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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46화 - 이제 누구도 부르지 않는 그 이름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7장 베르페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46화 - 이제 누구도 부르지 않는 그 이름 -

개성공단 2020. 3. 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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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한숨이 놀라울 정도로

거칠어졌다는 것을 

베스타리누는 느낄 수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왜 내가 그 용병의 말에

가슴을 부들부들 떨며,

정신을 초조하게 만드는 것일까

 

모두 헛소리일거야

그래, 전부 거짓말일거야

베스타리누는 수없이, 몇번이나

그렇게 자신을 타일렀다

그럴때마다. 잠깐이나마 가슴은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마음은 흔들린 채로, 박동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브루더의 목소리가 술집 안을 채울 때마다

베스타리누의 온몸이 흔들려갔다

 

왜냐하면 들은 내용 모두가

눈동자에 비춰질 정도의

실감이 담겨져 있었고,

 

이 용병의 음색은 헛소리이긴 커녕

진실이라고 생각되는 말투가

틀여박혀 있기 까지 했다

 

그...그럴리가 없어

 

어두컴컴한 고급 술집은

베스타리누가 선택한 함정이였다

여기에 하수인을 데리고 글어가서

자신을 호위하는 용병들을

둘러쌓여 놓는다면

 

이제 아무도 그들을 도우러 갈 수 없기에

자신이 알고 싶은 사실을

알아서 토해낼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베스타리누가 선택한 장소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 공간은 자신의 도망갈 길 조차

막는 감옥 같지 않는가

 

이 묘한 어둠은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그 경계조차 모호하게 만들어버렸다

여기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주위를 둘러싼 용병들의 시선이 그것을 막았다

 

강철공주라는 칭호와

강철보다 더 단단한 자존심이

도주라는 선택지를 짓밟은 셈이였다

 

베스타리의 눈동자가 재빠르게 반짝이며

수 없이 냉철한 가면을 쓰고 있었을 표정이

몹시 흔들리는 듯 하는 순간...

 

'쿵! 쿵!'

 

문을 두드리는 전령이 내뱉은 소리는

베스타리누에게 있어서 구세주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전령은 고했다.

아버지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고

 

그래, 내가 사랑하는 아버지, 모르도가...

 

지금 이 순간, 내 가슴에 지침이 들어왔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목적으로 해야 하는지,

머리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베스타리누는 자신의 목이

오랜만에 숨을 쉰 것 같은 감촉마저 들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숨을 몰아쉬며

물속에서 발버둥치며 당황하기까지

했던 것이였다

 

이제 됐어,

이 두 용병들의 말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도망치는게 아니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부르기에 가는 것이다

베스타리누는 두 손으로 뺨을 일그러뜨리며

눈동자에 빛을 물들기 시작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이곤 상관없다

그저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평온한 일상을 보내면 되는거야

 

결국 인간이란 그런 것이였다

자기 상처를 억지로 벌리면서까지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을리는 없었다

 

그저 오늘을 무사히 보낼 수 있다면,

쓴 약을 먹기보단, 단 독을 맛보는 쪽을 택할 것이다

먼 곳에 있는 고통따윈 호기심에 맡기고,

근처에 있는 찰나적인 쾌락에

혀를 내밀어 핥으면 되는 그런 존재였다

 

아아, 그렇게 나는 살아온 것이야

베스타리누는 공허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사고를 반복하며, 결론을 내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마음에 들도록

아버지의 바람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결코 대립하지 않도록

결코 그 뜻을 거역하지 않도록

그렇게 달콤한 인생을 살아왔다

 

그래, 그걸로 됐어

아버지의 뜻에 벗어나지 않는다면

아버지는 언제나 칭찬해 주실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베스타리누가 발길을

술집 출입구로 돌리는 순간이였다

그리고 한 목소리가 울렸다

 

"어디로 가는 거야, 베스"

 

그런 브루더의 목소리가

베스타리누의 등을 관통하고 있었다

 

베스타리누는 등골이 오싹해지며

발이 얼어붙은 것처럼

그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베스, 그것은 베스타리누의 애칭

그리고 그녀가 경애하는 아버지 모르도에게만

허락하는 호칭이였다

그 외의 사람에게 그 이름을 부르는 것을

용서한 기억은 없었다

 

만일 그 이름을 부른 사람이 있다면

두 번 다시 그 이름을 부르지 못하도록 했었다

 

아버지 이외의 사람으로부터

그 이름을 불리게 된다면,

피가 역류할 정도의 분노가,

증오에 가까운 감정이

기어 나올 것이였다

 

그런데, 왜 자신의 마음에는

그리움조차 느끼는 감정이

싹트고 있는 것일까

 

베스타리누는 곧바로 돌아서며

브루더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는 가만히 두면 미아가 되니까,

로부터 떨어져선 안됀다고,

몇번이나 말했을 텐데"

 

브루더는 전과의 답답한 목소리가 아닌

어조와 음색을 완전히 바꾸어버린

목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하...무슨 소리 하는거야

난 당신같은 것은 몰라..."

 

알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머리를 기어올랐다

 

가녀린 목소리였다

베스타리누가 한 번도 내뱉지 않았던

그런 목소리...

 

하지만 브루더는 어딘가 상냥한 미소마저 띄우며

그 말을 받아들이며, 대답했다

 

"베스, 그렇게 날 따라줬는데

아직도 기억하지 못하는거야?"

 

브루더는 모자를 벗으며

갈색 긴 머리를 흩날리기 시작했다

 

베스타리누의 다리가 꿈틀하고 흔들렸다

그녀는 브루더의 목소리에 

다시 몸을 돌리며

발걸음을 술집 안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모두가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누구 하나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베스타리누는 머리 속으로

눈물이 나올 정도로

그리움 마저 느끼고 있었다

 

베스타리누는 브루더에게

한 걸음, 또 한 걸음 다가가면서

그 거리를 조금씩 좁혀갔다

 

"......."

 

희미하게, 이제 이 세상에서는

세 사람 밖에 모르는 

이름을 부르면서, 브루더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뻗은 그 손을

이제는 주저없이 잡았다

 

"어서와, 베스"

 

브루더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여동생의 귀를 쓰다듬었다

 

"다...다녀왔어... 언니..."

 

베스타리누의 눈동자가 부드럽게 무너져갔다

무언가를 떠올리듯이, 무언가를 그리워하듯이,

그리고 무언가를 두려워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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