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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44화 - 집착은 불덩이와도 같은 것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7장 베르페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44화 - 집착은 불덩이와도 같은 것 -

개성공단 2020. 3. 27. 16:39

카리아는 그녀가 애용하는

은의 장검을 허리에 끼워넣었다

 

검만 가지고가는 최소한의 무장

경보병보다도 더 가볍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녀는 남들보다 더 큰 근력을 가졌기에

갑옷을 입어도 아무 상관없었을텐데

카리아는 유달리 가벼움을 좋아했다

 

그 가벼운 옷차림이야말로

자신의 힘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보다 중후한 장비를 갖추지 않는 편이

이것이 자신의 힘이라고

가슴을 펴며 으스댈 수 있을 것 같았다

 

힘의 신봉자, 이것으로 그녀를 칭할 수 잇다

힘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고

아무 것도 손에 넣을 수 없다

 

카리아는 그런 생각을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며

팔에 토시를 끼기 시작했다

 

그렇고 말고

자신이 갖고 싶은게 있다면

이 손으로 잡아내는 게 도리인 법

 

"카리아 버드닉 님. 무리하진 마십시오"

 

카리아의 목 뒤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동자를 깜박거렸다

 

옆에서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던 것은

모르도의 측근이라고 지칭한 토르가라는 남자였다

그는 상급층에 대한 예의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모르도는 토르가를

카리아의 감시역으로 보냈고,

카리아는 그걸 잘 알고 잇었다

 

가희의 성녀 알류에노를 계기로

모르도는 베르페인에 사병을 투입시키기로 했다

대성교에 있어서 대죄인 루기스를 잡아서

대성교에게 그 몸을 받쳐서,

자신의 공로로 삼기 위함이였다

 

그것은 문장교에 대한

회유정책을 포기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병사를 대규모로 투입할 수록

베르페인에 잡입한 첩자는

곧 모르도의 의사를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루기스를 잡아서

그 신병을 대성교에 헌상할 수 있다면

모르도에겐 그 편이 더 이익이였다

 

카리아는 그의 속셈을 눈치채고

그 병사들 중 일부에 동행할 것을 요구했다

명분은 자기가 직접 잡고 싶다는 것이였고,

모르도는 흔쾌히 그 요구를 받아들였다

 

사실 모르도는 자신과 피에르트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느닷없이 찾아온 상류층이라니

분명, 어떤 속셈을 꾸미고 있다고

그는 생각해버린 것이였다

 

그래서 그는 나의 요구를 수락하는 대신에

나와 피에르트를 떨어져 있게 했다.

나는 선봉에 서게 했으며,

피에르트는 후방에 있도록 했다

 

모르도의 머리 속에서는

동료가 서로 떨어져있다면

이상한 행동은 취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런 판단을 취해버린 것이였다

 

꽤 영리한 생각이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생각은 틀렸다

 

나와 피에르트는

같은 목적을 갖고 있기도 하며

때로는 힘을 나누며 행동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녀를 협력자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동료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내 동료는

루기스가 유일하기 때문이었다

 

암, 그렇고말고

루기스는 틀림없는 나의 유일한 동료야

 

카리아의 뺨이 일그러졌다

그것은 옆에서 보면, 미소를 짓고 있는거 같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불덩이 같은 뜨거운 감정이 움직이고 있었다

 

카리아는 하얀 어금니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여행 멤버라고는 나와 루기스 둘 뿐일때...

그 때는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던 것을

 

그리고 갈라이스트를 떠나려는 그 때

 

"네가 나를 배신한다면...

네놈을 반드시 파멸로 몰아줄테야"

 

그렇게 충고해줬건만

녀석은 쉽게 나를 떠나고 말았다

 

카리아의 마음 속에 있던

불덩이가 점점 더 커져갔다

 

애초에 카리아는 그 불덩이가

마음 밖으로 터져 나올 것 같으면서도

이제까지 계속 참아오고 있었다

 

생각하면 성벽도시 갈루아마리아에서도,

공중정원 가자리아에서도 그랬듯이

녀석은 나에게 상의 없이

제멋대로 어딘가로 사라져서는, 

자신의 의지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해 버렸다

 

나를 버드닉 가문의 집에서

데리고 나왔을 때부터,

조금도 변하지 않았던 것이였다

 

그래서 카리아는 이번에도

항상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라르그도안이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카리아는 간접적으로 깨닫고 말았다

루기스가 성녀 마티아의 손을 잡고

용병도시 베르페인으로 향해버린 것을...!

 

그것은 카리아의 가슴에

일그러진 소리를 내게 했다

 

뭐지

 

녀석은 내 동료인데도

나와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는 건가

나는 그런 자의 손을 잡고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인가

 

카리아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가슴속에 하나의 확신을 만들었다

 

내가 루기스를 너무 얕보고 있었군

 

항상 미소를 지으며, 녀석의 제멋대로인 행동을

어쩔 수 없다고 받아 들여주고 있었으니

녀석은 제멋대로 해도 된다고 착각을 했던거야

 

하지만 이제 끝이야 루기스

네놈의 착각을 슬슬 바로잡지 않으면 안되겠어

 

넌 한번 뼈저리게 느껴봐야 해

너는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내가 널 버려버린다면,

네놈에겐 더 이상 영광은 물론

일체의 구원조차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너의 머리 속에 집어넣어 주겠어

 

그리고 혹시라도 자신을 배신한다던가,

다른 누군가에게 매달린다든가 하는 일이 있다면

그 앞에는 파멸과 절망 이외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깊이. 더 깊이, 이해시켜 주겠어

 

아, 진짜 너라는 녀석은

정말 손이 많이 가는 타입이군

 

하지만 그것 또한 하나의 보람 같구나

아아, 기다려라 루기스

내가 어서 널 만나러 가주마

 

카리아는 등뼈가 타오를 정도의

마음이 불덩이가 되어

가슴을 흔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을 일으켜서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었다

 

두 줄로 갈라진 은발이 흔들렸다

마치 불똥을 튀기듯이

 

자, 재회의 시간이다 루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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