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98화 - 예전의 사랑하는 자식 - 본문
루기스의 꽤 무거워진 어깨들 들어, 등을 안게 해, 그 체중을 지탱해 올렸다
자그마한 카라아에 비하면, 루기스의 무게는 상당한 것이였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지금은 그 무게를 지탱할 수 잇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기까지 했다
마른 피가 찰싹 달라붙어, 대신전 바닥을 더렵혔다
쇠 냄새를 민감하게 포착하던 코는 어느새 저려 못쓰게 된 것 같았다
벌어진 어깨의 상처가 카리아의 신경을 잡아당기듯 피를 토했다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입김이 불에 탈 정도로 뜨거웠다
"좀 세워줄래? 지금만큼은 도와줄 여유가 없어, 내 주인이 엄청난 무게야"
엘디스는 그 말을 듣고, 카리아 이상으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벽안이 약간 크게 진동했다
"걱정마, 이래뵈도 산과 숲을 뛰어다니는 엘프의 후예야
이 정도 일로 다리는 무너져 주지 않을거야"
그러면서 일어선 엘디스의 인색도 고급이라고 할 수 없었다
발걸음은 마치 패해버린 병졸같이,
도저히 엘프의 여왕이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정령술이란 것을 카리아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뿌리채인 것을 엘디스가 이 남자에게 쏟아 부은 것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걷기조차 쉽지 않을 텐데
그래도 고집을 부리는 것은,
어쩌면 나와 비슷한 성질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고집을 부린다지만, 상황은 아주 좋지 않다
오히려 최고로 나쁠 것이다
루기스는 반사의 양상, 엘디스는 피로를 몸에 얹어 숨길 수 없을 정도
철수해야 할 것이다
카리아는 눈꺼풀을 반쯤 닫고, 입술을 이빨로 깨물었다
후회로 가슴이 터질 지경이였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고, 무엇이 이뤄졌는지, 카리아는 알 수 없지만
루기스가 어떤 재난에 힘껏 발을 들여놓았다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래, 그야말로 언제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당연하게 발을 디딛 것일까
사태는 최악이다
내가 그때 루기스 곁에 없었던 일이
이 가슴속에 진정으로 후회하는 감정으로 새겨지고 있었다
카리아는 당초 자신이 최선의 행동을 취했다고 생각했다
루기스에게는 천적이라고 할 수 잇는 가르라스 가르간티아를
씹어 죽이는 일이, 무엇보다 루기스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은검을 휘두르고, 저 맹수의 턱을 꿰메고자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한가
루기스는 또 모르는 곳에서 저승사자의 손을 핥으며
그 몸에 쇠를 묻고 있지 않았던가
바보같아, 나는 대체 뭐하고 있던 거야?
카리아는 자신을 몰아세우듯 어금니를 깨물었다
하얀 이가 그대로 부서질 듯 둔탁한 소리를 내었다
이번 일로, 잘 알았다
가슴 깊은 곳까지 깨달았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훌륭한 길을 열었다 하더라도
루기스는 때로 길을 벗아나, 스스로 그 몸을 굴려 나간다
즉 길잡이의 선도는 전혀 무의미한 것이다
여하튼 이 눈으로 보지 않으면, 곧 사라져 버릴 것 같이 위험하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직접 손을 떼는 수 밖에 없다
그야말로 떠나지 않다록 단단히 움켜쥐며 말이다
뭐, 상관없어
방패란 원래 그런거니까
그걸 네놈이 손을 안잡는다면, 내가 네놈을 물어뜯어주면 된다
루기스의 몸을 지탱하며, 그 손을 잡았다
그 투박한 손은 일찍이 나를 저택에서 빼냈을 무렵에서
다시 커지고 있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은빛 눈동자가 천천히 가늘어졌다
어쨌든 지금은 여기서 나갈 수 밖에 없다
이런 참상의 루기스를 눈 덮힌 산으로 끌어내는 데는
몇 가지의 우려가 있지만
그래서 여기서 드러누워 있는 것보단 훨씬 나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그 체구에 깊숙히 박힌 시퍼런 칼날을 빼낼 수 조차 없으니
