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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40화 - 난폭한 밀회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7장 베르페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40화 - 난폭한 밀회 -

개성공단 2020. 3. 2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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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도시 베르페인에는

고급 용병에게만 사용되는 고급 술집이 있었다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용병들에게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곳이였다

 

그곳은 술집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살롱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단지 돈을 가지는 것 뿐만 아니라

품위와 영주로부터 주어진 특권을 

가지지 않고서는 들어 갈 수 없는 곳

 

입구부터가 여느 술집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코를 찌르는 싸구려 술 냄새가 아닌

향수나 곳곳에 배치된 꽃의 냄새가 있었다.

아무리 고급이라고 해도

그런 물건들이 술집에 오는 것을 보아하니

저절로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쨌든 나에게 있어 술집이라 하는 것은

난투의 소동에 귀를 기울이면서

머리를 싸구려 술로 혼탁하게 하고

고통스러운 일상을 억지로 잊어버리는 것 같은 장소였다

 

그런 장소에

관상화 같은 우아함을 나타내는

물건이 반입되있는 시점에서

이 고급 술집이라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술집과는

완전히 별개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고급 술집에

나와 브루더가 있었다

 

나와 브루더는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강철공주라고 불리는 베스타리누와

그녀를 호휘하는 용병들과

마주 앉아 있었다.

 

"이건 상당히

굉장한 자리를 마련하셨군..."

 

그렇게 말을 계속하면서

어떤 소재로 만들어졌을지 상상도 못할

부드러운 소파에 몸을 의탁했다

 

검과 검을 부딫히는 용병끼리의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를 손에 쥐는 필승법이 있었다

 

그것은 적보다 압도적 다수가 되는 것

유리한 위치를 얻는 것, 

적이 준비할 시간을 마련하지 못하게 하는 것

최소한 이 정도의 조건을 갖춘다면

아무리 어중이 떠중이 용병이라도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나를 마주보는 상대가

이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물론 헤르트 스탠리 같은 영웅이라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 같은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을 쉽게 타개할 것 같진 않았다

 

"당신들에게 물어볼게 있습니다.

솔직하게 대답해주십시오"

 

술집은 약간 고요했다.

일부러 공주가 그렇게 만든 것인지

아무튼 그럴듯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어쩌면 이곳은 이성을 끌어들이기 위한

장소일지도 몰랐다

 

밀회에는 제격이라는 것

 

베스타리누의 입술이 

약간의 음영을 만들며, 동작을 거듭했다.

느닷없이 이런 장소에 끌려온

나와 브루더에 대한 배려는 일절 없엇다

 

아무래도 자신의 말을 따르는 것은

당연하겠지 라는 의사가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물어 볼 것?

지금까지 마신 술 이름 정도는 

말해 줄 수 있는데"

 

옆에 앉아 있던 브루더는

숨을 약간 거칠게 몰아쉬며 말햇다

 

브루더는 조금 전의 전투로

완전히 치유되지 못한 몸이기도 했고

바로 앞에 복수의 대상인 그녀가 있었기 때문에

감정을 조절할 수 없는 상태이기도 했다

 

물론 브루더도 여기서 난동을 피웠다간

강철공주를 호휘하고 있는 용병들이

그들의 손에 쥔 무기를 들고

우리에게 위협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움직이진 않았다.

 

"그런 것 따위는 알고 싶지 않습니다.

쓸데 없는 농담은 삼가시고,

제가 알고 싶은 것은 단 한가지"

 

순간 베스타리누의 입이 닫혔다

그 모습은 마치 말하기를 무서워 하는 것 같았다

정말 괜찮은가, 하고 주저하는 모습...

 

그래도 베스타리누는 말을 고르며

입을 움직였다

 

"당신들이 아는 저의 아버지

모르도 곤에 대해 아는 모든 것

그리고 들은 것을 포함해서 

모두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명령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왜냐면 그녀의 표정은 뭔가

오만함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이럴 때야말로 씹는 담배를 피고 싶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 품에 손을 넣었다간

그 다음엔 내 목덜미에 어떤 흉기가

들이 닥칠 것이 뻔했기 때문에 그만두었다

 

아, 이런 상황은 생각지도 못했군

강철공주가 이런 수단을 취해올 줄이야

괜히 그 약탈자로 유명한

모르도 곤의 딸이 아니군...

