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18화 - 사슴고기의 맛 - 본문
"야 루기스,
너 사슴고기 먹어본 적 있냐?"
분명 그 날,
브루더는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긴 침을 닦고 있었다.
침이라고 해도
바느질에 쓸 만할 작은 것은 아니였다.
덩치 큰 남자의 손바닥만 했으며
힘껏 던져서 맞춘다면,
살점을 물론이고, 절명할 정도의 무기였다.
이것은 브루더의 업무를 위한 도구였다.
"사슴고기는 귀족들의 것이잖아
그러니 내가 먹어본 적 있겠냐?"
사슴고기, 사슴뿔, 사슴가죽 등등
그것은 귀족의 전유물이였다.
그들은 그들의 특권을 이용해서
자기 영내에 사슴을 마음껏 기르고
마음이 내킬 때마다, 사냥하는 그런 것이였다.
우리 같은 저열한 시민은
사슴을 이용한 옷이나 도구 같은 것을
착용하는 것은 일절 이용되지 않았다.
사슴이란 자신의 지위를 나타내는 그 자체였고,
한번 거래 될 때마다 금화 몇개가 오고 가고 했다.
그러면서도 브루더는
"언젠가 한번 먹어보자
사슴고기는 혀에서 녹는다나봐"
그런 미친소리를 지껄이는 놈이였다.
당시에 우리는 싸구려 여인숙을 빌려서
그곳을 거점으로 하고 있었다
사슴고기를 먹자는 등
그런 말으로도, 귀족에게 들킨다면
매가 비처럼 날아올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였다.
나는 그런 말을 쉽게하는 브루더를 보고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던 것을
머리 속에서 기억해냈다.
"그런 소리 함부로 하지 말라고...
잘못 했다간, 우리 모두 징벌행이야"
"하하핫, 정말 그럴 수도 있겠내
우리들 벼랑 밑에 처박혀버리는 걸까?"
브루더의 이 묘한 낙관적인 성격은
나에게는 골칫거리라고 할 수도 있었다
물론 모두 지난 세계의 일이였다
*
은빛의 일선이 뒷골목에서 반짝였다
그것은 긴 바늘이였고,
어둠 속에서 그림자를 숨기며
나의 급소를 향해 투척되었다.
그것은 한순간의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잘못된 판단을 하면 나는 그 자리에서
죽을 수 있었고,
저승사자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나의 뇌는 묘한 여유와 실감으로
이 현실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우선 암흑은 나에게 매우 자신이 있는 것이였다.
그 속을 전혀 막힘 없이 내다보는 것은
누구에게도 진 기억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 바늘의 궤도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가볍게 몸을 비틀어 육체를 반전시키며
보검을 허리 끝에서 뽑아 내었다.
'영웅을 죽이는 자'라는 거창한 이름이지만
지금 이 때엔 바늘을 쳐내는 용도로 제격이였다
그렇게 뒷골목에선 무언가가 접합한 듯
하늘을 가르는 소리가 울렸다
"키- 잉 '
공중에서 곡선을 그리며 날라오던 장침이
격추되며 땅으로 떨어졌다.
한숨을 돌릴 틈도 없었다
시야 끝에서 은빛이 하나 더 오고 있었다.
손목을 돌리며 내리쳤던 보검을
그대로 하늘을 향해 치켜들었고
다시 허공을 향해 휘둘렀다
다시 철과 철이 겹쳐진 소리가
뒷골목을 울렸다.
한숨을 겨우 돌려서 땅을 들여다보니
흙 위에서 두 개의 바늘이 사이좋게 마주보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올리면서 얼굴을 찌푸렷다
젠장 그냥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이유를 물어볼까, 아님 설득을 시도할까
둘 다 아니라면, 숨김없이 다 털어놓을까
"기분이 이상하내, 지금 것을 버티다니 말이야
너, 조금은 흥미로워졌어"
브루더가 어깨를 움츠리면서
마치 몸이 불편하다는 듯, 골목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모자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얼굴은 흥미롭다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직도, 저 얼굴은 여전하군
혼신의 일격을 썻음에도 불구하고
막혔다면 당황할 만도 한데
저런 여유를 품고 있다니...
"그럼 루기스, 한번 더 승부를 하자
이번에는 자신이 있어"
너의 그 여유는 정말 바보 같아...
"아, 진짜 너의 그런 모습, 진짜 싫어"
너의 그 여유 넘치는 성격이
너를 죽인 거야, 브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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