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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95화 - 의식 전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8장 악덕 왕국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95화 - 의식 전 -

개성공단 2020. 4. 20. 13:32

문장교와 가자리아의 합동회의는 일부는 논란을 일으키면서도

종료 자체는 무사히 맞을 수 있었다

 

원래 문장교든 가자리아든, 대성교에 대항해서

서로 힘을 합치는 것 이외는 아무런 이론이 있을 수 없었고

쉽게 항복을 하자는 것 따윈 논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다음은, 방침을 정해서 이끄는 것 뿐

물론 쌍방간 서로 다른 논점이 있었지만

적어도 큰 틀에서는 문제없이 끝났기에

라르그도 안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단 하나

 

"성녀 마티아님, 영웅 루기스님의 처우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안은 기록피지 뭉치를 집무실 책상에 올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결국 회의 속에서 그것은 명백히 결론나지 않았다

단지 루기스에 대한, 몇개의 약정과 계약이 체결되었을 뿐

 

마티아는 자신의 집무 의자에

깊숙이 앉아서 눈을 천천히 뜨며 말했다

 

"영웅으로 만들 겁니다

여기에 대해선 더 이상 논하려 하지 말아주세요"

 

마티아는 날카로운 어조로 단언했다

그 말에 안의 뺨이 어렴풋이 주홍색으로 물들었다

그것은 어딘가 가슴이 들뜬 듯한 표정이였다

 

지금까지 안은 루기스를 영웅, 용사로 부르긴 했지만

실제로 루기스가 그런 직함을 얻었던 것은 아니였다

 

어쨌든 그런 이야기를 조금만이라도 꺼내면

루기스는 어딘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어내며

그러고는 빈둥빈둥한 모습으로 도망가버렸다

상승욕망이 없는 것도 아닐텐데, 막상 빛을 받으면

여우 같은 경계심을 보이며, 멀어져 가버리는 것이였다

 

"루기스는 갈루아마리아 탈환전에서 저를 구해냈습니다.

그리고 가자리아도, 용병도시 베르페인에서 공을 세웠으니

충분히 영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감이 있습니다"

 

이것이라면 비록 반대파가 있어도 억누를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성녀 마티아의 가슴 속에는 분명히 그런 말도 

떠올랐을 것임을 안은 생각했다

 

문장교내에는 루기스라는 인간을 칭찬하는 소리도 있지만,

반대로 역겨운 듯이 욕하는 소리도 당연히 존재했다.

아무튼 루기스의 행동은 너무 엉뚱하다

보통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나 행동에 대해

그는 무엇을 고민할 것이 있는 지라고 하는 듯이 손을 뻗어 버린다

 

안 또한 루기스의 분방함에 질린 횟수는 셀 수 없을 정도

그렇다면 그의 존재를 바람직한 것이 아닌

위험인자로 생각하는 인간이 있어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그들을 밀어내고서라도

마티아는 루기스를 영웅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오늘 회의에서 그의 생각은 잘 이해했습니다.

섣불리 말을 꺼낸다면, 그는 또 도망가버릴 것입니다

물론, 저는 섣불리 칠 생각이 없지만요"

 

그 회의란 문장교와 가자리아의 합동회의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였다

안은 눈앞에 쌓인 기록피지를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볼을 일그러뜨렸다

 

그 몇 시간은 안이 지금까지 경험한 것 중

가장 혹독하고, 가장 열을 띠며, 그 누구도 진지함을 일절 잃지 않는

그런 바람직한 회의의 모습 그 자체였다

 

성녀 마티아, 핀 엘디스, 카리아 버드딕, 피에르트 볼고그라드

바로 평범과는 동떨어진 그들이 만든 말의 축적이

이 기록피지에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어찌보면 장관이였다

 

그 목적은 오직 한 명의 영웅을 손에 넣기 위함이라는

어딘가 마성의 의미

 

더구나 모두 타산을 위한 것이 아닌,

불타는 듯한 감정이 이끌리는 대화

'특히 성녀 마티아는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얼굴에

들어 본 적도 없는 목소리를 울리고 있었다

 

본래의 안이라면 성녀를 경멸해야 했다

 

여하튼 자신이 신망하고, 숭배해왔던 마티아는

가슴에 떠오른 감정대로 목소리를 흘려서

표정을 바꾸는 그런 이상한 존재는 아니였던 것이다

 

그렇다, 그래서 나는 성녀 마티아를 모멸해야애

그게 분명 옳은 일 일거야

 

하지만 왜 그럴까? 도무지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물론 지금껏 존경하고 오래도록 함께 지내온 성녀를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는 없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인간다운 의리나 인정이라는 것이

내 안에서 입김을 내고 있다..... 그런 생각도 확실히 있긴 할거야

 

하지만 본질은 좀 더 별개에 있다

안은 일그러질 것 같은 뺨을 다시 손가락으로 눌렀다

 

회의 중에 진퇴양난이라는 듯

말문이 막혔던 영웅에게 

창처럼 날카로운 시선과 열띤 말을 퍼부었었다

 

루기스는 나의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어째선가 나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 영웅을 몰아붙이는게 이렇게 즐거운거였나

 

그래서 안은 마티아를 경멸할 생각도, 모멸할 생각도 없었다

그보다 더 뜨겁고, 그러면서도 어딘가 점도가 높은 감정이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안은 손가락으로 얼굴을 만지며 표졍을 고쳤다

 

"아마 가자리아 쪽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안, 모래 식전까지 준비를 갖춰주세요

거기서 그에게 영웅의 직함과 어울리는 문장을 수여하겠습니다"

 

문장의 내용은 자신이 생각해보겠다며

마티아는 그렇게 입술을 들썩이며, 집무책상에 앉아버렸다

 

문장을 주다

 

과연 성녀다운 생각이라고 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루기스를 영웅의 자리 앉히는 것을 반대하는 자들에 대해서,

일절의 고려는 하지 않을 방침인 것 같았다

 

식전이란, 합동 회의 후에 예정에 포함되어 있던

문장교와 가자리아의 궐기 집회 같은 것

서로의 영원한 우호와 승리를 기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 행해진 회의와 같은 비밀스러운게 아닌, 

공적으로 문장교와 가자리아의 역사에 새기는 내용이 된다

그 중 마티아는 루기스를 영웅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반대파와 핀 엘디스의 얼굴을 상상하자니

안은 그것만으로 등골이 오싹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상관없다

사실 안의 가슴속도 이젠 

가자리아에 루기스를 넘겨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은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과연 성녀 마티아의 뜻을 헤아렸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인지,

아니면 더 이상 어리석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감정에 이르렀기 때문인지, 안 자신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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