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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42화 - 졸음과 관리자의 눈동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0장 혼란도시 필로스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42화 - 졸음과 관리자의 눈동자 -

개성공단 2020. 5. 2. 14:29

"루기스, 지금 뭐하려고 하는 거에요?"

 

성녀 마티아의 그 한마디로 무겁게 감겼던 

나의 눈꺼풀이 열라고, 눈이 빛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나는 한 숨을 가늘게 내쉬고, 입술을 움직였다

 

"...졸음이 와서 말이야,

황금비단 같은 멋진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산산히 지친 듯한 목소리를 연기하며 말했다

아니, 실제로 내 머릿속은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마음껏 피폐를 호소하고 있었기에, 아무래도 잠이 모잘랐다

 

게다가 필로스 트레이트라는 통치자님과 얼굴을 맞대며

내가 입을 주고 받는 일 따위가 있겠는가

 

대부분의 방침은 마티아가 이미 결정해 버렸을 것이고

세부는 라르그도 안이 잘 채워줄 것이다

즉, 내 역할은 의자에 기대어 있는 뿐일 것이다

그렇다면, 다소 눈을 감고 있어도 별 문제는 없겠지

 

나는 그런 말을 눈꺼풀을 감은채 말했다

 

그런 내 말을 듣고 마티아는 엷은 미소를 떠올리며

입술을 열고 소리를 내었다

 

"루기스, 요 며칠은 제가 말한대로, 먹고 자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더 이상의 수면은 필요 없을 텐데요

식사도 제가 결정한 대로 드시고 있기 때문에

졸음을 일으키는 일 따윈 없을 겁니다, 안 그런가요, 안?"

 

마티아는 시선을 주면, 담담하면서도 홀릴 것 같은 미소를

얼굴에 붙이고 잇었다

 

과연, 아주는 아니지만

어제 마티아와 안에게 지식을 주입받은 후

수면 같은 것을 하지 않고, 병사들의 패거리와

카드패 내기를 했다는 등의 말은 할 수 없었다

 

나는 마티아에게서 조용히 시선을 돌리면서

품 안에 있는 씹는 담배를 조용히 찾았다

 

"루기스 님, 그러고보니 이건 그냥 하는 말인데요"

 

씹는 담배를 입가에 대려는 순간

 

"어제 군율을 어긴 자가 몇 명 있는거 같아서요

본래 가지고 있을 수 없는 술과 담배가 나왔습니다

어디서 새어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군율을 어기고 들여왔거나, 훔쳐간 사람이 있는게 분명하겠죠"

 

안은 짐짓 부자연스럽게, 나를 말로 찌르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 표정이 얼마나 신나 보였는지...

 

본래 있을 수 없는 술과 담배...

그래 모두 내가 한 짓이다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단단히 못을 박아두었는데

정말이지, 문장교군은 입이 참 싸다니까 말이야

 

이 시점에서 대략 나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마티아가 내가 졸음이 쏟아지는 연기를 하자

목소리를 날카롭게 했는지도 말이다

 

"그러고보니, 루기스, 어젯밤 당신의 천막이

이상하게도 소란스러웠습니다만, 기분 탓일까요?"

 

나는 마티아의 뼈 속까지 꿰뚫을 것 같은 그 목소리에

두 손을 들며 대답했다

 

이게 심문이랑 다를게 뭔가

 

 

 

 

*

 

 

 

 

"알았어, 내가 나빴어

조금의 놀이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어

병사를 책망하진 마, 술도 담배도 모두 내가 한 짓이니까"

 

루기는 두 손을 든 채 허리를 펴고 그렇게 중얼거렸고

마티아는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 버릴 것 같았다

 

아아, 그가 나에게 사과하다니, 너무나도 황홀할 지경이야

 

본래 마티아라는 인간은, 자신의 지식을 신망하고

그 계산에서 빗나가는 것을 허락하는 인간은 아니였다

즉, 제멋대로 행동하는 인간에게, 

달콤함이라고 하는 것을 보일 성질이 아니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마티아는 루기스를 심하게 몰아세울 생각은 없었다

