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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39화 - 거룩한 처녀의 감정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7장 베르페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39화 - 거룩한 처녀의 감정 -

개성공단 2020. 3. 2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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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고요 말고요

그런 사람들을 어찌 가만 둘 수 있겠습니까"

 

알류에노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 음색은 틀림없이 자애로움을 넣은 것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상대를 비웃는 듯한 일그러진 음색을 띠고 있었다

알류에노 본인도 왜 자신의 입에서

그런 음색을 띄운 목소리를 울렸는지 몰랐다

 

하지만, 알류에노는 즐거운 듯이 입술을 흔들었다

 

"하지만 죄인의 목을 그저 순순히 조일 수는 없습니다.

일단 살린 다음,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이해시키는 것입니다.

저는 그에게 그런 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알류에노는 무슨 대본의 대사를 읊듯이

매끈하게 목을 움직였다

 

"우리는 신의 이름으로 죄인에게 구원을 내리는 것입니다.

당연히 상등한 대가는 치러지지겠지만 말입니다."

 

응접실에 흘러나오는 그 목소리는

마치 노래를 부르는 듯, 아름답고 귀에 잘 남는 목소리였다.

알류에노가 가희라고 그렇게 불리는 이유 중 하나였다.

 

알류에노는 입술을 다물고 눈동자를 깜빡이며

눈 앞의 인물, 카리아 버드닉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입술을 치켜올려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어딘가 차가운 감정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내 말은 그녀가 원했던 말과는

사뭇 달랐던 것 같았다.

 

루기스를 원수로 삼고, 그 흔적을 따라서

피에르트 볼고그라드와 함께

베르페인에 왔다는 그녀

 

과연, 일의 진위를 떠나서

적어도 루기스는 성벽 도시 갈루아마리아를

함락시킨 사람으로 공인된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당연히 원한과 집착이 생기며

복수심을 불태우며 숨통을 조일 날만을

기다릴 수 있다고 알류에노도 알 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원한과 집착 때문에

그들이 이 베르페인으로 찾아 올 수 있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였다.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은 때때로 상식을 짓밟아서라도

다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러므로 그 원수를 용서하고

구원을 해주는 것이

대성교의 가르침이라고 해도

순순히 납득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 왜 나는,

그런 말을 그녀들에게 그런 말을 던졌을꺼

 

알류에노는 입술을 조금 흔들었다

자신의 피가 약간 열을 가지고

체내를 돌아다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은 그녀들이 루기스에게

가지는 감정을 불쾌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루기스를 미워하는 것은 상관없었다

적의도, 편견도, 차별을 가지는 것은

자기가 알 바 아니였다.

 

어쨌든 루기스의 손을 잡아주는 것은

자신 혼자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세상이 그를 저버리더라도

자신만이 그 손을 잡으면 되니까

누가 루기스를 증오하든 상관할 바 아니였다

 

하지만 이 불쾌한 심정은 뭘까

 

상류층의 자리에 있으며, 

그 어떤 공도 들이지 않은 채,

베르페인으로 루기스를 쫒아온

카리아와 피에르트의 집착이

알류에노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자신 앞에 있는 인간,

적어도 카리아라는 소녀는

틀림없이 루기스에 대해 정체모를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루기스를 언급할 때마다, 그녀는 눈동자를

반짝이거나 부릅 떴던 것이였다.

 

알류에노로서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적의를 갖거나 증오하는 것은 상관없어도

그에게 정체모를 마음을 품는 것은

허용 할 수 없었던 것이였다.

 

알류에노는 그제서야

자신이 상당히 욕심이 많았다는 것을 이해했다

아무래도 자신은 루기스가 다른 누군가에게

강한 사랑을 받는 것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왠지 귀찮은 성품을 안고 있는 것 같다며

속으로 자조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그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 낼 순 없었다

자신은 대성교의 성녀 후보로 여기에 있었기 때문이였다.

