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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31화 - 손바닥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7장 베르페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31화 - 손바닥 -

개성공단 2020. 3. 23. 13:44

시야가 여러개의 은빛으로 빛나고

거의 동시에 금속이 접합할 때

뿜어내는 독특한 음성이 울러퍼졌다

 

'키이이잉'

 

장침을 내리치는 그 빛은

은색이 아닌 검은색의 일격이였다.

 

끝이 검고, 곱게 갈아진 전쟁도끼였다.

강철공주 베스타리누가 가장 유용하는 무기인

이 도끼는 창끝에 도끼를 덧댄 특이한 무기였다.

옆에서 보기엔 끝의 무게중심에 휘둘려서

보통사람으로서는 제대로 다루지 못할 것 같았다

 

지난 세계에서의 나는 착각하고 있었다

그 둔중해 보이는 무기라면

브루더의 장침이 위력을 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것은 

어리석은 평범한 인간의 허상에 불과했다.

 

"항복하세요 

당신은 저를 이길 수 없습니다

대답을 빨리 하는 편이, 당신에게 좋을 것입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어깨를 들썩이는 부르더를 앞에두고

강철공주는 무거운 갑옷을 입으며 

맑은 목소리고 그에게 명령조로 말했다.

 

온몸을 갑옷으로 감싼 상대방에게

브루더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였다.

장침 투척으로는 철로 만든 갑옷을 뚫을 수는 없었다.

겨냥할 수 있는 장소는 관절의 노출부와

입가에 뻥 뚤려있는 호흡구라고 할까

 

하지만 그것 또한 터무니 없었던 것이

애당초 장침은 정면에서 맞서기 위한 것도 아니였고,

게다가 상대는 지금 말 위에 타고 있었다.

말을 노려보려 해도, 

그 말 또한 강철으로 피부를 가리고 있었다.

 

브루더가 입을 다물자

베스타리누는 허공에 창도끼를 다시 한번 휘둘렀다

그 마저의 자존심도 허락할 수 없다는 건가

그러면서 그녀는 말발굽을 울리며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말하겠다"

 

창도끼가 가볍게 그녀의 손으로 들어올려지며

브루더의 바로 위로 올라갔다

 

"항복하겠는가?"

 

나는 골목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이를 딱딱 떠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

 

 

 

 

아침 해가 그 모습을 나타내고

브루더는 취기가 한참 가셨을 무렵에도

어제 했던 말을 뒤집지는 않았다

 

'그래 한번 해보고 말고,

놈들의 톱니바퀴, 부녀지간이라는 것을

내가 직접 짓밟아서 뭉개버릴테야'

 

나 또한 브루더가 직접 일을 행하는 데에는

어떠한 반대의 마음도 없었다.

오히려 브루더라는 입지를 생각하면

더 나은 선택사항이기도 했다.

 

사람을 현혹하려면 사람의 영혼에 못을 박아야 했다.

못을 더 깊이 박아버리는 못이 필요했다.

 

브루더와 베스타리누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보다 더 좋은 배우는 없을 것이다.

각본은 얼마든지 쓸 수 있으니,

잘하면 내가 입을 여는 것보단 훨씬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과연 브루더는 베스타리누와 대면해서

정색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였다.

 

그건 술이 깼느니 안깼는가 하는 것이 아니였다.

 

사람은 비록 술의 힘도, 약의 힘도 빌리지 않아도

어느 때나 진지하게 임할 수 있다.

계기만 있다면 그것은 매우 간단했다.

 

때로는 전쟁터나 돈, 때로는 연인, 가족이기도 했다.

그리고 브루더의 경우는 매우 복잡했다.

 

나는 그것이, 어젯밤부터 걸려서

불안한 마음에 잠을 잘 수 없었다.

 

어쨌든, 여기 베르페인은 브루더에게 있어서

혼돈의 벽같은 장소였으며,

부모의 원수와 육친이 사는 도시였다.

 

가슴속에 얼마나 많은 심정을 억누르고 있었을까

또한 얼마나 많은 통곡으로 그 목을 축였을까

 

다만 이 때만은 모종의 고요함을

유지하기 있었을, 단지 그 뿐이였다.

 

나는 잠시 눈을 감으며, 지난 세계의 브루더를 회상했다.

나의 손을 잡으며, 이 베르페인의 근원을 없애자며

이를 드러내고 웃던 그는 너무나 고마운 존재였다

 

단지 의지할 곳도 없었고,

힘도, 기술도, 연고도 없던 나에게 있어서

손을 내밀어 줫던 그는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분명, 나는 브루더라는 존재라면

어떻게든 할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었던거겠지

얼토당토 않은 망상도 마치 사실처럼 느껴질 만큼

나는 젊고 어리석었던 것이였다.

 

아무튼 그런 나 때문에 브루더는 한번 죽었었다

아니, 이런 말은 이상해. 

죽는 것은 한번이면 충분하니까

 

나의 마음은 지금 두 가지 강점으로 삐걱거리고 있었다.

한 쪽에서는 과거 친구를 눈앞에서 죽인 한을 풀라며

설욕전을 외치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또 다시 같은 길을 걷는게 아니냐는

불안감 내뱉고 있었다.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서 무슨 일인가요?"

 

나도 모르게 이마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고

마티아는 그 광경을 보고,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흘렸다.

 

남의 걱정을 해놓고,

오히려 남에게 걱정을 당하다니

정말 바보같은 짓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렇지 않다고 대답하며

한숨을 가볍게 내쉬며 침대에 걸터 앉았다

 

"괜찮아요, 잘 될거애요, 제가 있잖아요"

 

마티아가 내뱉은 목소리는

과연 바로 성녀답게, 자애로움이 넘치는 목소리였다.

분명 보통사람이 들었으면, 감동의 눈물까지 나왔을 것이다.

 

그런 나로서는 너무나 그런 목소리가 생소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괴이하기 눈썹을 띄우며, 마티아를 바라보았다.

 

마티아는 나의 그런 모습을 보며

내 뺨을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하실 것 없어요

루기스, 만약 당신이 잘 안풀린다더라도

제가 당신을 성심껏 도와드릴테니까요

당신이 이 손에서 흘러내리더라도

곧바로 건져드릴께요"

 

이걸로 안심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적어도 실패하는 것을 가정에 두지 않았음 하는데

 

아무튼 나도 더 이상 무엇을 흘러내려선 안된다

지난 세계의 나는 손바닥에 남은 것이 없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얼마 안되는 영예도,

둘도 없는 친구도, 그리고 알류에노도...

 

그러니까 이번은, 이번에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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