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36화 - 지배 - 본문
"믿었던 존재를 혹시나 하고 의심했을 때는
사람이란 도대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요"
베스타리누의 옅은 입술에서 새어나온 그 말은
알류에노의 눈동자를 이른거리게 했다
알류에노는 머리가 더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왜냐하면 자신도 베스타리누 처럼
똑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자신 또한 그 대답을 듣고만 싶었다
처음엔 가슴을, 다음엔 이마를,
그 다음에는 사지를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알류에노를 덮쳤다.
말문이 막힌 알류에노를
의아하게 쳐다보는 베스타리누의 눈동자가 보였다
방이 어두워서 다행이라고 알류에노는 생각했다
만약 불이 켜져 있었다면, 자신의 파래진 표정까지
선명하게 보였을 것이 틀림없을테니까
하지만 무엇 하나 나아진게 없었다
고민하는 그녀에게 어떤 답을 해줘야 하는가
그 점을 도저히 알 수 없었던 것이였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조차 제대로 처리 못하는 자가
남의 고민을 들어주고 답하려고 하다니
자만심에도 정도가 있을 것이다.
성녀 후보라니, 이름 뿐인 호칭이야...
알류에노의 가슴은 반복되는 사고와
우러나오는 몇 가지 감정에 뒤섞여서
이제는 아예 알 수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도 이름 뿐인 직함일지라도
성녀는 성녀...
자신이 베스타리누에게 구원을 요청받는 이상
아무튼 그녀에게 구원을 해줘야만 했다
왜냐하면 나는 후보이긴 하지만
성녀라는 직함이 있었기 때문잉였다
구제신 아르티우스님도 말씀하셨다
구원을 청하는 자가 있다면,
내치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구원을 구하는 자에게
구원을 주는 것이야말로 성녀의 몫이다
'그래, 이건 나의 역할이야'
그렇게 생각한 순간,
스윽, 하고 머리의 아픔이 사라진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작은 입술이 물결치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심하세요, 베스타리누
당신의 고민은 잘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사람에 대해서
의심을 한다는 자체가, 당연히 괴롭겠지요"
알류에노의 얼굴은 정말 성녀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입에서 말이 새어나오는 것이
이상하면서도 어딘지 납득 하고 있었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하나 있었다
틀림없이 나는, 답을 찾았다는 것
"그렇다면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면 됩니다.
의심하는 것은 배신이 아닙니다.
누구나 의심을 씨앗을 가슴에 품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 사람은 모두 약한 존재다
누구든 의심을 가슴 속에 품고 다닌다
하지만 그것으로 걸음을 멈출 만큼
사람은 약하지 않다고도 믿는다
"그 의심을 풀기 위해
행동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요?
비극 배우처럼 울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베스타리누의 입술이
일순간 강하게 잡힌 것을 볼 수 있었다.
분명 그녀는 나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베스타리누의 눈동자에 꿈틀거리는
열 같은 것이 다시 싹트기 시작했다.
나의 말을 어느정도 이해한 거겟지
다행이였다
나도 성녀 흉내 정도는 낼 수 있었던 건가
우울한 인간의 구원을 요청하는
손을 잡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맙습니다. 성녀 알류에노님...
그 말슴만으로도 구원받은 기분입니다.
맞습니다. 저 답지 않았습니다
비극 배우처럼 어두운 방에 틀어박히는 등..."
그렇게 입술을 움직이는 베스타리누에게
알류에노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이쪽이야말로 고맙다고 응수했다
그 말을 듣고 베스타리누는 의아한 듯이
속눈썹을 깜빡였다.
방금 받은 말의 뜻을 모르겠다는 듯이 말이다.
방금 그 감사의 말은 의례적인 말이 아니라
그녀 덕분에 자신도 일어 설 수 있었기에 하는
진심을 담은 감사의 표시였다.
베스타리누가 있었기에
알류에노는 길을 개척할 수 있었다.
어리석게도 그녀는 계속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꿉친구 루기스의 배신에 대해서
그는 언젠가 대성당으로 나를
데리러 올 것이라고도 했는데도
이제는 자신의 적이 되어서
다른 여자의 손을 잡고 있었다
매우 한탄스러웠다
그 사실을 생각만해도, 목이 메었고,
감정의 안쪽에서는 검게 물든 무언가가 기어올랐다
하지만, 이제 그 배신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은 과연 나의 탓이였던 것이다.
루기스가 나를 떠난 그 이유는,
내가 루기스를 구원하지 못했기에 그랬던 것이다
루기스가 대성당에서 나의 구원이 되어 주었음에도
나는 루기스에게 있어 구원이 될 수 없었다
루기스는 구원받기 위해
의지할 곳을 찾아 다녔을 것이다.
그 장소가 문장교가 되어버린 것이였다
매우 한심할 지경이다
조금이라도 그를 의심한 내가
매우 부끄럽게 여겨졌다.
결국 모든 것은 나로 인해 생긴일이 아닌가
그럼 해결책은 간단하다
이미 수단은 정해져 있다
루기스가 기대는 모든 것을 제거하고
내가 그의 유일한 구원이 되면 된다
루기스도 인간이 아닐 수 없다
어려서부터 보고 있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어딘가 약하고 여린 부분이 있었기에
분명 뭔가에 의지하고 싶을 때가 있겠지
분명 무언가에 손을 뻗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그의 손을 잡아주었어야 했건만
그러지 못했기에
그는 문장교라는 잘못된 선택을 했고,
대죄인이라는 오명을 짊어져버린 것이다
알류에노의 가슴속은 시원했다
끈적끈적하고 점착질의 감정은 가라앉았고,
하나의 빛나는 확신만이 담겨져 있었다
루기스, 너에게서 모든것을 빼앗겠어
문장교도, 길드도, 신분도, 그 어느것도
그리고 아무것도 없을 때,
내가 너의 손을 기꺼이 잡아줄테야
구원을 요청하는 너에게
마음껏 구원을 해줄께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루기스
나의 한심스러움이 너에게 곤경을 주고 있었다니
너무 미안해서 부끄러울 따름이야
하지만 곧 그 이상의 구원을 너에게 줄께
어둠 속이였기에, 알류에노의 표정은
베스타리누에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은
알류에노가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보인 적이 없는
아름답고도 매우 요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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