문제는 얼마든지 있다
하나는 루기스의 체력이냐 아니냐
이 참상을 일으킨 적은 어디에 있는가
과연 그것이 어금니를 들어내고, 적의를 보였을 때
억지로 깨물어버릴 수 잇는 것인가
그렇게 해서, 문제라기보단 염려가 하나 더
루기스와 함께 있던, 피에르트 볼고그라드는 어디로 갔는가
카리아는 은빛 눈동자를 빠르게 훑으며, 어둠 속을 들여다 보았다
저게 그렇게 쉽게 루기스 아래를 떠날 리 없다고, 카리아는 알 수 있었다
뭣하면 피투성이가 된 루기스 곁에
그녀의 모습이 있었어야 한다고, 카리아는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어디를 바라보아도, 그 기척조차 보이지 않았다
결국 뭔가 있는 것이다
그것도 그 여자가 무릎을 꿇을 정도의 무언가가
카리아는 손가락을 가볍게 구부렸다
마침 그럴 때 였을까, 소리가 들려온 건
"어라, 어디로 가는 거니, 나의 애지중지한 자식들아"
그런 귀를 찌르는 소리가 처음에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들린 것은, 무엇인가가 무너져 가는 소리
상상할 수 없는 무언가가 땅에 엎드린 소리였다
은과 벽안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소리가 난 제전으로 시야를 보냈다
그곳에 있던 광경을 본 카리아는
걸음을 멈추고,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그렇군, 원흉이 저것인가"
카리아는 아무런 의식도 없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것은 단순한 직감에 불과했고, 아무런 근거도 이유도 없었다
그래도 어찌된 셈인지,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카리아의 가슴속은 그것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은안을 가늘게 뜨면서, 눈 앞의 그것을 노려보았다
거기엔 기묘함 자체라고 할 만한, 광경이 있었다
허공 자체에 균열이 가 있었고
마치 유리가 자신의 몸을 갈라놓듯 공간 자체가 찢겨져 있었다
그 균열은 점점 더 커져 가고, 그리고 그곳엔 또 다른 공간이 보였다
그 공간 끝엔 황금이 있었다
머리칼을 휘날리며, 대성교의 성녀인 옷에 몸을 감싼 그 모습
황금은 명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섭네, 그렇게 매서운 눈초리로 바라보진 말아줘
예전엔 공손히 경의를 표해주기조차 했는데 말이야"
그 해괴한 목소리의 무게 없는 소리는
이상하게도 카리아의 귓볼을 깎아 갔다
뜻 모를 터무니없는 말의 나열이 묘한 압박감으로
카리아의 심장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 황금만 베어낸 것처럼 떠오르고 있었다
그 정체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대성교의 성녀 알류에노
용병도시 베르페인에서 그 얼굴을 맞댔을 무렵에서 생각하면
상당히 분위기는 변질되었지만, 적어도 얼굴은 그녀의 것이였다
한숨을 내쉬었다
은안이 발꿈치를 치켜들어, 강렬한 전의를 띄었다
어깨를 천천히 기울여, 루기스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몸을 석판 위에 뉘었다
그 사이에도 눈은 그저 눈 앞의 적을 꿰뚫고 있었다
"기억이 전혀 없구나
내가 경의를 표하는 것은, 이 땅에서 단 한사람 뿐이야"
카리아는 그렇게 적의에 찬 말을 흘리면서
등줄기에 땀이 흘러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상대는 단 한 사람이고, 전투훈련도 못 받은 것 같은 여자"
위협일 리 없다
나에게 있어 그 목을 베는 것은
마치 아기의 손을 빙빙 비트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러는 것일까
왜 나는 이렇게도 무언가에 밀리듯이
스스로 은검에 손을 대고 잇는 것인가
카리아 뿐 아니라 엘디스도 마친가지 였다
벽안이 강렬하게 펼쳐져, 더욱 손을 거칠게 하고 있었다
마치 다가오는 쓰나미 같은 압박감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느낌 마저 들었다
시선의 끝에서 성녀는 요염한 미소마저 지으며 말했다
"무서워할 필요는 없어
행복도 구원도 여기에 있으니까
자, 이리오거라 사랑스러운 아이들아"
성녀는 입술을 유쾌하게 흔들며, 느긋하게 손을 내밀었다
미친 원작 500화 돌파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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