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48화 - 강철공주와 옛 충신 - 본문
베르페인의 영주,
모르도 곤의 측근 토르가
청년기부터 모르도를 섬겼고
성격이 너무 솔직하다는 평을 들으면서도
성실한 일솜씨로 모르도를 호위해서
측근들에게까지 위상을 높였다
아니, 오히려 그 솔직하고
올곧은 성격이 있었기에
모르도의 측근이 될 수 있었다
토르가의 주군 모르도는
매우 깊은 의심의 깊이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사람 위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는
당연하게 가질 수 잇는 요소 엿다
특히, 모르도 같은 벼락출세자 같은 사람은
스스로의 가슴에 깃든
의심의 원인을 해결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하는 바가 매우 컸다
귀족이라면 어릴 적부터 갖추고 있는 그 기능을
모르도는 본래 서민이였던 탓에
가지고 잇지 못했던 것이 였다.
그래서 모르도는 토르가를 측근으로 삼았다
모르도가 깊이 생각할때마다,
토르가가 나타나 항상 해결해주었다.
그 결과, 토르가는 가신 중에서도
제일이라고 할 정도의 신뢰를 얻었고,
주군의 딸인 강철공주 베스타리누의
감시역으로도 임명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이 임무를 부여받은 것도
그 믿음 때문이라고 토르가는 생각했다.
임무의 내용은
기사 계급, 카리아 버드닉을 호휘 및 감시하는 것
딱히 무슨 행동을 하진 않을 것 같지만,
만약 무엇의 모략을 품고 잇는 것이라면,
감시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그대로 임무를 수행하면 될 뿐,
주어진 역할에 따라 움직이면 될 것이라고 생각햇다
하지만, 지금 그의 가슴속은
전에 없이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 원인은, 토르가가 인솔하는 사병과
마치 대립하고 있을 정도로
가도를 뒤덮는 용병 무리가 앞에 있었고
그 무리의 주인은
영락없는 베르페인의 강철공주,
베스타리누 였다.
"토르가... 딱 좋은 곳에 있었군요
당신에게도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어릴 적부터 키워왔던 용병을 데리고
가도를 나아가고 잇던 강철공주...
그 자체는 흔히 있는 광경이기도 했다
하지만, 눈동자가 달랐다
평소 같으면 토르가에 대한 친근감이나
그에 가까운 감정을 보이는 눈동자였지만,
지금은 무언가 색다른 눈동자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알아차렸다
그 눈동자는 자신의 주군 모르도가
흔히 보여주는 눈동자의 색이였다
누군가를 의심할때의 눈동자...
그 의심의 눈동자가 지금 나를 향하고 있었다
토르가는 대체 이게 어떤 상황인지
의아한 듯이 입술을 벌벌 떨고 있었고
토르가 뒤에 대기하는 사병들이
신기한 듯이, 강철공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어머니... 아니,
우리 부모님에 대해
당신이 알고 잇는
모든 것을 듣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토르가는 얼굴에 주름을
깊게 새기기 시작했다.
*
"......베스타리누 님,
죄송하지만, 주군의 일을
함부로 발설할 수는 없습니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푹 숙이는 토르가 였지만,
베스타리누는 그에 대해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알거나, 모른다고 해도
입에서 쏟아지는 답은 같았을 것이였다
어디까지나 올곧은 그가 주인을 배신할리 없었기에
그는 방금의 말을 쏟아낼 터였다
조금 전의 물음은, 지금 자신의 의지와
무엇 때문에 자신이 여기에 잇는 지를
상대에게 전하기 위해서 였을 뿐이였다.
그 물음 자체에 큰 의미가 없던 거였다
"그럼 물러가도록 하세요
저는 이제 영주관으로 귀환하겠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소임을 다하도록"
그것은 이제 이별의 말이나
다름없는 울림을 띠고 있었다.
