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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1화 - 포로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2장 피에르트 볼고그라드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1화 - 포로 -

개성공단 2020. 2. 12. 13:27

"괘씸한 사람들이여, 당신들에게 당신들이 저지른 죄를 깊이 후회하며, 

신에게 참회할 시간을 주겠습니다."

 

성녀로 불리는 여자는 좋을대로 말을 남기고

시야를 돌려서 예배당으로 돌아갔다.

우리에게는 한 줌의 흥미도 없는 것 같았고

그저 도굴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방금 전 까지 피에르트가 활기찬 스텝을 밟고 있었던

책과 소품들이 수북혀 있는 방으로 포박당한채 들어갔다.

 

내 옆에는 등을 구부려서 눈망울을 적신 피에르트가 앉았다

몸 곳곳에는 비극을 표현하는 요소가 있는 듯 했다

비탄에 잠긴 눈물 젖은 뺨이라든지, 귀신처럼 창백히 겁에 질린

그녀의 두 어깨라든지 말이다.

 

물론 그것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였다.

그녀의 목숨을 노리는 참수꾼 몇명이 이 곳을 배회하고 있었고,

탈출구는 아득히 멀어 보였고, 두 손은 결박된 상황이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고 싶었지만

나도 같은 처지라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마수를 재료로 사용한 촛대가 우리를 감시하듯이 눈앞에 놓여 있었다.

그 흔들거리는 불꽃에서 만들어지는 그림자가 벽에 놓여 있어서

우리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주위에서 금방 알아챌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를 언제까지 살려둘 생각이지?"

 

죽는다, 죽는다 라고 중얼거리는 피에르트를 뒤로 하고

우리를 지켜보는 파수병에게 말을 건넸다

 

반응은 없었다.

망을 보는 파수병은 포로와는 말을 주고받으면 안된다.

그 정도의 일은 분별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비록 문답을 주고 받는다 해도, 교섭이나 돈으로 낚이는 패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쨌든 상대는 역사상 유명한 광신자 집단인, 문장 기사단의 일행인 것이다.

 

폐 안쪽을 짜내듯이, 크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조금 전보다도 병사가 줄었는데,

그것은 카리아와 헤르트 스탠리를 잡으러 갔기 때문이다.

물론 놈들은 쉽게 잡힐 것들이 아니다.

게다가 우리가 함정에 빠진 것을 보고

마을로 되돌아가서 구원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즉, 문제인 것은 이 쪽이다.

저 놈들이 우리를 살린다면, 그 이유는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

우리를 인질로 삼거나, 고문을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현재로서는 전자가 유력하다.

 

물론, 그들에게도 인내심의 끈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서 아무런 소득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우리를 곧 죽여버릴 것이다.

 

"헤르트... 헤르트... 도와줘"

 

옆의 피에르트는 남아있는 수분을 눈물로 모두 돌리면서

허탈한 표정으로 헤르트 스탠리를 계속 부르고 있었다.

 

지난 세계에서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어수선한 모습은 물론이고, 이렇게까지 헤르트에 기대 있을 줄은 몰랐다.

 

그녀의 눈꺼풀이 떨리고 이마가 뜨거워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확실히 그 남자는 의지가 될 수 있는 사람인건 확실하다.

그 녀석이라면 이런 사태가 발생해도 아랑곳없이

이 사태를 속시원하게 해결해버릴 것이다.

무작정 잡혀와서 아무것도 못하는 나하고는 다르게 말이다.

 

"이봐 당신 말이야... 그런 약한 소리만 하지말고, 이것 좀 어떻게 해봐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등 뒤에서 손을 묶은 새끼줄을 보여주었다.

 

유일하게 이 상황에서 다행인것은 피에르트가 마법사인것을

들키지 않은 것 뿐이였다.

 

그녀는 지금 각인조차 하지 않았기에 마구도 있지 않았고,

게다가 마법사는 나 같은 지저분한 모험자는 옆에 두는 일도 적었다.

그들이 눈치채지 않았다면, 이건 기회 였다.

 

이 정도 간단한 새끼줄이라면 피에르트가 바람의 흐름을 더듬거나,

불꽃을 피운다면 간단히 해치 울 수 있다.

거동만 자유러워 진다면, 이쪽도 어떻게든 해볼 수가 있다.

 

내 말에 피에르트는 잠시 입을 다물더니

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그녀의 눈물 젖은 뺨은 마수의 기름이 뿜어내는 불꽃을 비추고 있었다

 

"...무리야. 이런 상황에서 그런 건 못해..."

 

입술을 삐죽이며 눈물을 두 눈에 고이며 중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이전 세계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마치 토라진 듯한 말투 였다.

그 모습에 나는 눈을 부릅뜨고,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못한다고만 하지 말고. 잠깐 마법으로 조작해 달라고 했을 뿐이에요,

천재인 당신이라면 할 수 있다고..."

 

"아까부터 천재라니, 뭐라고 하는거야? 이 상황에서도 농담이 나오는거야?"

 

그녀는 마치 자포자기 한듯 싶었다.

 

이런 모습은 너무 생소했다. 아니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내 앞에 있는 것은 분명 마법사 피에르트 인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처럼 뭔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

 

그런 내가 이런 정신도 없는 상황에서 마법을 할 수 있을리가 없잔하

...라고 피에르트는 갸날픈 목소리로 말했다.

 

순간 머리가 텅 비어버렸다,

어라, 그럴리가, 저 얘가 정말 피에르트 볼고그라드라고?

구세여행에서도 압도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통달하고,

무엇이든 남들보다 뛰어났던 사람이 바로 그녀다

 

그런대 이 소녀는 뭐지?

너무나도 작고, 겁에 질려 있고, 떨고,

조금만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이 약한 소녀는

 

"무리야, 난 그냥 포기 했어.

고집을 부려서 학원에 유학하고, 급기야 이런 곳까지 오게 되었지만,

마지막에는 무참히 죽을 뿐, 바보같은 최후네...

나는 분명 집안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거야"

 

나는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았다.

 

내가 아는 피에르트는 갈루아마리아에서도

재주가 가득한 사람으로 세간에서 존경을 받는 여자가 아니였던가?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있었다는 건가?

원래 피에르트라는 소녀는 이런 성격 이였고,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변해버렸다는 그런 이야기 인가?

 

아무튼 피에르트의 자학을 막으려고, 입안에서 말을 가다듬으려고 할 때,

그녀가 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당신의 새끼줄을 끊는다고 해도,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뭔데?"

 

그것은 울먹이는 아이가 하는 화풀이 같은 것이 였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말을 받아넘겼다.

등출기는 차가운 것에 관통한 듯 움직이지 않았고,

피는 스스로 열을 내는 듯이, 온몸을 뛰어다녔다

 

"당신도 똑같아... 당신도 아무것도 할 수 없긴 하잖아?

이렇게 잡혀서, 도움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고작이잖아..."

 

나는 그냥 생각하는 것을 포기한 채,

그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는 목소리를 귓전으로 흘려 넘겼다

 

"아... 같이 잡힌 것이, 헤르트 스탠리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 순간

무시무시한 감정이 머리카락 끝에서,

기어 올라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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