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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99화 - 겹쳐서 춤 추는 자들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2장 신령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99화 - 겹쳐서 춤 추는 자들 -

개성공단 2020. 5. 1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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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구원도 여기에 있다. 자, 일로 오거라 사랑스러운 아이들아"

 

대성교 성녀 알류에노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그 말에

마주 앉은 카리아와 엘디스는 엉겁결에 목을 눌렀다

 

이상한 일이다. 까불고 한 말이 틀림없다

어떻게 그런 유혹에 가치를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눈 앞의 성녀는 영락없는 적으로,

아마도 루기스의 궁지나 피에르트의 상실에 관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말에 대해 의심 하나 없이 받아들여지는 자가 있다면

그건 정말 멍청한 사람 일 것이다

 

본래,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그 권유

 

그런데 말이다

카리아는 묘한 낌새가 가슴속을 어루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받아들일리도 없는, 비집고 들어갈 여지조차 없는 알류에노의 그 말

 

그러나 그것이 어찌된 일인지, 기분좋게 귀에 울렸다

마치 알류에노의 말이 

머릿속에서 그 자체로 부드럽게 감싸안는 듯한 기분처럼 들렸다

 

전에도 비슷한 적이 있었어

카리아는 살짝 허공에 뜬 은빛 눈동자를 깜빡이며 입술을 깜박였다

 

그것은 분명 문장교의 지하 신전

그 내부에서 헤르트 스탠리란 자와 상대했을 때의 것

 

자연스럽게 상대의 말을 옳다고 확신해

의심도 이성조차 머릿속에서 흘러내리고 마는 그 기분

모든 것을 맡겼으면 좋겠다며 귀에 이상한 소리마저 들려왔다

 

그리워, 기분이 좋았어

몸이 가벼워지면서 자신이 올바른 것에 기대고 있다는

확신마저 배어 나왔다

그의 말에 굴복하면 가슴속에 따뜻한 행복이

넘쳐흐르리라는 것을 아주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옆에서 엘디스가 말했다

그 벽안은 가만히, 알류에노와 그 주변을 응시하고 있었다

 

"...헤아릴 것도 없잖아, 카리아 단지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할 뿐이야"

 

조심스럽게 내뱉는 말을 고른 목소리였다

카리아도 말을 응하도록 작게 턱을 숙였다

 

맞는 말이다. 그저 그럴 뿐이다. 헤아릴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녀는 한 걸음 알류에노에게로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제전으로 다가가서, 고개를 숙이듯 카리아는 몸을 날렸다

시야의 끝에서, 알류에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끈적끈적한 점착질의 공기가 뺨에 달라 붙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황금의 두 눈이 어둠속에서도 뚜렷이 보였다

 

카리아는 쭈욱 삼키듯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은색의 검이 황금을 향해 날랐다

거인 같은 강력한 칼이 하늘 양쪽을 가르는 듯 했다

 

시시해

 

카리아는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을 베어버렸다

말하자면, 알류에노의 말도, 일찍이 헤르트 스탠리의 말도

카리아에게 있어선 그저 그런 말이였던 것이다

 

이제 나는 행복도, 구원도, 그리고 올바름조차 손에 넣었다

역으로 말하면, 이 수중엔 더 이상 얻을 것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여자는 여기서 죽여도 상관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루기스의 연인, 

오래전부터 함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루기스의 마음을 받아들일 권리를 얻은 여자

 

정말이지, 얄밉기 짝이 없다

그 존재만으로도 카리아의 마음은 삐걱거리고 일그러진 소리마져 울렸다

 

추악해, 최악이야, 비열해

지금 마음에 떠오르는 것은

카리아가 가장 혐오하고 침을 뱉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나는 환희마저 느끼고 있다

연적에 대해,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검을 휘두르는 것을

그 목숨에 원수를 갚는 것에 가슴은 기쁨조차 띠우고 있다

이러한 궁지에 처해 있으면서도 말이다

 

우중충한 이 감정을 루기스는 뭐라고 했을까

만약 나중에서야, 그가 알류에노를 죽인 줄 알면, 그는 나를 욕할까

 

하지만 비길 것 같다 하더라도

가장 완벽한 사랑으로 이루어진 이 욕망은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섬광이 하얀 목을 향해 달려갔다

그것은 바로 인간을 베기 위한 마성의 한 방이였고

그러면서도 온갖 단련이 투입된 인간의 정수를 찌르는 일격이였다

 

