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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42화 - 박힌 바늘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7장 베르페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42화 - 박힌 바늘 -

개성공단 2020. 3. 26. 11:12

브루더의 목소리가

고급 술집 안을 맴돌았다

듣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목구멍에 침을 삼키고 있었다

 

고용주 루기스, 강철공주 베스타리누,

주위의 용병들 그 누구조차

이의 하나 제기하지 않으며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남녀의 사이란건

의외로 빨리 깊어지는 것 같아

하지만 어머니는 용병이 아닌

마을 처녀에 불과했지만 말이야"

 

브루더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입술을 꿈틀거렸다

 

아버지가 사랑한 여자는

곧 자기를 낳아 어머니가 되었다

 

비록 아버지는 용병이라는 직업으로

남의 삶을 짓뭉개고 짓밟으며 살았더라도

사랑하는 자가 있었고, 가정이 있었고,

친구가 있었다.

 

사랑을 신망하고

구원을 청하는 아버지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누구에게 행복을 주고, 행복을 받으며

행복만이 이 세상의 전부라며

그렇게 행복한 인생을 살았던 아버지였다

 

하지만 파멸의 날이 다가왔다

 

아버지가 사랑한 마을 처녀는

아버지는 물론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예쁘고 상냥한 사람이였다.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의

가장 친한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용병이였던 모르도 곤은

귀족에게 공을 인정받아서

마을의 경리장관을 맡았다.

아버지는 친구의 출세를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리고 수년 후

아버지는 죄인이 되어서

차가운 감옥에, 몸이 갇히고 말았다

 

죄목은 마을 내에서의

절도와 살인... 

과연 용병이라는 신분이라면

저질러도 과언은 아닌 직업이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극구 그 죄를 부인했다

 

나의 여동생은 너무 어렸던 탓에

이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아버지가 왠지 없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는 걸까...

 

아버지는 끝까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그런것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언젠가 업지의 처형 날이 오고 말았다

 

오랜만에 본 아버지는

매우 초췌한 얼굴로 흐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초연한 얼굴로

아버지의 목을 베기 위한

칼을 든 절친한 친구가 다가오고 있었다

 

처형 날 나는 맨 앞줄에 있었다

죄인의 가족은 죄인의 최후를 봐야하기에

이것은 강제로 앉혀진 것이였다.

 

맨 앞줄에서 아버지의 오열과

절규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고통 속에 그 광경을 봐야했다

 

아버지는 편히도 죽지 못했다

 

처형용 칼은 죄인에게 절후의 고통을 주기 위해

일부러 녹슬게 만든 카링였다.

그런 검이 쉽게 사람을 죽일 수 없었다

오히려 수없이 피부를 파고들며

신경을 두들겨 부수고, 목뼈를 노출시키게 만들었다

 

모르도는 몇번이고 아버지의 목에 검을 떨어뜨렸다.

의식을 잃으면, 몇번이나 물을 뿌리고 

다시 고문 아닌 고문을 계속 이어나가며

 최후까지 아버지에게 괴로움을 주었다

모르도의 표정은 투구에 덮여서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목숨이 끊어지려고 할 무렵에야

오열하며, 눈물을 흘리며, 피의 타액을 흘리면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안하다, 네 여동생 베스타리누를 부탁한다"

 

 

 

 

*

 

 

 

 

브루더가 말을 마치자 마자

베스타리누의 손가락이 떨렸다

지금까지 억누르고 있던 것이 이상할 지경이였다

 

베스타리누가 경애하는 아버지,

모르도 곤을 악인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 증오 같은 것이

깃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주위의 용병들은 언제라도

손에 무기를 쥐며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루기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단지. 허리를 조금 들썩이고

베스타리누의 동향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 지어낸 이야기를

나는 어디까지 믿으면 되지?"

 

베스타리누는 어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브루더의 이야기 자체를 믿지 않으려는 듯 했다

하지만 브루더로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이제 이것은 베스타리누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였기 때문이였다

 

이제까지 감춰두었던 속상함을

뱉기 위한 것이였으며,

브루더는 한번 숨을 고르고

다시 목소리를 울리기 시작했다

 

"이제 마을 안에 우리가 살 곳은 없었다

마을 밖 나무들이 우거져 있는 곳에서

하루하루를 숨죽여 살아갈 뿐이였다"

 

베스타리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브루더의 목소리를

묵묵히 듣고 있었다

 

 

 

 

*

 

 

 

 

숲 속 생활은 가난하고 비참했다

그 생활도 나쁘지는 않다고 받아들일 무렵,

예전처럼 갑자기, 그 날이 오고 말았다

 

모르도는 숲을 헤치며

우리가 살고 잇던 거처를 방문했다.

