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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17화 - 장수와 왕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6장 성녀 마티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17화 - 장수와 왕

개성공단 2020. 3. 1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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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영주님께는 잘 전해드리겠습니다

성녀 마티아님, 우리에게 문장의 인도가 있음을"

 

용병도시 베르페인의 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말을 흘렸다

일부러 문장교도의 축사를 행하다니

마티아는 이 사자도 정말 부지런하다고

입 안에서 혀를 찼다

 

"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죠

서로의 미래가 나아지기를..."

 

한마디 한마디를 경계하듯

베르페인과의 회담은 끝났다.

사자가 떠난 후 마티아는 깊이 숨을 쉬고

어깨를 의자에 기대면서 입술을 삐죽거렸다.

 

이것으로 일단 동맹을 맺을 생각이 있는 듯한

인상은 주었을 것이다.

베르페인도 그것을 믿느냐 마느냐의 여부를 떠나

전혀 고려를 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었다.

 

지금 동맹의 타진을 끊어버린다면

즉시 갈루아마리아와 베르페인의 관계는

긴장 상태에 빠질 것이고

나중에는 무력 충돌로 이어질 것이다.

 

본래라면 그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였다

 

오히려 지금 정리되지 않은 부분인

교도의 의사 통일에 도움이 될 것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이상해지고 말았다

 

마티아는 스스로를 진정시키듯

한숨을 쉬면서,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정성스럽게 정리해 나갔다.

 

루기스라는 존재는 엄청난 변수였다.

지금 적대관계로 들어섯다간

루기스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었다

 

루기스는 밀정도 척후도 아닌

이른바 문장교의 주요인물이였다.

그들이 그가 침투한 것을 안다면,

우리와의 동맹관계고 뭐고

그를 즉각으로 처단할 것이 분명했다.

 

마티아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허공에 흩날리던 머리카락을 추스렸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머리카락을

길렀던 것도 타산적인 일이였다.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고귀한 증거였고,

저급한 지역에서는 이런 머리카락으로

때로 귀족 행세를 하며, 협상에 나설 수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그 남자는 어떤 헤어스타일을 좋아할까

...하며 머리를 조금씩 다듬어 나갔다.

 

"실례합니다, 성녀 마티아님

도시 내의 동향입니다만,

지금으로서는 큰 혼란은 없... 마티아님?"

 

양피지를 팔로 끌어안고

응접실로 들어가려던 안이

어리둥절하게 눈동자를 동그랗게 만들고

마티아를 바라보았다

 

순간 거기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다는 듯

머리카락을 깜빡이며 눈동자를 꿈틀거렸다

 

마티아는 안의 모습이 이상한 듯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안, 왜 그런가요?

이 머리 때문에 그런가요? 조금 다듬었을 뿐이지

틀림없는 저 입니다. 안심하세요"

 

마치 모르는 사람이라도 보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마티아 또한 당황했다.

 

실제로 공식석상이든 사석이든

마티아는 이런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아하니,

확실히 위화감 마저 들었다.

 

"안, 문을 잠그고 화장을 도와주시겠어요?

집무실에는 거울이 없으니까요"

 

마티아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안에게 지시를 내리며,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런데 답변을 해야 할, 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마티아는 눈동자를 확 돌려서

시선을 안에게 고정했다.

 

안은 얼굴을 파랗게 질리고 있었

그녀는 매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물론 명령에는 따르겠습니다만

무슨 이유로 화장을...?"

 

이번에는 마티아가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이제까지 자신에게 아무런 이유도 묻지 않고

그저 임무만 수행하던 안이

이런 질문을 하다니...

 

마티아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며

담백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제가 스스로 베르페인에 잠입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서 준비 해주세요"

 

당연한 듯이 말을 내뱉자,

안의 얼굴은 더욱 파랗게 질러버렸다

 

"성녀 마티아님, 그것만은 안됩니다!

마티아님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일은

저로서는 허용할 수 없습니다!"

 

처음보는 안의 반항이였다

마티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떨기 시작했다.

 

안은 마티아의 말이라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행하는 사람이였다.

 

그녀는 문장교의 신도가 아니라

성녀 마티아의 신도였기 때문이였다.

 

"안. 당신의 말은 이해합니다.

동시에 저는 기쁘기도 합니다."

 

그것은 틀림없는 마티아의 진심이였다

그동안 자신을 따라다니기만 했던 안이

얼마나 대견했던가

 

안은 엄청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고난과 역경에 자신을 자처했고,

오직 자신을 믿으며, 온갖 굳은 일을 해주었다

 

그렇기에 마티아는

속마음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말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유예는 없습니다.

루기스, 그 남자를 베르페인을 잡입시키는 것은

위험이 확대될 뿐입니다.

제가 직접가서 그를 데려오겠습니다"

 

안의 눈동자 끝에서는

이제 눈물마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루기스.. 그 남자는 장수라 부를 만 합니다.

하지만 성녀 마티아님,

당신은 왕입니다!

당신이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납니다!

부디 그 의미를... 생각해주세요..."

 

안은 이제 목소리를

울먹이기까지 하고 있었다"

 

마티아의 표정에는

자애의 미소와, 마성의 미소가

서로 겹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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