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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33화 - 악의의 씨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7장 베르페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33화 - 악의의 씨 -

개성공단 2020. 3. 23. 15:58

그 광경에 사고가 눌러붙어 버렸다

 

머리는 유행병에 걸린 것처럼

열이 가득 차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머리가 돈다고 하더라도

무슨 수단을 취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눈 앞에서 전개되는 광경이

지난 세계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베스타리누의 강인한 창도끼가

엄청난 소리를 내며 브루더의 몸을 분쇄했다.

육신도 뼈도 모두 예외없이 짓밟아서

브루더라는 인간을 말없는 물체로 변모시킨 그 일격...

 

그것은 틀림없는 현재의 광경이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나는 뭘 해야 하는다

 

지난 세계에서 나는 멍청하게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사지는 떨리고 손 끝은 아무것도 잡지 못한채,

다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었다.

 

그 때의 베스타리누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말 위에서 벌레를 보는 듯한 시선을 지었다

 

분명 브루더를 죽인 이유도

단지 자신에게 맞섰기 때문에,

단지 그 이유 뿐이였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친구와 존엄을 동시에 잃었다.

 

그리고 지금 그 광경이

나의 눈 앞에서 재현되려고 하고 있었다

 

다리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가슴속은 기괴할 정도로 복잡했다.

브루더를 다시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고,

강철공주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컸던 것은

두번 다시, 이런 꼴사나운 삶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였다.

 

어깨를 내밀고, 힘을 내어

브루더를 가로막으며, 허리 아래에서 보검을 뽑았다.

보검은 보라색의 선을 그리며, 

베스타리누의 창도끼 궤도에 올랐다.

 

'카카캉!'

 

검으로 창도끼를 받아들인 충격은 컸다.

베스타리누는 말 위에서 내리칠 기세로

무기를 내리쳤기 때문에,

평소와의 검싸움 보단 완전히 달랐다

 

허리, 아니 전신의 뼈라는 뼈가 삐걱거렸고,

근육은 그 내동댕이쳐지는 중압에 터질 듯 했다.

 

쇠와 철이 서로 스치는 타는 냄새가

주위를 뒤덮었다.

 

"너는 남에게 인사할때는

머리부터 내리치라고 배웠냐?"

 

"...초록색 옷...

마침 당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베스타리느의 시선이 나를 관통했다.

입에서 새어나오려던 한숨이

기도를 역류해서 폐 속으로 되돌아갔다.

 

그녀의 눈동자는 브루더에게 일격을 방해받은 짜증도,

던져진 말에 대한 반발도 아닌, 그저 순수한 적의였다.

 

"당신이 아버지에게 해를 끼치는 벌레

그 자체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벌레... 과연 벌레인가

베스타리누가 나를 보는 시선은

적의가 아니라 해충을 상대하는 그런거였나...

 

"그건 오해야,

난 단지 내가 지킬 것을 지키는 것 뿐이라고"

 

투구를 쓰고 있어서

베스타리누의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움찔하고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린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적잖이 내 말을 듣고 있는 거였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킨다...

그것이 아버지와 무슨 관계가?"

 

베스타리느가 솔직한 성격이였던게 행운이였다.

카리아 같은 성격이였다면, 

문답무용으로 덤벼들었을 것이다.

 

지킨다는 것을 마음의 초석으로 삼고 있는

그녀에게는 나의 말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상대의 말을 끊으며, 훼방하는 교활함을.

베스타리누에겐 허용할 수 없는 짓인 것 같았다.

 

"관계? 몰라서 묻나?

영주 모르도가 옛날에 무슨 짓을

했었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그녀의 눈동자가 강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곤혹스러운 것이 아닌, 강한 적의였다.

역시, 부친에 관한 것은 허용하지 않는 건가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면,

나의 일은 진행될 수가 없었다.

여튼 나의 목적은, 

그녀가 가장 경애하는 아버지를 배신하게 하는 거니까

 

"아버지를 나쁘게 말하는 자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님이 행하는 모든 것은, 새로운 통치를 위한 것...

단지 복수만을 원망만으로, 아버님께 해를 이루려고 한다면..."

 

"오히려 원망만이 있지"

 

나의 등 뒤에서 브루더가 땅을 기어오르며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갈색의 길게 자란 머리카락이

모자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녀석은 과거든 현재든

잠잘 때조차 모자 속에 머리를 숨겨두고 있었기에

머리카락은 처음 봤던 것이다

 

아, 맞다

예전에 녀석에게 여자 같은 얼굴이라고

한번 내뱉었다가

턱을 쎄게 맞은 적이 있었다.

물론, 장침이 아니라 주먹으로...

 

갈색 머리가 흔들리며,

브루더가 입술을 열었다

 

"브루더, 브루더 게르아의 이름을 생각해봐!

네놈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인간이

우리 아버지 브루더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잘 기억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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