 

 

 

 

*

 

 

 

 

똑똑똑

 

그 묘하게 공손하게 느껴지는 노크 소리가

싸구려 여관의 공기를 흔들었다

성녀 마티아는 묘한 박력으로 

나의 행동을 추구하고 있었고

브루더는 왠지 위험한 듯한 낌새를 느끼고 있었다

 

손님이 누구여도

이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닦아주는 것은 솔직히 고마웠다

 

그 방법이, 조금 난폭해지기 전까지는...

 

"실례하겠습니다"

 

그것은 어느 정도의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되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목소리는 우리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돗 쾅!'

 

정중한 노크 소리 다음으로 들은 것은

문을 억지로 걷어차는 소리였다

 

마티아는 눈동자를 무심코 휘둥그렇게 뜨며

방 구석으로 한 발짝 물러났다.

 

단순한 습격자는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런 인간이

노크와 정중한 인사를 할리는 없었기 때문이였다

 

우리에게 경의를 표하는

인간이 있을리는 없었을테고

과연 누구일까?

 

아무튼 나무문이 부서지면서

여러 사람이 방으로 몰려왔다

어느 정도는 규율이 잡힌 패거리 인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를 애워싸기만 할 뿐

즉석으로 공격하려는 모양은 없어 보였다

 

젠장, 이게 무슨 상황인가

이렇게 다수인줄 알았더라면

문 앞에 진을 치고

하나하나 상대하는 것이 나았을텐데

 

게다가 이 쪽은

전력으로 보이지 않는 성녀

그리고 부상을 당한 브루더와

멀쩡한 나 하나 뿐이였다.

 

"...저기 미안한데

방을 잘못 찾으신거 아닌가요?"

 

곁눈질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들은 대체 누구이며, 무슨 목적으로 온거지?

적어도 말이라도 한 마디 해줬으면 하는데

 

"난폭한 수단을 취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그 분의 명령으로 

이 곳에 두 분을 마중 나온 사람입니다.

 

목소리를 낸 것은 몸에 갑옷을 감싼 늙은 장군...

아까 정중하게 노크를 한 그 목소리의 사람이였다

음색은 결코 세련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왠지 상대방을 배려하는 듯한 울림을 머금었다

 

"아이고 정말 반갑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누구인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늙은 장군은 고개를 저으며

요란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했다

 

"실례지만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무례하다고 욕하셔도 좋으나

일단 데리고만 오라는 엄명을 받았습니다"

 

딱딱하고 쉽게 대하기 힘들 것 같은 목소리였다

이런 종류의 상대와 말을 주고 받는 것은

몹시 힘이 들어버리게 된다.

적어도 이쪽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쉽게 구슬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그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사람을 잘 못 본 것도 아닙니다.

저는 당신들 두 분을 모셔 오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는 손가락으로 나와

잠자리에 누워있는 브루더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와 브루더는 이미 이 도시에서 유명인물이다

그것도 강철공주를 거역한 인간으로서

그렇다면 나를 모셔오라는 사람도

대강 어떤인물일지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뭐, 알겠습니다. 초대에 응하도록 하죠

하지만, 한명은 부상자이니까

마차라도 불러주시겠습니까?"

 

마티아를 곁눈질로 쳐다보면서

가벼운 입을 놀리듯이 그렇게 말했다

녀석들은 마티아를 데리고 간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즉, 인질극을 벌이지 않겠다는 것이였다

 

그게 그들의 의지인지,

아니면 고용주의 명령인지는 모르겠지만

 

마티아는 나의 시선과 말을 이해하고

못마땅한 듯 눈꺼풀을 일그러뜨렸다

그러나 곧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고,

한숨을 내쉬며 내게 말했다

 

"뭐, 어쩔 수 없군요

정 뜻이 그렇다면야

하지만 루기스, 괜찮겠어요?"

 

아무래도 이쪽의 의도를 

어느 정도 알아준 건가?

그것은 나와 브루더의 생명을

연장하는 데에 있어서도

훌륭하고 현명한 선택이였다

 

마티아는 이런 상횡인데도

미소를 짓기까지 했다.

담백하고, 편안하다고 생각되는

웃는 얼굴...

 

"위험한 짓은 해선 안되여

나하고 한 약속을 무조건 기억하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마티아는 타이르듯이

말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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