완벽하고 지고한 그 일섬

은광은 마치 빨려 들어가듯 하얀 목을 내리쳤다

그 순간 카리아는 알류에노의 입술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비명을 지르는 것도, 살을 찢는 아픔을 발하는 것도 아닌

그저 단순하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였다

 

"왜 그러는 걸까, 정말 모르겠어, 카리아 버드닉"

 

그것은 극히 자연스럽게 의문을 중얼거리는 말

 

그것이 은검을 목에 받으면서 말하고 있었다

 

카리아는 은안을 떴다

알류에노의 하얀 목은 은검을 받아들이면서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단지 거기에 있었다

 

고기를 도려내지도, 푸른 멍 하나 만들지 않고

은검은 그저 그녀의 목에 얹혀진 것 같았다

 

카리아는 숨길 수 없는 동요를 가슴속에 떠올리면서도

반사적으로 검을 되돌려, 다시 한 번 성녀를 향해 검을 꽂았다

이번에는 심장을 그대로 도려내기 위한 직선적인 한 가시

 

순간적으로 그녀는 예리함을 수반해, 허공으로 은검을 참획해갔다

그것을 삼켜 버린다면, 사람도 마수도 당연히 절명할 일섬이였다

 

알류에노의 몸은 그 일섬을 조금도 동요없이, 피하려고도 하지 않은 채

다시 받아 들였다. 단 하나의 상처도 입지 않고 말이다

 

순간 카리아는 수중에 전해지는 이상한 감촉에

공포보다는 한기를 머금고, 어금니를 깨물었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칼날이 지나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면

본래는 자신의 손에 그 반동이 돌아올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검은 반동도 없고, 삐걱거리는 일 없이

단지 알류에노의 몸을 곁돌 뿐이였다

 

그것은 마치 자신이 휘두른 일격이 그대로 무로 돌아버린 것 같은 위화감

카리아의 사고는 일순간 스스로 그 움직임을 멈추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있을 수 잇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적을 앞에 두고는 완전한 실수이며, 

전쟁터라면 그대로 카리아의 목이 날아갈 정도의 경직

하지만 알류에노의 체구는, 아무런 신경도 쓸 것이 없다는 듯

입술에서 소리를 냈다

 

"너도 엘디스도, 피에르트 볼고그라드도, 아니면 헤르트 스탠리,

그리고 오우후르 조차도 그래, 

왜 그 인간에게 그렇게까지 가치를 찾아내려 하지?"

 

정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알류에노는 그렇게 말했다

황금의 눈이 배후, 루기스를 응시하고 있는 것을 카리아는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그 말이 의미하는 바도

 

알류에노의 체구와 인접하는 거리가 되어서야

어둑어둑한 제전의 광경에 카리아의 시야에 두 가지가 보였다

 

하나는 이제 얼굴에서 생기를 잃고, 그저 조용히 잠든 자

헤르트 스탠리의 몸, 그것은 한 눈에 봐도 이미 단절되어 있었다

그는 정중하게 잠이라도 자듯, 제전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잘 아는 얼굴

특징적인 검은 머리는 머리띠를 잃은 듯 마루에 퍼져 있었고

표정은 창백하며, 숨결은 있어 보였지만, 상당히 소모되어 있었다

그 몸은 마법구장에 묶인 채, 오열을 터뜨리며, 

의지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카리아에겐 그게 누구냐고 묻는 의미는 없었다

알 수 잇는 것은 단 하나

아무래도 이 눈 앞의 성녀에게는, 

검은 멍청이의 마법도 어느 것하나 이루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면 취할 수단은 다른 것이 될 것이다

 

"네놈처럼, 놈의 가치를 찾을 필요는 없다"

 

카리아는 그 말과 동시에 돌판을 세게 걷어찼다

그것은 적에게 접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도약하여, 그 몸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만약 검에서 생명을 앗아가는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렇게 할 준비는 이미 되어 있었다

엘디스의 벽안이 깜박이며 카리아의 시야 끝에 비추었다

 

카리아가 자리를 비운 순간, 그 공간에 검은색으로 가득 채워졌다

시야는 일절 비춰지지 않는, 명확한 혼탁한 어둠

엘프의 족쇄가 낳는 농밀한 검은 안개가

이제 흑색 그 자체가 되어 공간을 깎아냈다

 

"사실 나만 알고 있으면 되는데...."

 

그런 엘디스의 말과 동시에

알류에노의 황금은 완전히 검은색으로 삼켜져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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