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8화 - 진지한 사람 - 본문
인체가 벽에 묻혔.. 아니 빨려들었다고 표현해야 할까
카리아 버드닉은 의아한 표정으로 미간에 주름을 잡으면서
돌로 만들어진 벽을 하얀 손가락으로 만져 보았다.
돌의 감촉만 돌아 왔을 뿐,
아까와 같이 함정이 발동하는 기색은 없어보였다
카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초면인 마법사를 위해 몸을 내 던지다니
루기스는 대체 어떤 생각으로 그런 짓을 벌인 걸까
"자 방법을 생각해 보도록 하죠.
상황은 현재 최악 입니다.
파티는 분할 됬고, 합류할 방법은 알 수 없습니다.
최선책은 구원을 청하기 위해서 도시까지 귀환 하는 것"
헤르트 스탠리라고 하는 이 남자의 말은 빈틈이 없었다
함정으로 파티가 분단된데다가, 구원을 위해서 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너무나 서투른 방법이다.
취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이 곳을 탈출한 다음, 구원을 부르고 돌아오는 것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함정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하는 것 외에는 없어보인다.
물론 최악의 선택 이겠지만 저 안으로 구하러 가는 방법도 있다
카리아 버드닉은 은빛의 눈동자를 가늘게 뜨면서
잠시 머리속으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니, 전진합니다. 후퇴 한다고 해도 구원을 반드시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우연이군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시간을 지체 할 수록 구조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에요"
헤르트 또한 카리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 였다.
어찌보면 최악의 선택 이겠지만
이 두명은 단호하게 이 방법을 선택했다.
이 일행은 며칠동안 야영을 위한 장비들을 갖고 오지는 않았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은 하루치 식량과 물 뿐이고,
갈루아마리아에서 이 신전까지 마차로 아무리 달려도
꼬박 하루가 걸리고, 다시 돌아오면 이틀이나 걸린다
하루 정도 식량이 없다고 해도 사람이 죽지는 않겠지만
만약 부상자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부상이 크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구조하러 가야 되는 것이
최상책 일 것이다.
그리고 카리아는 루기스라면
함정에 걸리고도 먼저 가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두 사람은 석조 복도로 들어 왔다.
주위는 무척 어두웠기에 불을 켜고 나서야 겨우 보이는 정도 였다.
본당은 지하 신전이라는 이름 만큼 꽤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을 것이다.
신비의 상징인 신전을 지하에 은닉한 것만으로도 이상한 일이다.
박해받고 쫓겨난 문장교도들이야말로, 이런 방법은 떠올렸 겠지만,
카리아에게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지하 신전을 찾던 와중에 헤르트 스탠리가 물었다
"...이런 상황에 맞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혹시 카리아 씨는 고귀한 출신이지 않습니까?"
왜 이런 질문을 하냐고 카리아 씨가 묻자
헤르트는 부드러운 어조로 대답했다
보통 서민과 고귀한 사람 끼리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그들은 목소리도, 피부의 상태도, 말투도 전혀 다른다.
서민에게는 세련된 언어는 필요 없고, 가혹한 육체노동에
혹사당하는 신체가 되어버리면, 그 피부는 다 타버리고
몸에도 그 흔적이 남게 된다
그런 자들과는 다르게, 묘하게 다른 존재가 길드에 있었고
그것을 신경쓰고 있었다고 헤르트는 말했다
카리아는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면서 저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이 손은 칼을 쥔 적은 잇지만, 농사를 지어 본 적은 없고,
공구 쥐는 법도, 빨래 하는 법 조차 모른다
확실히 자신의 손은 고생 한번 안해봤다는 걸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럼 한 가지 더 의문입니다만, 루기스 씨와는 무슨 인연 이신겁니까?"
헤르트가 신중한 말투로 물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내요. 내가 어떤 사람과 있든 그건 내 맘 아닌가?"
"그렇긴 한데 말입니다. 출신들이 다른 사람끼리 함께 있는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까?
그렇다. 그것또한 틀린말이 아니였다.
루기스와 카리아는 출신부터 달랐다.
카리아는 마디마디에 드러나는 몸짓이나 분위기가 고귀한 귀족의 것이였다면
루기스의 행동은 서민의 본성 그 자체 였다
카리아는 턱을 쓰다듬으며, 자신이 주인이고 루기스가 종복이라면
의심할 바 없이 납득 하겠지만,
길드에서부터 여기까지 온 행동을 봤다면,
그렇다고 단언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카리아 본인도, 자신과 루기스의 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랑 그 놈의 관계라......"
"저는 카리아 씨가 루기스 씨를 매우 신뢰하시는 모습을 보이기에,
저는 혹시나 두 분이 연인 사이 이신줄 알고, 그런 질문을 한 겁니다"
'연인'이라는 말에 카리아의 사고가 정지 했다.
그것은 누군가가 자신의 뇌를 움켜 잡은듯 하였다
사랑하는... 사이? 그 녀석과...?
아니 설마 그럴리가 없다
그 녀석과는 얼마 만난지도 안됐고, 신분도 다른데
음 그래 그럴리가 없지
카리아는 머리가 혼란에 빠진 채, 적당한 호칭을 생각해냈다
"동료.. 그래 동료다. 그와는 그냥 동료일 뿐이야"
출신과 다른 사람 끼리 동료라는 것도 이상하지만
카리아는 동료로 칭하기로 자신과 만족했다
헤르트는 의문을 남긴 목소리로 '과연'이라고 중얼거렸다
"루기스 씨가 지금 이 자리에 없기에,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저는 그분에게 그다지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분이 위험하다고 느껴질 정도 입니다"
아까보다는 조금 어두운 말투였다
헤르트는 원래 저 한마디를 내뱉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루기스라는 남자가
카리아와 연인 사이인지, 동료 인지도 모르는 와중에
함부로 말했다간, 카리아가 불쾌해 할 지도 모르는 것이였다
그래서 일부러 카리아의 입으로 어떠한 관계인지 알아낸 다음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할 작정 이였다
진지하다고 해야 하나, 고지식하다고 해야 하나
어떻게 보면 그 녀석과는
정반대 타입이라고 생각하며, 카리아는 속으로 혀를 찼다
"악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선량한 사람은 아닙니다.
카리아 씨, 당신은 그걸 알고 함께 지내는 것입니까?"
카리아는 그의 성격이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올바르지 않은 것을 올바르지 않다고 말하는 성격
부정을 그냥 둘 수는 없고,
정의와 악의 관계를 분명하게 구별하는
그런 곧은 성격,
그것이 헤르트 스탠리라는 남자의 성격이였다
"저는 지금 피에르트가 매우 걱정됩니다.
당신이 보고 있지 않았다면, 저는 발악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미리 말해두겠습니다.
만약 당신의 동료가 피에르트에게 위협을 가한다면
저는 그 남자와 적대하겠습니다
헤르트는 카리아에게
그 때는 당신은 어떤 행동을 취할 건지
묻고 있었던 것이다
카리아는 그녀의 눈동자를 깜빡이다가
말을 하기 위해 혀를 구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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