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반응형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95화 - 거인의 포효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2장 신령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95화 - 거인의 포효 -

개성공단 2020. 5. 11. 20:15
반응형

붉은 기사와 은빛검사의 맹수가 맞물리는 듯한 

검투는 기사의 말과 동시에 하나의 침묵을 맺었다

 

"그는 길을 달려 모든 적을 무찔렀다

사람들은 그것을 진정한 기사도라고 불렀다"

 

기사 가르라스 가르간티아는 오랜만에 거친 한숨을

목구멍에 삼키며 그렇게 말했다

그것은 그가 맹세를 건 기사의 마음가짐 그 자체로

그를 묶어 올리는 규범 그 자체

 

가르라스는 자신의 본질이

기사에 적합한다는 소리는 조각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그려려니 하고 사사건건 기사장전을 입에 올렸다

아직도 이상형인 기사와는 거리가 멀다

명예 같은 거창한 직함도, 그를 만족시키기에 부족했다

 

가르라스는 눈을 들고, 손목을 돌리면서

붉은 창을 고쳐 들고, 땅에 엎드린 은발의 검객 카리아 버드닉의 모습을

시야에 잡았다

 

만약 카리아 버드닉의 일섬이 눈깜짝할만큼이라도 빠르다면

어쩌면 땅에 엎드려 있던 것은 나였을지도 모른다

 

만약 자신의 발을 디딘 것이, 한 걸음만 부족했더라면

머리를 깨부숴지고 있던 것은, 나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승자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사고가

가르라스의 머릿속을 덮고 갔다

가르라스 가르간티아는 늘 그런 성질이였다

 

그 호탕한 성격과 빗대어, 상상할 수 없는 완벽주의자

 

조금만 부족해도 충분치 않다고, 타협을 하지 않는 정신성

 

그것은 특히 기사도라고 이름이 붙는 사람에 관해서는

강하게 그 색깔을 보이고 있었다

오히려 그 밖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에

호탕해 보이는 것이였다

 

그러므로 상대방이 한 번 쓰러진 후에도

사고 방식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오히려 서로 치고받고 있던 순간에는

미치지 못했던 상상조차, 지금 머리에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어

가르라스는 두 손의 창을 놓았다

그의 눈은 조금 커져,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카리아 버드닉은 절명했다

그럴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쳐낸 일격을 측두부에 맞고

머리를 파괴당했을 것이다

머릿속을 도려낸 감촉이, 분명히 가르라스의 손안에 있었다

 

그래 파괴다

충격이나 상해 등이 아닌, 

잔재주 같은 기술을 모두 털어 버리고

파괴의 일격을, 가르라스는 그녀에게 쏘아 보냈다

그것을 막을 방법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문이 있다

가르라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

 

홍창을 다시 겨누니, 눈 앞엔 은빛이 보이고 있었다

혈액으로 장식된 은이 눈부시게 반짝이며, 눈 앞에 서있었다

 

왜 카리아 버드닉은 지금 일어나 있는가

그런 의문이 가르라스의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그는 작게 한숨을 쉬며,

의문이 섞인 말을 삼킨 채, 다른 말을 던졌다

 

"......너, 사람이 아닌거냐?"

 

카리아의 움직임은 어딘지 유연해서 투쟁 따위는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까까지의 맹수를 방불케 하는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

 

지금이라면 얼핏, 그 목을 튕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가르라스는 쉽게 그 쪽으로 들어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

카리아의 주위는 끝없이 어둡고, 어디까지나 조용했다

 

마치 바다 밑, 깊은 어둠 속에 상대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어둠이 아닌 혼암에 그녀가 있었다

 

요컨대, 적은 마성으로 변해버렸다는 것

마성변생이라도 한 것일까, 원래부터 그런 것일까, 아님 혈통이?

 

수 많은 선택지가 가르라스의 머릿속에 떠올랐고

그때마다 그는 그것을 싹 지워버렸다,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기에

 

단지 눈 앞에는 마성이 분명히 있다

그것을 어떻게 쳐 죽이는가, 그것밖에 더 이상 생각할 게 없었다

 

마성은 짖듲이 말했다

 

"네놈... 가르라스 가르간티아... 죽인다"

 

그 말에 동조하듯, 혼탁한 어둠이 출렁였다

 

가르라스는 그 순간 이 공간의 정체를 알아냈다

환술도 아닌, 엘프의 주술과도 더르다, 

 

이곳은 이계다

 

가르라스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이계라는 것은, 마성공중에서도 오직 하나로

본래 세계와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존재

 

그것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세계에 의해 관측되어, 존재를 인정받는 자가 아닌

스스로 존재하고, 세계를 관측하는 자

형태없는 정신저차도, 세계에 영향을 주어버리는 강고한 성질을 가진 자

 

신들이나, 용, 거인들...

