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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30화 - 알 수 없는 감정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7장 베르페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30화 - 알 수 없는 감정 -

개성공단 2020. 3. 23. 11:54

"...뭐야, 네놈은 영주를 암살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나의 말에, 브루더가 비야냥거리듯이 입을 열었다

마치 그 말은, 왠지 저번의 그리움이 느껴 지기도 했다.

 

"물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

치욕을 이 손으로 풀어주고 싶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전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는 없어"

 

가볍게 고한 그런 나의 말에

성녀 마티아의 시선이 꽉 강해졌다

마치 그런 일은 용서하지 않겠다고

무언으로 고하는 듯한 시선이 였다

 

왠지 성녀는 자신의 강한 시선이

타인에겐 독인 줄은 모르는 모양이였다

 

"루기스, 저는 당신의 말은 존중합니다

하지만 너무 무모하다면, 

저도 손을 뻗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그 때는 무조건 제 말에 따르셔야 할 것입니다."

 

마티아는 시선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지,

입을 삐죽거리면서 목소리를 울렸다

 

"뭐 위험한 일은 아니야

이 베르페인이라는 도시는 두개의 바퀴로 굴러가고 있어

그 밖에도 장치는 있겠지만, 중심부는 그 두 바퀴야

즉, 베르페인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려면,

그 녀석들을 어떻게든 해버려야 되는 거지"

 

두 바퀴란 무엇인가

...라는 것은 이제 대답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영주이자 약탈자였던 모르도 곤

그리고 그의 딸인 강철공주 베스타리누 곤

이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이 도시는 계속 잘 굴러가고 있었던 것이였다.

 

물론 한쪽이 쓰러졌다고 해서

곧바로 베르페인이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아마 모르도나, 베스타리느만으로도,

혼자서 통치는 잘 할 수 있을 것이고,

규모도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녀석들을 이간질이라도 시키자는 건가?

그건 무리라고"

 

브루더가 탁자 위에 놓인 

럼주의 뚜껑을 열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참을 수 없게 된 모양인가

그렇다면 나도 품에서 씹는 담배를 꺼내며

이빨에 양껏 묻혔다.

 

목구멍을 세게 울리며

뱃속에 럼주를 쑤셔 넣은 브루더는

한숨 대신에 말을 이어나갔다

 

"가장 최선의 방법은 암살이야

녀석들은 얄미울 정도로 강고한 사이로

맺어진 것 같으니까 말이야!"

 

브루더는 약간 취한 듯한 목소리로

모든 감정을 내팽기치듯이 쩌렁쩌렁하게 말했다.

 

브루더에겐 이 주제는

술이 없다면 도무지 제정신으로 말할 수 없는 듯 했다

 

"그래, 나도 알고 있어

그들은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저 맞물려 있었을 뿐이였고,

원래의 성질은 전혀 일치하지 않았다.

 

한 사람의 본질은 약탈자로,

살기 위해선 무언가를 빼앗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나머지 한 사람의 본질은 

자신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저 서로 잘 겹쳐져 있을 뿐이였고

맞물리지 않는 부분을 

부녀의 정이라고 하는 것으로 덮고 있었을 뿐이였다.

 

하지만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톱니바퀴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그것으로 끝날 것이였다.

 

브루더는 목구멍에 럼주를 들이키며

내 말의 의도를 헤아릴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계기를 만들어 주면 돼

가슴을 저미는 의심의 씨앗을 뿌리는 거야"

 

의심, 하고 마티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뭔가 깨달은 듯한 그런 표정이였다

나는 마티아가 반응하는 줄도 모르고,

브루더만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뿌린 것 중 하나라도 싹이 트면 나중엔 간단해

그들은 서로 평상시처럼 대화하겠지만

속으로 자식은 부모의 애정을 의심하고,

부모는 자식이 언제 자신에게 맞설지 걱정하게 될거야

순식간에 애정은 진흙덩어리의 모습으로 바뀌는 거지

 

맞물리지 않게 된 톱니바퀴가

억지로라도 움직이려고 몸을 비틀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뻔한 이야기였다.

그 자리에서 완전히 썩어빠져

기능을 상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저주는 의심이다

 

의심은 결코 사람의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설령 숨기려고 해도, 억지로 덮으려고 해도

기회가 있으면 언제나 얼굴을 내미는 법이였다.

나는 이 자리의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깨를 움츠리고 씹는 담배를 입가에서 꺼내며

입안에 공긴 공기를 내뱉었다.

은은한 향긋한 냄새가 허공을 맴돌았다.

 

물감은 이제 내 손안에 있었고

남은 것은 어떻게 그림을 그리느냐 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브루더가 럼주를 입가에 기울여서

단숨에 내용물을 들이켰다

 

나는 그의 이런 모습에 눈을 휘둥그리게 떴다.

 

원래 브루더는 술을 좋아하지만,

별로 술이 센 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취하기 쉬운 체질이였다고 해도 좋았다.

 

그래서 자주 만취하는 모습을 보았고,

골목길 같은 곳에서 잠을 청하는 일도 잦았다

그리고 그를 숙소로 옮기는 것은 항상 나였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바로 뒤집어쓰듯이 술을 마신 것은

그날 이후 처음이였다.

등골에는 뭔가 알수 없는 감정이 기어다니는 것을 느꼈다.

 

"그래 한번 해보고 말고,

놈들의 톱니바퀴, 부녀지간이라는 것을

내가 직접 짓밟아서 뭉개버릴테야"

 

말투는 벌써 취한듯 들렸고,

눈은 초점을 잃어가는 듯 해도,

그의 눈동자는 확실히 이쪽을 향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버릴 뻔 했다.

왜냐하면 그 모습은, 

지난 세계의 브루더와 싫을 정도로 겹쳐졌기 때문이였다.

 

그것은 과거 모르도를 습격하기 전날 보았던

취해있던 브루더 그 자체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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