여하튼,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뻔했기 때문이였다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한 것이고

루기스는 지금까지 군율이나 규칙, 그런 무언가에

관리되는 생활에 잠긴 적이 없다고 들었었다

그렇다면, 그러한 것을 거북하게 느끼고

찢어버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였다

 

그러니 마티아도 크게 몰아세우진 않았다

 

그래,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끝내버리면

인간이라는 것은 쉽게 질려버린다

루기스의 말 처럼 어느 정도의 놀이가 필요한 것이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꽉 조여버리는 것은 광기에 가깝기에

상황을 봐가며 적당히 풀어주는 것도, 실질적인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라고 마티아는 생각했다

 

하지만 용서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없지만 말이다

 

마티아의 손끝에 약간 힘이 들어간 나머지

팔 전체에 열이 베었다

 

어쨌든, 알고 있었다고는 해도

루기스는 나의 관리에서 벗어났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잘 이해시킬 필요가 있었다

 

마티아는 입술을 파도로 치면서 말한다

목소리에는 무심코 다른 감정이 섞어버릴것 같았지만

그녀는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다

 

"그런 군율 위반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루기스, 저와의 약속을 또 짓밟으셨군요"

 

마티아는 상처를 효율적으로 치유하기 위해

컨디션 관리를 한다는 명목하에

루기스에게서 몇 가지 약속을 받아냈다

 

마티아가 정한 시간에 일어나, 그녀가 정한 시간에 자고

그리고 그녀가 정한 식사를 한다... 그저 그것뿐

 

그만큼 독이 섞일 가능성도 낮아지고

위치를 알기 쉬워지므로

군의로서의 행동도 쉬워질 것이였다

그렇다면 단언코 해야 할 약속 이였다

 

군율이라고 하는 것은 그리 무거운 것은 아니였고

양피지에 남는 계약 같은 것도 아니였다

그러니까 그냥 그건 약속

어겼다고 무슨 벌칙이 있는 것이 아니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티아는 약속이라는 말이 

루기스에게 적지 않은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지금까지의 교제를 통해 이해하고 있었다

그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 지는 잘 몰라도

이 참에 마음껏 이용해보는 것이다

 

인간은 약속을 자주 어기는 생물이다

그러나 루기스는 약속이란 말, 단 한마디만 해도

자신이 잘못한 것이라고 곧바로 인정해 주는

약속을 모른다고 하는 무례한 인간은 결코 아니였다

 

그것이야말로 얼마나 멋진 행동인가

 

루기스는 자신의 말을 듣고는 겸연쩍은 듯 시선을 돌렸고

마티아는 조금만 힘을 뺐다간, 미소를 지어버릴 것 같았다

 

아아, 나의 관리 안에서, 나에게 안겨서 살아가는 거야

이건 곧 그의 행복으로 가는 길...

 

그러기 위해서, 지금은 오로지 무엇이 옳바른 길인가를 가르켜 주겠어

일어날 시간도, 잘 시간도, 먹을 것도 모두 관리해서

그의 몸을 내 손바닥으로 움켜쥐는 거야

 

루기스는 아직도 두 손을 들고, 시선을 헤매고 있었고

마티아는 자신도 모르게 약간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

 

"해명은 나중에 듣겠습니다

전쟁터에서 당신이 무단으로 돌격을 감행한 것도

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루기스는 나중에 자신의 천막에서, 어떤 말을 들려줄까

처리해야 할 안건은 산더미지만, 그것을 위한 시간이라면

얼마든지 할애해야지

 

마티아가 그런 허무맹랑한 상상을 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지나갔고

햇빛이 강해지기 시작할 무렵, 전령들의 큰 목소리가

천막 안에 울려 퍼졌다

 

"자치도시 필로스의 영주 필로스 트레이트 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모두 준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멀리서 말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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