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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7화 - 지하 신전의 두 사람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2장 피에르트 볼고그라드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7화 - 지하 신전의 두 사람 -

개성공단 2020. 2. 11. 15:04

카리아와 헤르트 스탠리의 목소리가 멀어지면서

귀에서 천천히 사라져 갔다.

고개를 쓰다듬고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마음을 진정 시켰다.

 

"트랩 하나로 일행이 반토막이 나버릴 줄이야, 이거 정말 난처한데?

 

"...그러기엔 당신의 표정이 상당히 느긋해 보이는데, 

모험자들이란 다 그런 부류인가?"

 

피에르트는 씹는 담배를 입에 넣어서 물고 있는 

나를 쳐다보며 이렇게 중얼 거렸다.

꺼져 들어가는 목소리 였지만, 묘하게 귀에 남았다

 

나는 지하 신전의 입구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덫에 의해서

동료와 분단되었다는 것에 냉정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에게 은근히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마음을 안정 시키고 싶을 때마다 담배를 씹는다

이전의 여행에서도 혼자서 척후에 보내지거나

덫의 분별역으로서 앞에 나서는 것 등의

위험한 일은 항상 나의 몫이 였다.

그 때마다 나는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담배를 씹었다.

 

"그럼 이제 어떡할까요? 이대로 가만히 도움을 기다릴까요?

아니면 이쪽에서 움직이도록 할까요"

 

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검은 머리의 마법사는 무슨 일이냐는 듯이

어딘가 불안하게 내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예전까지만 해도 내 존재따위는 인정하려고도 들지 않았던

이 피에르트 볼고그라드라는 여자가 나에게 의견을 구하다니

나는 어떤 의미로 놀라는 동시에 감탄하고 말았다.

 

담배를 가슴팍에 끼워 넣고 

간이 촛대에 붉을 밝혔다.

 

"움직이는 것으로 하죠. 익숙한 내가 앞으로 갈테니까

고용주께서는 여기 촛대를 들고 뒤에서 따라 오시죠"

 

"앞이 캄캄해 보이는데, 모험자라는 것들은 어두워도 앞이 보이는 건가?"

 

익숙하다고 했잖아 고용주 씨

당연히 익숙하고 말고 말이야

이 덫도 나에겐 두 번째의 경험이라고

 

 

 

*

 

 

 

돌맹이와 진흙으로 쌓아올린 지하 신전은 엄숙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귀한 물건도 보이지 않고, 과거 이곳에 종교가 있었다는 흔적도 없었다.

그래도 마법사 피에르트는 여기에 온 이유가 있었으며,

나를 고용할 수 밖엔 없었던 이유도 있었다.

 

유적이나 이곳처럼 마수가 머물게 되버린 곳은 국가가 인정하는 길드의 관리 시설이다.

단지 황폐해 버린 채로 두기보다는, 모험자를 사용해서 관리 또는 발굴해서

길드는 그 수익을, 국가는 길드의 상납금을 얻는 것이였다.

물론 그 돈은 아무리 돌고 돌아도, 약자의 주머니에 머무는 일은 없었다.

 

따라서 길드의 관리 시설에 멋대로 발을 들여 놓는 것은 허용될 일이 아니였다.

거기에서 무엇을 하든 길드에 허가 혹은 의뢰하는 형식을 갖출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피에르트는 다급하게 나를 고용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뇌 속에 돌맹이 밖에 들어 있지 않은 어느 견습기사가

길드가 관리하는 출입금지구역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전례도 있지만 말이다.

 

촛대를 들고 뒤에서 따라오는 발걸음은

돌바닥을 밟는 소리만 듣고도 벌벌 떨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걸음을 멈추고, 만약을 위해서 흘끗 뒤돌아보면

뭐야, 하고 입술을 삐쭉거리면서 일부러 강한척 시선을 보내는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마수는 어둠 속에서 튀어나오는 것이라고 들었는데...

들은 것과는 다르네..."

 

"이봐, 마수는 곰팡이가 아니라고. 저래뵈도 생물이지. 

