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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74화 - 성녀의 모습과 신의 말씀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7장 베르페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74화 - 성녀의 모습과 신의 말씀 -

개성공단 2020. 4. 9. 20:44

카리아와 괴물의 강렬한 공방전이

어둠 속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의 싸움

피와 살이 어지럽게 하는 광경을

나는 영주관 2층, 그 괴물이 파괴해버린 

복도에서 배려다 보고 있었다

 

벽의 대부분이 부서져버린 덕분에

꽤 전망이 좋았지만

찬바람이 볼을 스칠 때마다

온몸에 쌀쌀함을 느끼게 했다

 

무릎이 결국 힘을 거의 잃으며

몸을 버티지 못하고 뒤뚱거렸다

뇌는 다리보고 조금만 더 참으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잘 안되는 듯 했다

 

그래서 이 지경에 이르러서는

몸을 흔들며 계단에 뛰어오르는 신세가 되었다

 

정말 보기 흉하기 짝이 없었다

그것이 또 나답다고 한다면, 맞지만 말이다

 

조금은 폼을 잡고 싶었지만

신께서는 허락하지 않는 듯 했다

 

그 도깨비, 괴물에게 칼을 꽂기 위해서

일부러 이런 곳으로 발길을 옮겨야 하는 것도

과연 볼품 없는 짓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분명 보기 좋은 전투 방법이라고 하는 것은

정면에서 마주보며, 이름을 올리고

그리고 그대로 적과 정정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그런 법칙을 말하는 거겠지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괴물을 앞에 두고

정정당당히 싸울 만한 여유는 없었다

 

물론 그녀들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나도 무엇을 하긴 해야겠기에

그렇게 생각한 끝에, 지금 여기 온 것이다

 

폐에서 차가운 공기를 내뱉으며

이제는 절벽의 가장자리가 된 

복도 바깥쪽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뺨에 바람을 받으며 

눈 밑의 괴물을 내려다보는 순간

 

"대체 저들을 왜 도우시려는 거죠?"

 

내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아니,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슴속에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인물이 뒤에서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루기스, 그녀들은 반역자이고, 이교도이며

도저히 용사 받을 수 없는 자들 입니다"

 

살짝 고개를 돌리니 어딘가 허전해 보이는 황금 눈동자가

빛 하나 없는 복도 안에서 깜빡이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눈동자와 같은 빛깔의 머리카락이 마치 바람에 흔들렸다

 

어둠 소에서도 더 빛나고,

닿아버리면 여리고 무너질 것 같은

하얀 살갖과 가는 손가락

그 풍모는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섬세함을 더해준 것 같았다

 

맞아, 그 모습은 틀림없이

몰라 볼 수 없는 나의 소꿉친구

알류에노의 모습

 

그녀가 뺨을 무너뜨리며 짓는 미소는

사랑스럽고 끝까지 천진난만하다

 

"물론 그녀들에게도 구원은 주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시련도 주어져야 하죠

그 시련을 이겨내야만 구원이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그녀는 전혀 웅크림이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것은 그녀가 자신의 말에 어느하나 틀린 것이 없다는 것을

마음 속 깊이 믿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였다

 

"......하지만, 그것이 맞다면, 나도 마찬가지겠지

만약 카리아나 피에르트에게 시련이 주어진다면

나에게도 시련이 주어지지 않을까?"

 

아래층에서 울려 퍼지는 검투 소리가

나의 귓전을 때렸다

나는 카리아의 은발이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당연한 의문이긴 하다

그들이 죄인이라면, 나는 그 이상의 죄를 받을 것이다

그런데도 시련을 줄 수 있는 것은 그녀들 뿐이고

나는 그것을 보고만 있을 거라는 것은

너무나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일 것이다

 

툭, 하고 알류에노의 발이 복도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발소리마저 마치 옛날과 다름없는 기분을

가슴속에서 불러일으키는 듯 했다

 

"네, 맞아요, 당신 또한 죄 많은 죄인이죠, 루기스"

 

발소리와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서,

배후에 있넌 알류에노가 이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시선을 좁히면서도 

복도 끝에 다리를 건채, 움직이지 않았다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아무래도 그 때를 떠올리게 했다

 

눈에 떠오르는 것은, 고아원에서 나와 알류에노,

그리고 나인즈 씨가 서로 웃고 있던 광경,

그것이 마치 눈 앞에 잇는 것처럼

아주 선명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등 바로 뒤에서 알류에노의 목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그렇게 때문에 도우러 가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당신에게는 당신만의 시련이 있고,

그녀들에게는 그녀들의 시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목둘레에 알류에노의 팔이 감겨 붙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럴까, 그 말은 어쩌면 모두 옳은 것일까

 

이상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그런 것이

알류에노의 목소리에 깃들어 있었다

사람의 기를 자연스럽게 손에 감아버리는 것 같은 그런 울림...

나의 손 끝이 작게 떨렸다

고개를 무심코 돌리니, 알류에노의 희고 가는 손가락이 보였다

 

아, 그렇고 말고 뭘 망설이는 거야

 

나는 이 손을 무엇보다도 갖고 싶었던게 아닌가

무엇보다도 알류에노라는 인간을 탐하며

그녀의 손에 닿기 위해,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럼 지금 내가 할 일은 이미 결정되어 있을 것이다

 

가슴 속에서 심장이 뛰었다

 

"게다가, 루기스, 당신이 비록 그녀들에게 힘을 빌려준들

아무 의미도 없어요

저 괴물은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승리하려고 분투하는 자체가 헛수고일 뿐입니다"

 

알류에노의 말이 묘하게 차갑고

그리고 담담하게 귓속 깊이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흐르는 듯한 말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왜냐하면 그건 신이 주신 짐승

인간이 이길 수 있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입니다

그녀들이 이기려고 하는 것도 쓸데 없는 노력이기에

정말 필요한 것은 신에게 빌고, 구제를 바라는 것 뿐입니다."

 

단지 그것뿐인 그 말이 바로 내 바로 옆, 

귀에 입술이 닿을까 싶을 정도의 거리에서 흘러나왔다

그것은 마치 사나운 짐승과 맞서는 모습을

비웃는 듯한 울림마저 담고 있었다

 

다시 한번 강하게 심장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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