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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58화 - 질투를 이 가슴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0장 혼란도시 필로스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58화 - 질투를 이 가슴에 -

개성공단 2020. 5. 4. 13:07

필로스의 모습을 보고 오겠다

뭐, 고용주에 대한 간단한 선물 대신이야

 

브루더는 도시 필로스의 뒷골목에 몸을 담그면서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자기혐오적인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고용주의 위기에 뛰어들어가지 못한 한심함 때문일까

아니면 용병으로서 추후 협상을 유리하게 하겠다는 생각 때문일까

브루더는 수중에 장침을 넣으면서 딱딱하게 손가락을 구부렸다

 

아니야, 나는 도망 갔을 뿐이야

그녀는 자신의 안에서 복잡하게 얽히는 감정의 정체를

단편적이나마 이해하고 있었다

 

결국 고용주 루기스와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것 뿐이다

그래서 베스타리누처럼 도와주러 갈 수도 없었고

그 후 얼굴을 마주하는 피해서 도시로 도망쳐버렸던 것이였다

정찰 따위의 그럴듯한 이치를 억지로 붙여서 말이다

 

만나기 싫은 이유도 간단하다

 

싼 여자라고 보여지는 것도 싫었고

게다가 무엇보다, 나는 베르페인의 소동으로

대부분 고용주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고용된 마당에 그의 기대에 부응 하기는 커냥

오히려 거꾸로 여러차례 도움 받기만 했다

 

그래, 그렇고말고, 나는 여러번 고용주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무엇하나 갚을 수 없던 것이야

 

그런 자신이, 이제 와서 아무 선물 없이

다시 한번 더 고용해 주었으면 하는 부끄러운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여동생 베스타리누는 상관없을 것이다

그녀는 용병들을 이끌 통솔력과 강철공주라고 할 만한 무력이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어떤가

베스타리누에 미칠 만한 정도의 투척술 밖에 가지지 않았다

만약 고용주가 베스타리누게엔 반기면서

반대로 나에겐 차가운 눈길이라도 준다면...

베스타리누의 덤으로 취급되어 버린다면...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모르게 되어 버릴 것이다

분명히, 고용주에게 말 한마디 걸 수 없게 되고 만다

 

한심해, 꼴불견스러워,

베스타리누에게도 무의미한 걱정을 끼쳐 버린 거겠지

어짜피 거의 설명도 하지 않은 채, 필로스 내부로 들어가버렸으니

 

어둠이 하늘을 뒤덮기 시작할 무렵, 브루더는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항상 착용하고 있던 모자도, 역시 정찰엔 부적합하니

오늘만큼은 긴 갈색 머리카락을 한데 묶어

공중에 떠다니게 한 채였다

 

낮에 문장교와 뚜렷한 결말을 했는데도

도시 필로스의 경비체제는 상당히 허술했다

위병들은 준비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큰 주의 없이 그저 돌아다니기만 했기에

브루더는 이 정도의 경비라면, 충분히 움직일 수 있었다

 

브루더는 몇 번 눈을 깜박이고 나서, 다리를 달리게 하여

길모퉁이 그늘의 그림자로 날라갔다

혼자 용병을 할 때의 기억이 났기에, 이 정도의 일은 쉬웠다

게다가 그 때와 다르게 숨이 차는 기색이 없었다

술 마시는 버릇을 없앤 것이 효과를 본 것일까

 

여하튼, 자기 멋대로 여기에 온 것이니

유용한 정보를 얻기 전까지는 돌아갈 수 없다고, 브루더는 생각했다

가능하면 적의 핵심 인물의 목이라도 가져잘 수 있으면 좋겠지

 

로조, 고용주는 확실히 그렇게 불렀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장침을 손아귀에 꽉 쥔 채, 힘을 주었다

 

침격은 원래 암살을 위한 기술

그렇다면 그 원점으로 돌아가자

애당초 용병을 전업으로 하는 것이 내게는 맞지 않았던 거야

 

그리고 여기서 인정하게 하자

고용주에게, 자신은 고용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곁에 두는 의미가 있다고 이해시키자

 

브루더의 입가에 보였던, 견치가 묘하게 날카롭게 반짝였다

 

 

 

 

 

*

 

 

 

 

집무실 가장 안쪽에 놓인 통치자의 의자

언제부터 쓰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화려하다고 할 수 있는 장식과 두꺼운 쿠션이 의자에 설치되어 있었다

 

본래 필로스 트레이트가 앉아야 할 그것에 걸터 앉고 있으면서

로조는 눈을 감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않기 편한 것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다

틀림없이 필로스 트레이트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ㅇ

아니, 그녀는 처음 부터 의자의 감촉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으려나

 

"로조 님,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사무관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로조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로조는 별 반응 없이, 가볍게 턱을 당기기만 했다

 

내용은 단순한 것이였다

문장교와 적대함에 있어서 군량이 부족하고, 일손이 모자란다

대성교의 원조가 없으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로조 님, 사제님으로부터의 지원은 언제쯤으로?"