 

"뻗은 손을 받아들이고, 구원을 한다.

그것이 바로 대성교의 방식입니다"

 

그렇게 카리아와 피에르트에게 시선을 돌리자,

알류에노의 뺨이 그녀도 모르게 흔들렸다

분명 그 말에 자신의 추함이 드러났음에 

틀림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어짜피 당신들은 루기스라는 자와 

남남에 지나지 않습니까

마음을 쌓아올리는 것은 

당신들의 죄를 깊어지게 할 뿐입니다."

 

그러니까 이만 잊어버려라

그런 의미를 말로 적당히 대답하면서

그녀는 눈동자로 실내를 살펴보았다

 

알류에노의 말, 표정, 태도는

틀림없는 성녀 다운 자세임이 분명했고,

그것은 자애의 마음으로

신앙을 알리는 처녀 본연의 자세임에는 틀림없었다

 

물론 속은 전혀 달랐다

그녀의 마음속은 도저히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치며 곳곳을 깨우고 있었다

 

 

 

 

*

 

 

 

 

"...그러니까 루기스...

제발 저에게 사과를 구해주세요..

제발요..."

 

그 말에서 입을 떼는 순간

마티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가...라는 동요와

그래도 나의 말은 진심이였을꺼야...라는 충격

그 둘이 서로 섞이며 감정을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티아의 눈동자가

살짝 겁에 질린 기색을 띠고

루기스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과연 그는 뭐라고 할까

어이없다는 듯이 웃을까

아니면 모멸의 시선을 보낼까

그것을 생각하자니 마티아의 심장이 울렸다

 

그에게 미움 받는 것만은 안된다

지금까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자신의 존재를 

모두를 위한 사람이라고 정의했지

결코 '개인'을 위한 사람이라는

결코 정의하지 않았던 그 성녀가...

 

성녀 마티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을 그 남자에게 거절 당하는 것이

매우 두려워 져버렸다.

 

어이 없는 얼굴을 하더라도

제발 모멸감 가득한 표정은 짓지 말길...

 

루기스는 마티아의 행동에 놀란 듯

한발 물러서며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서로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시간이 멈춰 버린 듯 했다.

결국 루기스가 그 공백을 깨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그래 알겠어요

앞으로는 조심할테니

그만 표정 좀 풀어요"

 

루기스는 조금 겸연쩍은 듯이 말했다

시선도 완전히 마티아에게서 벗어나

마치 교사에게 야단 맞고 있는 아이 같았다

 

마티아의 눈동자가 무의식적으로 흔들렸다

 

"...안돼요,

마음을 담아서 제대로 해주세요"

 

루기스의 틈새를 파고 들듯

마티아의 목소리가 울렸다

루기스는 질렸다는 듯한 얼굴로

두 손을 들며 내게 용서를 구했다.

 

아아 루기스, 그거면 되는 거에요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행복해질 수 있어요

 

마티아는 자신도 모르게 무너질 것 같은

자신의 뺨은 억지로 조여서 다듬었다

그런 칠칠치 못한 표정을 

차마 루기스 상대로 보여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가슴속이 녹아내리고

환희가 마음을 채우는 이 와중에

고작 뺨이 흘러 내리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루기스는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한 말에 불과할 것이겠지만,

지금은 이 상황이 아무래도 좋았다.

 

아, 이제 루기스는

위험에 빠지는 행동을 할 때마다

내 얼굴을 떠올릴게 분명할거야

 

이제 나는 그가 위험한 일을 반복할 때마다

나에게 사과를 하도록 하면 될꺼야

그의 의식에 박아넣듯이 반복한다면

 

루기스는 항상 내 눈치를 보며

내 관리 속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될거야

 

아아, 생각만 하더라도

참 감미로운 일이구나

 

그렇게 마티아가 눈동자에 열을 내며

브루더가 그녀를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순간

 

똑똑

 

손님을 알리는 소리가

삐걱거리는 방 안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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