 

당연한 일이지만

가르라스라고 해도, 이계라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없고, 체험한 적도 없다

단지 지식으로 머릿속에 던져넣고 있었을 뿐이다

게다가 이계등이라고 하는 것은 본래는 신화 속의 기적에 지니지 않았다

마법학자 중에는 그 존재를 논하려고 사람조차 없었다

 

그러나 가르라스는 이를 이계로 단정했다

 

자신의 직감과, 피부를 꿰메는 듯한 기피감

게다가 눈앞의 마성이 무엇보다 웅변으로, 

가르라스의 직감을 긍정해 주고 있었다

 

가르라스는 카리아 버드닉의 모습을 보았다

그 배후에는 올려다보는 것조차 귀찮아 보일 정도의 거구가 있었다

 

신전을 훨씬 넘는 거인이 있었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공간 자체가 파쇄되는 소리를 가르라스는 들을 수 있었다

 

어디까지고 혼돈해야 할 어둠이,

그 허와 실을 걷어내듯이 무너뜨려 갔다

 

그 꼴은 창렬했다

이계라지만, 그것은 하나의 세계

세계 자체가 무너지고, 파괴되고, 상실되어 갔다

 

스스로 세계를 조형해 놓고도

스스로의 힘으로 파괴해버리는 일그러지는 것들

그것은 마치 신화시대의 거신이라고 불러진 모습이였다

 

어둠이 걷힌 끝에서든, 다시 프리슬란트의 대신전의 위용이 모습을 드러냈고

주위엔 수 많은 쓰러진 성당 기사의 모습과

아까부터 위협하던 검은 안개는 더 이상 없었다

 

가르라스는 그것을 보고, 마성 카리아에게 홍창을 들이댔다

그러고는 입을 열고

 

"기사여, 살길을 모색하라

위기를 모면하되 피할 수 없으면 고상하게 싸워라... 이것 참..."

 

설령 상대가 신대의 거인이라고 해도

자신이 기사이기 때문에,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

 

가르라스는 쉽게 죽음을 각오하고, 송곳니를 강하게 깨물었다

그에게 무서운 것은 죽음이 아니라 더 다른 것이였다

그것을 잃어버린다면, 죽음 따위 알 바 아니라는 격

 

카리아 역시 은검을 들고, 자신의 무구를 뽐냈다

 

붉은색과 은색이 다시 투쟁의 의지로 맞섰다

서로 당연하다는 듯이, 상대방의 목숨을 빼앗아 갈 각오와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은검이 다시 흉악하다고 할 수 잇는 의지를 가지고 풀어주려던 순간

 

느닷없이 은빛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그 모습에는 가르라스도 기가 막힌 듯 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쪽의 입장은 고사하고

심장조차 도려내려고 했던 의지가

순식간에 안개로 사라져, 적의 또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가르라스는 자신도 모르게 카리아의 상태를 살피었다

설마 덫일까, 자신의 기를 빼게 하는 전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행동은 진심인 것 같았다

카리아의 은동자에는 더 이상의 가르라스는 비치지 않았고

어떤 중대한 다른 것에게 사고를 빼앗겨 버린 듯 했다

 

그리고 그녀가 입을 열더니

 

"...루기스"

 

대악이라고 불리는 남자의 이름이였다

그러나 그 의도는 읽을 수 없다

이 대신전에 이 남자도 와 있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의미로 그의 이름을 부르는 걸까

 

그런 가르라스의 의문은 제쳐둔 채, 카리아는 검을 치켜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가르라스를 향해서는 아니였다

그녀는 대신전의 벽을 향해, 검을 치켜들었다

 

그것은 한순간의 일이였다

 

그녀가 은검을 치켜들고 내리치니

카리아는 마치 당연한 듯이, 암반으로 생각되는 돌벽에 큰 구멍을 뚫었다

그것은 틀림없는 파쇄 그 자체...

그 갸느다란 신체에 무슨 그런 근력이... 아, 이젠 아무 의미없는 질문인가

 

성대하게 흩어진 모래 먼지 속에서

작은 거인은 되돌아 보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도주한다

한심한 여자라고 업신여겨도 좋아

뭐, 난 상관없지만 말야"

 

그녀는 그것만을 말한 채, 자취를 감추었다

 

가르라스는 모래 먼지가 피기 시작한 대신전 안에서 눈을 가늘게 떴다

검은 안개가 없어진 대신전 자체는 살짝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가르라스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뾰족한 앞니를 알그러뜨리면서, 어깨를 들썩였다

 

"아주 좋은 여자야, 애석하게 굴었군"

 

커다란 한숨이 그의 뾰족한 입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반응형
Comments