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32화 - 가족의 정 - 본문
아버지는 사람이 사는 이유는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했다.
분명 자신도 어렸을 때는 그거를 믿었으며,
주위에는 사랑했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지켜야 할 여동생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무엇하나 부족한게 없었고,
분명 이 세상에는 사랑이 넘쳐흐르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전부일것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는 본래 용병이였고,
사랑의 심장을 금화로 대신하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인간이
사랑이라고 하는 존재는 너무 무거웠다
그러기에 약탈자이면서, 남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그런 비뚤어진 아버지는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되었다
어머님의 목숨도, 여동생도, 스스로의 목숨도
모두 친구라고 불렀던 남자에게 빼앗겨서
자신의 인생을 망쳐버린 아버지는
죽기전에 나에게 몇마디의 말을 내뱉었다
나는 분명 아버지께 고했어야 했다.
인간은 사랑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타성으로 살아가는 것임을
그런 나의 심정을 모르는지
아버지는 숨쉬기도 힘든 입에서
나에게 마지막 유언을 내뱉었다
"...미..미안하다....너...너는
...의... 행복하..."
*
브루더는 자신을 관통하는
도끼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그런 회상을 했다
"항복하겠는가?"
갑옷을 입은 여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녀의 맑게 들리는 목소리는 성장기를 실감케 했고,
분명 어린시절 불편함은 없었을 것이다.
아 다행이야, 기쁘기 짝이 없군
나는 네가 지금까지 불편함 없이
사랑에 싸여 행복하게 살아왔음을 잘 알았다
본래라면 서로 껴안아 축하해주고 싶어
베스타리누,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동생
브루더의 눈이 가늘어졌다.
모처럼 취기가 빠진 그의 시선은
묘하게 베스타리누를 관통했다.
네가 그 남자를...
모든 것을 빼앗아간 남자를
아버지라고 부르지만 않았더라면...
그 남자를 향해
웃는 얼굴을 보이는 네가 있지 않았더라면
분명, 나는 이 세상에서 그냥
편히 죽어갈 수 있었을 텐데
브루더의 볼이 일그러지며
피부가 떨리고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은
브루더가 가진 특기 중 하나였다.
겁에 질려 있던 손끝에 기력이 돌아오고,
바늘이 살갖에 달라붙어 갔다.
그 기묘한 고용주 루기스와
그의 동료 같은 여자도
분명 어딘가에서 보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 한번 보여주어야 겠군
예쁘고 깨끗한 가족의 정이라는 것을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
항복하는 것은 지는 쪽이 하는 거잖아?"
순간 공간이 일그러졌다
베스타리누의 팔에서 휘두른 창도끼가
시야조차 비틀면서 일직선으로 브루더를 향해
떨어져 나갔다.
그것은 상대를 살해하는 것도,
찢는 것도 아닌, 단지 파괴하기 위한 혼신의 일격이였다.
침을 삼키는 그런 한순간도
브루더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눈을 깜빡일 사이에,
그의 심장이 저승사자에게 넘어갈 직감이였다.
그러나 브루더는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갈색 머리카락을 흔들며
브루더는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브루더의 그 손가락 끝에서
바늘이 생물처럼 튀어나왔다.
베스타리누의 창도끼처럼 포효하는 소리가 아닌,
속삭이는 듯한 조용한 소리로 빠르게 지나갔다
그렇게 창도끼와 장침의 궤도가 교차했고
창도끼는 적의 두개(頭蓋)를
장침은 그 갑옷의 목덜미에 벌어진 틈새를 향했다.
숨 돌릴 틈도 없는 시간이 지난 후,
장침이 베스타리누의 살을 도려냈다.
동시에 브루더는 베스타리누를 향해
두번째 장침을 날렸다.
목표는 그녀의 손목이였다.
하지만 두 번의 공격은 통하지 않는 다는 듯이
베스타리누는 브루더에게 향하던
창도끼의 궤도를 변경해서
그의 장침을 힘껏 받아내서 위로 쳐냈다.
아아, 이젠 끝인건가
맞부딫기를 각오한 공방이
여동생을 상대로 완전히 방어되어서
조금 있으면 나는 곧 숨이 넘어 갈거야
이보다도 더 한심한 사람이 더 어딨겠는가
아버지의 마지막 부탁도 듣지 못하고
어머니의 원통함도 풀지 못했고,
그리고 여동생 베스타리누를
그 달콤한 악몽에서 끌어내릴 수도 없었다.
결국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브루더는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그래, 이거면 됐어
타성으로 살아온 내가 이제와서 뭘 하다니 너무 뻔뻔했어
분발하기만 해서 모든 것이 잘 된다면,
이 세상에 노력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을거야
의지할 곳도 없고, 의지할 것도 없고,
살아갈 의지도 별로 없었던 내가,
어떤 것을 손에 넣을리가 있을텐가
여동생 베스타리누는 모든 것을 갖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있고, 부하가 있고,
그리고 행복하기 위한 재료를 손에 넣고 있다.
그것이 비록 거짓말이라고 해도,
죽기 전까지 계속 속는다면, 분명 그것도 하나의 행복이겠지
문득 브루더는 머리 속에서 이상한 의뢰인을 떠올렸다
루기스라고 했던가, 참 이상한 인간이였어
이상하게 친근하게 대하는 데다
뻔한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그런 말투...
뭐...하지만 싫을 정도는 아니였어
분명, 묘한 인연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이왕이면 좀 더 다른 방법으로 만나고 싶었다고
브루더는 가슴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가느다란 몸을 충격이 덮쳤다.
머리에 쓰고 있던 챙이 넓은 모자가 튀어올라서
갈색 그리고 긴 머리카락이 하늘을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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