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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72화 - 어쩔 수 없는 것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7장 베르페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72화 - 어쩔 수 없는 것 -

개성공단 2020. 4. 7. 17:57

카리아의 은검이 괴물에 꽂혀서

그것의 혈육을 도려냈다

 

은빛이 어둠에 원을 그리면서

핏방울을 튀겼다

 

과거에 잘 가꾸어졌을 영주관의 정원은

이제 피와 살로 뒤덮여 있었고

주위에는 마치 생물이 썩는 듯한

지독한 냄새가 감돌고 있었다

 

괴물의 살점이 찢기고 엄청난 피가 흩어질때마다

괴물은 절규와 비슷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자기와 적대하는 것을 파괴하려고

여러 번 팔짓을 날렸다

 

그것은 공간 그 자체를 없앨 것 같튼

틀림없는 엄청난 일격이였다

 

하지만 그 모든 공격은

카리아의 은검에 의해 막혀버렸다

 

과연 확실히 짐승의 일격은 위협의 덩어리다

죽음을 그대로 드러낸 존재라 하더라도

결코 과연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였다

 

그 괴물의 살이 자신의 팔에 직격하면

나의 팔은 무조건 부러질 것이고,

조금이라도 궤도를 어긋나버린다면

기세등등한 일격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위용에 차가운 땀이

자신의 등골을 어루만지는 것을 느꼈다

 

거기에 더해서

이 괴물은 영락없는 이상을

그 몸에 지니고 있었다

 

조금 전 자신이 입혔던 상처에

문득 시선을 주었더니

상처 아래에서 있을 수 없을 정도의 기세로

고기 덩어리가 부풀어 오르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상처를 채워 버렸다

 

마치 사람의 치유 기능을

억지로 앞당기는 듯한 광경이였다

 

조금 전 루기스와 함께 도려낸 

머리도 다시 팽팽해지기 시작했다

카리아는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이것이 바로 신화속의 불사신이란 것인가

그녀는 머리를 흔들며 생각했다

 

그러나 이 괴물이 아무리 불사신이라 하든

카리아가 물러날 이유가 되느냐 하면

그것도 그녀 나름대로 아니였다

 

자신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자신보다 훨씬 거대한 생물과 싸워왔다

큰 나무 숲의 큰 멧돼지 마수와

가자리아에서의 원숭이 마수에

몇 번이나 도망칠 생각을 했을까

 

그런 위용을 이겨냈다는 자부심,

그 자부심이 카리아의 품 속에서

지금 큰 기둥이 되었고,

한번 극복했다면, 한번 더 극복하는 것이

쉬울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사실 짐승의 일격은 단 한번도

카리아의 몸에게 닿지 않았고,

그녀를 후퇴시키는 일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 전장을 제압하고 있는 것은

카리아 쪽이였다

 

게다가 물러서지 않는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카리아의 귓속에서 루기스의 말이

아직도 맴돌고 있었다

 

"한심스러운 얘기지만 잠시 정면을 부탁할께

저 괴물은 어떻게든 신화의 흉내를 내고 있어

그렇다면 그에 걸맞는 죽음을 준비해 줘야지"

 

루기스는 눈 앞의 괴물을 보면서

그렇게 말하며 카라이아게 이 자리를 맡겼다

마법사와 몇 마디를 주고 받은 것을 보면,

무슨 흉계를 꾸미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 흉계를 이룰때까지

내게 시간을 벌어달라는 거겠지

 

괴물의 큼직한 팔이 자신의 볼을 스쳤다

보통 사람이라면 풍압만으로도

실신해 버릴 터였지만

그녀는 그 괴물을 앞에 두고

할 걸음 씩 더 나아 갔다

 

카리아는 자신의 가슴 속에서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두근거림을 느끼고 있었다

 

루기스는 지금 자신 곁에서 사라졌지만

이 괴물을 타도하기 위한 방책 때문에

분명 어딘가에서 나를 엿보고 있을 것이다

 

루기스라는 남자는 여태까지

나의 싸움을 보는 것을 계속 피해 왔다

 

멧돼지 마수와의 싸움 때도

내가 보고 있으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전혀 흥미가 없다는 듯이

금방 사라지고 없어졌었다

 

아아, 그게 얼마나

나의 마음을 흔들어 댔던가

그 놈은 알 수 없겠지

 

카리아의 검을 쥔 손에 힘이 넘쳐갔다

피로가 넘칠 만도 했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가슴 속에 하나의 감정만 커져가기 시작했다

 

루기스가 보고 있다

놈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꼴불견스러운 감정이며

허영심이 하찮은 것이라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런 것 따위는 잊어버리고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거야

 

카리아는 허리를 움직이며, 발목을 비틀어서

괴물의 어깨에서 가슴을 베어버리듯이

은빛의 궤도를 그렸다

 

은검은 곧은 선을 그리는 것처럼

괴물의 내부를 뚷고 나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 괴물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몇 순간 후, 

괴물의 가죽과 살이 튀어나갓다

 

육신이 천천히 공간을 열어

내부에 고인 기름과 피를 토해냈다

핏방울은 공중으로 튀어 나오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듯, 산발적으로 나왔다

 

단순한 마수나 짐승이라면

그것은 틀림없는 치명상 일 것이였다

 

하지만 이 괴물에게는

이런 일격이 통하지 않는 듯 같고

그렇다면 조금 더 힘을 주어야 했다

 

문득 카리아의 눈썹이 올라갔다

그녀는 지금 마음에 떠오른 생각이

이상할 수 밖에 없었다

 

루기스는 판단을 잘못 읽는 수를

거의 매번 두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녀석이 하는 말을 주의깊게 듣는건가

 

괴물이 뼈 마디마디에서 

삐뚤삐뚤한 소리를 내었다

그것은 마치 단말마를 흘리는 것 같았다

 

괴물의 상처에서 살이 부풀어 올랐다

그 육체는 억지로 싸우는 것을 강요하듯이

수복을 반복하고 있었다

 

카리아는 순간 작게 숨을 들이마시고

몸을 비틀어, 기세를 올리면서

짐승의 목을 향해 은검을 내밀었다

 

특별히 그곳이 급소라고 생각한 건 아니였다

그래서 절명에 이르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였다

하지만 이 고깃덩어리는

군데군데 생물다운 동작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목을 한 번 찔러주면

하나쯤의 틈이 생기지 않을까

 

카라아가 발을 들여놓은 곳은 

이제 완전한 짐승의 사거리 안

이제와서 검을 뽑아 들고

중간 밖으로 내빼는 짓은 할 수 없다

 

카리아는 이 행동이 그에게

자기 나름의 신용을 보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자, 어디한번 보여주거라

네놈이 이 괴물에게서 승리를 쟁취한다면

다시는 너를 조약돌 따위라 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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