그리고 군인들을 데리고

어머니의 죄를 물으러 왔다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어머니의 죄는 사기와 간음

하지만 어머니는 그 사건 이후

마을 안으로 들어 온적이 없었다

 

모르도라는 인간은

왜 우리에게 이런 짓을 행하는가

분명 그는 우리 아버지는 물론이고

어머니와도 절친한 사이였을텐데

 

언젠가 한번 식탁에 같이 앉아서

식사를 같이 하는

나에겐 자상한 삼촌과도 같았는데...

 

아버지를 벌햇을 때는 원망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정말 아버지가 악을 행했기 때문에

그가 충실하게 벌을 집행햇다는

생각도 들곤 했다.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모르도라는 인간은 악이 아니다라고,

자신도 그리고 어머니도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어머님은 있을 수 없는

죄를 뒤집어 쓰려고 하고 있었다

 

이 마당에 이르러서야
나는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이였는지 깨닫고 말았다

 

모두가 속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모두 이 남자에게 속고 있었다

 

아버지의 죄도 이 남자가 지어냈을 것이다

그것을 확신할 수 있게 하는

나의 감정이 요동치고 있었다

 

빼앗을 것인가

 

약탈자 모르도의 곤의 이름에 어긋나지 않게

아버지의 목숨도, 어머니의 몸도,

이 남자는 빼앗아 갈 작정이였던 것이다

 

등골이 오싹해지며

차가운 얼음의 혀가 온몸을 

핥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사이가 좋았던 아버지와 모르도 였지만

모르도는 이미 몇년전부터 

그의 가슴에 상상을 초월하는

원한에 가까운 감정을 품고 있었던 것이였다

 

아울러 모르도는 입을 열었다

 

"그 일생을 감옥에서 보내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길 바란다

남은 딸은 내가 맡도록 하겠다"

 

그 순간에 깨달았다

 

이 남자가 원한을 품고 있던 것은

아버지만이 아니였다.

어머니 또한 그 대상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둘에게서 목숨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

 

그것이, 이 사나이,

약탈자 모르도 곤의

숨겨진 본성임에 틀림없었다

 

 

 

 

*

 

 

 

베스타리누는 그것이 한계점이였다

 

"......그만둬, 이제 그만 입을 다물어라!"

 

탁자가 크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주위는 온통 그 소리만으로 채워지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 그곳은 정적에 흽싸여갔다

누구도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고

누구나 베스타리누의 행동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그녀의 행동에

전혀 개의치 않는 단 한사람이 있었다

 

"강철공주, 어릴적 기억은 있어?"

 

브루더는 땅을 기어가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리고 동시에 짜증난 목소리로 대답이 들려왔다

 

"물론이고 말고요

당신이 하는 말이 헛소리임을 증명하듯

아버지가 용병으로 전장에 가는

모습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베스타리누는 이 인간의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라고 확신하고 있엇다

 

아버지 모르도가 전장으로 출전하는 모습

그 용감한 등을 보고 자신은 자랐던 것이다

커다란 검을 가지며

전쟁터를 활보하는 그 모습을...

 

어머니의 기억이라면,

그 온기가 따뜻했다는 것 정도지만,

아버지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고 있었다

 

베스타리누의 그 말을 듣고

어딘가 가벼워진 듯한

브루더의 목소리를 울렸다

 

"이봐, 강철공주

거짓말은 하지 말자고"

 

베스타리누는 자신에 머리에

온 수분이 증발할것 같은

열을 가진 것을 느꼈다

 

하필이면 자신의 빛나는 기억을 부정하고

모든 것을 허위라고 이 용병은 우기고 있었다

물론 여기서 그냥 죽여버린다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긴 했다

 

"네가 철이 들만한 나이라면,

모르도 곤은 이미 경위장관이나,

그 윗자리에 앉아있겠지

용병으로 전쟁터에 나갈리가 있겟냐"

 

이 무례한 놈을 베어라

 

...라고 나오려던 목소리가

목구멍에서 가슴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심장이 아플 정도의 두근거림을 느끼며

마치 뭔가가 박힌 듯한

통증을 느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인간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럴리가 있을리 없어

왜냐면 나는 확실히 봤었어

저들이 헛소리를 하는 걸꺼야

분명 아버지는 전쟁터에서

영웅처럼 활보하고 있었어

 

그런 끝없는 사고가 소용돌이쳤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위인가

그것을 알 수 없에 되는

일종의 공백이 뇌 속에 있었다

 

"...다시 한번 묻겠어, 강철공주"

 

브루더의 목소리가

베스타리누의 뇌를 맴돌아치고 있었다

 

"어릴 적에 대한 기억이 정말 있어?"

 

베스타리누는 자신의 심장에

바늘이, 아니 그보다 더 크고 날카로운

말뚝이 박힌 것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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