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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97화 - 모든 것은 그 손 안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8장 악덕 왕국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97화 - 모든 것은 그 손 안에 -

개성공단 2020. 4. 22. 11:50

문장교와 가자리아의 합동식 전야

밤의 장막이 갈루아마리아를 감싸고

부드러운 정적이 세계를 뒤덮고 있었다

그렇다고 누구나가 그 정적의 기분 좋음에 잠기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갈루아마리아 대성벽 상부에서 힐끗 지상을 내려다보니

숨을 쉴 새도 아깝다는 듯 군사와 목수들이 이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마 내일의 식전에 대비해, 라르그도 안이 어딘가에서

갑작스런 일을 시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내일 아침이면 분명 적당한 것이 완성될 것이다

 

나는 담배를 입에 물린 채, 사람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대성벽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엇을 생각하는 것도 아닌, 그저 머리를 비우면서

시간을 허송세월하며 보내고 있을 뿐이였다

 

오늘은 달이 떠 있지 않은 탓일까

이상하게 시야가 어두웠다.

 

"네놈, 혼자서 뭐하는 것이냐?

새라도 되고 싶은거냐? 하지만 뛰어내리는 짓은 하지말라고"

 

어둠 속에 자그마한 은빛이 보였다

 

카리아는 바스스 발소리를 내며, 성벽 위에 주저앉은 

나를 선 채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뺨을 느슨하게 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 같이 그런 멍청한 소리를 할까보냐

...라고 비아냥거리자, 가볍게 카리아의 주먹이 이마를 때렸다

 

"할 일이 없다면, 자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일의 식전, 바쁠지도 모를테니까"

 

카리아는 내 곁에 앉아서, 속삭이는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녀석, 정말로 사람이 잊고 싶어하는 일을, 억지로 기억나게 해주는 군

 

내일 식전,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나는 마티아로부터 어느 정도 듣긴 했었다.

그것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마티아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던 기억이 났다

 

카리아의 말대로, 내일은 무지무지 바쁠 수 있기에

확실히 일찍 자버리는 것이 좋을 수도 있았디

 

하지만, 내 마음속의 열매가 무언가에 의해 흔들흔들거리며

온몸이 마르는 듯한 정체 모를 초조가 눌러앉은 채였다

그 불안감은 내가 잠자리에 들 때마다 묘한 아픔을 안겨주었고

그것 때문에 나는 이런 장소에서 밤바람을 쐬며 기분을 달래야만 했던 것이다

 

이쪽을 들여다보는 카리아에게 입술을 가볍게 흔들면서

뭐, 불안하다는 녀석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루기스, 나는 말야, 솔직히 말하자면

네가 품는 불안이라고 하는 것을, 잘 모르겠어"

 

카리아는 내 어깨에 가볍게 기대면서, 입술을 물결쳤다

나는 그녀의 체중을 묘하게 느끼지 못했다

 

카리아는 말을 하나씩 고르듯 간간이 입술을 다물면서도

천천히 목소리를 흘려갔다

 

"나는 영광을 잡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가르침을 받으며 잘았어

그렇기에 영광은 힘 있는 자의 증표고, 

그것을 잡는 것에 불안도, 고뇌도 있을 수 없었어"

 

그렇기에 네놈의 불안함을 잘 모르겠다며

카리아는 반복하듯이 말했다

 

역시 카리아는 강한 여자다, 아주 아주 강한 여자인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 영광의 빛에 몸이 타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주어진 갈채에 어딘가 꺼림칙함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을 것이다.

카리아는 그 작은 등으로, 무릎을 굽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그런 강한 여자였다

 

그렇다면 내가 안고 있는 너무나 왜소한 감정을

잘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도 잘 이해할 수 있다

한심하다. 한심한 것도 정도가 있지

나는 카리아에게 있어선 사소한 감정을 안고 있었다니

 

카리아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눈동자를 흔들며 나를 응시했다

 

"나는 말이다, 네놈의 불안이라는 녀석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니, 너무나도 분하다"

 

분하다니? 도대체 뭐가?

 

머리속에 휙하고 생각이 달려갔지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것 같았다

끝가지 그 의미를 찾아 뛰어다녀봐도, 역시나 결과는 같았다

 

카리아의 입에서 내뱉은 그 말은

너무나 예상치 못한 일이라, 난 말을 고르려고 입술에 몇 번 힘을 주었다

 

"뭐, 처음으로 술에 혀를 담그는 데는 용기가 필요 하겠지

그래, 지금까지 손에 넣지 않았다는 것을 만지는 거야

마음 속이 떨리는 건 당연하잖아, 단지 그것 뿐이야"

 

나는 억지로 말을 늘어놓으면서, 옆의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카리아는 가볍게 은발을 만지작거리며 내 말을 듣고 있었다

 

그래, 과거의 내가, 가슴 깊은 곳에서 바랬던

그런데도 손에 넣을 수 없었던 것 중 하나가,

지금 내 눈 앞에 있다.

그것도 어서 먹으라는 듯이 접시에 담겨 있으니

나 같은 인간은 오히려 불안에 빠져 버리는 것이였다

 

이건 너무 일이 잘 풀리는 게 아닌가,

과연 이게 정말 현실 속의 일이란 말인가

혹시 잘못된 수단으로 쟁취해 벌인 건가

이런 어리석은 망상이 머리속을 스쳤다

 

담배 냄새를 콧구멍에 흘려 넣으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 맞춘 듯 카리아도 크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렇게 가볍게 어깨를 움츠리며. 그녀가 내 온몸을 싹 훑었다

 

"역시 네놈은 변하지 않는 구나

그때와 아무 차이가 없는 어리석은 놈 그대로야"

 

그렇게 카리아는 입을 움직였다

 

그때? 아마 내가 카리아를 억지로 버드닉의 저택에서

데리고 나왔을 때의 일을 말하는 거겠지

 

그걸 말하면 너야말로 변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때 그대로 이기적이고, 고집이 센 여자라는 것을 모르는 건가

뭐, 내가 지금 남의 이야길 할 처지는 안되는 것 같다만

 

"정말, 어리석은 주인을 두면 고생이 끊이지 않는다니까

조금은 내게 칭찬이나 위로를 해주면 괜찮을 텐데"

 

카리아는 볼을 유쾌하게 치켜 올렸고,

나는 그런 그녀를 보고,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어깨를 움츠렸다

그리고 씹는 담배를 입술에서 떼며,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아니, 잠깐, 주인이라니?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카리아는 내 표정을 알아들었는 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주인이란 말에 당황해버렸나?

나는 네놈에게 내 인생을 빼앗겨 버렸어

몸도, 정신도, 그 외에 모든 것을 말이다

이 몸은 이제 세계 어디에도 없다

네놈의 수중을 제외하곤 말이다"

 

그러면서 카리아는 볼을 느슨하게 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얼굴에 아름다운 한 가닥의 선을 그린것 같은

단정한 미소, 마치 마성과 같은 아름다움을 느끼는 그런 미소였다

 

그녀가 내뱉은 말에 아무런 반응이 없고

그저 뺨을 경직시킨 채, 굳은 표정으로 있는 나를 보고

카리아는 내 몸을 포개며 더욱 미소를 깊게 지었다

 

'안심해, 루기스. 네놈이 걸음을 멈추게 된다면

곁에 있는 내가 손을 잡아주마

길을 모른다면, 영광까지의 길을 내가 포장해 주겠다

너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내가 모두 준비해 주겠다

대단한 충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

 

카리아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식전 전날 밤, 밤의 어둠은 한층, 더 검은색을 짙게 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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