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47화 - 그대의 이름은 어리석은 자 - 본문
삐걱, 거리는 소리를 내며
고급 술집의 문이 열렸다
베스타리누의 손에 의해
굳게 달혀 있던 문이, 간신히 열렸다
어두컴컴했던 고급 술집 안으로
빛이 스며들었다
"지금 당장, 영주관으로 가겠어요"
조금 전에 베르페인 영주 모르도의
말을 전하기 위해 말을 던지던 전령에게
베스타리누가 천천히 말을 걸었다
그 병사는 베스타리누가
자신에게 대답을 할 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는지,
눈을 부릅뜨며, 강철공주의 모습에
한 발자국 물러 선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나도, 강철공주의 위엄에 짓눌려
무거운 한숨을 폐에서 배출하며
담배를 씹은 채, 눈을 깜빡일 뿐이였다
아무튼 지금부터는
어떤 손을 쓰던지 해야했다
아무래도 강철공주는 영주관을 향해
자신이 일찍이 아버지라고 부르던 자,
모르도 곤에게 말을 건네려고 할 것이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녀의 전쟁도끼가
피를 튀기는 일이 있을 수 있었다.
물론 그 반대로, 베스타리누가 모르도에게
목을 빼앗기는 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다.
가능성을 열로 치자면, 베스타리누가
목숨을 잃은 쪽이 아홉이 될 것은 분명했다
사실 누가 죽게 됬든
나는 솔직히 상관은 없었다
일찍이 아버지와 딸이었던 자들이
서로 그 믿음에 빗장을 걸고
미워하고, 이를 세우게 된다...
베르페인은 두 바퀴중 최소 하나를 잃게 될 것이고,
이제 누가 이기든 간에, 단독으로는
베르페인의 용병들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도시는 이제 정체와 쇠퇴로 얼룩질 것이고
나는 더 이상 손댈 필요 없이,
용병들이 혼란을 일으켜서
스스로 무너지는 꼴이 되버리겠지
자, 나는 이제 아무 걱정 없이
갈루아마리아로 돌아가서
한가롭게 낮잠이라도 자고 있다면,
모든 것이 끝나겠지
"그래서 브루더
너는 이제 어떻게 할거냐?"
나는 내 옆에 있던
브루더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모자를 고쳐쓰고
다시 그 긴 머리카락을 집어 넣은
브루더는 지난 세계의 모습을 본뜬 듯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녀석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바라건대, 제발 베스타리누를 데리고
어디 아무도 없는 땅으로 이주한다던가
그런 말을 해주기를...
브루더는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볼을 허물어뜨리듯이 말했다
"미안해, 고용주...
여기서 계약을 끝내주겠어?
선금도 돌려줄께, 이젠 필요없거든"
아아, 그것은 나의 기대를 크게 배신하고,
그리고 예상대로라고 할 수 있는 말이였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가 뭐라고 대답할 지...
뭘 하겠다고 할지...
그리고 어떤 선택지를 고를지...
"내 가족이잖아...
못 본체 할 수는 없어..."
브루더의 눈동자가 이쪽을 응시했다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색이 담겨있었다
아아, 나는 무슨 어리석은 짓을 한건가
차라리 이런 결과라면,
그를 이 소동에 말려들게 하는게 아니였는데
과연 이것으로 확실히 예전처럼,
브루더가 여동생 베스타리누에게
머리가 부서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여동생과의 화해를 거쳐서
어떤 의미에서는 구원받았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게 때문에 브루더는 멈출 수 없었다
아니, 그녀의 의지가 멈추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 목숨을 잃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브루더는 베스타리누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마지막을
베스타리누, 그녀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그 목숨을 내던지는 것이겠지
브루더에게 의지해서,
베스타리누를 함락시키고,
그리하여 베르페인을 흔들게 한다.
목적은 달성되었을 터였다
경사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그 결과는 예전의 동료가 한번더
목숨을 잃게 되는 격이였다
그렇다하더라도, 내게 후회할 자격이 있는 건가?
브루더가 없었더라면
이렇게 잘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브루더가 있었기에,
베스타리누는 그 가슴에 말뚝을 박고,
모르도에게 어금니를 세우려 한다
그래, 모든 것은 브루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결국, 난 혼자서 뭘 했던게 아니였다
그저 운반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였다
기회라는 이름의 끈을 매어줬을 뿐이고,
하찮은 일을 해냈고, 만족햇을 뿐이였디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다
오랜 시간을 거쳐서
어렵게 화해를 이룬 두 가족을
사지로 보다니...
아아, 이런 것이였나
나는 옛친구의 목숨을 지불하고,
자신의 영광에 손을 뻗쳤다...
그런데 뻔뻔스럽게
그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면서,
자신을 위로하는 행위라니..
그 뒤에서 베스타리누를 호위하는
용병들이 발소리를 내며 술집에서 빠져나왔다
그 발소리는 당황하는 듯하면서도,
또한 베스타리누의 등을 쫓고 있었다
"모두 듣거라... 나는 나의 뜻대로
영주 모르도에게 맞서려 한다..."
이곳은 후미라고는 하나
영락없는 베르페인의 거리임에 틀림없었다
그 자리에서 강철공주 베스타리누는 말했다
"나를 따르든, 따르지 않던, 모든 것은 자유다.
나에겐 더 이상 이곳에 연결될 의미가 없다.
그리고 인간은 자신의 최후를
스스로 결정할 의무가 있으니 말이야"
베스타리누는 천천히 입술을 벌리며,
그러면서도 드높게 말을 이어나갓다
"나는 이제 당신들에게 명령하지 않겠어요
알아서들 하세요, 모든 것은 자유입니다"
주위에서 용병들이
침을 삼키며, 난감한 소리를 냈다
용병들은 베스타리누가 영주에게서
멀어지려 한다는 것에 대해
당황함과 의아함을 나타냈지만
다수의 용병들은 다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여전히 베스타리누를 따르는 것을
선택한 것 같았다.
그들도 사지로 향하는 것인가
과연 그 사지는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
모르도일까, 베스타리누 일까, 아니면 나일까
베스타리누는 더 이상 예전처럼
철에 덮인 말을 타고가지 않았다.
그저 브루더와 어깨를 맞대며 걸어갈 뿐 이였다.
브루더가 순간 이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럼 이만, 고용주
의외로 나쁘진 않았어
만약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
그래, 또 만난다면 사슴 고기를 먹자며,
브루더는 그렇게 말하면서
용병들의 물결 속으로 파묻어 갓다
마치 내가 그 등을 쫓는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하는 것 처럼,
브루더는 이쪽을 되돌아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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