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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93화 - 헛된 열광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8장 악덕 왕국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93화 - 헛된 열광 -

개성공단 2020. 4. 17. 14:04

갈라이스트 왕국 수도에 병사가 진군하고 있었다

많은 군사가 마치 하나의 물결이라도 된 것처럼 움직였다

 

누구나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다리를 높이 들고

의기양양하게 대지를 밟아 갔다

장병들은 시민의 함성과 열정 덕에 가슴을 들썩이고 있었다.

 

열광이 갈라이스트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백성, 상인, 귀족, 제후, 성직자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자신의 가슴을 불꽃처럼 타오르게 했다.

굳게 쥔 주먹을 번쩍 들고 성전으로 향하는 병사를 향해

환호성을 울렸다

 

마치 이때만큼은 평소 그들을 무심하게 나누는

계급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벽이 없여졌다는 듯이 말이였다

 

그리고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외쳤다

 

갈루아 마리아를 탈환하자, 다시 저 땅을, 우리에게

 

성벽도시 혹은 교역도시 갈루아마리아

동서 교역의 중심이인 그의 땅은 황금알은 낳은 거위와도 같았다

소유하는 자에게 영락없는 부귀와 영화를 주는, 신의 총애를 받는 도시

 

그것을 어딘가의 누구인지도 모르는 놈들이

빼앗아 간 것이라고, 백성은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고단한 것이라고

 

그러니 우리는 삐걱거리는 몸을 채찍질하고

정신을 옥죄며 살야한다. 이교도들이 우리의 영광을 앗아갔다

우리의 불운은 모두 이교도들의 손에 달려 있다

 

우리들은 관용하게도 그들 이교도를 받아들였고

심지어 그들의 미래와 구원을 약속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결과 그들은 우리에게 칼을 들이대었다

이제 그들은 망자의 무리, 사람의 모습을 한 짐승

 

백성은 함성을 질렀다

우리 손에 갈루아마리아를, 그리고 배신의 짐승에게 피를!

 

"대성교, 교황 휘하로부터의 말씀이다"

 

병사들이 광장에서 걸음을 멈추고

겨우 목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할 무렵

대성교 사제의 우렁찬 목소리가 대로에 울러펴졌다

 

"갈루아마리아는 바로 우리에게 황금을 주는 열매다

우리가 유일한 신으로부터 부여 받은 것이다.

그것이 지금 부당한 자의 손아귀에 있다"

 

한동안 상투적인 말이 나열 되느라

이곳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그 섬세한 의미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말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확실히 지지해 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사제의 말이 끝나자, 민중들이 다시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걱정할 것도 없소!

우리의 신께서 우리를 보호하시어

그 부당한 자들을 모조리 없애버릴 것이오!"

 

목소리가, 주위의 분위기에 맞춰가는 것처럼

크게 퍼지며 울렸다

사제는 그 기운을 받아, 열을 내기 시작했다

 

"모두들 우리에 동조하라!

올바른 것은 올바른 소유자의 손 안에!

이것은 위업이다. 신을 섬기는 싸움이다!"

 

이 위업에 참여한 자는 구제가 약속될 것이다

죽은 후에 영원한 행복이 주어질 것이다

 

열광의 소용돌이가 공기를 갈랐다

누구나 그 손을 들고, 마치 무언가를 원하는 것처럼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사람들의 감정이 소용돌이를 만들어

갈라이스트 왕국의 수도를 덮쳐갔다

 

그 열광 속에 들어가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래 수도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아니였다

도시 주변의 농촌에서, 귀중한 밭을 일구면서까지

그들은 이 소용돌이에 빠지기 위해 달려온 것이였다

 

종교적 열정 때문일까

 

분명 문장교도는 대성교를 향해 송곳니를 겨누었다

지금도 이족의 목구멍을 겨누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확실히 그들은 큰 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럼 교역도시 갈루아마리아의

이윤이 상실된 것을 용서핤 수 없는 것인가

 

그럴 리가 없다. 갈루아마리아가 대성교의 수중에 있던 것에서

부귀를 맛 볼 수 있던 것은 상류층의 인간들 분이였다

평범한 소시민이 어떻게 혜택을 받겠는가

기껏해야 보리 몇 알이라도 받을 수 있는 것을...

 

그러니까, 사실 의미따윈 없었다

갈루아마리아가 함락되든, 문장교에 대한 적개심을 불태우든

그들에겐 딱히 아무 의미도 없었던 것이다

 

이들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항상 기피해야 하는 증오와 분노라는 감정을

이때만큼은 정당하게 인정될 수 있는 것

타인에게서 빼앗고, 짓밟는 것이 

신의 이름하에 면죄된다는 것

 

아아, 지금까지 짓밟혀지기만 했다

존엄성을 짓눌리면서도, 참기만 해왔다

 

이에서 피가 날 정도로, 언젠가는 구원이 질거라 믿으며

손톱이 없어질 정도로 열심히 살아왔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끝

여기에 확실한 구원이 있다고 한다

신을 위해 싸우고, 신을 위해 빼앗고

신을 위해 목숨을 잃는다

 

더 이상의 일이 있을까

 

이젠 끝이야, 더 이상 견딜 필요는 없어

그야말로 스스로 목을 조르고 싶을 정도의

억압을 견딜 필요가 없다는 거야

내일 배를 채우기 위한 빵을 걱정할 필요도

한랭기에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한 온기를 찾을 필요도 없다

 

구원은 여기에 있으니까

 

이제 누구도 그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백성들은 모두 그비일상적인 열광 속에서

스스로의 정의에 도취했다.

 

그들은 이미 한계였다

뒤엎기 힘든 신분의 차이 때문에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조차 

여의치 않은 그저 가난만 반복하는 생활이...

 

하루 일거리를 얻지 못하면, 아이가 죽는다

한 줌의 빵이.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그런 바보같은 생활은 그들에겐 임계점 이였다

그 감정의 분출구가 지금 여기에 있었다

 

얼마나 기분 좋은 도취인가

그들은 자신이 정의 속에 있다 생각하며, 손을 흔들었다

 

그 헛된 종교적 열망이 갈라이스트의 수도를 가득 메웠다

가난한 자들은 내일의 걱정을 하지 않기 위해 검을 들었고

어느 누구든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대성교의 제1진이, 열광을 등에 엎고

갈라이스트에서 진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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