그렇게 생각하며 모자를 만지작거렸다
물론 브루더는 용병이라는 신분이었고,
용병 중에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고
기분 상하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브루더라는 남자는
이상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성격이였다.
이상한 일에는 분명 내막이 있다.
이면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처음보는 인간에겐 신뢰가 전혀 쌓이지 않는 법
신뢰란 서로 다가가며
가능하면 농담 하나라도 주고 받으며
기르는 것이라고 브루더는 생각하고 있었다
평범한 용병은 원래 이런 판단을 하진 않았다.
용병에게 중요한 것은 보수가 위험도가
맞느냐 안맞느냐 이였기 때문이였다.
가령 그 의뢰가 뭔지 알 수 없다고 해도
보수가 높다면, 흔쾌히 허락하는 것이
용병이라는 자들의 삶이였다.
정리하자면, 브루더의 판단은 신중하면서도
용병이 보기에는 겁쟁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문득 별 의미 없이 움직이던 다리가 멈추었다.
브루더가 시선을 던진 곳은 용병 길드였다.
모험자가 사용하는 정식 길드와는 다르지만,
비슷한 용도 때문에 용병 길드라고 부르고 있었다.
용병에게 돌아가는 의뢰는
개별적으로 체결하는 것도 있지만
거의다 베르페인이 취급한다.
용병이란 원래 관리가 어려운 존재다.
너나 할 것 없이 신분이 천한 출신이며
돈을 찾아 움직이기 때문에,
어딘가에 정착한다는 그런 개념이 없다.
자칫 잘못하면 용병에서
강도로 변할 수 있는 것이 그들이다.
하지만, 용병도시 베르페인이라면 어떨까?
베르페인은 용병의 후원자가 됨으로써
그들을 관리하며 항상 일정한 용병을
수중에 두는 것을 성공했다.
그리고 그들을 좀 더 세부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이 용병 길드 였다.
상인은 필요한 만큼의 용병을 길드에게 의뢰하고
길드는 그 의뢰에 따라 용병을 소집한다.
길드에 소속되 있는 용병을 소집할 때도 있고,
브루더 같은 도시를 배회하는 용병 찌그레기들을
긁어모을 때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상인은 용병과 직접 교섭하는
수고를 덜 수도 있었고,
용병으로서는 적어도 보수를 떼이거나
헛되이 낭비되는 일은 없어지는 것이다.
아무튼 각설하고,
브루더는 오늘도 일거리를 찾으러
길드의 문을 열었다.
"어이, 오랜만이군
술이라도 먹은거냐?
하지만,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문을 열고 들어온 브루더를
길드 마스터가 쳐다보면서 말했다
브루더 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용병들이 할 일이 거의 없었다.
최근에 있었던
갈루아마리아의 함락으로 인해,
상인들은 어찌해야 할지 동정만을 살피고 있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의뢰가 끊겨버린 용병들이였다.
문득 시선을 돌리니까
마스터가 길드 벽에 붙은 양피지를 떼어내고 있었다
그 양피지에는 대성교의 각인이 들어가 있었다
"하하하, 마스터
종파라도 바꾸려는 거야!?
그렇다면 빨리 좀 떼어내지 그래
교회에다가 밀고하면, 금화를 손에 넣을 수 있으니 말이야"
마스터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양피지를 구기며, 브루더의 얼굴로 던졌다.
브루더는 그 양피지를 피면서
내용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영주의 명령이 때문에
일시적으로 붙여놓으면 안돼"
마스터는 작게 영주의 욕을 갈기며
머쓱한 표정으로 선반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브루더는 마스터의 말을 들으면서도,
양피지의 내용에 눈을 부릅 떴다.
'마녀 마티아와 대죄인 루기스에 죽음을'
"보수가.... 본 적도 없었던 액수이군...
이게 럼주가 몇 잔이야!?"
브루더는 어딘가 재미있듯이
눈동자를 반짝이며, 볼을 약간 치켜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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