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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94화 - 의용병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8장 악덕 왕국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94화 - 의용병 -

개성공단 2020. 4. 20. 11:54

철커덕 철커덕 군화가 말발굽이 소리를 내눈 가운데

누군가 입을 열었다

 

"리처드 대대장님, 그들이 아직 떠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리처드는 그를 부르는 부관 네이마르의 목소리에

울적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돌렸다

 

네이마르는 대대장의 행동에 표정이 흐려지면서

그녀도 뒤를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시선은 바로 뒤를 따라다니는 부대병들의

맨 끝, 뒤쪽을 향한 것이였다

 

거기에는 분명히 대성교에 파견된 기사나 병사가 아닌

남녀노소 상관없이 떼지어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의용병 같은 놈들이야, 마음대로 내버려 둬"

 

리처드는 말의 턱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그렇게 말했다

네이마르는 그 말에 머리 한구석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좋을 대로 내버려둬라, 그 소리는 아니겠지

 

그녀, 네이마르 글로리아의 입술이 꿈틀했다.

날카로운 눈이 더욱 가늘어져서, 대대장의 등을 관통했다

 

의용병. 그렇게 부를 수는 있을 것이다

분명히 그들도 가슴속에 깃든 사명감이나

종교적 열의 같은게 들떠 있을 테니 말이다.

아마 스스로를 정의의 사자로 여기고 있겠지

 

그러나 시간이 지나, 배가 고파지고, 그 의지가 시들어 간다면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무기를 든 폭도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럴 만도 하다.

스스로 의용병을 자처하는 농민, 빈민이라는 존재는

규율 같은 말과는 거리가 먼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성이 없는, 짐승과 같은 존재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네이마르가 태어나고 자란 글로리아 가문은

도시에서 벼슬하는 명가가 아니라, 지방의 귀족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떼로는 시골 귀족이라고 야유받기도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네이마르는 서민이라는 존재를 잘 알 수 잇었다

 

교양도 없고 품성도 없으며,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약자 앞에선 강해진다.

한 번이라도 눈을 뜨게 되면, 금세 우쭐해지는게 바로 서민

때로는 귀족의 저택에 불을 지르려는 짐승 같은 존재다

 

그런 그들이 무기를 들고 의용병을 자처한들,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겠는가

반드시 언젠가는 그 무기를 주위의 촌락을 향하여

치안을 어지럽힐 분인 성질 더러운 개가 될 것이였다

 

그것을 좋을 대로 내버려 두라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이마르는 하나로 묶은 머리카락을 바람에 휘날리면서도

굳건히 리처드의 등에 여러번 시선을 던졌다.

 

"부관, 앞에서 창을 겨누는 녀석들보다

뒤쪽의 어중이떠중이에 신경을 더 쓰여서는

전쟁터에 적합한 인물이 될 수 없다고"

 

리처드의 목이 쉰 목소리가 어딘가 유쾌한 듯이

네이마르를 야유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 말에 네이마르는 일부러 눈썹을 치켜올리며 입술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상관이나 어른 앞에 있으면서도

기세가 꺾일 성질이 아닌 것 같았다

그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점점 더 강해지기까지 했다

 

"오히려 배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전쟁터에 나가는 것은 신중함이 부족한 행동입니다. 대대장님"

 

애당초 네이마르는 이 노장군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후원자가 있다고는 들었지만,

이런 출신을 알 수 없는 남자 밑에 

하급 귀족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그대로 방치되는 거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납득이 가지 않았다

 

노장군 리처드는 하는 행동만 봐도, 

고귀한 인간이라고 전혀 생각되지 않을 뿐 더러

내뱉는 말도 막말 그 자체였다

어떻게 이런 인간이 대대장 등으로 선임되어 있는 지가 

네이마르에게는 이상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인간이 전술과 전략이라는 개념은 알고 있을까

 

"이봐, 부관, 아까부터 뭐야? 부모의 원수를 보는 시선을 하고 있군"

 

어느새 리처드는 이쪽을 돌아보며, 하얀 턱수염을 쓰다듬고 있었다

이를 드러내고 웃는 몸짓은, 역시 품성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네이마르는 쓸데없이 시선을 높이면서 리처드에게 얼굴을 돌렸다

 

물론 자신의 태도가 상관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으며,

예의가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네이마르에게는 눈앞의 노장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등의 말을 할 수 없었다

 

"무섭지 않아"

 

그 느닷없이 터져나온 목소리에, 

네이마르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손으로 막고 말았다

리처드는 그 말을 못들었는 지, 앞을 바라보며

낮고 차가운 목소리를 입 밖으로 뿜어대고 있었다

 

"꼴사납군, 보라구, 정의고 신의고, 그냥 병신들 뿐이잖아"

 

네이마르의 어깨가 그녀도 모르게 꿈틀했다

설마 지금의 말을 누군가 듣진 않았겠지 하고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보았지만

병사들은 다행히 듣지 못한 듯 했다.

 

지금 리처드가 중얼거린 말은 굉장히 위험한 말이다

듣기에 따라선 유인신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것

 

네이마르와 같은 속권파 귀족이라면,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군사들은 자신의 신앙심을 양식으로 삼아서

전장에 서고 자 하는 자들이였다,

그들이 그런 말을 듣는다면, 일이 잘 되지 않을 터였다

 

"......대대장님, 말씀 좀 조심하는 게 좋을 텐데요"

 

리처드는 어딘가 초조한 듯한 네이마르의 목소리를 듣고

목을 만지작 거리며, 입을 열었다

 

"별로 이상한 말을 한 것은 없는거 같은데

뭐, 자네도 부관으로서 병신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구"

 

리처드는 그렇게 마지막으로 말을 뱉고

더 이상 뒤돌아보지도,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네이마르는 아무래도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어떻게든 반박해보려 했지만,

이 노장군의 기세에 눌려, 도저히 입을 열려 하지 못했다

 

과연 이런 인간 아래서

마녀가 이끌고 배신자가 검을 휘두르는

문장교를 찢을 수 있을까 하는

끝없는 불안감을 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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