 

로조는 사무관의 말을 가로막고, 입을 열었다

사무관이 하는 말에 별 흥미가 없다는 표정이였다

 

"조금 걸릴 것이다.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낸다. 알겠느냐?"

 

담담하게 그렇게 고하자

사무관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로조는 그런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

 

"간단한 일이다

군사가 부족하다면, 노인이나 어린이에게도 창을 들게 하라

군량이 부족하면, 인근 촌락에서 긁어모으도록 하라, 인력도 마찬가지다"

 

로조는 볼에 미소를 붙이며 말했다

사무관은 일순간 눈을 부릅뜨고, 동시에 말을 흘겻다

그런 짓을 하면 주위 촌락은 한랭기를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노인도 아이도 대부분 죽을 것임을

 

로조는 교활하면서 성실한 놈일세, 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게 어쨌단 말이냐?

이것은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싸움이다

그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일은 없다

적어도 자네들은 그렇게 생각 했기 때문에 창을 잡은게 아닌가?"

 

로조는 혀를 돌리면서, 사무관을 비웃듯 입술을 치켜올렸다

사무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모습이 정말 유쾌했다

그리고 로조는 이렇게 덧붙였다

 

"또 필로스엔 모험자들이 있지 않았나?

그놈들을 일단 부려먹는 거다

가까운 마수를 일찍 깨우도록 하라

그러면, 문장교에 조금의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도시 필로스에게도 피해는 나오겠지만, 신경 쓸 것은 없을 것이다

로조는 그것이 옳바른 행동이다 하며, 사무관에게 타일르고

지금 당장 착수하라고 명령했다

사무관은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집무실을 떠났다

 

로조는 측은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필로스 트레이트를 본래의 취급대로

지하 감옥등이 아니라, 귀빈실에 연금하고 있다면

라르그도안이 말한 대로, 나를 내주고

필로스 트레이트를 복권시키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수단, 녀석들은 취할 수 없다

 

과거의 통치자를 지하 감옥에 가두고

그녀에 대한 포학을 묵인하기는 커녕

오히려 자청한 시민들도 꽤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럼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다. 나를 따르는 것

로조는 아무도 없어진, 자신의 집무실에서 유쾌하게 웃고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악행이 아니다

오히려 선행이라고, 그들 시민들이 생각하는 방법으로

방향을 진행했을 뿐인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 모양이라는 것

 

옿은 일을 관철한 여자는 옥 속에서

자기를 옳다고 생각한 녀석들은 스스로 불 속으로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전적으로, 모든 것은 자신이 바라던 대로 엉망이 되었다

이왕이면 시민들에게는 그 순간에, 내가 옳지 않았구나

그렇게 알고 죽었으면 좋겠지만, 놈들에게 그렇게 많은 것을 바랄 순 없겠지

 

원했던 것은 오직 그겄분이다

올바름 등, 조각도 갖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못 자신이야말로 옳은 것이라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에게

바보 같은 말로를 주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이 애태운 소녀, 필로스 트레이트에게도

구원은 이세상에 없고, 어쩔 수 없이 옳바르지 않은 인간이라고 하는 것도

존재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고 싶었다

 

그것이랴말로 로조가 할 수 있는

일찍이 자신을 짓밟은 도시 필로스에 대한 최대의 복수였다

 

이제 할 일은 다했다

이제 도시는 고개에서 굴러 떨어질 것이다

나는 그 와중에 태평하게 대성교의 안내를 받아, 도시에서 도망치면 된다'

 

하지만 로조의 가슴속엔 두 가지의 아쉬움이 있었다

 

하나는 자기가 애태우고 동경조차 떠올린 필로스 트레이트가

끝까지 자신을 단죄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또 하나는, 그 찬연히 빛났던 나의 적, 루기스의 일

 

자신이 옳다고 그렇게 신봉한 소녀를, 진흙 속에 끌여 주고 싶다

찬연히 빛나는 나의 원수를 무대 위에서 날려버리고 싶다

그런 인간미 넘치는 욕망을 로조는 분명히 가슴에 품고 잇었다

 

나는 옳을 수 없다

그렇다면 마음껏 옳지 않은 일을 해내자

이 세상의 기쁨이란 기쁨에 모두 침을 뱉어 버리겠어

 

로조의 눈동자가 흔들리면서

그 귓가에 뭔가 장엄한 소리가 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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