오랜 세월, 자신의 곁에서 자신을 지탱해 온
충신 토르가에게 전하는 이별의 말.,.
그가 자신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다소의 정은 남았엇기에
이별의 말 정도는 했어야 했다
그는 사병을 이끌고 보면
어떤 임무를 모르도에게 받고 있는 것이
틀림 없었기에
그가 여기서 머무를 의미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 이제 볼일은 없다는 듯이
한 걸음 내디딘 베스타리누의 귀에,
낯익은 듯한 목소리가 울렸다
"...베스타리누님
저는 당신을 지나가게 할 수 없습니다"
베스타리누에겐 너무나 예상외의 대답이였기에
그녀가 고개를 돌리는 데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자신의 말을 부드럽게 받아넘기는 해도,
거절을 한다고 하는 선택을,
토르가가 취한 적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정직한 충성을 보이는 그런 남자였기에,
그런 대답은 어디까지나 상정 밖에 있었다
토르가의 말에 동요한 것은
베스타리누 만으로도 아닌 것 같았다
그의 사병들도 잠시나마 눈에 동요를 띠고
그 진의를 묻듯, 토르가에게 눈길을 돌렸다
한순간의 공백,
그 누구도 다음 움직임을 결정하지 못할 것
같은 시간이 있었다
"베스타리누 님,
모르도 님에게 무엇을 물어볼 생각이십니까?'
토르가가 말을 고르듯
조심스럽게 쏘아붙였다
"모든 것을...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을...
그것을 대답할 수 없을 때엔..."
베스타리누의 대답은 거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말 한마디마다 가시가 심어져 있었고,
그녀의 눈동자엔 적의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베스타리누는 지금 자신의 정신이
극도로 균형을 읽고 잇음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도 겨우 내가 정신을 차릴 수 잇는 것은
옆에서 나를 지탱해 주는 언니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순간, 무언가를 찾듯 베스타리누의 눈동자가 기울어졌고
그 앞에선, 언니가 미소를 머금으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아, 언니의 처지를 생각하면
어찌 나 같은 것이 미쳐 쓰러질 수 있겠는가
지금, 베스타리누를 지탱하고 잇는 것은
그 마음 뿐이였다.
여지껏 사모하고 친애마저 품었던 상대가
자신의 원수였다니... 그렇게 모든 것을 깨달았을때,
베스타리누의 뇌수는 생각의 모든 것을 뒤펃고
그대로 녹아 내릴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언니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 비틀린 처지에 몇 번이나 정신을 차리려 햇을까
상상을 초월하는 고난을 등에 졌을 것이다
나 였으면 분명 모든 것을 내던지고 죽었을테지만
언니는 꿋꿋히 이겨내고 버텨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겨우 이 정도로
정신을 놓아 버리다니, 있을 수 없다.
베스타리누의 눈동자가 의지를 번쩍이며
토르가의 시선을 관통했다.
"별의별 수단을 동원할 것입니다.
설사 그것이 세상의 이치를
저버리게 된다 하더라도..."
의연하고, 드높고, 그리고 누구의
반론조차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한
강한 목소리였다.
그 말에 누구나 반응을 보이면서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토르가가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주름을 새기면서 중얼거렸다
"역시...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베스타리누 님, 저희에게 주어진 임무는
대죄인 루기스를 포박하여 영주에게 바치는 것
그것 뿐입니다... 저희를 이끌어주시겠습니까"
자신들의 임무는 단지 그것뿐
여기서 베스타리누를 잡을 생각은 없지만
순순히 길을 내줄 수도 없다.
그러니까 지금은 잠시 군사를 이끌면서
머리를 식히지 않겠냐는 것ㅇ이
토르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행할 수 없었다
여기서 물러서면,
더 이상 자신이 나아가지 않을 것임을
베스타리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목소리를 흘리려고 했던 그 때,
베스타리누의 귓전에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렸다
틀림없는 자기 언니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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