싸우고자 하는 본능이 가득 담겨있다고는 해도

죽음을 두려워 하면, 정면에서 튀어나오지는 않아"

 

일행을 분리시켜버린 이 덫을 내가 건드린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 였다.

 

그거는 바로 피에르트를 헤르트 스탠리와 떨어뜨리는 것이였다.

 

"그런데 구교도 신전이라니, 뭣 때문에 온거야? 관광하러 온건 아닐테고"

 

피에르트와 함께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헤르트 스탠리가 끼어들게 된다

어린이들이 볼만한 동화에 나오는 역겨운 대사를 외치며 말이다.

 

사실 나도 가능하면 이 여자랑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의 세계처럼 피에르트와 헤르트 스탠리와 이어져 버리는 것만은

그것만은 반드시 내가 막아야만 한다.

그들 둘이 이어져버린다면, 미래의 구세 여행이 그대로 재현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와 그녀를

분리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시끄럽기는 이쪽에도 사정이란게 있다고"

 

"뭐 그러면 마법사여서 온 것으로 해두죠"

 

뭐 그렇지 하며 피에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모르겠지만, 이전 세계에서 그녀는 구세 여행중에 

지름길 때문에 여기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전 세계에서는 몰랐지만, 소녀라고 부를 수 있는 나이 때부터 이 장소를 노리고 있었을 줄이야

나는 조금이지만 놀랐다.

 

아마도 과거에 그녀는 의뢰를 하는 데 실패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 곳에 와보지도 못한채, 도시에서의 연구에 집착하게 된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너는 여기에 와주게 해준, 나에게 감사해야 겠지

 

"뭐 마법연구 그런거겠죠? 당신이면 잘 해낼겁니다"

 

구세 여행을 했을 때 그녀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자신의 마법이라면 만물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하는 자신감에 찬 피에르트의 모습

마법에 관해 그녀에게 불가능이 있다는 것은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당신 멋대로 말하지 마세요!"

 

하지만 내 가벼운 질문에 비해 돌아온 것은

딱딱하고 변질된 말투의 대답 이였다.

 

"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해낼거라고요?

하여간 상식이 없는 녀석들은..."

 

나를 향한 말과 얼굴은 딱딱함을 가졌지만,

그녀의 행동 어딘가가 초조해 보이는걸 느꼈다

 

"학식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가 의뢰인에 대해서는 사전에 알아보는 주의라서 말입니다

여기서 동쪽에 있는 볼버트에서 온 유학생, 

학원에서 고대의 마법연구에 열중하고 있다죠?"

 

물론 버릇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구제 여행에서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그녀는 이곳 갈루아마리아에서 연구에 열중하면서,

빠르게 두각을 드러낸 사람이라고 들었다.

 

"...알고 있었군요 알고도 의뢰를 받았군요... 

놀리든 말든 맘대로 하세요. 멀리서 온 계집얘가 허황된 짓을 한다고..."

 

오늘은 놀라운 일들 뿐이였다.

뭐야 이 개소리는 자학 개그인가 아니면 그녀의 새로운 농담인가?

둘 다 전혀 웃기지는 않지만

 

"이봐 그러지 말라고. 재능있는 사람이 자신을 비하하는 것은

하늘에 침뱉는 격이라고, 너 한테 되돌아 오는 거야"

 

"재능 있는 사람...?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야? 내가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거야?"

 

"물론이지. 그러니까 의뢰를 받고 여기에 온거 아니야?"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재주가 있고 활발한 사람이라고 들었다.

그렇다면 누구나 그녀의 미래에 판돈을 걸었을 텐데, 

왜 나같은 평범한 사람에게 물어보는 거지?

 

순간 뒤에서 나는 멈춰 섰다

그렇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덪에 일부러 걸린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다.

 

"자 목적지에 도착 했습니다. 의뢰인 님"

 

피에르트가 멈췄던 숨을 다시 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놀란 동시에 매우 기쁜 듯이, 감정을 정리하기 어려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좁고 어두운 통로를 지나고 온 장소는 넓은 성당 이였다.

여기가 바로 문장교도들이 계속 지켜 왔던 지식의 직접지이자

피에르트의 목적지인 지하 신전의 본당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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